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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나는 신들의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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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루파루파
작품등록일 :
2019.04.01 19:01
최근연재일 :
2019.05.16 19: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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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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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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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1. 비밀의 방

DUMMY

"음···."


정신을 차리니 나는 바닥에 누워있었다. 천장은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떨어진거지?


"아이고···."


머리는 조금 아팠지만 이상하게도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몸이 매우 무겁다. 마치 무언가에 깔려있는 것 처럼.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내 몸을 확인했다.


"음?"


율린이었다.


"아오··· 비켜!"


"꺅!"


율린도 기절했었던건지 내가 밀자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이상한 건 율린과 내가 원래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기절하면서 폴리모프가 풀렸나?


"그런데 너는 여기 왜 있어?"


율린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내가 밀어서 화가 난 것 같다.


"걱정되니까 같이 뛰어내렸지!"


찌잉···


솔직히 감동받았다. 하지만 남매끼리 고맙다고 할 수는 없지. 부끄러우니까.


"그···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바보야!"


"고마우면 고맙다고 해. 쩨쩨하게 진짜."


쩨쩨?


"···."


"뭐라고?"


"···맙다."


내가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없는 용기를 쥐어짜냈지만 율린은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 됐어."


너무하는군.


"그런데 여긴 어디지?"


"잘 모르겠는데, 어두워서 잘 안보여. 넓고···."


잘 살펴보니 도서관과 컴퓨터 서버실을 섞어놓은 것 처럼 생긴 곳이었다. 하지만 반쯤 무너지고 먼지가 쌓여 작동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여긴 어디지?"


[여기는 아카이브입니다.]


"꺄악!"


대경실색한 율린이 내 등 뒤로 숨었다. 나는 주위를 경계하면서 검을 찾아 허리를 더듬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아, 놀러나온다고 두고 나왔네."


큰일났네.


"멍청아!"


율린이 내 등을 퍽퍽 때렸다.


[정확히 말하면 아카이브였던 곳이죠. 지금은 거의 무너져서 제 기능을 못합니다.]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로봇이었다. 형태는 인간의 형태였지만 눈, 코, 입이 없고 금속 외피를 덮은 모습. 내게는 오히려 익숙한 로봇의 모습이었다. 율린에게는 아니었던 모양이지만.


"히이익! 네크로이드!"


율린이 대경실색하며 벌벌 떨었다.


네크로이드가 뭐지?


[무례하군요. 제가 다른 안드로이드보다 조금 더 오래되어 인간형의 외피를 덮지는 않았습니다만, 제 정신을 유지하지 못하는 나약한 이들과는 다릅니다. 하긴···.]


잠시 뜸을 들이던 안드로이드의 형태가 무너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홀로그램이군.


[···제 몸을 유지하지는 못했습니다만.]


등을 부여잡은 손이 벌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율린은 정말로 겁을 먹은 것 같다.


"네크로이드가··· 아닌 거야?"


[아닙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설령 제가 그 불쌍한 친구들 중 하나라고 해도 몸뚱이가 없으니 아가씨에게 해를 입힐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에 왜 떨어진 거죠?"


안드로이드의 홀로그램이 검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물론 제가 초대한 겁니다. 거친 방식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겠습니다. 저 혼자서는 이 곳을 나갈 수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초대···?"


홀로그램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그리고 늦었습니다만, 테라에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구 인류의 생존자여. 저는 아카이브의 관리자··· 였던 안드로이드 라이브러리언입니다.]


"아카이브?"


홀로그램은 지직거리다가 말을 시작했다.


[아카이브는 구 인류의 귀환을 대비해서 지식을 축적하던 곳입니다. 15만년에 달하는 테라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죠···. 몇 년 전 까지는 말입니다.]


아쉽게도 파괴된 모양이다. 그나저나 테라의 역사가 다 담겨있다고? 내가 여기에서 깨어났었으면 모지리라고 불릴 일도 없었을텐데.


"왜 무너졌는지 물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대단한 사실은 아닙니다만··· 아카이브는 전 테라에 산재되어있는 고대 유적 중에 몇 군데를 통해 입장 가능한 일종의 아공간입니다.]


지하로 떨어진 게 아니라 아공간의 입구를 통해서 들어온 거였군. 그나저나 아공간에는 생명체가 들어갈 수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공간에 생명체가 들어올 수 있나요?"


[이 곳은 특별합니다. 머나먼 옛날에 회색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건설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회색 마법사는 또 누구지? 아무튼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왜 무너진 겁니까?"


[아, 그렇죠. 대화가 옆길로 샐 뻔 했군요. 제 기억 또한 아카이브의 저장장치들과 연동되어있기 때문에 기억에 누락이 생길 수 있는 점에 대해 양해 부탁드립니다.]


라이브러리언의 홀로그램이 무너진 아카이브 위를 날아가 그나마 깨끗한 바닥 위로 섰다.


[손님을 세워두기는 뭣하군요. 우선 앉으시죠. 명진 님은 몇 년에 냉동수면에 들어가셨죠?]


"2243년이요."


[2243년··· 김 명진··· 평범한 중산층 가정··· 남성··· 대학생··· 22세···.]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카이브의 힘이죠. 명진 님의 주민등록부터 의료기록, 어떤 학교를 나왔고 어떤 성적을 받았는지까지, 명진 님에 대한 것들은 데이터로서 기록되어 있습니다.

2243년에 전산화된 데이터가 몇 년 분량이겠습니까? 300년도 안됩니다. 아카이브에는 14만년 분량의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었죠. 파괴되지 않은 데이터 중에 그 코딱지만한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 정보로 뭘 하는데요?"


라이브러리언은 자랑스럽다는 듯 양 팔을 펼쳤다.


[명진 님 께서 사용하셨을 의자를 추리하는 겁니다!]


그 방대한 데이터로 내 의자나 찾는다고?


"···."


[그리하여 나온 결론은··· 이겁니다.]


라이브러리언이 가리킨 한 쪽 구석에 홀로그램처럼 의자가 하나 생성되고 있었다.


"홀로그램 위에 어떻게 앉아요?"


[아카이브는 물리적 공간이면서 제 아티팩트이기도 하죠. 저는 아카이브에서 제게 저장된 데이터의 파편들을 물리적 형상으로서 재현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저 의자는 앉을 수 있습니다. 어서 앉아보시죠.]


정말로 내가 앉아서 영화를 보며 후라이드치킨을 씹던 그 의자가 맞다.


"놀라···억!"


의자가 내려앉았다. 뭐야 이거?


[어라? 음··· 아! 혹시 의자라는 것이 유압 실린더를 사용합니까?]


"내가··· 어떻게 알아···."


[그렇다면 말이 되는군요. 사실 제가 생성해내면서도 이상했거든요. 왜 높낮이를 유지하는 장치가 없지? 하고 말입니다. 하하, 그 부분에 관련된 기억은 파괴되었군요.]


라이브러리언이 의자를 새로 생성했지만 나는 앉지 않았다. 대신 율린을 앉혔다. 멀쩡하군.


"하던 말부터 하시죠."


라이브러리언이 허공에 앉아 말을 꺼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카이브는 제 동포, 안드로이드들에 의해 파괴되었습니다.]


"어째서?"


[그 부분에 대한 기억은 파괴되어 없습니다. 안드로이드들에 의해 파괴되었다는 것 또한 파괴의 흔적을 면밀히 연구한 제 추론입니다.]


"확실하지는 않은 건가요?"


[아뇨, 확실합니다.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카이브의 관리자로서, 강력한 논리회로를 가진 제 추론 능력은 굉장하거든요.]


그런데 의자가 내려앉는 건 못 막았냐. 율린을 슬쩍 보자 어느새 안락한 의자 위에서 잠들어있었다. 새벽에 나왔으니 피곤할 만도 하지.


[알 수 없는 것은 아카이브의 존재는 일반적인 안드로이드와 바이오로이드에게는 엑세스 불가능한 정보라는 겁니다.

아카이브의 관리를 위해 제가 직접 선별한 극소수의 안드로이드들만이 알고 있을 겁니다. 아니··· 그랬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기억마저도 파괴되어, 그 목록에 누가 들어있었는지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면 나를 부른 이유가···."


[외람된 말씀이오나... 명진 님께서 그 안드로이드를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아카이브는 구 인류만을 위해 만들어진 곳. 저처럼 대단한 추론능력을 지니지 않았더라도 아카이브를 파괴한 이유는 추론 가능하실 겁니다.]


"구 인류의 귀환을 저지하려는 이들이 있다고? 그것도 안드로이드 중에?"


홀로그램이 검지손가락을 펼쳐보였다.


[정답입니다.]


안드로이드도, 바이오로이드도 모두 인류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그 기저에는, 인류를 위해서 행동한다는 원칙이 분명히 존재한다.


아마 전쟁때문에 만들어진 규칙이겠지만 구 인류의 명령에 따른다는 규약도 그 원칙에 의거할 것이다.


아카이브를 습격한 안드로이드가 누구던 간에 그는 기계이다.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여야 정상일 안드로이드가 거부할 수 없는 규칙을 깬 것이다.


내가 알고 있던 상식으로는 불가능했다. 14만년의 세월과 마나가 그들의 몸에 어떠한 작용을 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그들은 분명 명진 님의 안위를 위협할 겁니다.]


"그 정보를 주기 위해서 저를 부른 거군요."


이건 또 심각한 일이다. 나는 수도의 안드로이드들에게 도착하면 나와 율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으니 여정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크리스토프의 행동이 독단적인 행위가 아니라 나를 죽이려는 안드로이드의 계략이었다면?


[명진 님. 부탁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뭐죠?"


[저를 데리고 나가주시지 않겠습니까? 아카이브가 파괴되긴 했지만 파편적인 정보는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조합해서 복원하기 위해서는 제가 밖으로 나가 직접 그 가교가 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도움이 될 겁니다.]


확실히 어떤 작은 정보라도 내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하죠."


[탁월한 선택입니다.]


라이브러리언이 아티팩트를 사용해 네 개의 드론을 생성했다. 드론은 아카이브를 날아 아카이브의 부서진 파편들 사이에서 부품을 모았다. 눈 깜짝할 새에 부품들은 손목시계 모양으로 조립되었다.


[제 새로운 본체입니다. 사용할 만한 부품이 없어 이 정도가 한계군요.]


나는 드론이 내민 시계를 손목에 찼다. 라이브러리언의 홀로그램이 공중에서 사라지고는 시계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부팅이 완료되었습니다. 흠... 팔도 다리도 없는 것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구 인류의 손목에 매달려있는 것은 생각보다 안락하군요.]


나는 좀 불안한데.


"멍진아, 이제 나가도 되냐고 좀 물어봐줄래?"


의자에 앉아서 자고있던 율린이 입가의 침을 닦으며 일어나 말했다.


"이제 나가도 돼?"


[아직, 한 가지 선물이 더 있습니다.]


나는 라이브러리언이 시키는 대로 아카이브 안쪽 구석의 금고를 열었다. 금고 안에는 회백색 액체가 담긴 투명한 용기가 들어있었다.


"이건?"


[나노슈트입니다. 대전쟁시절 구 인류에게 지급되던 전투복 같은 물건으로, 음용하게 되면 내부의 나노머신들이 활성화되어 근력을 강화시키고 회복력을 증가시켜줍니다. 상처를 지혈해주기도 하고, 또 다른 여러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원래는 귀환한 구 인류를 위해 준비한 겁니다만··· 명진 님은 사용할 수 없을 겁니다.]


기대하고 들어온 물건은 아니지만 왠지 억울하다.


"아니, 왜?"


[제가 예상한 이 곳에 오는 구 인류란 3000년대의 인류, 그러니까 유전자 조작을 통해 신체를 강화한 인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유전적으로 하등해서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나노슈트를 못 쓴다?"


[하등하다, 는 것은 조금 틀린 단어군요. 강화되지 않은 인류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제 예상으로는, 명진 님께서 이 나노슈트를 섭취하시게 되면 급성 중금속 중독으로 즉사할 확률이 있습니다.]


먹으면 안되겠군.


"그러면 왜 주는데?"


[강화된 구 인류의 유전자를 일부 공유하는 신 인류라면 사용 가능합니다. 믿을 만한 인물에게 넘겨주시면 됩니다.]


나는 율린을 한번 쓰윽 보았다. 율린은 그 정체 모를 물건을 자신에게 먹인다면 날 죽이겠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줄 만한 사람이 없는데."


[제가 아카이브를 통해 명진 님의 몸에도 적용 가능하도록 연구 및 개량을 해보겠습니다. 그러면 우선은 나가도록 하죠. 출구를 생성하겠습니다. 아까 들어오신 곳 근처로 생성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손목시계가 잠시 부르르 떨리더니 내 앞에 사람 하나가 지나다닐만한 포탈이 생성되었다. 율린과 내가 포탈로 나오니 어두운 방 안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불편하다고 생각하는데 손목시계가 밝게 빛을 뿜었다. 이거 편리하군.


"흑흑··· 명진 님! 엉엉···."


어디선가 아스트리드가 통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목시계를 이용해 문을 찾은 내가 손잡이를 잡으려던 순간 라이브러리언이 말했다.


[명진 님, 누가 저를 습격했는지 모르는 지금, 저에 대한 것은 아무에게도 알리시면 안됩니다. 율린 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와 율린이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자 바닥에 누워서 팔다리를 휘저으며 울고 있는 아스트리드, 그리고 그 모습을 침통하게 지켜보는 스승님이 있었다.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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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고대 유적 19.04.07 413 3 13쪽
9 9. 정식 제자가 되다 19.04.06 431 5 13쪽
8 8. 광신 19.04.05 464 7 14쪽
7 7. 마피아 19.04.04 565 8 13쪽
6 6. 뜻밖의 정보 19.04.03 674 9 13쪽
5 5. 핑크색은 조금 그랬어, 사실. +5 19.04.02 829 9 13쪽
4 4. 모두들, 내가 미안해 19.04.01 872 10 13쪽
3 3. 나는 모지리다 19.04.01 897 11 13쪽
2 2. 핑크빛 그대 19.04.01 1,007 9 14쪽
1 1. 이디오크러시 +1 19.04.01 1,304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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