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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하루살이 - 19화

DUMMY

김도일은 주일 예배에 앞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우리나라 교회의 앞 날을 위해 기도할 것도 할 일도 많았다.

하지만 노강수 의원이 그 길을 막고 있었다. 죄 많은 그를 용서해 달라는 기도를 했다.

김도일에게 정부의 인정을 받아야 종교로 등록할 수 있는는 종교법인법은 그 자체로 악이었다.

그런면에서 그 법을 추진하는 노강수 의원 역시 악이었다.

자신이 조성한 비자금은 우리나라 교회를 위해 한 일이이며 세속적인 정치인은 이해를 못하는 종교적인 일이었다.

그 어디에도 사심을 없었다.


기도를 마치고 난 후 성도들이 모여 있는 예배당에 들어갔다.

노강수는 교회에서 예배를 하기 위해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

강대상에서 오르면서 그를 본 김도일의 얼굴이 붉혀졌다.

우리나라 교회의 발전을 저해하면서 저렇게 뻔뻔스럽게 예배를 하는 모습을 보니 가증스러웠다.


오늘 김도일의 설교 주제는 간음이었다.


“성도 여러분. 성경에서는 마음으로 간음을 한 것도 간음이라 하였습니다. 이 또한 간음인데 실제적인 간음은 심각한 죄입니다.”


김도일의 설교는 점점 절정으로 가고 있었다. 노강수는 담담히 그의 설교를 듣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간음은 뿌리 뽑아야 합니다. 저는 이 시간 뼈 아픈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김도일은 앞자리에 앉아 있는 노강수를 한 번 바라보았다.


“저희 교회의 자랑스러운 형제인 노강수 의원이 있습니다.”


노강수는 자기 이름이 나와 순간 당황했지만 좋은 이야기를 하려고 본인을 언급하는 줄 알고 미소를 지었다.

예배에 참석한 수천명의 교인들이 일제히 노강수를 처다 보았다.

노강수는 그 시선이 싫지는 않았다.

그는 대중의 시선을 먹고사는 정치인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존경의 눈빛을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픈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김도일이 설교를 이어갔다.


“설교 시간에 말을 하지 않으려고 수백번 다짐을 하였지만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형제자매님들에게는 솔직해야 한다는 말씀에 용기를 얻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노강수 의원에게는 간음으로 낳은 숨겨둔 딸이 있습니다.”


예배당은 웅성웅성 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노강수는 멍하니 앞만 보았다.

옆에 앉아 있던 부인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저는 기도를 드렸고 어려운 결단을 내렸습니다. 하나님께서 용서를 하라 하셨지만 사회 지도자는 책임이 따릅니다. 즉 본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기에 노강수 의원과 같이 사시는 분은 보다 일반 성도들보다 더 청결해야 합니다. 저는 세상의 법으로는 그를 심판할 수 없지만 하늘의 법으로 심판하려 합니다.”


김도일은 잠시 뜸을 들였다. 무엇인가 결심한듯 말을 이어 나갔다.


“노강수 형제를 저희 교회에서 제명과 동시에 출교를 하려 합니다. 아픈 결정임을 알아 주시기 바랍니다.”


순간 적막이 흘렀다.

교인들은 무슨 사항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서로의 얼굴을 처다 보았다. 제명과 출교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본 성도들도 있었다.

노강수는 이 상황을 빨리 받아들였다.

그는 노련한 정치인이었다.

일단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노강수는 일어나서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그 뒤를 부인이 따랐다.

교인들은 소리 없이 처다보기만 하였다.

김도일 역시 노강수를 조용히 처다 보았다.

노강수가 나가자 김도일은 설교를 계속 이어 나갔다.


노강수가 차에 올랐다.

부인은 다른 차를 타고 이미 떠나 있었다.

노강수는 담임목사인 김도일이 이렇게 자기의 뒤통수를 칠줄은 몰랐다.

종교법인법에 대해 기성 기독교의 반항이 있을 줄은 예상은 했었지만 그것이 본인이 다니고 있는 교회의 담임목사인 김도일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노강수는 자기의 정치 인생이 끝났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숨겨논 자식과 더불어 종교가 관련된 일이라 만회할 여지가 없었다.

출교는 단순히 교회 영역안에 속한 일이라 대중들에게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사항이었지만 그것이 노강수라는 유력 차기 대선 후보와 관련된 것이라 그 파급효과는 상당했다.


이날 일제히 속보로 노강수의 일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노강수 관련된 보도가 모든 이슈를 덮어 버렸다.


‘현대판 카노사의 굴욕.’


노강수의 출교에 대한 헤드라인 기사 제목이었다.


‘교황 그레고리오 7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파문한 사건이 오늘 한 대형교회에서 일어났습니다. 당사자는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노강수 의원입니다. 그는 불륜으로 낳은 숨겨둔 딸로 인해 출교를 당했는데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그런 극단적인 일을 왜 한 것인지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아직까지 노강수 의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발표된 것이 없습니다.’


자극적인 기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언론은 벌떼같이 노강수에게 달려들었다.

유력정치인, 숨겨둔 자식, 교회에서의 극적인 출교, 이 모든 것들이 녹아들어가 있는 노강수 일에 사람들의 관심은 한 순간 이곳으로 몰아버렸다.

연일 노강수 이야기뿐이었다.

노강수의 가족이야기, 국회 활동 등 이 모든 일들에 부정적인 프레임이 쓰여 지자 모든 것이 비리였다.

대부분은 근거 없는 추측성 기사였다.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렇게 보고 싶은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언론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다는 근거만 제시하면 될 뿐이었다.


이틈을 타 오근수와 성지원은 시민검사팀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이들의 출석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언론은 별로 없었다.

기습적으로 출석을 해서 그런지 시민검사팀도 충분한 준비 없이 조사를 수행하였다.

오근수와 성지원은 조사를 할 때 모르쇠로 일괄하여도 반박할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조사에는 별 진전은 없었다.

그렇게 시민들이 관심을 가진 두 사람의 시민검사팀 출석은 노강수의 생각지도 않은 사건에 조용히 지나가 버렸다.


며칠 후 노강수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수십명의 기자들이 모였다.

이날 노강수는 나오지 않고 대변인이 나와 입장을 발표하였다.


“노강수 의원을 대신해서 입장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노강수는 국민들의 심려를 끼친 상황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저의 숨겨둔 딸은 개인적인 가족사로 제가 지고 가야할 짐으로 무덤까지 들고 가겠습니다. 저는 제가 속한 당에 큰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상태로 국회의원 직을 완전히 수행할 수 없는바 그 직을 물러나려가 합니다. 다시 한번 국민들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가집니다.”


대변인은 어떠한 질문도 받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 버렸다.

인간사가 그렇듯이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평생이 걸리지만 내려오는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노강수라는 걸출한 대선 후보 정치인이 이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


우강인은 김재국의 사무실로 급하게 들어갔다.

김재국은 사무실 한쪽에서 야구를 보고 있었다.

시끄럽게 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우강인은 쇼파에 앉았다.

쇼파에는 천상균과 김조병이 앉아 있었다.


“노강수의 입장발표 보셨죠?”

”김재국 선생님의 국회 입성이 빨라 지겠네요. 보궐선거입니다.”


김재국이 갑자기 홈런이라며 박수를 치며 소리쳤다.


“선생님 깜짝 놀랐잖아요. 좀 조용히 보세요!”

“미안하네.”


천상균이 소리 치자 김재국이 TV의 소리를 낮추고 계속 야구를 보았다.

우강인과 김조병은 이러한 장면이 흔한 일상인지 별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제부터 선거 시작인데 자금은 충분하죠?”

“지금은 괜찮은데 이제부터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것은 제가 연락을 하죠. 지금은 시민검사팀이 계좌를 추적하고 있어 좀 조용해지면 이야기를 꺼내도록 할께요.”

“돈이야 준비를 하면 되지만 당의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경쟁자는 없어요?”

“아직까지는 선생님의 인지도가 낮아 좀 힘들기는 합니다.”


셋은 일제히 김재국을 보았다. 김재국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하게 야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일단 선생님을 위한 인터넷 모임을 만들어야 겠어요?”

“선생님. 얼굴은 잘 생겼였으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을 겁니다.”

“일단 모임 회장 한 번 물색해 보세요.”

“이제부터 보궐선거 모드이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요.”

“회장은 제가 알아볼께요.”

김조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 소설은 특정한 인물, 사건, 단체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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