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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나는 신들의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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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루파루파
작품등록일 :
2019.04.01 19:01
최근연재일 :
2019.05.16 19:1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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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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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5. 처형식 (2)

DUMMY

가니메데는 여섯 자루의 검 중 하나를 쥐어든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루딘의 명령으로 수도에 봉쇄령을 내렸지만 그 명령을 시행하는 경비대 안에서는 당연하게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루딘은 그녀를 경비대 본부가 있는 수도 남쪽으로 보냈다. 그리고 경비대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경비대 앞에서 무작위의 시민 100명을 처형할 것을 명령했다.


100명씩, 하루에 한 번씩. 매일 매일.


그는 그녀가 기다리던 구 인류였다. 14만 년 전과 똑같다. 명령을 듣고 따른다. 그것뿐이다.

그녀는 인형이다. 명령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그녀가 아니었다. 그걸로 된 것이다.


하지만 가니메데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고개를 내린 가니메데가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뒤에는 무작위로 데려온 100명의 시민들과 네 명의 신, 그리고 스무 명의 경비대원들이 서 있었다.

경비대원들은 가니메데를 사이에 두고 정렬하고 있는 동료들과 불안한 표정을 나누고 있었다.


"여··· 여신님."


"뭐야?"


"정말로 이들을 처형합니까? 도대체 왜입니까?"


"···."


그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도 루딘의 명령을 따르는 중일 뿐이니까.


경비대원들의 표정은 불안함과 당혹감으로 물들어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이웃들을 포박해서 끌고왔다.

그리고 자신들의 일터 앞에서, 그들의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시민들을 처형하라는 명령을 들었다.

시민들을 잡고 선 경비대원들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경비대원들도 가니메데의 표정만을 살필 뿐이었다.


"쳇."


그녀가 투구를 거칠게 벗어던졌다. 긴 흑발이 바람에 찰랑거렸다.


"시간이 되었다."


가니메데는 단호하게 말했지만 경비대원은 멍청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신들은 바로 움직였다. 그들은 검을 뽑아들고 공포로 술렁이는 시민들 앞에 섰다.


"히익!"


"살려주세요···."


짜증이 난 가니메데가 신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뒤로 물러서."


신들이 검을 집어넣고 한 발짝 물러서는 것을 확인한 가니메데가 경비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이건 너희가 해야 하는 일이다!"


'가니메데, 만일 경비대가 시민들을 처형하라는 명령을 듣지 않는다면, 모두 죽여라. 돌지 않는 톱니바퀴는 필요없으니까.'


경비대원들의 손으로 직접 그들을 처리해야 경비대원들이라도 살 수 있었다.

루딘은 주저하는 이들은 전부 죽이라 했었지만 그녀는 그 명령에 조금의 자의적인 해석을 보태서 이해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눈치를 보던 경비대원들이 시민들에게로 엉거주춤 다가서기 시작했다.


"예···."


조금은 누그러진, 힘이 빠져버린 목소리로 가니메데가 말했다.


"모두 죽여라."


시민들이 울며 빌기 시작했다.


"가니메데 님! 제발···!"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야."


"안돼! 여신이여!"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지만 그녀는 누구라도 자신을 막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 때였다.


"씨발? 이건 또 무슨 개 지랄이야?"


사람 눈은 절대 신경쓰지 않는 저속한 언행, 마나를 실은 듯 시끄럽고 걸걸한 목소리.

그녀는 고개를 홱 돌렸다.


"너···."


그 와중에도 커다란 샌드위치를 베어물고 있는 그녀는 역시 베가였다.

그 동안 원수처럼 싫어하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자신들을 막아줄 수 있는 건 지금으로서는 그녀 뿐이었으니까.


"···."


눈 앞에 보이는 것을 대충 이해한 베가가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쳤다.


"야, 이 개새끼들아. 니네가 그러고도 신이야?"


신들은 얼굴을 찡그렸지만 달리 변명할 수가 없었다. 베가는 그들의 표정을 보고는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쯧··· 그래, 다 루딘의 명령이겠지."


그녀는 샌드위치를 아깝게 한 번 쳐다보고는 등 뒤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도끼를 꺼내들었다.


"그래도 화나니까 욕은 해야겠다. 덤벼, 이 씹새끼들아."


신들은 말없이 베가에게 달려들었다.



---



뽑던 검을 중간에 멈춘 금발의 신 레굴루스, 시민들을 몸으로 지키고 선 기사단장 란포드, 그리고 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이 모두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당신···."


정적이 흘렀다. 시민들은 말 없이 내게 길을 터주었다. 나는 레굴루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광장의 중앙으로 다가섰다.


"루딘이 명령했습니까? 죄 없는 이들을 죽이라고?"


레굴루스는 시선을 떨어트린 채 변명하듯 말했다.


"···명령은 수행한다. 그것이 저희의 존재 이유입니다. 아무리 당신이라도 우선권자의 명령을 덮어씌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이게 옳지 않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


레굴루스는 말이 없었다.


경비병들 사이에서 떨고 있는 100명의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폈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어린 아이를 감싸안은 아버지, 임신한 여인···. 누군가의 가족일 사람들.


모두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레굴루스가 자기 자신을 다독이듯 중얼거렸다.


"명령은··· 수행해야 합니다."


줄에 묶인 채 늘어서 울고 있는 시민들. 내 눈에는 불합리한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는 레굴루스와 그들이 같은 모습으로 비쳤다.


"레굴루스, 당신은 신으로서 오랫동안 이들을 돌봐왔을 겁니다."


"···."


방법은 있었다. 신들에게 명령을 내린 자가 루딘이기에 가능한 방법이.


나는 찢어진 폐에 애써 힘을 주고 신들을 향해 외쳤다.


"돌아가 루딘에게 전하라! 오늘 안으로 내가 찾아가겠다고. 날 맞을 준비를 하라고."


레굴루스와 신들은 입을 벌린 채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을 죽인다면 너희는 날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레굴루스가 다급히 신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선택해라. 루딘이 무엇을 우선할지 너희라면 알 것이다."


레굴루스가 검을 다시 밀어넣었다. 그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처형은 이곳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도경비대의 본부 앞, 아카데미의 마탑, 테네브리아 대교···.

다른 곳에서의 처형이 당신의 조건에 영향을 미칩니까?"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레굴루스로서는 루딘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서 최대한 많은 시민의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입니다, 레굴루스. 가능하다면 그렇게 전해주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레굴루스가 경비병들에게 명령해 시민들을 묶은 줄을 풀었다. 시민들은 밧줄에 벌겋게 쓸린 자리를 매만지다 자리를 떠났다.

함께 묶여있던 아이를 안고 한참을 괜찮다 말해주던 남자가 내게 다가왔다.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아이는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남자의 손을 꼭 부여잡은 아이는 내게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서 내일까지는 왕성에 접근하지 마십시오. 위험해질 겁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를 안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다가온 아스트리드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명진, 시민들의 희생을 막은 것은 좋지만··· 루딘이 우리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율린이 위험해질 거에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가족을 구하겠다고 다른 이들의 가족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

특히 율린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날 죽일걸."


"심성이 착한 아이니까요."


시민들의 앞에서 모든 일들을 지켜보던 기사단장 란포드가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왔다. 그는 후드를 뒤집어쓴 아스트리드를 보더니 물었다.


"···혹시, 의술과 치유의 여신, 아스트리드 님이 아니십니까?"


"맞습니다."


란포드가 즉시 무릎을 꿇었다.


"왕립기사단장 란포드, 여신을 뵙습니다."


아스트리드가 란포드에게 말했다.


"보는 눈이 많습니다. 일어나도록 하세요."


철컹철컹 소리를 내며 일어난 란포드는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 분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아스트리드는 란포드에게 따라오라 손짓했다. 란포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스트리드를 따라 마차에 올랐다.

갑옷이 어찌나 무거운지 마차가 살짝 기울 정도였다.

마차에 올라선 란포드는 병색이 짙은 테네브리아를 보고는 한바탕 소란을 벌였다.


"폐··· 폐하!"


"저는 괜찮습니다, 단장."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는 란포드 단장을 겨우 진정시킨 테네브리아는 그에게 모든 사실을 설명했다.


"그···그런···.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왕립기사단의 장으로서 이런 불찰을···."


"당신은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폐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단장. 명진과 함께 싸워주시겠습니까?"


란포드가 마차 안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마차의 천장에 머리를 부딪혔지만 개의치 않았다.


"물론입니다. 신들의 왕이시여. 단장 란포드 휘하 100인의 왕립기사단. 신왕 폐하의 명을 받들어 당신을 위해 싸울 것을 결의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우선 기사단과 함께 시민들을 대피시켜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란포드 단장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마차에서 내렸다.

이걸로 요청할 수 있는 전력의 1/3을 얻었다. 남은 것은 프로키온이 데리러 간 마법사들과 베가가 데리러 간 수도경비대. 그들이라면 잘 해낼 것이다.


"일이 잘 풀려 다행입니다."


잠깐의 대화였지만 테네브리아는 지친 듯 했다.


"수고했어. 관저로 돌아가서 쉬도록 해."


테네브리아는 눈을 감고 말했다.


"고마워요, 명진."


관저로 돌아가는 동안 아스트리드가 회복마법을 걸었음에도 테네브리아는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


14만 년의 세월이 새긴 상흔이었다. 시간은 이들에게 진짜 인간보다도 더 인간같은 인간성을 부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커다란 요소는 바뀌지 않았다.

과거의 약속은 그들의 목표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굴레이기도 했다.

나는 언젠가 아스트리드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녀는 자유로운 인간이 부럽다 말했다.



---



"아티팩트는 사용하지 않는 거냐?"


"네 년을 상대하면서 전력을 낼 필요는 없다."


가니메데를 포함한 다섯 명의 신을 상대하고 있음에도 베가는 전혀 밀리는 기색이 없었다.


"크하하핫! 재밌군. 좀 더 공격적으로 들어와도 된다구!"


가니메데는 항상 베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쳇!"


한 자루의 검을 더 뽑아든 가니메데가 몸을 바닥에 닿을 듯이 낮추고 베가를 향해 뱀처럼 접근했다.


"다시 봐도 기분나쁜 움직임이군."


베가가 장작을 내리치려는 것 처럼 도끼를 들어올렸다.

가니메데는 한 손의 검으로는 베가의 목을, 다른 한 손의 검으로는 베가의 겨드랑이를 노렸다.


"닥치게 만들어주···."


두 신의 공격이 서로에게 닿으려는 순간, 가니메데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녀는 접근했던 것과 비슷한 속도로 뒤로 물러났다.

다른 신들도 마찬가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베가는 도끼를 바닥에 짚고는 말했다.


"가니메데··· 너, 괜찮은 거냐?"


"···싸울 필요가 없어졌군."


"뭐? 왜?"


"돌아오라는 명령이다."


가니메데는 양 손의 검을 다시 꽂아넣었다. 그녀는 묶여있는 시민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베가를 향해 퉁명스럽게 한 마디를 던졌다.


"너도 돌아가서 전투를 준비해야 할 거야."


말을 마친 그녀는 신들과 함께 사라졌다.


"저, 저 미친년."


베가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경비대 본부로 들어갔다.


"경비대 전원, 다 튀어나와! 때려눕혀야 할 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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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결전 (3) 19.05.16 104 1 13쪽
37 37. 결전 (2) 19.05.16 98 1 13쪽
36 36. 결전 (1) 19.05.13 110 2 12쪽
» 35. 처형식 (2) 19.05.12 111 2 12쪽
34 34. 처형식 (1) 19.05.11 121 2 13쪽
33 33. 미경이 +1 19.05.08 144 3 12쪽
32 32. 그림 (2) 19.05.07 128 2 12쪽
31 31. 그림 (1) 19.05.05 132 2 12쪽
30 30. 또 한 명의 인간 (2) 19.05.04 142 3 11쪽
29 29. 또 한 명의 인간 (1) 19.05.03 188 3 12쪽
28 28. 테네브리아 (2) 19.05.02 144 3 11쪽
27 27. 테네브리아 (1) 19.04.29 170 3 11쪽
26 26. 별 19.04.23 187 3 13쪽
25 25. 각성 (3) 19.04.22 181 2 13쪽
24 24. 각성 (2) 19.04.21 193 3 12쪽
23 23. 각성 (1) +2 19.04.20 208 3 13쪽
22 22. 헨켈 백작 (3) 19.04.19 178 2 12쪽
21 21. 헨켈 백작 (2) 19.04.18 163 2 13쪽
20 20. 헨켈 백작 (1) 19.04.17 163 4 13쪽
19 19. 납치 (3) 19.04.16 167 4 13쪽
18 18. 납치 (2) 19.04.15 188 4 12쪽
17 17. 납치 (1) 19.04.14 215 4 13쪽
16 16. 별밤 19.04.13 252 5 13쪽
15 15. 베가와 프로키온 (2) 19.04.12 242 4 14쪽
14 14. 베가와 프로키온 (1) 19.04.11 274 6 14쪽
13 13. 불치병 19.04.10 288 6 14쪽
12 12. 스승님과 오러블레이드 19.04.09 308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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