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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최근연재일 :
2019.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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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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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8. 용 사냥.(4)

DUMMY

판타지 소설에서 삼켜진 거대 생명체의 뱃속에서 발악하는 장면은 꽤 많다. 그러나 성진은 비루스의 뱃속을 구르면서 그 말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깨달았다.


‘염병할!’


땅과 같이 삼켰기 때문일까. 입에 들어간 순간부터 정신을 못 차렸다.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흙, 바위 따위와 충돌한다. 그나마 이빨에 씹히지 않은 게 다행. 그러나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요동치는 움직임에 따라 순식간에 위장으로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미친?”


온몸을 조이는 식도를 지나 넓은 공간이 나왔다. 흡혈귀의 특성으로 어두운 공간에서도 문제없이 시야를 확보했던 성진은 거기가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위장이다. 펠리컨 같은 녀석들이 물고기를 삼켰을 때 숨통을 끊어놓는 곳. 찰랑거리는 액체가 보였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낀 성진이 뇌월도를 휘둘렀다. 살 한쪽에 깊숙이 찔러 넣어 몸을 공중에 띄웠다.


꿀렁꿀렁!


뇌월도를 위장에 박아서일까. 내장이 격렬하게 운동했다. 성진은 소화액이 가까워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 느낌이 아니잖아?!’


위장의 소화액은 몸의 움직임에 따라 유동하는 것. 당연히 비루스가 몸을 움직이면서 위치를 바꾼다. 게다가 삼켜지기 전의 행동을 생각해보면.


‘구르기!?’


성진의 몸놀림이 바빠졌다. 아래로 내려가는 건 어불성설. 용의 내장기관을 일부 설정하긴 했어도(숨 주머니) 모든 부분을 설정한 건 아니다. 위장을 넘어 다른 소화기관으로 넘어간다면 반항이 불가능할 수 있다.


결국 그가 향한 곳은 식도 부분. 꽉 오므려진 부분을 찾아 뛰었다.


“흐압!”


푸욱!


부드러운 내장 기관은 역시나 칼날에 저항하지 못했다. 식도로 향하는 길이 찢어지며 드러난다. 찢어진 살덩이를 쥐고 뇌월도를 난도질하니, 식도에 공간이 생긴다. 원리는 알 수 없지만, 기회라고 생각하며 뛰어든다.


그러나 그 공간도 안전하진 않았다. 식도가 열렸다는 건, 소화액도 들어온다는 뜻이었으니까.


“제길!”


결국 성진은 소화액을 피하고자 뇌월도를 휘둘렀다. 그 과정에서 용의 피를 계속 받아들였지만, 곧 한계가 다가왔다.


‘피의 군주 지속시간이 거의 끝나간다!’


더 이상은 도망칠 수 없다. 광연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여기서 끝낸다.’


당초의 계획과는 다르지만, 가능성은 있었다. 아니. 오히려 이곳이기에 더 잘될지도 모른다.


그는 식도의 일부분에 구멍을 냈다. 자신의 발을 끼워 넣고 신비력을 끌어 올렸다.


‘···역시. 닿는다.’


과거 하지 못했던 영역에 손이 닿았다. 그가 설정집에 써넣은 3단이라는 경지가 깨달음을 얻지 못한 부분까지 허락했다.


“[달빛 아래 춤추어라]”


신비력을 몸에 퍼트린다. 이것이 1단.


“[초승달엔 선을 긋는다.]”


신비력의 흐름을 만든다. 이것이 2단.


그리고. 신비력의 흐름을 조종하는 것. 이것이 3단이다.


성진은 몸을 움직였다. 몸의 움직임에 따라 신비력이 흐른다. 심장에서 온몸으로. 춤추듯이 순환하던 신비력은 이윽고 그가 원하는 흐름으로 변화한다.


하나의 달빛을 그린다.


“[선 위를 칠하니 상현달.]”


그것은 반달. 뇌월도의 궤적에 은빛이 머무른다. 그러나 뇌월도의 궤적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의(奧義) - 반달의 춤.


선이 이어졌다. 궤적이 뒤섞인다. 2차원의 궤적이 3차원으로 변한다.


수학적으로 점을 선으로 만드는 건 무수한 점을 찍어 연결하는 것이다. 그 선을 면으로 만드는 건 무수한 선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입체로 만드는 건?


무수한 면을 연결하면 된다.


성진의 궤적이 면을 만들어 냈다.


그야말로 깨끗한 반달. 이것이 월하무법의 오의.


그것이 피를 머금고 나아갔다.






*


성진이 삼켜진 직후. 일행과 병사는 희망을 잃었다. 여태까지 그들이 움직였던 건 전적으로 성진의 행동이 있어서다. 난쟁이들의 병기도 그가 준비했고 그가 쏘게 했다. 가장 앞서서 달려갔으며 용의 꼬리를 베었다.


사실 여기까지의 전개 대부분이 그가 주도해서 만든 것이다.


그런 성진이 죽었다. 그렇게 생각한 일행과 병사의 사기가 뚝 떨어지는 건 당연했다.


“어떻게 해야···”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비루스는 다시금 엎드리며 구를 준비를 했다. 모두가 실의에 빠져 움직이지 못했다. 죽음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죽음은 다가오지 않았다.


카아아!?


용은 몸을 일으켜 목을 긁었다. 무언가 걸렸다는 듯이. 혹은 고통스럽다는 듯이.


모두가 눈치챘다. 용의 뱃속에 들어간 사람은 많았지만, 살아 남을만한 사람은 하나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용의 목이 부풀어 올랐다. 하얀색. 그리고 붉은색. 얇아지는 피부에서 두 가지가 섞인 색이 보였다.


이성을 잃었던 비루스는 자신의 최후를 직감했다.


[이럴··· 수는···]


푸화악!


용의 목이 터진다. 커다란 구멍과 함께 분수처럼 피를 뿜었다. 용은 강대한 생명체다. 그러나 성진의 세계관에선 죽을 수 있는 존재다.


그거면 충분했다. 목의 살점이 절반이 날아간 채, 숨도 쉴 수 없는 생명체는 살아갈 수 없다.


쿠우웅!


비루스가 쓰러졌다. 모두가 침묵했다. 누군가 물었다.


“죽었나?”


침을 삼킨다. 그들 중 용기 있는 병사가 쓰러진 비루스에게 다가간다. 툭툭 쳤다.


꿈틀.


“으허헉?!”


그러다가 꿈틀거리는 움직임에 혼비백산하며 도망친다. 하지만 그건 비루스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살았네.”


성진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비루스의 목을 찢은 그는 힘을 다했다. 신비력도 피의 군주도 효력이 다해서 뛰어내릴 수 없었다. 결국 비루스의 목에 뇌월도를 꽂아 충격을 버텼는데, 살점이 훌륭한 쿠션이 되어서 살아남은 것이다.


피범벅의 모습으로 목을 찢고 나온 성진. 그는 자신의 뒤를 살폈다. 비루스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용의 머리로 이동해서 호흡을 확인해도 달라진 게 없었다.


비루스는 죽었다.


50m의 용은 이 자리에서 숨통이 끊어졌다.


성진은 용의 머리 위로 올라가 외쳤다.


“우리가 이겼다아아아!”


와아아아아!


함성이 들끓었다.






성진이 용을 쓰러트린 후. ‘자섬국과 전쟁이 사이좋게 마무리되었습니다.’라는 동화 같은 전개였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무엇보다 성진의 군사들과 해안 도시의 군사를 빼면 누구도 용을 쓰러트렸다는 소식을 몰랐다.


처음 비루스가 나타났을 때 누구도 보고하지 못했기 때문. 누군가의 잘못은 아니었다. 성진의 명령도 없었고, 어느 누구도 그럴 겨를이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치고 나온 해안 도시의 병사들을 보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쳇!”


그들은 막 용을 잡았다는 함성을 외쳤을 때 달려 나왔다. 목적은 두 가지. 용의 사체와 성진의 병력이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괘씸한 녀석들을 몽땅 죽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러긴 어려웠다.


성진은 아공간에서 스크롤을 꺼내어 외쳤다.


“전군 철수 준비! 아군의 진지로 이동한다!”


비루스와 싸운 장소는 해안 도시와 진지의 중간 정도. 진지의 방어는 잘 되어 있으니, 가기만 한다면 적은 숫자로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거기까지 가는 시간을 벌기 위해 스크롤을 썼다.


‘그래도 중요한 건 챙겨야지.’


용은 어디 한군데 쓸모없는 곳이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하나.


제2의 심장. 드래곤 하트(Dragon heart)였다.


‘위치는 알고 있어.’


스크롤 두 장을 더 소모했다. 선두를 달려오던 기병대가 마법을 맞고 쓰러졌으며, 어느 정도 연쇄적인 타격을 입었다. 동시에 적들의 기세가 조금 줄어들었다.


‘···응?’


성진은 그것을 조금 이상하게 여겼다. 그러나 이내 별로 이상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드래곤 슬레이어인 것이다. 용에게 삼켜졌다가 목을 찢고 나온 인물. 과연 자섬국의 병사들은 그를 그냥 한 명의 지휘관으로 볼 수 있을까? 아니었다.


성진은 지금 전설 속의 영웅과 다름없었다.


그가 위화감을 느꼈 던 건 자섬국의 병사들이 두려움에 찬 걸 오랜만에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 비루스의 죽음으로 증폭된 감정이 사라진 것. 그들은 이제 죽음도 불사하며 달려드는 병사들이 아니었다. 망해가는 국가의 패잔병일 뿐.


두려운 건 당연했다. 여태까지 어떻게 싸웠는지 떠오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용의 시체 위에 서 있는 성진에게 달려든다? 정말 용기의 한계까지 쥐어짠 모습이다.


아니. 용기가 아닐 것이다. 목을 베겠다는 협박. 돈을 주겠다는 회유. 온갖 것을 사용하여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성진은 그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도.


‘지휘관을 친다.’


그는 지친 몸을 이끌며 뇌월도를 들었다. 눈을 빛내며 적장을 찾았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가장 뒤에서 소리만 꽥꽥 지르고 있었으니까.


‘···와. 쓰레기네.’


제국과 용감하게 싸운 장수는 사라졌다. 그저 병사들을 독촉하는 졸장이 있었을 뿐. 성진은 그를 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적군을 돌파할만한 힘은 없었다.


그에게는 없었다.


[야. 진짜로 물러날 거야? 시체 건네주긴 아깝지 않아?]


피온이 그의 곁으로 붙었다.


“스승님, 우리가 영웅인데 재들 때문에 빼는 건 좀 그렇지 않아요? 죽이는 건 아직 잘 못 하겠는데··· 달려드는 놈들 때려 줄 순 있어요.”


오드가 쌍검을 고쳐 쥐었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정말로···.”


울먹이는 아닐라가 검을 겨눴다.


성진에겐 힘이 없었지만, 그들은 어느 정도 힘을 온존 시켰다. 비루스와 싸우느라 죽을 맛이어도 정말 온 힘을 쏟아부은 건 아니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럴 상황이 안 나왔다.


그렇기에 성진의 일행은 충분히 가능했다.


“···저기 뒤에 있는 겁쟁이 좀 잡을 수 있을까?”


적 지휘관의 사살이.


성진의 일행이 지휘관을 격멸하여 적군을 와해시킨 건 순식간이었다.






자섬국의 지휘관까지 처리하여 상황을 정리한 후. 성진은 용의 시체를 옮기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중세의 기술로는 도저히 온전히 끌고 가는 게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용의 시체를 중심으로 진을 쳤다. 자섬국의 병사들이 사기가 바닥을 쳐서 도망갔지만, 해안 도시에서 문을 닫고 있는 건 사실이었기 때문.


그가 할 수 있는 건 급조한 나무통에 용의 피를 받고, 드래곤 하트를 꺼내며 배를 갈라 내장을 긁어내는 거였다.


내장은 쉽게 상하니 어쩔 수 없었으며, 드래곤 하트는 성진의 아공간 주머니에도 보관이 가능했다.


그렇게 임시 조치를 끝낸 뒤, 자섬국의 병사들과 대치하는 나날. 그러나 긴장된 시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중앙 귀족들이 온다고 합니다.”


비루스의 가호를 잃은 자섬국의 수도가 허무하게 쓰러진 탓이다. 원래 국민을 병사화하여 버텼던 만큼, 가호가 사라지자 함락은 순식간이었다.


수 명의 달인급 실력자와 한 명의 명인급 실력자가 장로와 무사들을 쓸어 버렸다. 주민들에게 호되게 당한 만큼, 수도의 주민들도 거의 격살시킨 참혹한 전투였다.


살아남은 것은 왕족과 어린아이들뿐. 그나마도 통제가 쉬워서 살려둔 것이다. 평생 노예로 살아갈 것이 정해진 이들이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전투를 끝낸 제국군은 놀랄만한 소식을 듣고 성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용의 시체를 보고서 이 전쟁의 가장 최고 공로자가 누군지 쉽게 정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 논공행상. 전쟁이 끝났으니, 이제 보상을 분배할 차례였다.


작가의말

오늘 글이 자신이 없군요. 글이 정말 안 써져서... 괜찮은지 모르겠어요. ㅜㅜ 점검해서 내일 올리고 싶지만, 너무 염치없는 것 같아 늦었어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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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 용 사냥.(4) +5 19.08.05 214 10 12쪽
107 107. 용 사냥.(3) +4 19.08.02 247 7 11쪽
106 106. 용 사냥.(2) +4 19.08.01 231 7 14쪽
105 105. 용 사냥.(1) +3 19.07.31 226 9 12쪽
104 104. 제국 전진. 19.07.30 224 7 12쪽
103 103. 황실 병력의 경먹성 공략. 19.07.29 227 5 12쪽
102 102. 편지들. +1 19.07.27 240 6 13쪽
101 101. 편지들. +1 19.07.26 238 9 12쪽
100 100. 잠깐의 귀향. +6 19.07.25 268 8 12쪽
99 99. 퇴각 준비. +3 19.07.24 257 9 13쪽
98 98. 6장로.(2) +1 19.07.23 276 8 12쪽
97 97. 6장로. +4 19.07.22 291 14 12쪽
96 96. 일이 틀어진 용사. +5 19.07.20 289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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