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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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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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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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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06. 용 사냥.(2)

DUMMY

성진이 만든 세계관에서 용은 독특하면서도 강력한 존재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표현되는 방식이긴 하지만, 그는 개성을 위해 몇 가지 다른 부분을 첨가했다.


우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용을 건드릴 수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본체가 다른 차원에 걸쳐져 있다. 이차원(異次元)이 아니라 사차원(四次元) 같은 공간학적 개념의 세계다.


그곳에서는 용의 거대한 몸과 질량도 문제없이 움직이며, 자유롭게 비틀리고 변형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차원. 삼차원의 공격으로는 사차원을 건드릴 수 없다.


그렇기에 용을 잡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은 위험하다면 얼마든지 몸을 뺄 수 있는 수단을 가진 셈이다.


용을 삼차원으로 끌어당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신을 강림시키는 의식이다.


대충 예상되듯이 신들도 사차원에 몸담으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신을 강림시키는 의식은 용에게도 쓸 수 있었다.


물론 쉽지 않다. 몇 가지 재료와 함께 성녀가 의식을 치러야 한다. 고난물에 나오는 방식은 그랬다. 더 쉬운 방법도 있지만, 재료와 인재가 부족하다.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이것이 최선.


불안 요소도 존재한다. 피리엔은 온전한 성녀가 아니다. 정확히는 성녀 후보일 뿐. 그녀가 의식을 치러서 완벽하게 강림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가능성은 있었다. 애초에 수정룡이 있을 가능성도 희박한 만큼, 해봄 직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리허설과 비슷했다.


성진은 병사들에게 신의 축복을 바라는 제사라고 둘러댔다. 효과는 꽤 좋았는데, 이상한 적. 아군과 떨어진 상황이 불안감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임시로 제단이 만들어졌다. 성진은 혹시나 적이 공격해 올까 경계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성녀가 제단 위로 올라 춤을 췄다.


“아-! 인간의 오만이 하늘을 찔렀도다.”


정해진 기도를 외운다.


“난쟁이에게 철을 빼앗고, 숲의 요정들에게 숲을 빼앗는다. 바다로 나아가 물고기를 잡고, 화살로 새를 쏘아 맞히니. 적수가 없어 서로 찌르며 힘을 겨룬다. 오만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축복을 권리로 아니. 그것의 주인이 되길 원한다.”


그것은 인간이 신에게 대항하는 역사.


“그들의 눈이 신을 향한다. 무한한 축복의 권능자를 강탈자로 여기어 외친다. 아-! 신이시여! 어찌하여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주지 아니합니까. 신은 대답이 없다.”


신을 끌어내리기 위한 집착.


“그들은 분노한다. 신이 왜 더 많은 것을 주지 않는지 관심이 없다. 그저, 주지 않는 것에 분노하여 외친다. 신이시여! 우릴 버리십니까! 신은 대답이 없다.”


그러나 그것을 듣고 있자면 성진도 묘한 느낌이 든다.


“인간은 분노로 탑을 쌓는다. 오만으로 갈고리를 만든다. 믿음의 칼날을 세운다.”


그 역시 신이기에.


“이윽고 인간은 신에게 닿아, 그들의 몸에 갈고리를 걸고, 칼로 베니. 신을 떨어트린다.”


어쩌면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이 아닐까 고민했다.


“인간이 된 신에게 얻을 건 없다는 것도 모른 채.”


그러나 싶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해안 도시의 위쪽에서 공간이 갈라지며 용이 나타났기에.






*


[음.]


수정룡 비루스는 눈앞의 광경을 바라봤다. 500m 상공에서 바라보는 인간은 개미만도 못한 존재다. 평소라면 목적을 위해 장기말로 써주는 것조차 고마워해야 할 생명체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가 목적으로 한 것이 눈앞에 있었다. 그걸 이루기 위한 소중한 말이다.


‘직접 움직이고 싶군.’


몸이 근질거린다. 그러나 참았다. 왜 능력까지 사용하며 숨어 있겠는가. 나약한 아바타나 써가며 상황을 상세하게 조절하겠는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는 강대한 생명체다. 비늘에는 무기가 박히지 않으며, 꼬리를 한번 휘두르면 군대가 쓸려나가고, 하루 종일 움직일 만한 체력이 있다.


하지만 달리 말하자면 그뿐이다.


무기는 막을 수 있어도 마법은 통한다. 달인이라 불릴 만한 실력자라면 능히 비늘을 찢어내리라.


꼬리를 휘두르면 군대를 쓸어 버릴 수 있지만, 세상 모든 생명체를 죽일만한 수준은 못 된다.


하루 종일 움직이면 전신이 지쳐서 가벼운 활동조차 어렵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이곳에 있었다.


창조신을 붙잡아 더 완벽한 존재로 거듭나기 위하여.


‘나는 운이 좋다.’


그가 자신의 한계를 깨달은 뒤에 계속 창조신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어떠한 흔적도 찾지 못한 순간에 오레온의 연락을 받았다.


창조주로 의심되는 존재를 발견했다는 것.


비루스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성녀를 후원해 죽이도록 꾸몄다. 마침 성격이나 움직임이 딱 맞아서 벌인 일이었다.


망설임은 없었다. 진짜 창조주라면 위기를 타파할 것이고, 죽으면 거짓이다. 진짜 창조주가 죽어도 상관없었다. 고작 그 정도라면 그의 숙원을 이룰 수 없으니까.


그리고 글론 세튼은 위기를 타파했다.


비루스는 자신을 조용히 고양시켰다. 자섬국을 이용해 몇 번의 실험을 거치며 거의 확신에 가까워졌다.


글론 세튼이야 말로 창조주다.


그라면 자신을 더 완벽하게 다듬어 주리라. 창조의 능력을 잃었다고 한들 상관없다. 그가 보여준 지식이라면 다른 방법을 찾을 테니까.


그는 자섬국이 망해가는 과정에서 계획을 짰다. 해안가로 움직이는 걸 보며 병력을 끌어모았다.


생포할 생각이었다. 직접 움직이면 죽일 가능성이 매우 크니, 자섬국의 병사들을 이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 예정은.


성진의 움직임으로 인해 크게 비틀렸다.


‘제단?’


비루스가 고개를 기울인다. 성녀. 정확하게는 성녀 후보가 나와서 의식을 치렀다.


그는 그게 뭔지 이해하지 못했다.


지배의 수정룡 비루스는 정치물의 최종 보스. 그 작품은 정치력으로 대결한다.


비루스는 죽지 않았다. 정치물의 주인공에게 감탄하며 패배를 승복하는 걸로 끝난다.


그렇기에 알지 못했다.


용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끌어내릴 의식이 있다는 것을.


핏!


제단에서 빛이 쏘아졌다. 그것이 비루스가 있는 자리를 꿰뚫었다. 물론 삼차원의 현상은 사차원을 건드릴 수 없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빛을 무시했다.


어떠한 위협이나 징조도 감지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그 빛은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쩌적-!


[뭣!?]


공간이 갈라졌다. 삼차원과 사차원의 경계가 찢어지며 거대한 용의 육체가 현현한다. 어그러진 질량이. 비틀어진 육체가. 모두 삼차원으로 끌려간다.


쿠아아아아-!


강제로 끌려 나온 댓가는 고통을 유발했다. 삼차원과 사차원에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음으로 이동에 시간과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것도 없이 끌려 나왔으니, 고통은 당연한 대가. 심지어 비틀린 육체가 강제적으로 끌려 나온 덕분에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이게 무슨!?’


커다란 포효와 함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용이 추락했다.


쿠우우웅!


‘이 무슨 굴욕적인?!’


용의 몸으로 땅을 기어 다닌다는 행위에 굴욕과 분노를 느낀다. 그는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일으켰다. 이 사태의 원인인 글론 세튼과 성녀 피리엔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자신을 겨눈 거대한 기둥을.


*






빛이 쏘아졌을 때 성진은 정말로 놀랐다. 의식의 효과를 알고 있는 만큼, 무슨 일인지 이해했기 때문이다.


‘정말 여기 있었다고?’


경악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재빠르게 행동을 지시한다. 이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반이다. 강제적으로 끌려 나온 여파로 모든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게다가 넋 놓다가 끌려 나오는 걸 보면 무슨 일을 당하지는 지도 모를 게 뻔했다.


즉, 초반에 크게 한 방 먹여 줄 기회라는 뜻.


그리고 그에겐 딱 좋은 무기가 있었다.


“특수 발리스타를 조준하라!”


난쟁이가 만든 것은 발리스타였다. 너무 크고 조립도 복잡하며, 탄환도 하나밖에 없는 녀석이지만, 기계를 이용해서 조준만큼은 편하게 만들어져 있다.


많은 병사가 공성전에 쓰리라고 추측했지만, 실제로는 용 사냥 발리스타다. 혹시 모를 상황과 숙련도 작업을 위해 조립해 놓은 그것이 균열을 조준한다.


성진이 외쳤다.


“그 아래다! 그 아래를 조준해!”


용이 떨어질 걸 알기에 조준점을 바꾼다. 발리스타가 움직이는 와중에 병사들의 동요가 전해졌다.


저 멀리. 찢어진 공간에서 용이 나온다.


몸길이만 50m. 꼬리를 뺀 길이다. 합치면 100m도 너끈하다. 더할 나위 없는 몸체와 은과 수정으로 빛나는 비늘. 날카로운 인상과 파충류의 눈동자. 건장한 성인 수준의 발톱과 이빨.


쿠아아아아-!


···으아아아악!?


용이 포효한다. 병사들이 경악했다. 아닐라, 오드, 피온. 성진의 동료들도 입을 떡 벌렸다. 그들은 들은 게 없었다. 성진도 확신하지 않은 탓이다.


이대로라면 모두가 도망쳐도 이상하지 않다. 성진은 이를 갈면서도 외쳤다.


“뭐해! 빨리 발리스타 움직여!”


“어버버···”


“젠장!”


패닉에 빠져버린 병사의 뺨을 치고 외쳤다.


“살고 싶으면 움직여! 이게 저 녀석을 잡는 무기다!”


거대한 발리스타를 움직이던 병사들이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그들이 균열 아래쪽으로 조준을 마친 순간, 비루스가 추락했다.


쿠우웅!


잠시 모두가 침묵했다. 갑자기 용이 왜 나오고 떨어졌는지 아는 이가 없었다. 혹시 거대한 용이 죽었나 싶어 모두 숨죽이며 바라봤다.


물론 비루스가 그 정도 충격에 죽을 리 없었다.


녀석이 몸을 일으켰다. 제국군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성진이 외쳤다.


“발사아!”


병사가 몸을 움찔했다. 그들은 조준이 확실한 걸 보고 난 뒤에야 장치를 조종했다.


푸웅!


공기를 가르는 둔탁한 소리. 기둥이 날아간다. 중간중간 알 수 없는 구멍이 있는 기둥이다. 철과 나무로 만들어진 물건으로 그리 멀리 날아가진 않는 녀석.


그러나 확실하게 날아가긴 했다. 난쟁이들이 혼신을 다한 기술력이 그걸 가능케 했다.


콰앙!


쿠아아아-!


다시 한번 용의 포효가 울려 퍼진다. 기둥의 크기는 용과 비교하면 작은 수준이다. 그러나 아주 작지는 않았다. 인간으로 따지면 창 수준은 됐다.


물론 기둥의 형태니 창처럼 파고들진 않았다. 그저 거체에 충격을 줬을 뿐. 50m의 용을 흔들었으니, 나름 위력이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부족하다. 쏘아낸 병사들의 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걸로는 용을 잡을 수 없다고. 성진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가 병사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저 물품이 난쟁이제라는 걸 안다는 거였다.


이대로 끝날 리 없다.


그의 생각대로 기둥은 충격을 준 걸로 끝나지 않았다.


촤콰콰!


충격을 받은 기둥이 갈라졌다. 꼬리에서 6갈래로 나뉘어 뒤집힌다. 기둥은 순식간에 갈고리. 혹은 기계 손 같은 모양이 되어 용을 붙잡았다. 날카로운 끄트머리가 날개를 꿰뚫고, 몸통을 짓눌렀다.


쿠오오오-!


[인간 주제에! 버러지 주제에 감히! 이 몸을 잡겠다고 나서는 거냐!]


수정룡이 분노한다. 숨을 한껏 들이마시며 제국군을 노렸다.


브레스. 용의 숨결. 은과 수정이 섞인 그의 숨결에 닿으면 피부가 찢겨 나간다. 혈관으로 은이 파고들어 굳는다. 수정이 뇌를 파먹는다. 세계관 최강자 중 하나인 용의 힘은 막강했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선제 타격이 필수. 성진이 스크롤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그걸 쓰진 않았다.


그가 움직이기 전에 난쟁이들의 걸작이 움직였다.


푸욱!


끄오오오오-?!


용을 붙잡은 갈고리. 그 머리 부분에서 칼날이 튀어나왔다. 아직 남아 있던 기둥 부분이 키릭키릭거리는 소리와 함께 파고들어 간다.


적에게 닿기 위해 날리고. 도망치지 못하게 붙잡고. 칼날을 꽂아 넣는다.


그야말로 용을 잡기 위한 난쟁이들의 걸작. 그것이 브레스의 움직임도 막았다. 칼날이 파고들어 숨 주머니를 찌르는 순간, 용의 가장 큰 무기는 무력화됐다.


[뭐냐! 이건 대체 뭐냐! 이건 대체 뭐냔 말이다아아!]


용이 증오를 터트린다. 기계를 물어뜯지만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신에게 닿기 위한 탑(기둥). 그들을 떨어트리기 위한 갈고리. 그들의 권능을 빼앗기 위한 칼날.


마치 기도를 재현이라도 하듯 이뤄진 풍경.


그러나 수정룡은 죽지 않았다. 그는 발악을 위해. 이 사태를 만든 원흉이라 생각되는 존재를 찾았다.


[글론 세트으은!]


눈이 마주쳤다. 성진은 뇌월도를 쥐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한 병사들에게 외쳤다.


“전구우운!”


그는 가장 앞서서 달려 나갔다.


“나를 따르라아아!”


연설 따윈 필요 없었다. 어떤 말을 하든 수정룡이 두고 보지 않으리라. 필요하다가 판단된 것은 행동. 성진은 가장 앞서 나갔다. 그 뒤를 작은 소년이 따랐다.


“우와아아! 나중에 끝나고 스승님이랑 같이 안 다닐 거야아아!”


오드. 다행히 만티코어 때와 달리 바지에 오줌 싸는 신세는 면한 소년이 뒤따랐다.


[젠장젠장젠장젠장젠자아아앙! 나도 모르겠다아아아아!]


고양이 흉내를 포기한 피온이 달려 나갔다. 그림자 고양이들을 마구 만들어 달려갔다.


“후읍!”


마지막으로 아닐라가 뒤따랐다. 눈물을 머금고 오러 블레이드를 뽑으며. 두렵지만 안 갈 수 없었다. 남편 될 사람과 동료가 달려가는데 어찌 안 뛰어들겠는가. 그러나 한편으론 심장이 뛴다. 그녀가 원하는 모험이 이곳에 있었다.


병사들은 그들의 뒤를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멈칫하며 수군댔다.


정말로 돌격할 것인가.

이대로 도망치면 살지 않을까.

많은 의문이 소용돌이친다.


그러나 직위와 사명감이 있던 천인장 중 하나가 달려간 순간.


모든 병사가 달려 나갔다.


용 사냥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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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7. 용 사냥.(3) +4 19.08.02 244 7 11쪽
» 106. 용 사냥.(2) +4 19.08.01 229 7 14쪽
105 105. 용 사냥.(1) +3 19.07.31 223 9 12쪽
104 104. 제국 전진. 19.07.30 222 7 12쪽
103 103. 황실 병력의 경먹성 공략. 19.07.29 224 5 12쪽
102 102. 편지들. +1 19.07.27 237 6 13쪽
101 101. 편지들. +1 19.07.26 236 9 12쪽
100 100. 잠깐의 귀향. +6 19.07.25 265 8 12쪽
99 99. 퇴각 준비. +3 19.07.24 255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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