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지룡 (108)
용은 많이 지쳐있었다.
워낙 지쳐있는 상황이라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무의식적으로 검강을 펼치고 있었는데, 무의식적인 검강이라고 할지라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으므로 수많은 사람이 검강에 당해 쓰러지고 있었다.
그것은 한 마리의 호랑이가 수많은 늑대를 죽이는 모습이었다.
“ 아아악! ”
“ 크악. ”
섬서단과 하북단이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한 진으로 용을 공격해 보았지만, 워낙 검강의 위력이 강해 별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다만, 용을 지치게 하는 것에는 큰 효과가 있었다.
사실상 인해전술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반 시진(1시간)이 지나자 수많은 피해를 보고, 섬서단과 하북단이 물러나고 이번에는 감숙단이 용을 공격해 들어왔다.
그러나, 이미 용의 모습에 전의가 약해진 사람들이라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감숙단주는 안 되겠다고 판단을 했는지,
“ 여러분!!! 놈은 이미 많이 지쳐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힘을 내면 저자를 죽일 수 있습니다. 섬서단과 하북단을 보십시오. 우리의 전우들입니다. 저자의 손에 수많은 우리의 전우들이 죽었습니다. 우리가 저자를 살려주었어야 되겠습니까? 우리는 자랑스러운 감숙단의 용사들입니다. 저자를 우리가 잡게 되면 우리는 평생 그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공격합시다. 그리고 우리가 자랑스러운 정도인물이라는 것을 저 인간 같지도 않은 악마에게 보여줍시다. 보시다시피 저자는 이미 인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저자를 잡지 못한다면 우리의 전우들이 오늘과 같은 피를 또 흘리게 될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정도인으로써 남읍시다. 자 공격합시다!!! ”
한참을 그렇게 피 터지는 목소리로 이야기한 중년인은, 직접 제일 앞서서 용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러자, 그를 따라 수십 명이 뛰어들었고, 그제야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용도 무섭고, 죽은 것도 무서웠지만, 비겁자가 되기는 싫었기 때문이었다.
제일 앞에서 달리던 감숙단주와 이십여 명의 사람들은 용이 날린 검강을 막아갔지만, 그들의 실력으로는 무리였다.
“ 크아악. ”
감숙단주를 제외한 나머지들은 바로 반 토막이 나 버렸고, 감숙단주만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쓰러졌다.
상대적으로 내공이 깊어 그나마 반 토막이 되는 것은 피하였지만,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감숙단의 정도인들은 단주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자 광분하며 용을 공격했다.
동료와 단주가 죽어가는 모습에 모두가 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성을 잃은 감숙단이 덤벼들었으므로 용은 더욱 힘이 들었다.
보통은 검강을 맞고 동료들이 쓰러지면 놀라 움찔하기 때문에 다소간의 시간 여유가 생겼지만, 지금처럼 죽음을 도외시하면 그렇지가 않았기 때문에 지속해서 공격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더욱 지치고 검강의 위력이 떨어졌다.
그에 따라 더 많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더욱 힘이 들었다.
반 시진(1시간)이 지나자, 감숙단의 인물들은 하나둘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수많은 시신을 보며 천천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적을 물리친 용은 이리저리 자신이 있는 지형을 쳐다보았다.
정면에는 적이 있었고, 좌측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으며, 우측은 산이었다.
뒤쪽으로는 300장(약 900m) 뒤에 울창한 숲이 있었다.
날도 서서히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용은 쉬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싸우다 보니 엄청 힘들었고, 여기저기 상처와 내상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런데도 눈빛만은 번쩍이며 여전히 살아있었다.
다시 한번 섬서와 하북단이 그에게 덤벼들었고, 반 시진 동안 용과 싸우고 물러났다.
차륜 전이었다.
이제 좀 쉴 수 있으려나 생각이 나는 순간에 다시 화살과 화탄이 날아왔다.
너무 힘들어 검을 움직이기도 힘들었지만, 화탄이 너무 가까이에서 터지면 문제가 되었으므로 호신강기를 일으킨 상태에서 겨우 검을 휘둘러 화탄을 터뜨렸다.
곧이어 포탄까지 다시 날아오자 이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고, 그만큼 그가 일으키는 호신강기의 폭이 줄어 들어갔다.
군대가 가지고 있던 화살과 화탄이 다 떨어졌고, 남은 것은 약 30발가량의 포탄이 전부였다.
그것을 본 섬서단의 궁수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화살을 가지고 용에게 최대한 다가왔다.
이미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처럼 보인 용은 움직일 기력도 없어 보였다.
궁수들이 자신들을 지켜줄 무사까지 대동한 상태로 좀 더 다가와 용에게 내기가 담긴 화살을 쏘았다.
워낙 가까이에서 쏜 화살이라 검으로 쳐 내었는데도 상당한 타격을 주는 것처럼 보였다.
용이 엄청 지쳐있었으므로 휘두르는 검이 휘청일 정도였다.
다시 한번 화살을 쏘자, 그중 한 개가 용의 팔에 맞았다.
그만큼 용이 지쳐있고 내상이 심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섬서단이 가지고 있는 화살도 여유가 없었으므로 한 개씩 쏘는 것보다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이번에는 연사하였다.
상당수의 화살이 빗나가거나 검에 튕겨 나갔지만, 이번에도 몇 개가 치명적인 곳은 아니었지만, 용의 몸 이곳저곳에 박혔다.
결국, 화살이 모두 떨어진 시점에서는 7개의 정도가 용의 몸에 박힌 것처럼 보였다.
모두 연사를 한 다음에 궁수들과 무사들이 물러났고, 다시 용에게 포격이 가해졌는데, 시간이 흘러 워낙 어두운 상태인 데다가 포격으로 인하여 먼지가 휘날려 그곳의 모습을 잠깐 볼 수 없었다.
잠시 후, 먼지가 가라앉고 그곳을 보니 사람의 형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르겠지만, 온 사방에 처참한 시신들의 팔다리가 으깨져 있을 뿐이었다.
무림맹의 사람들과 섬서 도지휘사를 비롯한 군대의 수뇌부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상대한 것이 도대체 인간인지 아닌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한 인간이 이처럼 수만 명의 사람과 싸웠다는 것을 직접 보지 못하였다면 자기 자신도 믿을 수 없었을 것이었다.
“ 정말 악마가 아닐까? ”
“ ··· ”
무림맹의 수뇌부인 한 사람이 이야기하자, 모두 서로를 쳐다보면서 그 말에 수긍하기 시작했다.
인간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잠깐 모두가 멍청하게 서 있다가 들려오는 부상자들의 신음을 듣자 충격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수많은 부상자가 곳곳에 쓰러져 있었다.
처음 용과 부딪친 소림사의 무승들은 거의 사망한 상태였다.
워낙 오랫동안 내버려 둬, 대부분 피를 너무 많이 흘렸기 때문이었다.
크게 다치지 않은 사람들은 돌아다니면서 부상자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부상자들을 보면서 역시 그자를 사살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자위했다.
만약 조금 전에 그자를 사살할 수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또 벌어졌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만 명이 왔던 군대에서 기마 부대는 거의 괴멸 수준이었다.
궁수들과 포수들만이 별로 피해를 보지 않았을 뿐이었다.
무림맹의 사람들은 그보다 더 큰 피해를 보았다.
감숙단은 단주를 비롯하여 수많은 고수가 사망하여 고수를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으며, 섬서단과 하북단의 경우에도 많은 고수가 사망하여, 하나의 단으로 활동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직도 용병당의 잔당들이 곳곳에 살아있다고 생각되었으므로 일단 전투지를 대충 수습한 다음에 종남산으로 이동했다.
용이 무림맹의 3단 및 섬서의 군대와 충돌하는 사이에, 용병당의 일부가 사천을 거쳐 마존방 총단으로 복귀했는데, 약 2천 명에 가까운 사람 중에서 돌아온 사람은 불과 100여 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실종 혹은 사살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섬서 도지휘사 위소일은 개인적인 일에 병사들을 움직여 큰 피해를 준 죄를 물어 파직을 당했고, 직접 군대를 지휘하였던 도지휘첨사는 정천호로 강등되어 감숙의 변경으로 좌천당했다.
또한 섬서 도지휘동지도 상관의 잘못된 일을 막지 못하였다는 죄로 역시 감숙의 변경으로 좌천당했다.
이로써 섬서의 군대 수뇌부가 전부 바뀌었다.
섬서의 일로 인하여 조정에서도 논란이 벌어졌다.
위소일이 혁신파의 중요 인물이었으므로 혁신파의 조정에 대한 장악력이 다소 떨어졌고, 보수파가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때문에 무림맹과 연관이 있던 무관들이 상당폭 보직 이동을 하였으며, 대개 좌천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보수파의 장수들이 군부로 대거 들어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보직 이동은 새로운 사람들이 요직에 앉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중에는 마존방과 연결된 사람들도 있었다.
마존방도 관과의 관계를 맺는 기회가 얻게 된 것이다.
*****
용과 용병당이 섬서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후방지원을 하도록 명령을 받아, 광마당과 전마당은 호북에 전진 배치가 되어 있었다.
용이 자신들에게 호북의 일을 맡긴 후 홀로 섬서로 떠난 후, 두 당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전투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호북의 모든 일은 일단 원래 진주하고 있던 집마단이 하기로 했다.
광마당과 전마당이 오고 나서 얼마되지 않아, 친위부대 5개 부대가 호북으로 왔고, 며칠이 지난 후에 용병당이 종남산에서 고전하고 있으며, 용이 무림맹과 충돌하게 되었음을 간자를 통해 알게 되었다.
즉시, 광마당과 전마당은 호북에 있는 무림맹의 세력이 섬서로 이동했다.
적이 용병당의 길을 막기 위하여 사천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호북에 있는 무림맹의 세력에 일부러 도발했다.
최소한의 피해를 위해 일부러 친위부대를 이용했다.
친위부대의 마왕재림진이 소림사의 백팔나한진이 아닌 이상에는 큰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처음 며칠은 친위부대의 활약이 대단했다.
무림맹의 전초기지라 할 수 있는 곳을 친위부대들이 괴멸시킨 것이다.
이틀 후, 섬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하였다는 소식을 듣고는, 용과 용병당을 구하기 위해서는 본격적으로 무림맹과 싸워야겠다고 판단한 마뇌의 명령을 받아, 광마당과 전마당이 무림맹의 개봉단과 하남단을 공격했다.
마뇌가 그런 명령을 하게 된 원인은, 용병당을 구해 마존방이 자신들의 수하들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다른 부하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있었고, 무림맹과 전면전을 해도 마존방이 유리하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었다.
전초부대는 역시 친위부대 5개가 맡았고, 그만큼 위력을 보였다.
이렇게 되자, 무림맹에서도 마왕재림진에 큰 효과를 본 백팔나한진을 펼치기 위해 소림사의 무승 3천 명을 호북으로 파견했다.
백팔나한진이 전투에 참여하게 되자, 마왕재림진은 순식간에 괴멸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전투는 무림맹에 아주 유리하게 전개되었는데, 다행히 간자를 통해 소림사의 무승들이 참여한다는 소식을 얻은 마뇌가 즉시 호북으로 천요당과 친위부대 5개를 더 보내주어 다시 마존방이 우세한 상황이 되었다.
아무리 백팔나한진이 마왕재림진에 뛰어난 효과를 본다고 할지라도 거의 일 대 삼으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되어, 겨우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지경이었으므로 다른 집단에서 질적인 우세를 보인 마존방이 유리했다.
무림맹의 개봉단은 개방을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진 단으로 구성인원은 무림맹의 단 중에서 가장 많은 만여 명에 가까웠지만, 고수라고는 개방의 고수들과 몇 명의 고수들뿐이었고, 그나마 위력이 있는 것은 타구진 정도였다.
이 타구진이 있었으므로 질적인 면에서 떨어지는 무림맹이 마존방의 공격에서 그나마 버티고 있었다고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무림맹은 개별적인 싸움에서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이전 전투에서 느꼈는지, 큰 진이 소멸해도 바로 3명을 기본으로 하는 삼재진이나 5명을 기본으로 하는 오행진을 만들어 마존방도들에게 대항했기 때문에 전처럼 쉽게 제압되지 않았다.
그나마 마존방도 진에 대해서 많이 연구했기 때문에 그런 작은 진에 말려들지 않아 우세를 빼앗기지 않았을 뿐이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천요당의 여인들이 펼치는 욕화나염무(慾火裸艶舞)는 상당한 위력을 자랑했다.
하남단의 강호인들은 이 욕화나염무에 현혹되어 정기를 잃고 죽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하남단은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하다가는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소림사의 승려들은 재빨리 대백팔나한진을 구성하기 시작하여 커다란 3개의 대백팔나한진이 만들어졌고, 친위부대도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새롭게 만든 대마왕재림진(大魔王再臨陣)을 만들었다.
두 개의 커다란 진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주위에 엄청난 기파를 뿌렸고, 그 기파를 이기지 못하여 사람들이 얼른 진에서 벗어났으며, 진들은 상대를 향해 움직였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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