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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맹주 2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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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패왕
작품등록일 :
2019.04.01 19:07
최근연재일 :
2019.07.31 23:55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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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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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 5장 - 천가장 망나니(1)

DUMMY

천가장으로 향한 우리는 곧장 북쪽으로 올라가 적벽(赤壁)을 거쳐 무창(武昌)에 도착했다.


이 곳은 동정호 근처에 있던 정사맹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느껴지는 곳으로, 양자강과 한수가 교차하여 예로부터 수륙교통의 중심지로 번창했다.


우리는 어제 늦은 밤 무창에 도착했기에 근처에 큰 객잔에서 잠을 청했다.


“으으음···”


원래 나이라면 밤잠이 없을 때지만 당정문의 몸이 젊어서인지 아직까지는 아침 늦게 일어나는 것이 편하다.


창문으로 새어나오는 햇빛의 눈부심과 함께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움이 나를 깨웠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무슨 난리라도 났나...”


모름지기 무림에서 객잔이란 식사를 하고 묵어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다보니 크고 작은 싸움은 피할 수 없는 곳이다.


어련히 그런 일이라고 생각한 나는 한공린을 깨우지 않고 기지개를 키며 방을 나갔다.


계단을 내려가다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원을 그리고 둘러쌓아 무언가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 놈의 새끼야. 다시 말해봐라. 누가 호로자식이라고!?”


-짜악!


거친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뺨을 때리는 소리가 객잔 안을 울렸다.


가까이 가니 구경하던 사람들의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구, 저런···.말리지 않으면 큰일나겠는데?”


“이 사람아. 자네라면 말릴 수 있겠는가? 아무리 천가장 막내도령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을 봐가면서 시비를 걸어야지. 하필이면 성질 더럽기로 유명한 귀살쌍악(鬼殺雙惡)을 건드렸으니···아무래도 망나니로 유명한 천가장 막내 도련님이 오늘은 크게 혼쭐이 나겠어.”


“그러게 말이야. 평소에도 천 대협의 명성만 믿고 설치는 꼴이 보기 좋지는 않았는데 오늘에야 참교육을 받는구먼.”


“호부견자라더니, 어떻게 천 대협의 밑에서 저런 망나니가 나왔는지 알 수가 없네 그려.”


사람들의 틈을 파고들어가보니, 우락부락한 거한 두 명 중 하나가 준수하게 생긴 청년의 멱살을 붙잡고 있는게 보였다.


“저 청년이 천가장주의 아들인 모양이지..?”


천가장주의 아들 중에 망나니가 있다는 소문은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 평소에도 이 근처에서 많은 말썽을 핀 모양이었다.


사실 그런건 무림에서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아버지나 형제의 위명만 믿고 마치 자신이 뭐라도 된 마냥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는 자들이 워낙 많다보니 말이다.


“퉤! 호로자식을 그럼 호로자식이라고 부르지 뭐라고 부른단 말이냐! 감히 이 무창객잔에서 나, 천도명(千導明)의 허락도 없이 대낮에 저런 미녀들을 끼고 술을 처먹다니!! 네놈들은 법도도 모르느냐? 모름지기 내가 먼저 저 미녀들과 술을 마신 다음에야 너희같은 놈들도 차례가 오는 것이거늘!”


천도명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두 명의 기녀가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천도명이란 청년의 말을 들은 모두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청년은 정말로 저런 이유로 귀살쌍악에게 시비를 걸었다는건가? 미쳤군..”


어째서 아까 전 사람들이 저 청년을 망나니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감히 우리 귀살쌍악을 모욕하다니···!”


천도명의 멱살을 붙잡고 있던 자가 그를 높게 들어올리더니 바닥에 내던졌다.


신음을 낼 새도 없이 천도명은 다시 한 번 들어올려져 또 다시 바닥에 내팽겨졌다.


“끄으윽···내 반드시 아버지께 알려 네놈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천도명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아버지? 네놈의 아비란 자는 아들이 밖에서 이러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다더냐? 내가 만약 니 아비라면 쪽팔려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닐 것이다!”


장비같이 덥수룩한 수염을 한 사내가 천도명의 머리통을 한 손으로 붙잡더니 들어올렸다.


“형님. 이 놈을 어떻게 하면 좋겠소?”


“죽을 때까지 우리를 잊지 못하도록 해줘야지.”


사내의 물음에 염소수염을 한 사내가 말했다.


“껄껄, 형님 성격은 여전하구려. 언제나 느끼지만 우리 형제는 참 생각이 비슷한 것 같소.”


귀살쌍악은 염소수염을 한 자가 형인 사헌지(史憲之), 덥석부리 수염을 한 자가 동생인 사곤지(史崑之)인데 사람을 죽이는 일을 밥 먹듯이 하기로 유명하다.


“그럼 죽이지는 말고 팔이나 다리를 잘라 병신으로 만들어주지.”


사곤지는 허리춤에서 칼을 빼들었다.

귀살당(鬼殺黨)의 일원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다는 귀살도다.


“이런, 개자식들!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고 이러느냐? 분명히 말해두는데 그만두는게 좋을걸?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천도명은 사곤지에게 발길질을 하며 버둥거렸지만 그의 손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네놈의 아버지가 뭐? 그 잘난 아비가 감히 우리 귀살쌍악에게 복수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하하하.”


“이 개자식들이···! 우리 아버지를 모욕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네깟놈들이 어찌 구정대협(求正大俠) 천홍겸의 이름을 더럽힐 수 있단 말이냐!”


-퍼억!


“컥···!”


분노로 가득한 천도명의 발길질이 운 좋게도 사곤지의 급소를 맞춰 천도명은 가까스로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네가 천 대협의 아들이라고?”


사헌지가 약간 놀란 듯 물었다.


“흥! 이제 알았느냐? 내가 누군지? 그렇다. 내 아버지는 무림 정파를 구원하셨다고 하여 구정대협이라고 칭송받는 천 홍자 겸자의 함자를 지닌 분이다. 이제 나를 건드린 것이 후회될테지?”


“하하하하!”


사헌지는 광소를 터뜨렸다.


“정말 웃기는군. 우리 사파들도 익히 알고 있을 정도로 명성이 드 높은 천가장주 천 대협의 아들이 고작 이런 망나니라니.”


“뭣이!”


“허나, 애송아. 네가 하나 잘못 생각하는 게 있다. 정파 나부랭이 놈들이야 천가장에 빚진 것이 있으니 너같은 망나니가 하는 꼴을 봐주는 것일테지만 우리 귀살당은 그런게 없거든! 힘이 없는 자는 힘이 있는 자에게 죽는 것이 이 무림의 법칙, 천가장도 그 예외는 아니다.”


-스르르릉


사헌지가 귀살도를 빼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들렸다.

그의 칼 끝은 천도명을 향했다.


“다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상대를 봐가며 시비를 걸도록 해라. 버르장머리 없는 천가 놈아!”


사헌지는 귀살도법을 펼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아무런 초식도 없는 단순한 찌르기 동작으로 천도명의 가슴을 노렸다.


“영묘탄지(靈妙彈指)”


아무리 망나니라고는 하지만 젊은 청년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나는 사부님께 배운 신묘한 지법인 천령지(天靈指)의 초식을 펼쳤다.


이것은 시전자의 내공수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초식이 다른 점혈수법으로 영묘탄지는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음!!?”


내가 손가락으로 튕겨낸 내력이 사헌지의 손등을 밀어내자 자연스럽게 귀살도는 천도명의 옆구리를 스쳐지나갔다.


“어떤 놈이···나를 방해하는 것이냐!?”


사헌지는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챘을테지.


“아무리 그래도 귀살쌍악이나 되시는 분들이 곱게 자라기만 한 것 같은 도령에게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나는 구경꾼들을 밀치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사헌지는 나를 보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보다 나이가 어렸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지금 손등이 얼얼하다. 정말로 네가 그런 것이냐?”


“무의미한 살생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양해해주시길.”


“하! 무창의 젊은 놈들은 다 이렇게 싸가지가 없나?”


사헌지의 뒤에서 사곤지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네놈들이 나한테 하는게 사실 더 싸가지가 없거든??

하지만 그런 말은 속으로 삭일뿐이었다.


“그래도 귀살쌍악의 체면을 생각해서 양지혈(陽池穴)을 노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사 대형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귀살도를 떨어뜨리는 꼴을 보이고 말았을 것이니 말입니다.”


“허, 어린 놈이 말하는 본새 보소. 네 녀석이 무슨 사특한 술수를 부려 우리 형을 방해했는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안될거다.”


“잠깐···”


“말리지 마소!”


사헌지는 사곤지를 말리려고 했으나 사곤지는 황소같은 몸놀림으로 나를 향해 돌진했다.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고 말겠다!”


<귀살도법(鬼殺刀法) 제1초 귀영겁광(鬼影劫光)>


귀살도가 위 아래로 사선을 그리며 나를 조여왔다.

몇 십근은 되어보이는 무거운 칼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사곤지는 귀살쌍악이라는 별호가 허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어디 보자···”


투박한 도법이었지만 무림초출이라면 당황할만한 위력이었다.

살기어린 사곤지의 초식을 분형산영의 수법으로 가뿐히 피한 나는 그의 뒤로 돌아서 오른쪽 어깨의 천종혈(天宗穴)을 노렸다.


“천외지인(天外之印)”


천령지의 낮은 수준의 초식이었지만 그 위력은 다른 지법에 비하면 탁월한 편이다.


영묘탄지와 다르게 천외지인은 손가락 끝에 내력을 모아 상대방의 몸에 닿아야 한다는 것이 차이가 있다.


“크윽···!?”


천종혈을 점혈당하자 사곤지는 몸을 살짝 떨더니 귀살도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마..말도 안돼! 저 딴 어린 놈에게 내가···점혈을?”


사곤지는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네가 이렇게 쉽게 점혈당하다니, 어리지만 보통 내공이 아니다!”


“그러게 말이오. 형님.”


사곤지는 오른팔이 축 처진채로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더 하실 생각입니까?”


“···.”


내가 묻자 귀살쌍악은 서로 눈치를 보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기서는 내가 나서서 정리를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귀살쌍악 선배님께서 이렇게 아량을 베풀어 우리 천 공자를 용서하신다고 하니 참으로 잘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두 분의 명성이 천하를 진동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나는 포권을 취하며 귀살쌍악에게 예의를 차렸다.


“커흠, 천 대협의 얼굴을 생각해 오늘은 이 정도로 해두지.”


사곤지는 왼팔로 귀살도를 들고 사헌지와 함께 무창객잔을 빠르게 벗어났다.


사람들은 웅성웅성거리더니 구경거리가 사라지자 하나 둘씩 제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괜찮소?”


나는 아직도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천도명에게 손을 내밀며 물었다.


“뭐, 이 정도 가지고”


천도명은 여전히 별거 아니라는 듯이 내 손을 잡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엉덩이를 털어내며 천도명이 말했다.


“하여간 사파 놈들은 고집이 세서 명이 짧은 것 같다니까. 분명 우리 아버지 이름을 들었을 때 도망치고 싶었을 텐데, 꼴에 자존심은 세가지고···안 그래?”


초면이었지만 천도명은 나에게 반말로 물었다.

당정문보다는 천도명이 나이가 많아보였기 때문에 나는 그러려니 생각했다.


“하하···분명 일진이 사납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럼 그럼. 댁이 나를 도와주려고 한 것은 고맙지만, 분명히 알아둘 것은 귀살쌍악이 오늘 구정대협의 위명에 꼬랑지를 내뺐다는 것이야.”


천도명은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 끝까지 솟은 듯 했다.


“그런데 공자께서 이렇게 객잔에서 난리를 피우면 괜히 천 대협께 누를 끼치는 거 아닙니까?”


“아~그거? 괜찮아 괜찮아. 나도 이 근처에서 나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고 있지만 뭐 어떤가? 큰 형님과 둘째 형님이 출중하신데 막내인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않아? 나 같은 망나니 한 명쯤은 있어줘야 인간적이지. 오히려 나 때문에 아버지의 인덕이 더 높아보일걸?”


천도명은 의외로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처음 보는 얼굴인데···하긴 여긴 객잔이고 무창은 사통팔달한 곳이니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많으니까.”


“무창은 여전히 활기찬 분위기가 좋군요. 저는 악양에서 왔습니다.”


“오, 악양루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인데, 좋은 곳에서 왔군. 동정호의 경치며 예쁜 기녀들이 즐비한 곳 아닌가! 하하.”


천도명의 머릿 속에는 온통 그런 것뿐인 모양이다.


“좋은 곳이죠. 그럼 저는 이만. 공자께서도 살펴가시길.”


나는 천도명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려고 했다.


“무슨 소리야? 어딜 가려고!”


그러나 나를 옷자락을 붙잡는 천도명 때문에 멈춰야 했다.


“네?”


“이봐, 내가 명색이 천가장의 소주인이야. 어차피 지금 아버지랑 형님들 모두 안 계시니 실제로 내가 주인이나 다름없지. 아무렴 내가 나를 도와준 이를 답례도 안하고 그냥 이대로 보낼 무례한 사람으로 보이나?”


“아니, 저는 일행이 있어서···”


“일행? 오히려 좋지.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재미난거 아니겠어? 내 감사의 의미로 우리 집에서 가장 좋은 술을 대접하지. 어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천도명을 도와준 것은 아니지만 우연치고는 상당히 신기하다.


무창에 온 이유 자체가 천가장에 만독비전을 돌려놓기 위해서인데 이 기회는 하늘이 내려준 것인가??


“저한테는 크나큰 영광이죠. 하하.”


나는 웃으며 천도명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럼 나 먼저 돌아가있을테니 일행이랑 얘기하고 천천히 들르게. 너무 늦지는 말고.”


“네, 그러죠.”


천도명은 나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뒤돌아 걸어갔다.


“음···?!”


나는 천도명의 뒷모습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그의 걸음걸이가 보통 사람들과 다른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그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설마···천가장주의 아들이 절름발이였을 줄이야.”


그랬다.

이 주위에서 천가장의 망나니로 소문난 천도명은 오른발을 저는 절름발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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