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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맹주 2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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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패왕
작품등록일 :
2019.04.01 19:07
최근연재일 :
2019.07.3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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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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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 13장 - 귀살당(3)

DUMMY

나는 죽었는가?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청성산을 벗어나기는 하였으나 어디서부터 정신을 잃었는지, 정신을 잃은 뒤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정신은 미혼약에 취한듯 혼미하고, 육체는 신경이 모두 죽은 듯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으니,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죽은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점점 무언가 나를 짓누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점점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빛줄기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무저갱(無低坑)으로 힘없이 추락하는 것 같은 기분, 저항할 필요 없다고 누군가 달콤하게 속삭이는 것 같은 환청도 들려온다.


기분이 묘했다.


분명 나는 이미 죽었던 적이 있다.

그때와는 다른 경험이지만 죽음이란 것이 사람마다 다른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인가?


허무함도 밀려들어온다.


이미 맞이한 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보람도 없이 이렇게 다시 죽어야 하다니.


저승에 가면 사부님이 계실까?

그렇다면 사부님을 무슨 면목으로 뵌단 말인가.

만약 실종된 패마신제도 죽었다면 그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삶에 대한 미련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20대의 젊은 청년으로 살아갔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아직 살아남아 할 일이 있기 때문일까.


내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불쌍하고 불운하게 세상을 떠난 홍영과 공린의 넋도 빌어주지 못했다.


내 몸은 이미 오래전에 한계를 맞이했겠지만, 내 정신은 아직은 아니라고 조금만 더 힘을 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 때,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가느다란 실 같은 빛줄기가 보였다.


나는 빛줄기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생각했다.

이 빛줄기의 끝에는 분명 이 어둠을 종식시킬 수 있는 커다란 빛의 근원이 존재할 것이라고.


갑자기 몸이 둥실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몸이라고 느끼는 것이 내 영혼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없이 추락해가던 나를 끌어당기는 기운이 있었다.


아주 조금 전만 하더라도 나는 무저갱의 끝에 있었거늘, 내 몸은 순식간에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치솟더니 그 곳에는 내가 예상했던것처럼 크고 아름다운 빛이 보였다.


눈부시게 빛나는 그 공간을 통과하자마자 나는 그 따스한 느낌과 포근한 기운에 저절로 눈이 번쩍 뜨였다.




*




“···..”


깜빡깜빡.

두 눈이 깜빡이는 것이 느껴졌다.

눈 앞에는 낯설지만 익숙한 천정이 보였다.


“어? 눈 떴다?”


바로 옆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살짝 힘을 주어 고개를 돌려보니 아직 약관도 안되어보이는 소년이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봐요, 정신이 든 거에요?”


“······”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파인지 소년의 단순한 질문에도 쉽게 입이 열리지 않았다.


“으으···.”


“설마 벙어리는 아니죠??”


“으으···.”


나는 힘겹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라고요? 그럼 다행이네요. 나는 은계량이에요! 그리고 낯선 곳이라서 당황스럽겠지만 여기는 귀살당이구요.”


귀살당?

귀살당이라면 사파십중(邪派十衆)에서 이당(二堂)에 속하는 곳으로 암살 및 청부살인으로 유명한 곳이다.


“귀···살···당..?”


나는 힘겹게 입술을 떼어보았다.


“맞아요. 우리 형이 바로 귀살당의 당주죠. 우리 형한테 감사해야 할 걸요? 시체나 다름없던 그 쪽, 음 아니지. 소협이라고 할게요. 아무튼 시체같던 소협이 죽지 않고 이렇게 정신을 차린 건 다 우리 형 덕분이니까요!”


은계량의 목소리에는 형이란 자를 자랑스러워하는 감정이 듬뿍 담겨져있었다.


“···.나를···왜···?”


“어···.그게···흠흠, 뭐 악연도 인연 아니겠어요? 형의 의도가 어쨌거나 소협이 살아난 건 사실이니 그게 좋지 않은 이유라고 하더라도 원망하지는 말아요.”


“···??”


은계량이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아무튼 이제 정신을 차렸으니 금방 낫겠죠? 얼른 나아야 할텐데 말이에요. 그거 알아요? 우리가 소협을 발견한 지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는 거? 내가 인생이 짧기는 해도 한 달 동안 혼수상태였던 사람이 눈을 뜬 건 또 처음이라, 아직도 놀랍긴 하네요.”


그러면서 은계량은 누워있는 내 몸의 구석구석을 손가락으로 찔러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한 달이나···.지났···다고?”


믿기 힘든 일이었다.

한 달동안 의식을 잃은 것도 그렇지만 그 동안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던 것이 더욱 놀라웠다.


내가 몸 상태가 멀쩡했다면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었겠지만 나는 당정패의 독에 중독되어 목숨이 경각에 이르렀지 않았던가?


나는 은계량의 형이 궁금해졌다.


“그···형은 어디에···.?”


“형이요? 왜요? 감사 인사라도 할려구요? 안 그래도 슬슬 형이 올 시간이 되었네요. 네 시진마다 형이 소협한테 진기를 주입해주었거든요. 그리고 그 사이사이 내가 소협의 상태를 살피곤 했죠.”


“···진···기를?”


네 시진이라면 하루에 세 번이나 진기를 주입해주었다는 얘기다.

소량의 진기를 주입하는 것은 내공이 충분한 고수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전혀 모르는 사이에서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그 정도까지 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내가···죽지···않고..”


은계량의 형이라는 자가 계속해서 진기를 주입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저승길의 객이 되었을 것이다.


당정문의 복인지, 나의 복인지 알 수 없지만 생명의 은인에게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그런 생각이 들 때 누군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 형! 역시 시간은 칼 같이 지킨다니까.”


은계량의 반가운 목소리를 뒤로 한채 냉막한 표정이 인상적인 청년 하나가 내가 누워있는 침상 가까이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는 내가 눈을 뜬 모습을 잠시 동안 지켜보더니 짧게 말했다.


“목숨이 길군.”


“에이, 형 놀라는 모습 보고 싶어서 잠자코 있었는데 전혀 놀라지를 않네. 재미없어.”


은계량은 약간 아쉬운 듯이 말하며 힘없이 어깨가 축 늘어졌다.


“···살려···줘···서 고맙···..”


“고마워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죽이려고 살린 것이니.”


힘겹게 말한 내 말을 자르며 청년은 차갑게 말했다.


“나는 귀살당의 당주인 은백량이라고 한다. 귀살쌍악을 잊지는 않았겠지?”


“귀···살쌍악..”


잊고 있었지만 천도명을 구해줄 때 잠깐 다툼이 있었던 자들이라는 것은 기억한다. 그러고보니 귀살당은 귀살쌍악이 소속되어있는 곳이었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히 내 부하이자, 귀살당의 당원을 함부로 건드리다니 무슨 배짱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단죄를 위하여 너의 꺼져가는 목숨을 되살린 것뿐. 고마워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잘 이해는 안 가지만 사파 특유의 고집이 느껴졌다.

간단히 말하자면 내가 귀살쌍악을 건드렸으니, 그 상관인 은백량이 자신의 칼로 나를 벌하겠다는 얘기다.


어린애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피식 웃었다.


“웃음이 나오나?”


“그렇···다 해도 내가···고마워할 이유는 충분···한 것 같군..”


“몸이 다 나은 후에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소용없다.”


“···낫는···다고···?”


나는 고개를 힘겹게 저었다.


“그대가··· 내게 진기를 나눠···.줘서 내가 목숨···.을 부지하고 이렇게 정신을···차리..기..는 하였으..나, 나···는 이미 독이 심맥에 이르렀···으니 가망이···없네.”


회연산공독이 아주 지독한 독은 아니지만, 중독된 후 경맥에 파고들게 되어 골수에 닿게 되면 해독이 소용이 없고, 목숨도 경각에 이르게 된다.


나는 우연히 은백량의 도움을 받아 이렇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으나 심맥까지 퍼진 독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그 얘기는 함부로 내공을 운용하거나 운기를 하게 되면 독은 더욱 더 내 몸 깊숙이 파고들 것이니 나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정신···은 차렸지만 얼마 안 남은 목숨···이야. 그러지말고 내 부탁···하나···만 들어주면 안되겠나? 물론 충분한···대가를 치를생각이야.”


“부탁? 내게 의뢰를 하겠다는 것이냐? 설마 너를 이렇게 만든 원수를 찾아 죽여달라는 건가? 그게 내 전공이기는 하지.”


“···그것도 나쁘···지 않군.”


은백량은 내가 청부살인을 의뢰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전혀 잘못 짚고 있었다.


“혹시···내 품에 지니···고 있던 책···을 보았나?”


“이것 말인가?”


은백량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보였다.


“너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찾았다. 만독비전. 그렇지 않아도 묻고 싶었는데 이것을 왜 네가 가지고 있지?”


“···어쩌다 보니···말이지. 암튼 잘 됐···군. 그 책···의 가치는 알고 있을테지? 그걸 줄···테니 내 부탁을 들어주···게.”


“어리석은 생각이군. 나 은백량을 고작 이런 책 하나에 눈이 먼 소인배들과 같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이 까짓 책 가지고 있어봤자 화만 부를뿐이지.”


은백량은 손에 들고 있던 만독비전을 침상으로 던졌다.

그도 만독비전이 어떤 의미가 있고 무림인들의 표적이 된 사실을 족히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뭘 원하나..?”


“너의 목숨. 너는 완전히 나아서 나와 겨뤄야 한다. 귀살쌍악은 우리 귀살당에서 나 다음으로 알아주는 고수. 그런데도 불구하고 너처럼 갓 무림에 출도한 것 같은 애송이에게 굴욕을 당했으니, 그 치욕은 내가 씻어줘야지.”


정말 쓸데없는 고집이 센 젊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강한 자와 겨루는 것을 좋아한다. 너가 어려보이기는 하지만 그런 고수라면 나 또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맛볼 수 있겠지.”


서른은 넘은 듯한 얼굴의 은백량이었지만 호승심이나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보았을 때 그저 어린애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좋은 생각이 들었다.


“좋···아. 그럼 이렇게..하지. 그대가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나는 이대로 죽···을거야. 하지만 부탁···을 들어준다면 내 무슨 수를 써···서 라도 나아보이···지. 어떤가?”


“흠···멍청한 소리로군. 자살을 택하겠다는 건가? 아무리 희박한 확률이라도 몸을 치료한 후 나와 겨루는 것이 불구로라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텐데 말이야. 그래, 그 부탁이라는 것이 대체 뭐지?”


“사..람의 흔적···을 찾아봐줬···으면 한다.”


“사람? 자세히 말해봐.”


나는 귀살당을 이용해서 홍영과 공린의 흔적을 찾을 생각이었다.

비록 당정패가 죽었다고 말했지만 시체라도 찾을 수 있다면 그들을 위해서 내가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일테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청성산 절벽으로 떨어진 젊은 여자와 남자의 흔적을 알아봐달라는 소리군. 일단 우리 당에 청성산 지리에 능한 자가 있으니 그와 함께 조사대를 꾸려서 알아보지. 뭔가 발견되면 알려줄테니 그때까지 몸이나 추스리고 있으라고.”


은백량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은계량에게 몇마디 말을 속삭이고는 방을 나갔다.


은계량이 의자를 들고 침상 옆에 앉더니 말했다.


“형이 혹시라도 또 혼수상태가 될 수도 있으니 옆에서 잘 지켜보라는데요? 정말로 소협이 낫기를 엄청 바라나봐요. 남이 들으면 걱정하는 줄로 알고 오해하겠네.”


의자를 거꾸로 놓고 등받이에 턱을 괴는 은계량에게 걱정이 아니라 감시를 위해서 그런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어쨌거나..


“죽···지 말아야···할 이유..가 하나 생겼군..”


혹시라도 홍영과 공린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 적어도 그 전까지는 목숨을 부지해야 했다.


“흠···.분명히 나는 글자를 아는데 대체 왜 이 책은 못 읽겠지?”


어느새 은계량은 침상 위에 있던 만독비전을 들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불경 같기도 하고..무슨 주문 같기도 한데···”


은계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이게 그 유명한 만독비전 맞아요? 제목만 만독비전이고 안에는 다른 내용인거 아니에요?”


의심스러운 듯이 나를 쳐다보다가 아무말 없자 은계량은 다시 만독비전의 여러 장을 대충 넘기다가,


“어?? 그림이다. 옆에 글자가 있네. 어디보자···이주탄작(以珠彈雀),

산독뇌력(散毒牢力), 환천패왕(還天覇王), 연안잠독(宴安酖毒)?? 말이 되는 것 같기는 한데···뭔 의미지?”


그림? 만독비전에 그림이 있었던가?

귀곡마의한테서는 따로 그림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은 없었다.


“···무..무슨..그림이지?”


“네? 아, 그림요? 하나는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하는 것 같고, 또 하나는 누워서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는 그림이네요. 소협도 이게 뭔지 모르나봐요?”


“거···기에 써져 있는 글자···다시 좀···”


“이주탄작, 산독뇌력, 환천패왕, 연안잠독인데요? 이주탄작은 장자에 나오는 말이랑 똑같은 것 같은데, 이게 독이랑 무슨 상관이람?”


만독비전의 해독법을 모르는 이상 은계량처럼 의문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귀곡마의에게 읽는 법만 배웠지 정작 만독비전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은계량이 말한 그림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은계량이 말해준 글귀에서 나는 뭔가를 깨달았다.


“이독패독···”


독으로 독을 제압한다는 이독제독과 같은 말이었다.

그림에 써져있는 글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그것이었다.


독으로 독을···??

어째서 만독비전에 그런 글귀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던 그때.

아주 단순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설마···독..에 당했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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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 20장 - 암왕지보(3) 19.07.17 386 5 11쪽
76 - 20장 - 암왕지보(2) 19.07.16 36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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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 19장 - 해남도(2) +2 19.07.11 395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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