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지룡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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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용의 생각처럼 토벌군은 이제는 통우리족이 있는 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소문에 의하면, 오키타이족을 물리치고, 다른 강력한 몽골족들을 공격하다 보니 이 근처로 토벌할 여유가 없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오랜 전쟁으로 비용도 상당히 들었으므로 당분간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허황한 소문이라고 치부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용은 크게 틀린 소문은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그가 직접 거래하거나 혹은 우연히 만난 상인들의 입에서도 유사한 이야기가 나왔다. (상인들과 접촉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라 용은 부족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큰 부족의 거래 장소로 가서 홀로 접촉했다.)
전쟁은 소모적이었다.
군비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의 무술 수준은 상당히 늘어, 이제 제법 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반면에, 상당 기간 나름대로 수련한다고 하였지만, 용의 무공수준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알고 있던 무공들을 수련을 통해 익숙하도록 익힌 것과 검기를 좀 더 세밀하게 구사하게 된 것이 그나마 발전한 것이었다.
혼자 하는 수련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용은, 통우리족이 있는 부근에는, 부족을 어떻게 할만한 부족들이 사실상 없었으므로 아이들에게 이야기한 다음, 먼 곳까지 나가 수련하였다.
과거 관병들을 피해 움직이던 지역에 절벽과 폭포가 있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혼자만의 수련을 하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무공 중에는 상당한 수준의 고급 무공들이 있었는데, 제대로 그 오의를 깨닫지를 못하여 펼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나름대로 가르침을 받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런 고급 무공들을 펼칠 수가 없었다.
자신을 가르치던 노인은 그런 무공이 수련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 하였으며, 그것은 자신도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래서 용은 그 깨달음이라는 것을 한 번 얻어볼 생각이었다.
‘ 도대체 깨달음이라는 것이 뭐지? ’
과거 용은 노인에게 그런 식으로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노인은 빙긋이 웃으면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놀리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려워 이야기하지 않은 것 같았다.
용은 폭포 아래에 들어가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운기조식을 하였다.
이런 방법이 정신을 맑게 하는 것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자주 하였다.
익히고 있던 태허무극신공(太虛無極神功)은 이제 팔 성을 넘어서고 있었는데, 그것도 어느 한순간에서 막혀 더는 진전이 없었다.
용은 모든 잡념을 버리고 운기조식에 열중했다.
다음 날,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때까지 앉아서 운기조식을 하였으나 얻은 것이 없었다.
용은 눈을 뜨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참을 그렇게 물을 맞으며 앉아 있던 용은 폭포 아래에 있는 웅덩이에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헤엄치는 모습을 보았다.
갑자기 물고기를 잡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용은 웅덩이에 뛰어들어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무공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힘으로 물고기를 잡으려 했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다.
잡았다고 생각하고 들면, 쉽게 손가락 사이나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제법 큰놈은 너무 미끄러워 쉽게 잡히지 않았다.
용은 물고기를 쫓아다니며 잡으려 하였지만, 이 각(30분) 이상을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한 마리도 잡을 수 없었다.
용은 잡는 것을 포기하고는, 잡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물고기의 움직임을 보았다.
물고기는 물을 거스르지 않고 물의 흐름에 몸을 맡겨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속도도 아주 빨랐다.
가끔 물을 거슬러 가는 예도 있었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였고 속도도 훨씬 늦은 편이었다.
순간 용의 머리를 스쳐 가는 것이 있었다.
용은 즉시 폭포 아래로 가 다시 운기조식을 하였다.
그동안 용은 태허무극신공의 구결에 따라 자신의 의지대로 내기를 움직였다.
이번에는 우선 내기를 움직이게 한 다음, 억지로 내기를 움직이려 하지 않고 그냥 태허무극신공의 구결에 있는 의미를 생각만 하였다.
처음에는 별로 움직이지 않던 내기는 점차 폭풍처럼 이곳저곳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나운 폭풍처럼 움직였으므로 주화입마(走火入魔)에 걸린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였지만, 그런 잡념마저 떨쳐버리고 계속 진행했다.
그렇게 날뛰던 내기들이 이제는 온몸을 타고 돌아다녔다.
가는 곳마다 기가 움직일 수 있는 곳 중 다소 막힌 부분들을 퍽퍽 뚫고 다니고 있었다.
그런 현상으로 다소 고통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아주 기분 좋은 고통이었다.
어느 순간 그 내기들이 더욱 강맹해지더니, 회음혈(會陰穴)에서 충맥(衝脈)을 통해 강렬하게 팽창된 거대한 기운(氣運)이 일직선으로 백회혈(百會穴)로 치솟음에 따라 두정(頭頂)을 여는 생사현관(生死玄關)이 순식간에 타동되었다.
그 엄청난 충격에 용은 기절할 지경이었지만, 입을 꽉 물고 참았다.
중요한 순간에 기절하게 되면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소간의 시간이 흐른 다음, 용은 눈을 떴다.
아주 기분 좋은 느낌이 온몸에서 느껴졌다.
뭐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웠지만 뭔가를 이룬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의 몸에서는 허허로운 기운이 나타나고 있었다.
용은 그 기분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진기를 대주천시킨 다음, 다시 자유롭게 흐르도록 하며 태허무극신공의 구결을 음미(吟味)하였다.
돌아다니는 진기가 막힘이 없이 사방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큰 대맥이나 다른 맥들을 돌아다니던 진기가 이번에는 온몸에 흩어져 있는 세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으며, 용은 그에 따라 기분 좋은 고통을 당하였다.
한참을 그렇게 세맥을 돌아다니던 진기들은 단전으로 모여들었다.
더 움직이도록 하고 싶었지만, 현재의 상태에서는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좀 더 높은 깨달음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았다.
용은 검을 손에 잡고 천천히 내기를 불어 넣었다.
검이 서서히 울기 시작하였고, 검 끝에서 반 자(약 15cm) 정도 되는 푸른 광채가 뻗쳐 나와 마치 기다란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것 같은 검망(劒芒)이 나타났다.
그 상태에서 매화검법(梅花劒法)을 펼치자, 검 끝에서 매화들이 하나둘 날아가 목표물을 공격하였다.
용은 자신이 펼치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목표물인 바위에 다가가 그 부분을 보니 마치 매화가 바위에 박힌 듯한 자국이 나 있었다.
용은 자신이 한 단계 성장하였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 폭포 아래에서 며칠을 보내며 자신의 수련에 최선을 다하였다.
매일 운기조식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검망이라 하기에는 발전하였지만, 검강(劒罡)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모자란 상태가 되었다.
그 상태에서 더 이상의 진전이 나타나지 않았다.
용은 더 이상의 진전이 나타나지 않았고, 시간도 많이 흘렀기에 통우리족의 거주지로 되돌아왔다.
통우리족은 아무 일도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그동안 자신의 무공수련에 너무 치우쳐 통우리족을 등한시한 것 같아 미안한 감정을 가졌는데, 그들은 전혀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용의 발전이 부족의 발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다음 날부터 용은 자신이 통우리족에게 해 줄 것은 그들을 지켜주는 것과 아이들을 강하게 만들어 자신이 없어도 될 만큼 무술을 익히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무술을 가르치는 것에 더 열중하였다.
아이들은 용을 마치 아버지처럼 따랐기에 그의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그의 칭찬에 기뻐하였다.
*****
다시 2년의 세월이 흘렀다.
통우리족은 이제 상당한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고, 이전보다 훨씬 많은 가축을 소유하고 있었다.
용은 이제 2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통우리족과 7년을 같이 있었는데도 나이를 별로 먹는 것 같지 않았다.
반면에 여인들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들어 보였으므로 그에 대해서 불만(?)을 많이 이야기했다.
아이들도 이제 다 커 어른이 되었고, 장가를 간 아이들도 있었다.
용이 있는 통우리족의 힘이 워낙 컸으므로 주위에 있는 부족 중에서 통우리족에 의탁해 들어오는 곳들도 있었다.
이렇게 의탁해 들어오는 경우는 용사들이 없는 경우이거나 유민(流民)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므로 별문제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게 꾸준하게 식구들이 늘어나서 이제 백여 명이 넘는 대식구가 되었다.
아이들의 무술 실력도 상당히 늘어, 다른 부족의 용사 서너 명은 쉽게 이길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용은 그들에게 무술뿐만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세상의 많은 것들에 관해 이야기해 주어 간접경험을 하도록 하였다.
직접 느끼는 것이 가장 좋았지만, 형편상 사실상 불가능하였으므로 이야기라도 해 준 것이다.
그리고 먼 곳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주위의 지형과 큰 부족에 관해 이야기도 해 주었고, 사냥하는 방법 등 꼭 필요한 것들을 가르쳤다.
시간이 흘러, 자신이 없어도 무방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용은 이제 용사가 된 아이들에게 이야기한 다음, 긴 사냥을 하러 나갔다.
용은 통우리족에게 위협이 될만한 부족들이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그들에 대한 자료들을 구해 통우리족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 이제, 충분한 용사들을 갖추었으니 내가 없어도 될 것이다. 이런 자료가 내가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겠지. 이제 중원이라는 곳으로 한 번 가보자. 과연 어떤 곳인지.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이다. ’
용은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한 달 이상을 돌아다녔지만, 통우리족이 사는 지역에는 위협이 될만한 큰 부족이 없었다.
소문에 의하면 큰 부족들이 주로 토벌군의 목표가 되어 많은 부족이 괴멸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것이었다.
상인들과 거래하려고 갔던 큰 부족도 멀리 다른 곳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그리고 토벌군도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용은 안심하며 통우리족의 거주지로 되돌아왔다.
그는 통우리족의 용사들을 불러 모았다.
처음 만났을 때, 조그마한 아이들이었는데 이제는 용사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용을 무신처럼 존경하고 따랐다.
“ 이제, 떠나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
용의 이야기에 모두 놀란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았다.
“ 너희들도 알다시피 난 돌아다니는 방랑자에 불과하였다. 어떤 인연으로 너희들과 같이 지낸 것이지. 이제 내가 할 일은 다 한 것 같다. 그러니 다시 떠나야지. ”
그의 말에 모두 슬픈 표정을 지었으나, 이미 그의 결심을 눈치챈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용이 항상 무술 등을 가르치며, 통우리족은 너희들이 지켜야 한다면서 자신과의 이별을 암시(暗示)해 왔기 때문이었다.
“ 내가 그동안 돌아다니며 살펴보니, 이미 통우리족을 위협할만한 큰 부족은 없는 것 같았다. 너희들이 단결하고 노력을 하는 한, 통우리족을 건들 수 있는 부족은 없을 것이다. 다만, 항상 몽골의 대부족들의 동향을 항상 알아보아라. 최근 토벌군과의 전투로 인하여 많이 쇠퇴(衰退)하였지만, 제일 위협적인 존재들이다. ”
“ ··· ”
모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용이 아이들에게 항상 강조한 것이라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이별은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하여, 그들에게 이야기한 후, 바로 족장과 여인들에게도 이야기했다.
모두가 그와의 이별을 슬퍼하였다.
그날 저녁에 모든 통우리족의 사람들은 용과의 이별에 대한 아쉬움과 그의 앞날을 위한 기원(祈願)을 축제를 통해 하였다.
다음 날, 용은 7년간의 통우리족 생활을 마치고 중원의 변경지역으로 움직였다.
*****
변경지역으로 가던 용은 어느 구릉을 넘어서자, 전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한 부류는 상단으로 보였고, 또 한 쪽은 그들을 약탈하려는 도적 떼로 보였다.
그런데, 그 도적들이 상당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였다.
상단을 보호하는 호상단(護商團)이 방어하고 있었지만, 방어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모습이었다.
“ 으악 ”
도적의 도에 맞은 한 호상 단원이 쓰러졌고, 점차 호상단이 도적들에게 밀리고 있었다.
호상단주(護商團主)로 보이는 사람은 도를 사용하는 사람이었는데, 용이 보기에 상당한 실력을 보였다.
그러나, 워낙 단원이 적다 보니 도적 떼들을 당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용은 그 모습을 보고 호상단을 도와주기 위하여 뛰어들었다.
용이 싸움에 뛰어들자, 그를 본 도적 다섯 명이 한순간에 끝낼 생각인지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용은 그들을 보고 검에 내기를 실어 뿌렸다.
“ 으아악 ”
순식간에 사방에 피가 튀면서 다섯 명이 두 도막이 나면서 쓰러졌다.
엄청난 상황에 두 세력의 전쟁이 멈추어졌다.
도적들은 용의 무공실력을 보고는 두려움에 떨면서 눈치를 보며 뒤로 후퇴하다가 후다닥 도망갔다.
그들도 용이 엄청난 무공을 가진 고수라는 것을 금방 알아챈 것이다.
도적들이 물러나자, 호상단주가 그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하였다.
“ 감사하오. 그대가 아니었다면 큰 낭패를 당했을 것이오. ”
그러나, 용은 중원 말을 몰랐으므로 기괴(奇怪)한 표정을 지었다.
용의 모습을 본 호상단주는 그가 중원 말을 모른다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자기가 알고 있는 몇 가지 변경지역의 언어를 이용하여 그와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하였지만, 용은 전혀 알아듣지를 못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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