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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서리
작품등록일 :
2019.04.01 17:47
최근연재일 :
2019.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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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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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1. 새로운 사건.

DUMMY

“으음. 피의 군주로 여러 번 목숨을 건졌으니 그냥 주고 싶은데. 솔직히 용을 잡은 건 내 힘이거든?”


[반지 속에 있었지만, 상황은 알고 있다. 용을 잡는데 가장 큰 공로는 난쟁이의 물건과 내 힘이 아니던가?]


“난쟁이를 끌어들인 게 나니까 내 힘이지. 애초에 용이 있을 곳을 찾아낸 것도 나고.”


[그렇군. 좋다. 그 부분을 부정하진 않으마. 대신 내 힘을 끌어다 쓴 만큼은 받고 싶은데.]


“원하면 피를 줄게.”


[드래곤 하트를 다오.]


“그건 안돼.”


성진과 태초의 흡혈귀는 가벼운 말다툼을 이어갔다. 어느 쪽이든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순 있다. 또한 이 관계가 깨어지길 바라지 않았다. 그리하여 벌어진 말싸움.


성진이 물었다.


“애초에 왜 드래곤 하트를 흡혈귀한테 주려는 거야?”


[음. 정확히 말하자면 드래곤 하트가 필요한 게 아니다. 지금 네 손의 드래곤 하트가 필요한 것이지.]


그 말을 해석하는 데 몇십초 정도가 걸렸다.


“···수정룡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그렇다.]


쉽게 말하라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묻는다.


“흡혈귀한테 그런 능력이 왜 필요한 거지?”


[후예를 양지로 보내고 싶다. 지금 숨어서 사는 후예들에게 이 드래곤 하트의 능력을 주면 양지에서 인정받는 종족이 될 수 있다.]


수정룡은 정치물 최후의 적. 그렇게 생각하면 맞을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쉬운 건 아니었다. 성진은 이 능력의 단점을 설명했다. 그런데 태초의 흡혈귀는 이미 능력의 단점을 알고 있었으며, 파훼법을 생각해 놓은 상태였다.


[내 후예는 아름답다. 선천적으로 인간을 유혹하는 능력도 있지. 그것과 합쳐진다면 유혹당한 인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 수가 있었군.”


감정을 강제로 이끌어 낸다. 그 후에 증폭시킨다. 그럼 원하는 감정을 확실하게 끌어 올릴 수 있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그러나 거래를 받아들일 순 없었다.


“그렇게 되면 흡혈귀가 인간 세계를 지배하게 될 거야.”


[후예들이 번성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 게다가 너도 흡혈귀가 아니던가. 손해 볼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흡혈귀로만 살아갈 생각은 없단 말이지.’


꽤 편한 몸이지만, 한계가 있고 아이를 낳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귀족으로서 자식을 낳을 수 없다면 가문을 이어받지 못하는 결격 사유가 된다. 가능하면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태초의 흡혈귀에게 말할 수는 없는 생각이다. 한 번 배신을 당했던 입장에서는 손에 쥔 협박 카드를 잃어버리는 것과 다름없으니.


적당한 변명이 필요했다.


“나는 인간으로서 지위를 확립했어. 흡혈귀에게 붙는다면 오히려 손해야. 적어도 흡혈귀의 세력이 제국의 절반 수준으로 올라가지 않는다면 그 방법을 쓰진 않을 거야.”


[까칠하군. 어쩔 수 없지. 그럼 슬슬 후예를 도와주게. 여태껏 자기 일만 챙기지 않았나?]


“그렇기는 한데···.”


성진도 약속을 이행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흡혈귀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 확약이 불가능하다.


[음. 그럼 어쩔 수 없군. 후예들을 위한 방법만이라도 말해주게.]


결국 태초의 흡혈귀가 크게 물러섰다. 물론 성진은 거기에 대한 생각도 없었지만, 즉흥적으로 떠올릴 수 있었다.


“이번에 전쟁으로 큰 공을 세우게 됐어. 아마 일부분 땅을 받을 거 같은데, 그 땅 중 한 곳을 흡혈귀의 마을로 만드는 게 어때?”


[나쁘진 않지만, 좋다고도 하기 어렵군. 후예가 모여 산다면 피를 수급하기 어렵다.]


“그럼 도시에서 흡혈귀를 준 귀족의 자리에 앉히고 인간들과 같이 살게 하는 건?”


[그것도 좀.]


“···내가 말하는 것보다 그쪽에서 원하는 걸 말하는 게 빠를 거 같은데.”


[후예들이 정체를 감추지 않으면서 인간들에게 숭배받는 걸 원한다.]


“그건 너무 어려워.”


성진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정체를 밝히는 것도 숭배받기도 것도 어렵다. 당장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명칭을 가진 성진이라도 흡혈귀라는 게 들키면 토벌대가 움직일 것이다.


“조건을 조금 낮추지. ···뒷골목의 제어권을 주겠어. 그들이라면 흡혈귀라도 숭배할 수 있겠지.”


[일부에게만 정체를 밝히고 숭배받는다는 소리군. 좋다. 그 정도가 현실적이겠지.]


반지 위에 올라왔던 모형이 흔들렸다.


[시간이 다 됐다. 용의 피 같은 걸 더 마시지 않는 한, 나는 네게 말을 건넬 수 없어.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


“지킬 거야. 이젠 네 힘이 없으면 안 될 입장이 됐거든.”


[믿겠다.]


그 말을 끝으로 피가 흩어졌다. 옆에서 꼬리를 살랑대던 피온이 물었다.


[그 녀석이 너를 살려준 놈이야?]


“맞아. 흡혈귀로 살려준 거지만.”


[감사해야 할지, 원망해야 할지 모르겠네.]


“당장은 감사지. 단점보다 장점이 많으니까.”


[그런가··· 근데 그 드래곤 하트는 어떻게 쓸 생각이야?]


“···용도가 떠오르질 않아. 그래도··· 음··· 어쩌면 태초의 흡혈귀가 말한 방법이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어.”


[감정을 만들어서 부풀리는 거?]


“어. 나도 흡혈귀니까 말이지.”


입꼬리를 끌어 올리는 성진의 모습에 작은 한숨을 내쉰 피온. 그는 마음대로 하라는 말과 함께 방에서 나갔다.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은 회의였지만, 그래도 한가지 가능성은 발견한 순간이었다.






며칠이 지났다. 지속해서 서류 작업을 처리하던 가이론 백작은 새로운 방식에도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사실 그가 하는 일은 거의 변함이 없었던 탓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필요한 자료를 쏙쏙 첨부해주니, 오히려 작업 효율이 높아져 결국 새로운 방식을 인정하게 됐다.


덕분에 가이론 백작은 시간이 남았고 그 시간을 장남인 성진에게 투자하기로 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결혼 준비였다.


“바빠 보이네. 아닐라.”


“아, 어, 네에. 아무래도.”


“여자의 결혼식은 바쁜 게 당연하단다.”


귀족의 결혼은 가볍지 않다. 대부분 권력자와 권력자의 연결이기에 정략이 많고, 여러 가지 이득이 오간다. 따라서 최대한 크게 알리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성진의 결혼은 여러 가지로 예외였다. 아닐라가 특수한 능력을 가졌지만, 결국에는 평민. 마네모라 황녀가 유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결혼하는 건 귀족 사회에 여러 가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세튼 백작가는 이 결혼은 친한 귀족 몇몇에만 알리기로 했다. 인생에 한 번 밖에 없는 결혼을 축복할 사람이 적다는 건 여자의 입장에선 꽤나 불만스러울 수 있으나, 아닐라는 그런 기색이 없었다.


사실, 사람을 따지자면 많았다. 귀족에게 안 알린다는 거지, 영주민에게도 감추는 건 아니니까. 따라서 세튼 가문에 귀를 열어둔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였다.


그렇게 성진과 일행이 전장에서 복귀한 지 한 달 째. 결혼식이 열렸다.


내성 입구에서 신관의 축복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주관한 사람이 성녀 피리엔. 성령 왕국으로 돌아가는 도중 떼를 쓰며 마차를 돌렸다고 한다.


그녀가 성진과 아닐라의 결혼을 축복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글론 세튼 님. 다음에도 용 같은 것의 배를 가를 때 불러주세요.”


대기실에서 몰래 찾아와 했던 말. 그렇다. 그녀는 병사와 함께한다는 변명으로 용의 배를 갈랐다. 쏟아져 나오는 내장에 깔려 행복하게 미소지었다. 우스운 모습에 모두 그냥 넘어갔지만, 소수의 사람은 알았다. 그녀가 용의 내장을 보며 욕구를 충족시켰다는 걸.


일부러 마차까지 돌려가며 결혼을 축복한 것은 다음에 또 특이한 생물의 내장을 보고 싶어서 그런 거다.


그 외에 귀빈석에는 성진이나 세튼 가문을 주의 깊게 본 귀족들이 와 있었다. 블런 자론드라 자작. 네일 까뜨롱. 드레인 공작의 사절. 주변 영지와 기회를 노리는 작은 귀족들. 마네모라 황녀와 황실의 축하 사절까지.


일반적인 귀족들의 결혼식에 비해 숫자는 적었지만, 내용물은 결코 뒤지지 않는 조합. 거기에 수많은 영지민들이 보는 곳에서 결혼식이 치러졌다.


주례대로 입장하고, 성녀의 축복을 받으며, 입술을 겹친다. 멋지게, 예쁘게 꾸민 두 사람이 영지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결혼식이 끝났다. 3일간 영지에 축제가 벌어졌으며, 참석하지 않은 귀족들에게도 편지와 선물이 왔다.


마네모라 황녀를 첩으로 들이는 건 1년 뒤라는 약속이었기에, 성진과 아닐라도 며칠간 그들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달콤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목 민족 라라울라와의 전쟁이 게랄라와의 전투가 되면서 질질 끌리고 있는 가운데, 제국의 한구석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언데드.


죽어서 시체가 된 망자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이런 사악한 존재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성령 왕국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던 제국은 망설임 없이 그들에게 연락했다.


힘도 약하고 받은 것도 많고, 교리상 언데드를 두고 볼 수 없는 성령 왕궁에서는 당연히 군대를 파견. 제국의 뜻에 따른다.


그러나 평상시라면 성기사만 잔뜩 보냈을 그들이, 성녀까지 파견하는 대신 제국에게 조건을 붙여왔다.


‘드래곤 슬레이어 글론 세튼을 붙여달라.’


제국 입장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조건이었으나, 특별히 거절할만한 것도 아니기에 수락했다. 그냥 용을 잡는데 동료애가 싹텄거니, 하며 넘기는 수준.


하지만 황실에서는 이 일에 과민하게 신경 쓴 사람이 있었으니.


2황자 메루파였다.


그는 예전부터 성녀를 눈독 들였고, 성령 왕국와 이견을 조율해가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성진은 자신의 먹이를 노리는 승냥이와 같았다. 자신의 영지에서 단둘이 시간을 보낸 것부터, 편지를 주고받고, 용을 잡은 데다가, 결혼식까지 축복해주고. 이젠 지원 요청까지.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실의 정책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생긴 것이다.


2황자는 언데드 토벌에 참여하기로 했다.


물론 그가 검을 들고 설치는 게 아니라, 제국의 안내인으로서다. 마침 중앙 귀족 대부분이 유목 민족과의 전쟁으로 나가 있는 상황. 성녀를 안내하는 입장으로 부족함이 없다. 성령 왕국으로서도 2황자와 성녀의 결함은 바라는바. 이 이야기는 급속도로 추진되었다.


그리하여.


제국의 한 지방에서 발생한 언데드 문제가 성령 군대, 성녀, 2황자, 성진 일행까지 더해진 복잡한 문제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황실의 명령문을 받은 성진은 조용히 이를 갈았다.


‘용 뱃속 가르게 해줬으면 얌전히 있을 것이지 이런 사고를 치다니!’


성녀 피리엔에 대한 원망이었다. 이번 언데드 소동은 그에게 전혀 도움이 되는 게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황실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거부권이 없었다.


‘하는 수 없지. 주변에 얻을 마법 물품이나 시놉시스, 재앙 거리를 확인해 볼까.’


그는 설정집을 펼쳤다.


작가의말

원래 금요일에 올려야 하는 겁니다만, 작성이 늦어졌습니다. 오늘처럼 조금 시간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공지가 올라오기 전까지 주 3회는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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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 새로운 사건. +1 19.08.10 217 7 11쪽
110 109. 논공행상(2) +4 19.08.08 182 8 12쪽
109 109. 논공행상(1) +3 19.08.07 196 9 13쪽
108 108. 용 사냥.(4) +5 19.08.05 211 10 12쪽
107 107. 용 사냥.(3) +4 19.08.02 244 7 11쪽
106 106. 용 사냥.(2) +4 19.08.01 229 7 14쪽
105 105. 용 사냥.(1) +3 19.07.31 223 9 12쪽
104 104. 제국 전진. 19.07.30 222 7 12쪽
103 103. 황실 병력의 경먹성 공략. 19.07.29 224 5 12쪽
102 102. 편지들. +1 19.07.27 237 6 13쪽
101 101. 편지들. +1 19.07.26 236 9 12쪽
100 100. 잠깐의 귀향. +6 19.07.25 265 8 12쪽
99 99. 퇴각 준비. +3 19.07.24 255 9 13쪽
98 98. 6장로.(2) +1 19.07.23 274 8 12쪽
97 97. 6장로. +4 19.07.22 289 14 12쪽
96 96. 일이 틀어진 용사. +5 19.07.20 287 14 13쪽
95 94. 4황녀.(2) +3 19.07.19 296 12 12쪽
94 94. 4황녀. +2 19.07.18 308 15 12쪽
93 93. 지원간 곳에서. +1 19.07.17 292 12 12쪽
92 92. 지원. +2 19.07.15 321 15 12쪽
91 91. 제국 회의. +3 19.07.13 331 15 14쪽
90 90. 기습. +1 19.07.12 310 14 13쪽
89 89. 기습 계획. +2 19.07.11 311 12 12쪽
88 88. 화목 성 전투. +5 19.07.10 326 14 11쪽
87 87. 재회. +1 19.07.09 339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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