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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맹주 2회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흑마패왕
작품등록일 :
2019.04.01 19:07
최근연재일 :
2019.07.3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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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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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 14장 - 해남삼객(2)

DUMMY

바깥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나는 저절로 눈을 떴다.


“음···?”


익숙한 천장, 내가 몇 달간 누워있던 침상이다.


“아, 나 피를 토했지.”


그제서야 은백량과의 싸움에서 정신을 잃었던 것이 기억났다.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거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잠을 푹 잔 것처럼 몸이 날아갈 것 같이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내력을 사용해서 심맥이 상한 걸로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골수까지 미쳤던 독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역시 만독비전. 이독패독의 수법이 효험이 있는 모양이다.”


독은 당연히 해독을 하는 법이거늘 만독비전에서는 치명적인 중독상황에서는 오히려 해독보다는 그 독을 이용하여야 한다는 기이한 내용이 만독비전에 적혀 있었다.


순리적이지 않은 방법이었기에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만독비전에 숨겨진 이독패독의 구결을 외우며 연마한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으나 몸이 예전보다 가벼워진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시적인 증상일지도 모르지만 가벼운 몸상태로 밖을 거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뭔가 소란스러웠는데? 밖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나?”


나는 소란스러운 근원지를 찾아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남쪽으로 향하니 이윽고 낯익은 얼굴이 멀리서 보였다.

귀살당주인 은백량이었다.


“당주와 대치하고 있는 자들은 누구지?”


얼추보니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귀살당의 당원들을 때려눕힌 모양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잘 차려입었지만 복장이 중원의 느낌은 아닌 것이 아무래도 변방의 문파에 소속된 자들인 것 같았다.


굳이 내가 모습을 드러내봤자 좋을 일이 없을 것 같아 나는 귀를 쫑긋하고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았다.


“이건···”


은백량은 손에 든 서찰을 읽고 있었다.

서찰을 다 읽은 것인지 잠시동안 가만히 서 있던 은백량은 왼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크게 웃었다.


“크크큭..하하하하!!”


갑작스러운 은백량의 광소에 세 남녀가 약간 놀란 듯 그를 쳐다보았다.


“명문정파라는 자들이 교활하기는 사파무리보다 더하구나!”


그렇게 말한 은백량의 허리춤에서 귀살도가 반짝 빛을 발하며 뽑혔다.


“너희들이 정말로 우리 귀살당을 우습게 본 모양인데, 이런 거짓 서찰로 나를 우롱하다니 감히 살아돌아갈 생각은 말아라!!”


은백량은 손에 귀살도를 공중에 휘두르더니 그대로 공중에 뛰어올랐다.


“타앗!!”


공중에서 은백량의 신영이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모습에 다른 자들은 당황한 듯이 검을 뽑아 대항하려고 했다.


이윽고 그들의 머리 바로 위에서 나타난 은백량이 귀살도를 큰 반원을 그리며 힘있게 휘둘렀다.


“귀섬멸참(鬼閃滅斬)!!”


귀살도법이 나름 유명세를 띠게 된 것은 귀살당주의 실력이 뛰어나기도 그렇지만 도법 자체가 패도적이면서도 그 빠르기가 전광석화와 같기 때문이었다.


-콰콰쾅 콰쾅!!


은백량은 분명 귀살도를 한 번 크게 휘둘렀을 뿐인데 수십 개의 검기와 검풍이 세 사람을 향해 몰아치더니 주위를 순식간에 황폐화시켰다.


은백량의 공격을 피하는 셋 중에 가장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은 자가 있었는데 가장 나이가 많아보이는 남자였다. 그는 몸을 희한하게 움직이더니 손목을 좌우로 움직이며 손에 들고 있는 검에 묘한 파동을 만들었다.


“저건···”


그 묘한 수법을 펼치는 중년인의 모습에 나는 저들이 누구인지를 대충 알 수 있었다.


중년인의 검이 검기로 가득차 밝은 빛을 내며 은백량을 노렸다.


<남해십이검(南海十二劍) 제4초 해룡등비(海龍騰飛)>


공중을 밟고 뛰어올라 은백량을 노리는 모습이 마치 해룡이 하늘의 구름을 삼키려는 모습 같아보였다. 가벼운 움직임과는 다르게 중년인에 검에 실려있는 기운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채앵!!


중년인의 검과 은백량의 도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공중에 울려퍼졌다. 은백량은 그보다 열 살 정도는 어려보였지만 실전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인지 결코 밀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공중에서 수 차례 공격을 주고받더니 멀리 떨어진 채로 땅으로 착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로의 검과 도의 끝은 상대를 향해 있었다.


“귀주에서 가장 알아주는 문파가 귀살당이라는 이유를 이제 알겠군. 당주의 도법이 가히 놀랍소.”


중년인이 말했다.

그러자 은백량은 귀살도를 위로 치켜올렸다.


“난 아직 시작도 안했다.”


“이보시오. 은 당주. 우리는 장문인을 찾으러 왔을뿐. 귀 당에 위해를 가하려는 의도는 없소. 정말로 장문인이 이 곳에 없다면 당주인 당신이 우리에게 확인을 시켜주면 될 것이지, 어째서 이렇게 싸움을 건단 말이오?”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양해를 구했으면 될 일을, 어째서 내 부하들을 다치게 했지?”


“그건···.미안하게 생각하오만, 우리도 어쩔 수 없었소. 대화를 하려고 했으나 먼저 달려든 것은 그대의 부하들이오.”


“끝까지 남탓을 하는 군. 하여간 정파놈들이란···”


은백량은 더 이상 말로 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챙그랑


해남파의 여인이 갑자기 자신의 검을 땅에 내던졌다.

그러더니 중년인의 앞을 가로막으며 은백량의 앞에 섰다.


“뭐하는 짓이지?”


“당주의 말씀도 틀린 것은 아니죠.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당주의 부하들을 다치게 한 것을 책임질게요.”


“책임을 진다고?”


“네. 제가 책임을 질테니, 저를 때리세요.”


“뭐?”


은백량의 눈에 약간의 동요가 느껴졌다.


“건장한 사내가 둘이나 있는데 어째서 당신이 나서는 거요?”


“당주의 그 말씀은 제가 여자라서 나설 자리가 아니라는 건가요? 우습네요. 이런 일에 남녀를 나눠 생각하는 방식은 정파든 사파든

중원인이란 자들은 다 똑같으니 말이에요.”


“···.”


은백량은 여인의 당돌함에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잘은 모르지만 내가 느낀 은백량의 성향상 여자에게 손찌검을 할 사람은 아니었으나, 여인이 은백량의 자존심을 건드렸으니 이대로 뒀다간 여인이 크게 다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쪽으로 몸을 날렸다.


“워워, 당주. 설마 정말로 여자를 때릴 셈은 아니지?”


“너···..어떻게···이제야 정신을 차린건가?”


은백량은 자신과 여인의 사이를 가로막은 나의 등장에 조금 놀란 눈으로 물었다.


“아아, 잠을 너무 푹 잔 모양인지 몸이 너무 가뿐해서 말이야. 산책하다보니 이런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그만 끼어들고 말았지.”


나는 살짝 미소 지으며 나를 경계하는 여인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세 분은 해남도(海南島)에서 오신 분들이군요?”


“아..네. 저희를 알고 계십니까?”


“뵌 적은 없지만 소문은 들어 알고 있지요.”


나는 슬쩍 중년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까 훌륭한 도파난랑검(濤波瀾浪劍)의 수법을 보여주신 덕분에 세 분께서 해남도에서 오신 해남파의 고수분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도파난랑검은 해남파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악검법(握劍法)으로 검을 쥘 손을 미세하게 떨며 그 파동을 통하여 검에 공명을 일으키는 수법을 말한다.


이 수법을 극성으로 익힌 해남파의 고수는 단순한 찌르기 초식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게 된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그 파장에 멀리 퍼지는 것처럼 공격을 당한 곳뿐만이 아닌 주위 사방팔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원에서 멀리 떨어졌으나 해남검파라 불리며 무림인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해남파 장문인께서도 여성의 몸으로 어린 나이에 높은 경지에 오르셨지만, 그 분말고도 위명이 중원에 자자한 세 명의 고수가 해남파에 있으니 그 셋을 일러 해남삼객(海南三客)이라 하지요? 이렇게 세 분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나는 해남삼객 한 명 한 명에게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허헛, 과찬이 심하구려. 저 아래쪽 변방에서나 조금 유명한 사람들을 이렇게 치켜세워주다니, 젊은 친구께 감사함을 전하오.”


“과찬이라니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공대산(孔大山) 대협께서 해남도에 있는 수십 개의 방파를 해남파에 복속시키는 데에 가장 공이 큰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


“아니, 그걸 어떻게···중원에서는 우리 해남도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기 힘들텐데..”


공대산이 약간 놀랐는지 나를 바라보는 눈에 이채가 서렸다.


물론 내가 정사맹주가 아니었다면 모르는게 당연했겠지만.


“이 쪽은 내 사제로, 이름은 목염철(木念哲)이라 하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아직 젊지만 쾌검으로는 장문인도 능가하여 가히 다른 중원문파의 후기지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시는 분 아닙니까?”


내 말을 들은 목염철은 기분이 좋아진 듯 우쭐해하며 말했다.


“후후, 내가 좀 유명하긴 한 모양이군.”


“그나저나 수화란(水花爛) 소저께는 정말 놀랐습니다.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는 미모도 그렇지만 사내와 맞먹는 배짱이라니, 역시 여협이라는 칭호가 잘 어울리시는군요.”


“별 말씀을요. 그런데 소협은 누구시죠? 갑자기 이렇게 나타난 것도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귀살당에 소속된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는데 말이에요.”


수화란이 의심쩍은 눈초리를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 저는 그러니까···.뭐, 여기 귀살당의 손님이랄까요?”


“손님이요?”


“네. 제가 좀 사정이 있어서 이 곳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지나가다 우연히 당주가 싸우고 있는 것 같길래 저도 모르게 껴들고 말았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덕분에 은 당주도 흥분이 가라앉은 모양이니까요.”


은백량은 말없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손에 귀살도가 사라져있었다.


“제가 살짝 들어보니 세 분께서 납치된 장문인을 여기서 찾으시는 것 같던데, 장문인께서 무슨 말이라도 남기신 겁니까?”


내 물음에 수화란이 손가락으로 은백량을 가리켰다.

아니 정확히는 은백량이 들고 있는 서찰을.


“장문인께서 남기신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저 서찰을 보고 여기에 온 거에요.”


“제가 좀 봐도 될까요?”


“상관없어요.”


나는 은백량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은백량은 귀찮다는 듯이 서찰을 던지듯이 내게 주었다.


“성질하고는···어디 보자···”


서찰을 읽어보니 해남삼객의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장문인을 구하고 싶으면 은자 1만 냥을 가지고 귀살당으로 찾아오라고 쓰여있군요. 이 정도면 당연히 귀살당이 장문인을 납치했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겠는걸요?”


“오해는 무슨! 저 놈들이 우리 장문인을 납치해서 어딘가에 숨겨놓은 것이 분명한데!”


목염철은 열이 받는지 흥분하며 소리쳤다.


“소협은 어째서 그것이 오해라고 말씀하시는 거죠?”


수화란의 물음에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서찰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간단합니다. 이 서찰은 거짓이니까요.”


“거짓이라구요? 그걸 어떻게 알죠?”


“그건 더욱 간단합니다. 귀살당은 은자 1만냥이 필요없거든요.”


“네??”


“우리한테야 은자 1만냥이 아주 큰 돈이지만, 귀살당한테는 아니에요. 귀살당 여기 생각보다 엄청나게 부자거든요.”


“그건 기밀사항인데, 너 어떻게 우리 귀살당의 재정상황을 알고 있는거냐.”


은백량이 물었다.


“아, 참. 이거 말하면 안되는 거였나? 누구긴 누구야. 당주의 사랑스럽고 유일한 동생한테 우연히 들었지.”


“···.이 녀석, 다음에 혼꾸녕을 내줘야겠군.”


나는 다시 수화란을 쳐다보았다.


“그건 그렇다치더라도 서찰 내용도 이상하고 성의도 없어요. 보통 납치범은 돈을 준비하라고 어느 정도의 시간을 준 다음에 먼저 연락하는 법인데, 이 자는 자신이 귀살당에 있는 것처럼 찾아오라고 했잖아요? 어떤 멍청한 납치범이 자신의 위치를 알려줘요?”


“아, 듣고보니 그렇네요.”


수화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외에도 이상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니지만, 귀살당은 당주의 명령없이는 결코 움직이지 않는 곳입니다. 만약 해남파 장문인을 귀살당에서 납치했다면 은 당주가 모를리가 없겠죠. 혹시 은 당주가 세 분을 처음 만났을 때 돈 얘기를 하던가요?”


“아뇨. 그런 말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요. 만약 은 당주가 알았다면 세 분을 보자마자 돈은 준비되었냐고 물어야 정상 아닐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무래도 누군가 귀살당을 모략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은백량이 내 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그 말은···혹시 짚이는 곳이 있나?”


“그래. 짚이고 말고 할게 없지. 이런 짓을 할 놈들은 오직 한 곳뿐이니까.”


“그게 어디지?”


은백량은 천천히 그리고 강하게 한 글자씩 말했다.


“귀.검.문.”


작가의말

오타 수정(남해도->해남도, 남해삼객->해남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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