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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나는 신들의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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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루파루파
작품등록일 :
2019.04.01 19:01
최근연재일 :
2019.05.16 19:1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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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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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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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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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4쪽

2. 핑크빛 그대

DUMMY

산에 둘러쌓인 분지에 형성된 라토 마을은 생각보다 컸다. 집들은 대부분 나무로 골조를 만들고 흙으로 벽을 발랐다. 스위스 산골같은 분위기의 한적함과 여유로움으로 넘치는 사람들은 즐거워보였다.


"그런데 아저씨, 이 마을은 사람들 머리색이 다 이런가요?"


보티 아저씨의 녹색 머리는 평범해 보일 정도의 총천연의 머리색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머리색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자연스럽게 걸어다녔다. 뛰어노는 어린 아이들의 머리색도 보라색에 노란색... 심지어는 핑크색도 있었다.


"그럼 머리칼이 무슨 색이어야 하나?"


보티 아저씨는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혹시나 해서 나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보티 아저씨의 모근 근처의 머리색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초록색이었다.


"뿌리염색...? 아니지, 혹시 염색이 아닌가?"


보티 아저씨는 대답은 않고 혼자 중얼거리는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혀를 찼다.


보티 아저씨와 나는 어느새 촌장님 댁에 도착했다. 촌장님 댁이래서 혹시 민속촌 관리소같은 것이 아닐까 했지만 그냥 조금 크고 조금 오래된 집이었다.


보티 아저씨를 반갑게 맞이하는 촌장님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 가슴께까지 기른 수염에 백발까지 더해지니 정말 멋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마법사 같았다.


"보티! 두 달 만이군, 반갑네."


보티 아저씨는 허리를 꾸벅 숙여 촌장님께 인사했다. 나도 덩달아 허리를 숙였다.


"오랜만입니다 촌장님. 부탁하신 치약이니 소금이니 하는 것들은 제가 잘 챙겨왔습니다."


"오, 그런가? 고맙네 고마워. 어서 들어오게. 자네는 조수인가? 처음 보는 얼굴이군. 자네도 들어오게. 식사때가 다 되었는데 식사라도 하고 가지."


촌장님과 보티 아저씨, 그리고 나는 흙으로 만든 벽난로 근처의 나무탁자에 둘러앉아 촌장님의 부인인 할머니가 만들어준 고기 스튜를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합성육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나는 어색함도 잊은 채 몇년만인지 모를 식사를 허겁지겁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보티 아저씨는 촌장님과 술자리를 벌였다. 보티 아저씨는 한창 촌장님과 할머니에게 내 이야기를 늘어놓는 중이었다.


"헨켈 영지에서 야반도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 쪽에서 온 아이일 가능성은 없나?"


"아니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짐작하건대, 조금 모자란 친구인 것 같습니다. 성을 가진 걸 보면 신들께 총애를 받은 듯 한데... 버려진 건지, 머리를 다친 건지..."


"허어... 불쌍한 아이로고... 신들께서도 무심하시지..."


"어머나..."


원래 이런 이야기를 당사자 앞에서 하나 싶었지만 나는 모자라지 않다고 항변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


술잔이 오가고 이야기가 무르익던 중 촌장님이 큰 결심을 한 듯 무릎을 탁 치며 근엄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우리집에서 맡도록 하겠네."


할머니도 촌장님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흑... 큰아이를 전쟁으로 떠나보낸 후 슬하에 사내애가 없었는데 축복으로 생각하겠어요."


보티 아저씨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 친구 대신에 제가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두 분의 은혜에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혹시 핸드폰 갖고 계시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안쓰러운 눈길로 어루만져지고 싶지 않았기에 가만히 있었다.


"그래, 어디 통성명이라도 해보자꾸나."


촌장님이 자애로운 눈빛으로 나를 보고는 물었다.


"네 이름이 무어냐?"


"김명... 아니지, 명진...김...입니다."


김명진이라고 하려다가 보티 아저씨가 고개를 젓는 걸 눈치챈 나는 명진김이라고 바꿨다.


"나이는 어떻게 되느냐?"


'내가 몇 살이냐고?'


"그... 21살입니다."


촌장님이 나이를 물어보자 나는 계속 나를 옥죄어오던 불안감의 정체를 드디어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몇 살이지?'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억지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사실. 내가 알던 세상과는 너무도 달라져버린 세상. 그 이유.


나는 21살이지만 냉동수면으로 인해 21살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생각할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자버린 것이다.


몇 년, 혹은 몇십 년이 아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세상의 시계는 한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와버렸다. 내가 알던 문명은 모종의 이유로 사라져버렸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디지털화된 세상을 버리고 다시 농경사회로 돌아간 것이다.


이 세상에는 이제 핸드폰도 없고 자동차도, 주문하면 10분만에 도착하는 후라이드 치킨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가상현실게임도 없다. 우리집 메이드로봇 미경이도 없고 정상적인 멜라닌 색소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을 머리색도 없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나도 모르게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나는 지금 몇살인 걸까?'


"...그래서 너를 우리가 맡기로 했다."


충격을 받은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동안 촌장님은 내게 함께 살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촌장님은 내가 흘리는 눈물의 이유를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왜 우느냐? 그래...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구나... 뚝 그치거라... 어허... 녀석... 이제 우리가 네 가족이니라."


촌장님과 할머니, 보티 아저씨는 나를 부둥켜안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혼자서만 다른 의미의 눈물을 흘리는 나는 바닥이 꺼져서 추락하는 느낌이었다.



--------



"흐럅!"


나는 도끼로 장작을 쪼갰다. 라토 마을 촌장님 댁에서 살게 된 지도 2년 가까이 지났다. 냉동수면의 여파라지만 허옇고 얇던 팔뚝이 갈색으로 타고 두꺼워질 정도의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장작을 맞추지도 못하고 내 발등을 찍을 뻔했던 도끼질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그동안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이 세계의 사람들이 머리색만 총천연색인게 아니라 머릿속도 총천연색이라는 것이다.


라토 마을 사람들 중에도 엘프라던가 드워프, 몬스터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나를 제외한 전부였고 실제로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더 심각한 것은 마법사의 존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었는데 물론 나를 제외한 전부였다.


"흐럅!"


그 외에도 우리 중에 살아계시는 신의 존재라거나, 기타 등등 현대과학을 배운 내 입장에서는 '너 미쳤니?'라며 일축 가능한 헛소리들을 실제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안했다. 라토 마을에서 나는 모지리로 통했으니까. 내가 뭐라 말해도 헛소리 취급당할 뿐이었다.


"흐럅! 후우... 몇 개 안남았네."


바람이 시원했다. 공기가 좋아서 그런가? 이 곳에 오고 나서 종종 바람이 생소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땀을 닦으며 다음 장작을 올리는데 촌장님 댁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뛰어나왔다.


"멍진아!"


멍진이는 나의 별명이다. 멍청한 명진이를 줄여서 멍진이였다. 그리고 라토 마을에서 나를 모지리가 아니라 멍진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단 한명뿐이다.


"멍진아, 할아버지가 장작 다 패면 들어와서 밥먹으래."


할머니 젊었을 적을 꼭 닮았다는 붉은머리 소녀, 율린이었다. 율린은 할머니의 외손녀였는데 나이는 나보다 좀 어린 19살이었다. 율린이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장작을 패는 나를 지켜보았다.


"위험해 율린, 좀 떨어져 있어."


"싫은데!"


율린이 일부러 과장되게 말하며 나를 놀렸다. 하루 웬종일 나를 놀리는 게 그녀의 삶의 낙인지라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멍진아, 그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흐럅!"


"내일 신 님이 마법사랑 기사들을 데리구 우리 마을 앞의 큰길을 지나가신대!"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로 우리 가운데 걸어다니는 신을 믿는건가? 하지만 나는 또 모지리 취급을 받고싶지 않았기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렇구나."


"대단하지? 신 님이라구. 원래는 각국 수도나 중요한 데만 계시는 분들이야."


'신이 직접 돌아다닌다니. 종교단체의 선전 효과가 대단하겠는걸.'


"그렇구나."


"설마 테네브리아의 국왕이신 테네브리아님이 직접 오실 리는 없고··· 누가 오실까? 기대된다."


'왕이 신이라고? 왕권신수설이 어쩌고를 배운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나네. 아니, 이건 제정일치인가?'


"그렇구나."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신 가니메데님이 오셨으면 좋겠어. 아주 아름다우신 분이라던데."


'전투의 신? 칼질하는데 아름다운게 의미가 있나? 옛날에는 전쟁을 신성시했다더니, 무섭네.'


"그렇구나."


"보러 갈 거지?"


'아니.'


"그렇구... 응?"


"그럴 줄 알았어. 멍진이 너랑 같이 안가면 할아버지가 허락 안해주시거든. 꺄악! 신 님 보러 간다."


'의식적으로 반응하지 않아서 생긴 실수이고 전혀 갈 생각이 없다.'고 변명하려 했지만 율린은 이미 내가 같이 갈 테니 남자들이 찝적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촌장님을 설득하기 위해 촌장님 댁으로 뛰어들어간 이후였다.


"가고 싶지 않은데..."


마지막 장작을 반으로 쪼개고 받아놓은 물로 세수까지 마친 내가 집으로 들어가자 촌장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앉아있었.


"명진아. 정말 괜찮겠느냐?"


촌장님은 율린이 혹여나 버릇없는 남정네들에게 안좋은 일을 당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촌장님을 안심시키려면 어쩔 수 없었다.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갈 수밖에.


"네, 할아버지. 제가 따라갈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율린 뿐만이 아니라 너도 걱정이란다. 혹여나 사내놈들 사이에 자존심 싸움이라도 벌어지게 되면 어떻게 하려느냐?"


확실히 나는 마을 남자중에서 제일 작았다. 조금 큰 여자들과 비슷한 정도였다. 174cm의 키는 대한민국에서는 평균정도였지만 이 모델들의 마을에서는 꼬맹이였다. 게다가 2년동안 잡일을 하면서 근육을 키우기는 했지만 평생 농사일로 다져진 실전근육을 자랑하는 마을 남자들에게는 확실히 부족하다. 하지만 뭐... 별 일이야 있겠는가?


"괜찮을 거에요. 율린도 가벼운 아이는 아니구요. 오히려 웬만한 남자애들은 율린한테 욕만 한 바가지 먹고 조용해질걸요."


촌장님은 그래도 염려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된다면야 다행이지만... 알았다. 배고플텐데 어서 밥이나 먹자꾸나. 앉거라."


촌장님과 할머니, 율린과 나. 먼 도시에 나가서 상단 호위로 일하고 있다는 율린의 부모님을 빼면 온 가족이 모여서 하는 식사였다.


"오늘 빵이 잘 구워졌네요."


2243년 우리집에는 나와 미경이만 살았다. 부모님은 항상 바빴고 집에 잘 들어오지 않으셨다. 대학교에 들어가고부터는 더 그랬다. 심지어는 내가 냉동수면에 들어가던 날에도 부모님은 얼굴도 비추지 않았다.


미경이는 바이오로이드라 밥을 잘 먹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넓은 식탁에는 내 밥그릇만 초라하게 올라가는것이 일상이었다. 그게 외로웠던 나는 언제나 TV를 보면서 먹거나 컴퓨터를 보면서 먹었었다. 원래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점심식사가 불편했다. 시끌벅적하고 준비하는데도, 치우는데도 오래 걸리는 데다가 불편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하루 일과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되었다. 진짜 가족을 느끼는 시간. 편안한 시간.


"윽, 눈물 날 것 같아."


율린이 보면 3일 놀림감이다. 나는 손을 씻고 온다는 명목으로 밖으로 나와 얼굴을 한번 닦았다.


"야, 모지리. 얼굴은 닦을 줄 아냐?"


자기가 하는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의 농담에 질리지도 않는지 매번 자지러지게 웃는 이 녀석은 율린에게 매번 찝쩍대는 동네 양아치, 캐슬린이었다. 사람이 감상에 젖는 시간을 방해하다니, 하여간 분위기 파악 더럽게 못하는 놈이다.


"캐슬린, 무슨 일이야?"


캐슬린이 담장 밖에서 촌장님 집을 기웃거렸다.


"당연히 율린 보러 왔지."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율린은 너 싫어하는데?"


그 말은 캐슬린의 심기를 정확히 건드렸다. 율린은 정말로 캐슬린을 싫어하니까. 싫어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율린은 캐슬린을 혐오한다. 마을에 드문 동갑내기인데도 볼 때마다 역겹다며 집으로 돌아갈 정도였다.


"너... 말 조심해."


캐슬린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위협을 한다는 말이지?


"거짓말도 아닌데 뭘 조심하라는 건데? 그리고 존댓말 해라. 어린 놈이 싸가지없게 진짜."


나도 캐슬린이 싫다. 마을에서 제일 큰 덩치를 믿고 활개를 치고 다니며 하는 짓이라는 게 어린아이들한테서 장난감을 뺏고 밭에서 작물을 서리하는 게 다인 녀석이다. 라토 마을 제일의 쫌팽이 녀석.


뭐니뭐니해도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봐도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저 핑크색 머리였다. 세상에, 천연 핑크머리 남자라니... 나는 캐슬린을 볼때마다 현실과 내 머릿속 상식간의 괴리감에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율린은 내일 신의 행차를 보러 나오겠지? 넌 나오지 마라."


캐슬린은 이를 빠득빠득 갈다가 내게 삿대질을 동반한 경고를 남긴 채 뒤돌아 씩씩대며 걸어갔다.


물론 캐슬린은 나를 두들겨 패줄 기회만 노리고 있지만 마을에서 제일가는 존경을 받는 촌장님께 미움받으면 마을에서 가장 미움받는 자신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율린을 좋아한다면서 직접 문을 두드리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나는 캐슬린의 등짝에다가 혓바닥을 내밀고 위아래로 세차게 흔들어주고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지 말라고? 무조건 간다. 제일 앞에서 제일 알뜰하게 구경할거야."


조금은 유치한 오기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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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고대 유적 19.04.07 356 3 13쪽
9 9. 정식 제자가 되다 19.04.06 369 5 13쪽
8 8. 광신 19.04.05 396 7 14쪽
7 7. 마피아 19.04.04 475 8 13쪽
6 6. 뜻밖의 정보 19.04.03 587 9 13쪽
5 5. 핑크색은 조금 그랬어, 사실. +5 19.04.02 739 9 13쪽
4 4. 모두들, 내가 미안해 19.04.01 772 10 13쪽
3 3. 나는 모지리다 19.04.01 795 10 13쪽
» 2. 핑크빛 그대 19.04.01 876 8 14쪽
1 1. 이디오크러시 19.04.01 1,145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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