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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최근연재일 :
2019.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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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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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9,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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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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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1쪽

107. 용 사냥.(3)

DUMMY

당연한 말이지만, 비루스는 반격할 여력이 있었다. 드워프의 걸작은 치명적인 타격을 줬어도 목숨을 끊진 못했다.


살아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재앙인 것이 용이다. 커다란 덩치로 밀어붙이는 질량이란, 재앙에 가까웠다.


그러나 비루스가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한 건 아니었다. 날개는 찢어졌고, 브레스는 쓸 수 없다. 말 그대로 몸만 가지고 싸우는 상태.


성진이 달리며 손을 뻗었다.


“피의 저주.”


반지의 저주가 용에게 엉겨 붙는다. 그러나 저주는 비늘에 튕겨, 온몸으로 퍼지며 약해졌다. 상처를 입어도 용이고, 정신 계열에 특화되어도 용이다. 기본적인 저주 내성은 강력했다.


결국 피의 저주는 별 소득이 없었다. 성진은 이를 갈며 외쳤다.


“꼬리에 주의해! 그것만 조심하면 된다!”


[크아아아! 이제 네놈이 뭐든 간에 신경 쓰지 않겠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정도 근접하자마자 휘두르는 꼬리. 그러나 군을 쓸어버릴 압도적인 위용은 아니다. 비루스는 거대한 철 덩어리에 꿰여 있는 상황. 몸을 회전시키며 대지를 쓸어버릴 만큼 움직일 수 없다.


꼬리는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그것은 속도에서는 무시무시한 수준이었지만, 위력적인 부분에는 여러모로 아쉬운 공격이었다.


가늘고 약한 끝부분이라면 성진이 베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촤악!


카아아!


휘둘러지는 꼬리에 맞춰 뇌월도를 휘둘렀다. 번개의 용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명검을 베이스로 한 뇌월도의 칼날은 훌륭히 비루스의 꼬리를 잘라냈다.


난쟁이가 만든 물품값을 하는 것이다.


비루스의 꼬리 채찍은 피를 흘리며 뒤로 빠졌다.


“와오! 스승님 짱이다!”


그것은 일행과 병사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용의 입장에서는 살 좀 베여서 맺힌 핏방울에 불과하지만, 인간에게는 출혈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수준이다.


난쟁이들의 걸작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혔지만, 사람으로서 뭘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던 일행과 병사들. 그들이 용기를 얻었다.


자신들도 용에게 상처를 낼 수 있다는 일념으로 달려들었다.


가장 먼저 달려든 건 피온이 만든 그림자 고양이들. 목숨을 잃을 걱정이 없는 마법 생명체가 용맹하게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그들의 속성은 용에게 상처를 내기 충분했으나, 안타깝게도 너무 작았다. 피온도 그걸 알았는지 다른 마법을 썼다.


냐아아옹!


그림자 고양이가 뭉친다. 수십 마리의 고양이가 하나 되어 표범만 한 크기가 됐다. 녀석은 용의 몸을 타고 올라가 눈가를 할퀴었다.


캬아아!


[이딴 마법 따위!]


비루스의 눈이 빛나며 일부 비늘에서 수정으로 된 가시가 솟았다. 거대화된 그림자 고양이가 거기에 찔렸다. 그러나 녀석은 죽지 않았다. 수십 마리의 고양이로 나뉘어 흩어졌고, 다른 곳에서 뭉쳤다.


오오오!


병사들이 감탄했지만, 사실 그럴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무적 아니야! 깎여나간다!]


그림자 고양이는 마법에 피해를 받는다. 방금 살아난 건 몇 마리를 희생시킨 거지, 버틴 게 아니었다. 그 증거로 그림자 고양이자 조금 작아져 있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비루스는 싸움이란 걸 해본 경험이 없었고, 두 가지를 한꺼번에 움직이는 데 서툴렀다.


“흡!”


“하압!”


그림자 고양이가 시선을 끈 동안 성진과 아닐라가 다시 한번 꼬리를 노렸다. 조금 짧아졌지만, 아직도 기다란 꼬리는 비루스의 훌륭한 무기였다. 그게 잠시 멈춘 틈을 노린 것이다.


서컥!


그 결과 1/5쯤 되는 부분을 훌륭하게 잘라낼 수 있었다.


캬아아아?!


이번에는 꽤 고통스러웠는지 몸부림치는 비루스. 그리곤 성진과 아닐라를 향해 힘겹게 몸을 돌렸다. 눈에서 이채를 흘렸다.


마법. 흡혈귀의 감각이 요동쳤다. 성진은 재빨리 아닐라를 껴안으며 옆으로 굴렀다.


콰직!


둘이 있던 곳에 수정 덩어리가 생긴다. 공중에서 수정 입자를 만들어 뭉친 것이다. 그대로 있었다면 입자에 찢겨 나갔으리라. 성진의 재치로 피했지만, 둘은 넘어졌다.


비루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죽어라!]


수정이 날아간다. 성진과 아닐라가 불안정한 자세에서 그걸 쳐낸다. 그러나 수정은 방향을 비트는 대신 산산조각이 나며 산탄처럼 뿌려졌다. 그걸 먼저 눈치챈 성진이 아닐라를 덮었다.


“큭!?”


“글론!”


신성 치료를 하려다가 흡혈귀라는 걸 깨닫고 멈춘 그녀. 성진은 아닐라의 손을 잡아 옆으로 굴렸다. 동시에 그의 몸을 파고들었던 수정 조각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크악?!”


어지간한 인간이었다면 단번에 죽을만한 기술. 성진도 순식간에 몸이 걸레짝이 됐다. 그러나 버틸 수 있었다. 나중에 쓰고 싶었던 기술을 조금 일찍 씀으로써 출혈과 몸의 상처를 메웠다.


피의 군주.


태초의 흡혈귀와 비슷한 수준의 힘을 내게 해주는 기술. 가능하면 늦게 써서 마무리를 지으려던 걸 미리 끌어 올린 것이다.


물론 마무리로 쓰려고 한 만큼, 활용법은 정해져 있었다.


‘와라!’


그가 노린 것은 용의 피. 피를 다루는 권능으로 용의 피와 접촉한다. 피와 피를 섞는다. 지구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 어디에도 쓰지 못하는 폐기물이다. 그러나 이곳의 세계관과 흡혈귀의 능력이라면 다른 결과를 펼칠 수 있었다.


“후우우-.”


용의 피가 미량 성진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일반적인 흡혈귀는 흡수도 하지 못할 미증류의 힘이 느껴진다. 성진도 피의 군주를 쓰지 않았다면 감당할 수 없는 힘. 그러나 지금은 괜찮다. 용의 피에 자신의 지배력을 섞는다. 마치 흡혈귀가 피를 마시듯. 용의 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대로 죽어라!]


물론 그 타이밍을 비루스가 놓칠 리 없었다. 자신의 발치와 꼬리를 찌르는 병사와 일행을 무시한 채 다시 한번 마법을 끌어 올린다. 수십 개의 수정 창이 공중에서 떠오르며 춤을 췄다. 마치 수십 명의 병사가 달려드는 모양새.


성진은 그것을 피하지 못했다.


아니. 피할 이유가 없었다.


퍼서석!


그가 흘린 피로 만들어진 방벽이 모든 걸 녹였기에.


[···뭣?]


거대한 용이 경악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의 수정 창은 쉽게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다. 깨뜨릴 순 있지만, 파편이 쏟아지고, 몸속을 파고들어 해집다가 튀어나온다.


생명체에게 있어선 극악무도한 공격 마법. 그걸 성진이 받아진 것이다. 녹이는 방식으로.


비루스는 그게 가능한 존재란 한 손에 꼽을 정도라고 추측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처럼 사차원으로 몸을 숨길 수 있는 초월자들뿐이라고. 그걸 상식으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 그의 상식이 깨지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성진의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었다.


‘용의 피를 마신 흡혈귀는 일시적으로 용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즉, 그의 피는 지금 수정룡의 마법과 같은 수준이었다. 피의 힘이 다 빠진다면 다르겠지만, 당장의 걱정거리는 못 됐다. 주변에 널린 게 용의 피였다. 지금 실시간으로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떨어질 이유는 없었다.


그렇기에 반대로 다른 활용법을 떠올린다.


‘커져라.’


그의 손에 쥐인 뇌월도에 용의 피가 모여들었다. 5m. 거대해진 뇌룡도를 휘둘렀다.


[웃기지마라!]


비루스가 마주 보며 앞발을 휘두른다. 수정이 맺혀서 거대하고 위협적인 앞발. 그것이 뇌월도와 충돌했다. 동시에 번개가 튀었다.


콰앙!


크르릉!


번개가 움직이는 것이 마치 용의 울음소리 같았다. 비루스는 자신의 앞발이 막혔다는 것과 찌릿한 전기의 충격에 놀랐다.


[어째서?!]


방금 전만 해도 정전이 수준의 충격이었다. 그런데 이젠 전기 충격기에 맞은 듯한 격통이 느껴졌다. 마법 물품이라면 그 성능이 강화되진 않았을 터. 그는 의문을 느꼈다.


그건 성진도 마찬가지였다. 뇌월도의 번개 강화는 생각도 못 한 거였다.


‘생각은 나중에.’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호기다. 그는 연속적으로 뇌월도를 휘둘렀다. 비루스가 주춤주춤 막긴 했지만, 애초에 속도가 달랐다. 5m의 뇌월도는 전혀 무거워지지 않았다. 성진의 빠른 공격에 발톱이 깎이고 격통에 울부짖는다.


‘이대로 가면 진짜 죽는다!’


비루스는 드디어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 성진의 뇌월도가 자신의 심장을 찌를 수 있으며, 아래에서 깔짝대는 병사와 일행도 거슬렸다. 특히 줄을 가지고 움직이는 몇몇 병사는 너무 짜증 나서 꼬리를 맹렬히 휘둘렀을 정도.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행동이 병사들에겐 희망으로 보였다. 가장 큰 반응을 이끌어 냈으니까. 이젠 모든 병사가 갈고리나 밧줄을 가져왔다.


그리고 운 좋게 비루스의 발과 발을 묶는 데 성공했다. 하나가 걸리자 네 개가 걸리고, 네 개가 걸리자 열 개가 걸린다. 밧줄은 순식간에 거대한 용의 발을 묶었다.


[이, 빌어먹을 것들이!]


거체가 기우뚱한다. 성진의 공격을 피하다가 밧줄에 걸렸다. 비루스가 굴욕에 몸부림치며 마법을 썼다. 수정으로 자신의 몸을 받친다. 최악의 선택이었다.


“흐읍!”


성진이 뛰어올랐다. 마법으로 자신의 몸을 세운 비루스는 대응하지 못했다. 5m의 뇌월도가 난쟁이의 걸작 옆에 틀어박힌다.


콰자작!


끄오오오오-!


비루스가 발버둥 쳤다. 말 그대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행위. 두서없는 움직임에 마법도 유지하지 못하고 고꾸라진다. 고통과 굴욕을 느낀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크게 위기감을 느꼈다.


‘죽고 싶지 않다.’


마지막에 그를 잠식한 건 결국 생존 본능이었다. 그는 체면을 잊었다. 눈앞의 작은 생명체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죽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택했다.


몸을 구르는 것.


50m의 거체가 병사들에게 쏟아졌다.


으아아아아!


“이 빌어먹을 자식이?!”


성진이 놀라며 다시금 뇌월도를 휘둘렀지만, 비루수의 육탄 공격을 막진 못했다. 순식간에 병사의 절반이 사라졌다. 몸을 구른 대가로 비루스의 상처도 크게 벌어졌지만, 녀석은 다시금 몸을 일으켰다.


크아아아!


본능적으로 가장 강력한 무기를 꺼내 든다. 성진의 향해 입을 벌려 대지를 깨물었다. 케이크처럼 물고 씹은 뒤 삼켰다. 다행히 그 공격을 피했던 성진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 미친 용이! 정치물 보스의 자존심은 어디다 팔아먹은 거냐!’


빨리 끝내지 않으면 위험하다. 성진의 일행도 비루스가 구르는 건 막지 못했다. 무조건 피해야 하는데 확률적으로 맞을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로 지금도 일행이 무사한지 걱정될 정도.


피의 군주 지속시간도 문제였다. 아직 더 버틸 수 있지만 마무리가 필요한 상황. 그런데 비루스가 체면 없이 날뛰기 시작했다. 더 신속하고 강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가능하면 일격의 숨통을 끊을 힘도 필요하다.


‘···지금 쓰는 게 낫겠군.’


성진은 빠르게 내달려 비루스의 입을 피하며 아공간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냈다.


설정집. 그가 써넣을 건 간단했다.


[글론 세튼은 3단이다.]


보지도 않고 쓴 설정집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은 순간.


“윽!?”


심장이 요동쳤다. 그를 감싸던 용의 피가 흔들렸다. 그걸 포착한 비루스가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꼬리를 휘적휘적 저으며 다른 녀석들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움직였다. 대지를 통째로 씹어서.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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