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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하루살이 - 08화

DUMMY

장현수는 자리에 앉아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일주일동안 정신없이 보낸 후 모처럼 가지는 휴식이었다.


‘아내와 아들을 죽인 것은 배두칠이다. 배두칠은 인지교의 교인이다. 누군가의 지령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결국은 인지교의 교주 오근수가 최종 목적지가 된다. 오근수에 도달하기 위해 안대준은 어쩔 수 없이 거쳐 가야한다. 하지만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내는 그곳에서 봉사활동만 한 평신도였다. 인지교에 무슨 해를 끼친 적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 있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구준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장검사님.”

“...”

“휴식을 취하고 계셨는데 죄송합니다.”


장현수는 눈을 뜨고 구준호를 바라보았다.


“괜찮습니다. 무슨 일이세요?”

“이일운수 인사팀장이 일주일 전에 해외로 출장 나갔다고 합니다. 명목은 해외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야 한다고 당분간은 들어올 일이 없다고 합니다.”

“우리가 한 방 먹었군요. 일단은 자리를 피해 보자는 계획이네요. 진작에 조사를 했어야 하는데.”

“이것으로 확실해졌습니다. 배두칠뿐만 아니라 회사가 사건에 관련이 있다는 것을요. 이제는 계속 이일운수를 조사해야 하는데 총장님이 싫어하시겠네요. 잘못하면 경영진까지 수사를 확대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언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입니다. 구검사님.”


배두칠을 조사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지만 출발부터 장애물이 막고 있을지 생각 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뜻밖의 수확이라면 구준호의 말처럼 단순하게 보이는 배두칠의 뺑소니가 이일운수 회사 차원에서 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죠? 장검사님.”

“저도 좀 당황스럽네요. 구검사님 생각은 어떠세요?”

“처음부터 생각을 다시 해야겠어요. 배두칠의 단순한 뺑소니 사건으로 일단 접근을 했는데 이일운수와 관련이 있음을 의심되니 또 하나의 변수인 인지교도 고려를 해 봐야겠어요. 조금씩 배두칠의 뺑소니와 인지교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나오네요.”

“그러네요.”

“8년전 일이라 이일운수에 그때의 자료가 남아 있지 않겠지만 압수수색을 한 번 해 봐야 겠어요. 그곳의 자료를 보게 되면 아무래도 인지교와 관련된 자료가 나올 것 같아요. 이일운수에서는 압수수색까지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니 지금 제대로 자료를 숨겨 놓지는 않았을 거에요.”

“그렇다면 구검사님. 한 번 해보세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겠습니다.”

“예. 그리고 압수수색을 할 때 강서균을 데리고 가세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압수수색을 가는 길에 이기한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구준호는 받지를 않았다.

받지 않아도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알고 있었다.

어찌보면 이기한 검찰총장에게 반기를 든 것이었다.

이것으로 구준호는 승진은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각인시켰다.

자기에게 다가올 미래 일보다는 시민검사팀의 현재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정치적으로 생각할 순간에 지극히 원론적으로 이번 일을 수행하였다.

구준호는 정치 검사라기보다는 그저 주어진 일을 하는 일반 검사에 불과했다.


“압수수색 영장입니다.”


구준호는 영장을 보여주고 인사팀을 비롯하여 행정과 관련된 팀에서 자료를 상자에 넣었다.

컴퓨터내에 저장된 정보에 대해서는 하드에 저장되어 있는 파일 중 관련이 있는 것만 선별하여 저장하였다.

직원들이 크게 동요를 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아 미리 조치를 다 한 것 같았다.

구준호는 이렇게 자료를 들고 가면 시민검사팀 사무실에서 분석을 하더라도 쓸모가 있을 정보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더 이상의 자료를 순수히 줄 것 같지는 않았다.


“강수사관님. 잠시 저 좀 보실까요?”


구준호는 강서균을 조용히 복도로 불렀다.


“강수사관님. 지금 보니까 이일운수에서 크게 동요도 없이 순수히 자료를 주는 것을 보니까 가져가는 자료가 되돌아가서 보면 별 영양가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너무 순조롭게 자료를 내놓고 있네요. 너무 고분고분 해요. 미리 언질을 받은가 봅니다.”

“검찰총님께 제가 불려갈 때 이곳도 준비를 시켰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이럴거라고 생각을 해야 했는데 제가 안일했네요. 그래서 강수사관님이 한 번 능력을 한 번 발휘해 보실래요. 솔직히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직원중에 귀찮아서 실수한 것이 있을 겁니다.”

“예. 그렇다면. 제가 한 번 해 볼까요.”


강서균은 이일운수 직원에게 지금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강서균은 먼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문서파일을 검색해 보았다.

문서파일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문서파일을 모두 지운 것이었다.

이메일을 살펴보니 최근의 이메일 밖에 없었다. 이것 또한 깔끔히 지운 것이었다.

지운 파일이야 나중에 포렌식으로 복원을 하면 되었다.

이렇게 하다가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곰곰히 생각을 했다.

이런 기업에는 작업의 편의를 위해 공동 업무인 경우 문서파일을 위한 작업 서버가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어 네트워크 전체를 스캔하여 보았다.

IP가 그룹화 되어 있었으며 간혹 한두개의 IP가 그룹 이외의 번호로 할당되어 있었다.

그룹화 되어있는 IP는 직원들 컴퓨터일 것이고 별도로 나와 있는 IP는 서버일 것으로 생각 되었다.

의심되는 IP에 하나하나씩 접근을 해보니 한 IP에서 로그인 페이지가 화면에 떴다.

다행히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어 바로 서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분명히 최근까지 업무에 필요한 것이라 끄지 못하고 서버가 켜져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었다.

폴더를 열어보니 회계 자료를 비롯한 회사의 주요 정보들이 있었다.


“구검사님.”


압수수색을 지휘하고 있는 구준호가 강서균을 뒤돌아 바라보았다.

강서균이 웃으며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괜찮은게 있는가 보네요.”

“일단 휴대용 하드디스크 좀 주세요.”


강서균이 조용하라고 손가락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구준호가 하드디스크를 주자 강서균은 접속한 서버의 모든 파일을 복사했다.

복사를 다 하고 강서균이 조용히 자리를 떴다.

구준호는 그러한 강서균을 보고 압수수색팀을 철수시켰다.


이일운수에서 되돌아오는 차안에는 상자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압수수색하여 가져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들이었다.


“파일서버는 의외의 수확이었습니다. 강수사관님.”

“예. 이일운수에서 파일서버를 꺼야 한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압수수색을 간다고 급히 연락을 받았는가 보죠. 미리 대비를 많이 했는데 헛점은 있었네요.”

“큰 보물장소를 발견한 것입니다.”

“다행이네요.”


의외의 자료를 얻게 되어서 그런지 구준호가 싱글벙글 하였다.


“그런데 장검사님은 언제부터 알고 계신거에요? 강수사관님.”

“대학선배에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네요. 장검사님은 어떤 분이셨어요?”

“유명했죠.”

“유명요?”

“제가 학교에 다닐때 전산과에 두 명의 천재가 있었는데 그 중에 한 명이에요.”

“그렇게 대단했나요?”

“대단했죠. 대학을 졸업하고 벤처회사를 세웠는데 대박이 났죠. 현수형이 나를 불러 같이 회사일을 했는데 정신이 없었어요. 몸이 열개라도 부족했어요.”

“그럼. 사모님과 아드님이 사고가 난 것이 그 때인가요?”

“회사를 안정화 시키고 형은 가족들과 쉴 생각을 했는데 그러한 가운데 사고가 터진 거예요. 애가 오랜 시간 아팠는데 병이 인지교에서 나았거든요. 그때부터 형수님이 인지교에 빠졌는데 뺑소니가 난거죠.”

“그렇군요.”

“사고가 터진 후에는 회사를 다 정리하고 형수님 뺑소니 사건에만 매달렸어요. 형의 삶은 그 때부터 멈춘 것 같아요.”

“힘든 시간을 보내셨군요.”

“예.”

“그리고 보니 강수사관님. 두 천재가 있었다고 했잖아요. 나머지 한명은 누구에요?”

“구검사님도 알고 있는 사람인데요.”

“제가 알고 있는 사람이라. 누구죠?”

“안대준 선배요.”

“인지교의 안대준이요!”

“예.”

“재밌군요.”

“어떻게 보면 두 분다 아픔이 있죠. 현수 형은 형수님과 아들을 뺑소니 당해 잃었고 대준 선배는 여자 친구가 지병으로 죽었어요.”

“그러면 안대준이 인지교의 사제가 된 것도?”

“여자 친구가 저와 동기인데 대학교 때 병으로 갑자기 죽었어요. 그 때 대준 선배도 장난이 아니었죠. 거의 미친 사람이었어요. 장례식 후 몇 년 해외에 돌아다니다가 왔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철저한 무신론자였는데 종교 사제가 되었더라고요. 그 때는 기독교나 천주교인 줄 알았는데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종교인 인지교일지는 전혀 몰랐죠. 인공지능을 신으로 모시는 종교라니 참. 할 말이 없네요.”

“그렇군요.”

“대준 선배를 참고인으로 부른다고 하니 인생이란 재미가 있네요.”




본 소설은 특정한 인물, 사건, 단체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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