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나는 신들의 왕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루파루파
작품등록일 :
2019.04.01 19:01
최근연재일 :
2019.05.16 19:1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1,911
추천수 :
168
글자수 :
226,339

작성
19.04.21 17:01
조회
191
추천
3
글자
12쪽

24. 각성 (2)

DUMMY

"스승님··· 나는···."


뿌옇던 시야가 맑아졌다. 사라졌던 현실감각이 돌아왔다. 나를 지배하고 있던 극단적이고 어두운 감정들이 걷혔다.

나는 다시 내가 되었다.


[명진 님! 정신을 차리셨군요. 다행입니다.]


"응, 미안. 잠깐 정신이 나갔었어."


[돌아오실 줄 알았습니다.]


헨켈 백작을 죽이고 나서 라이브러리언을 죽이려고 했다는 말은··· 하지 말도록 하자. 나는 헨켈의 불타는 눈을 마주보고 말했다.


"이건 내가 원하던 게 아니야. 분노에 사로잡혀서 널 죽이는 것. 난 너처럼 되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이 모든 일은 나와 헨켈 백작에 관한 일이 아니었다.


이건 아스트리드와 스승님을 구하는 것에 관한 일이다. 더 나아가, 율린과 촌장님, 할머니, 보티 아저씨를 구하는 일이었다.


그러니 내게 필요한 힘도 또한 헨켈 백작을 찍어눌러 죽일 힘이 아니었다.


내게 분노는 필요없다.


[네놈···.]


헨켈 백작, 나는 아직도 그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를 치워버리듯 죽이겠다는 생각은 더 이상 들지 않았다.


[나를··· 죽여라···.]


읊조리는 헨켈 백작의 팔다리는 재생되고 있지 않았다. 포기한 것일까?


[나를··· 죽여···.]


마도병기들의 포효, 병장기와 발톱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볼텍스가 쉴 새 없이 폭발하는 와중에도 어쩐지 고요했다. 나는 자신을 죽이라 중얼거리는 그에게, 또 나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네가 원한다고 해서 널 죽여주지는 않을 거야. 나는 힘에 지배되지 않을 거니까."


나는 헨켈 백작의 상반신을 들고 유적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헨켈 백작을 잃은 마도병기들은 저들끼리 싸우다 자멸할 것이다.


"너와는 다르게 말이야."


[아으윽···.]


유적 밖으로 나오자 헨켈 백작의 마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함몰된 머리는 재생을 멈추었고 겨우 출혈을 막고 있던 잘린 사지에서는 맥없이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는 증오를 멈추지 않았다. 씁쓸했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달이 밝았다. 죽어가는 헨켈 백작의 모습이 확실히 보였다.


[죽···어···.]


"명진!"


곧 스승님을 필두로 신들이 유적의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곧이어 마도병기들이 토해져나왔다.


"피해라!"


나는 헨켈 백작을 놓고 마도병기들의 발톱을 막아낼 수밖에 없었다. 유적에서 나온 이상 헨켈 백작은 마도병기들을 조종할 수 없을 터였다.


"제기랄! 통제를 잃은 것이 아니었어?"


내 옆에서 빙령신부를 휘두르던 베가가 외쳤다.


"헨켈 백작에게서 뿜어져나오는 마나가 심상치 않다. 놈이 각성하고 있어."


유적에서 나온 마도병기들은 노란 눈을 빛내며 즉시 나에게로 달려들었다.


"어떻게?"


크아아아악!


콰앙


마도병기들을 향해 볼텍스를 터트렸지만 마도병기들은 생각보다 강했다. 한 두번의 폭발을 견뎌내며 달려든 마도병기들이 나를 덮치려던 순간이었다.


"명진아!"


횡으로 휘둘러지며 푸른 빛이 마도병기들의 팔다리를 갈랐다. 스승님이었다.


"괜찮느냐?"


"네, 괜찮습니다."


"왜 탈출하지 않았느냐?"


"스승님과 아스트리드가 위험할 거라고 생각하니 폭주했습니다. 헨켈 백작을 죽이러 간 건 전적으로 제 의지는 아니었어요."


스승님이 코웃음을 쳤다.


"괜한 걱정을 사서 하는구나. 내가 네 걱정이 필요한 사람으로 보이느냐?"


"죄송하네요."


"그러다 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더 걱정되니 앞으로는 네 몸부터 챙기거라."


"예."


스승님은 내게 뭔가를 휙 던졌다.


"받거라."


"으악!"


얼떨결에 받아보니 그것은 내가 사용하던 장검이었다.


"너는 내 제자다. 내가 네게 가르칠 것은 검 뿐이니, 내 제자라면 검을 사용하도록 해라."


"···예."


이건 감동해야 할 상황이겠지?


"명진!"


"으악!"


이번엔 아스트리드였다. 회복마법을 너무 많이 사용했는지 핼쑥한 얼굴이었다.


"그··· 그 손!"


아스트리드는 내 오른손을 보고는 벌벌 떨기 시작했다. 위험한데, 마도병기에 신경 좀 쓰지.


"아, 이거? 괜찮아. 지금은 아프지 않아."


"꼬르르르륵···."


아스트리드는 거품을 물었다.


"그보다 라이브러리언, 율린과 보티 아저씨는 괜찮은 거야?"


[물론입니다. 다만 명진 님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 여길 빨리 정리하고 돌아가자."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지치지도 않는지 연신 빙령신부를 휘둘러 겨울을 뿌리던 베가가 소리쳤다.


"대장! 재회의 정을 나누는 건 나중에 해도 된다구!"


화염 마법으로 접근하는 마도병기를 모두 태워버리던 프로키온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


"프로키온답네."


"대장! 놈들의 움직임이 바뀐다. 조심해!"


내게로 달려들던 마도병기들이 헨켈 백작을 지키듯 감쌌다. 마도병기들은 다가오는 이들은 모두 물어뜯을 것 같은 흉흉한 기세로 헨켈 백작의 주변을 경계했다.


그 때였다.


[죽···.]


시체처럼 가만히 누워있던 헨켈 백작이 일어났다. 앙상한 가지처럼 얇은 팔과 곧 부서질 것 같은 다리의 뼈대만을 재생시킨 헨켈 백작은 유적의 입구를 향해 비척비척 걸어가기 시작했다.


[죽···어···.]


터진 두개골에서는 진탕이 된 뇌가 흘러나오고 얇은 팔다리는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피를 뿌리며 부서져갔지만 그는 꿋꿋이 악의에 가득 찬 걸음을 내딛었다.


"젠장!"


베가가 욕설을 내뱉으며 빙령신부를 던졌다. 마도병기 하나가 빙령신부를 대신 맞고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모두··· 죽일··· 것이다.]


"놈이 유적 안으로 들어가면 마도병기들이 영지 전역으로 퍼진다. 이 정도의 마도병기는 천재지변이나 다름없어!"


진리를 쫓는 구도자처럼, 혹은 불에 몸을 던지는 나방처럼 헨켈 백작은 힘겨운 걸음을 떼었다. 우리는 마도병기를 베고 또 찢었지만 그에게 닿을 수 없었다.


"막아야 돼!"


때마침 프로키온이 공격마법의 캐스팅을 마쳤다.


[헬 플레어!]


카르르르륵!


크와악!


프로키온의 손 끝에서 지옥의 불길이 뿜어져나왔다. 하지만 닿는 것을 모두 태워버릴 듯 엄청난 기세로 뻗어나가던 불길은 수십마리의 마도병기의 몸에 막혔다. 결국 불길은 헨켈 백작에게는 닿지 못했다.


"화력이 부족해."


베가와 프로키온, 그리고 스승님의 분전에도 마도병기는 전혀 줄어드는 것 같지 않았다.


[파이어 애로우!]


크아아악!


마도병기들이 몸을 바쳐 만든 길을, 헨켈 백작은 아무런 방해 없이 걸었다.


[너희들은··· 모두··· 죽을것이다···.]


드디어, 또 다시 유적의 입구에 한쪽 발을 걸친 헨켈 백작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악마같은 눈으로 우리를 한번씩 쳐다보았다. 마치 원수의 얼굴을 기억하듯, 그 눈에 우리의 모습을 새겼다.


[너희를 증오한다.]


헨켈 백작이 유적 속으로 사라졌다. 헨켈 백작이 걸었던 길에는 그가 흘린 피가 그 증오의 마나와 함께 남아있었다.


헨켈 백작을 지키던 마도병기들이 다시 적의를 드러냈다.


크와아악!


지킬 것이 없어진 마도병기들이 적의를 드러내고 달려들었다.

지하 유적에서보다 상황이 더욱 좋지 않았다. 지하 유적에서는 거의 계단을 통해서만 접근하던 마도병기들이 사방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달려들고 있었다.


"비켜!"


접근하는 마도병기의 머리를 베어 떨어트린 스승님이 내게 말했다.


"헨켈 백작을 쫓아야 한다."


"제가요?"


스승님이 손가락을 뻗어 내 가슴팍을 한번 찔렀다. 그리고 아직도 검게 넘실대는 내 오른손을 한번 가리켰다.


"네 분노의 감정은 아직도 남아있다. 헨켈 백작과 결착을 지으러 가자꾸나. 내가 지켜봐주마."


조금 부끄러웠다. 나는 오른손을 가리며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스승님이 베가와 프로키온에게 외쳤다.


"마도병기들이 성벽을 넘어, 나가지 못하게 해 주십시오!"


"시도는 해 보겠어."


"노력."


그리고는 아스트리드에게도 말했다.


"두 분을 보조해주십시오."


아스트리드가 결심을 굳힌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나도 신들에게 할 말이 있었다. 신들은 싸우는 와중에도 내게 이목을 집중했다. 나는 입술을 한 번 깨물고 말했다.


"명령하겠습니다. 우리가 나오지 않거든 유적의 입구를 폭파시켜주십시오."


아스트리드는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베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지 마십시오. 이것도 명령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 대장."


"여유."


지금도 힘든 게 뻔히 보이는데 애써 강한 척을 한다.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어주고는 유적을 향해 달렸다. 날 보고 놀라는 베가와 프로키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빠르잖아? 누가 마도병기 아니랄까봐 벌써 움직임에 마나를 담는 경지에 이르렀군."


"재능."


···부끄럽네.


나는 스승님이 던져준 장검을 뽑아들고 시험삼아 검에 마나를 담았다.


콰드드드드득


검은 마나가 검을 부숴버릴 것 처럼 불안정하게 모였다. 역시 스승님처럼 만들 수는 없는 것 같다.


크아아악


하지만 마도병기를 상대하는 데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나는 눈 앞을 막는 마도병기를 베는 데만 집중했다.


팔.


다리.


몸통.


벤다기보다는 검에 볼텍스를 두른 것 처럼 닿은 부분을 부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스승님과 나, 두 명이 돌파구 한 점을 뚫는 데에만 집중했지만 마도병기들이 워낙 많았기에 한참이나 걸렸다.


드디어 고대 유적의 입구가 보였다.


입구에서는 헨켈 백작이 내뿜던 증오가 짙게 올라오고 있었다. 절로 긴장이 되는 모습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들어가겠습니다."


스승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달려가던 기세를 유지하며 유적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유적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고대 유적을 가득 채우던 마나가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투둑


고대로부터 유적을 유지하고, 또 변형시키던 마나가 사라졌다. 석판과 좁은 계단들에는 서서히 금이 가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는 부서진 석판의 파편이 계속해서 떨어졌다. 유적은 무너지고 있었다.


"안쪽에 남아있던 마도병기들까지 사라졌구나."


내 뒤를 따라 들어온 스승님도 변화를 감지했다.


"유적이 겨우 유지될 정도의 마나를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사라졌습니다."


스승님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런 것 까지 느낄 수 있게 되었더냐?"


"예, 마나의 흐름이 눈에 보입니다. 마도병기의 시야는 다 이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나에 대한 공부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빠르구나."


나는 뒷머리를 쓱쓱 긁었다. 스승님은 심각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헨켈 백작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래도 헨켈 백작이 유적의 마나를 전부 흡수한 것 같구나."


"그 마나를 전부? 그게 가능한가요?"


스승님은 눈을 감고 신음했다.


" 무서운 남자로구나. 인간으로 태어나 제 의지로 마도병기가 되고, 결국은 평범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오리지널이 될 정도로 강력한 증오를 품었다."


"···."


신들에 대한 증오, 그리고 나에 대한 증오를 불태우다 증오 그 자체가 되어버린 남자. 헨켈 백작은 증오를 통해 인간이라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그가 품었던 원망이 주변의 마나를 전부 물들일 정도로 강력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불쌍한 남자입니다."


스승님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 스승님은 나의 고민을 꿰뚫어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남자 앞에서 내가 무엇을 숨길 수 있을까? 스승님은 선언하듯 내게 말했다.


"너는 헨켈 백작처럼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실로 그러하다.]


헨켈 백작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어디에서 울리는지 알 수 없었다.


[너는 나처럼 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나처럼 될 수 없을 것이다.]


순간 폐부를 짓누르는 듯 한 중압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크윽···."


"정정해야겠구나. 오리지널이 된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괴물이 되었어."


버티기 힘든, 온 몸의 털이 곤두설 만큼 강한 위압감. 한계까지 응축된 마나의 압력이었다.


[나를 죽일 수 없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마도병기 헨켈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신들의 왕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33화 내용을 바꿨습니다. 19.05.11 66 0 -
40 40. 에필로그 19.05.16 162 2 4쪽
39 39. 신들의 왕 (완결) 19.05.16 152 1 11쪽
38 38. 결전 (3) 19.05.16 103 1 13쪽
37 37. 결전 (2) 19.05.16 97 1 13쪽
36 36. 결전 (1) 19.05.13 109 2 12쪽
35 35. 처형식 (2) 19.05.12 109 2 12쪽
34 34. 처형식 (1) 19.05.11 119 2 13쪽
33 33. 미경이 +1 19.05.08 142 3 12쪽
32 32. 그림 (2) 19.05.07 126 2 12쪽
31 31. 그림 (1) 19.05.05 129 2 12쪽
30 30. 또 한 명의 인간 (2) 19.05.04 141 3 11쪽
29 29. 또 한 명의 인간 (1) 19.05.03 187 3 12쪽
28 28. 테네브리아 (2) 19.05.02 143 3 11쪽
27 27. 테네브리아 (1) 19.04.29 169 3 11쪽
26 26. 별 19.04.23 186 3 13쪽
25 25. 각성 (3) 19.04.22 180 2 13쪽
» 24. 각성 (2) 19.04.21 192 3 12쪽
23 23. 각성 (1) +2 19.04.20 207 3 13쪽
22 22. 헨켈 백작 (3) 19.04.19 177 2 12쪽
21 21. 헨켈 백작 (2) 19.04.18 162 2 13쪽
20 20. 헨켈 백작 (1) 19.04.17 162 4 13쪽
19 19. 납치 (3) 19.04.16 166 4 13쪽
18 18. 납치 (2) 19.04.15 187 4 12쪽
17 17. 납치 (1) 19.04.14 214 4 13쪽
16 16. 별밤 19.04.13 248 5 13쪽
15 15. 베가와 프로키온 (2) 19.04.12 239 4 14쪽
14 14. 베가와 프로키온 (1) 19.04.11 271 6 14쪽
13 13. 불치병 19.04.10 285 6 14쪽
12 12. 스승님과 오러블레이드 19.04.09 305 4 14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루파루파'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