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을 길들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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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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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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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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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보

DUMMY

한편 다크니스 리볼의 세계에선, 준구가 만신창이가 된 채로 여관에 투숙하고 있었다.

가까스로 레벨2를 달성했지만,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하루였다.


"레벨 업도 했겠다, 이젠 몰이 사냥을 해볼까?!"


라고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막상 버섯돌이 두 마리와 싸움을 시작하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프기는 여전히 아픈데, 2배로 맞아제끼니 정신줄을 챙기고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조금 전의 나는 얼마나 당당하였던가? 그것이 모두 자만이고 어리석음이었구나···'


준구는 깊은 후회를 하며 도망을 치려고 했다.

하지만 재수없게도 거기서 다른 버섯돌이한테까지 어그로가 끌렸고, 어느 새 1:3이 되어 다구리를 쳐맞고야 말았다.

가까스로 도망쳤을 때, 준구는 입술에 피가 나고 눈은 밤탱이가 된 채였던지라 여관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자리를 피할 정도였다.


"어이, 빨리 들어가서 쉬어."


그날 몬스터를 잡아 얻은 20골드의 절반을 투숙비로 제공하고, 준구는 방에 들어가 뻗어버렸다.

막 잠에 들려는데 단말기인 유니버스의 화면이 빛나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었다.


- 삐비비비빅.


"뭐야, 시끄럽게!"


준구는 가뜩이나 짜증나는 마음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리고 빛나고 있는 유니버스의 화면을 보자, 화면에는 '혜원맥'이란 글씨가 쓰여 있었다.


"이건 핸드폰이랑 똑같잖아?"


생긴 것만 스마트 폰 같은 줄 알았는데, 진짜로 통화까지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게임에서는 이런 물건이 없었으니까.

중세 판타지 세계엔 아무래도 안 어울리는 물건 아닌가?


어찌됐거나 준구는 황급히 유니버스의 통화를 받았다.

단말기 너머로, 혜원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습니까? 다크니스 리볼은."

"아··· 아아! 즐겁죠! 즐겁다 마다요."


준구는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대답했다.

아니 사실은 생각만큼 즐겁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짜증이 날 수준이었다.

술집 주인보다도 레벨이 낮지 않나, 버섯돌이에게 두드려맞은 자리는 또 더럽게 아프고, 다크니스 리볼에서의 첫 날은 정말 최악에 가까웠다.

하지만 굳이 혜원맥에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알량한 게이머로서의 자존심이랄까···


"어디 다치거나 하진 않았습니까?"


혜원맥이 묻자 준구는 순간 뜨끔하여 황급히 대답했다.


"아니, 그럴 리가 있나! 저 이 게임 초짜 아니예요. 이미 엔딩까지 본 게임에서··· 이미 공략 플랜까지 다 짜둔 상황인데···"

"하,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제 기우였나 봅니다."


그러면서 혜원맥은 안심했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은 유니버스 건너의 준구에게도 그대로 들렸다.


"네? 기우요? 무슨 기우···"

"그게, 제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어서 말씀드리지 못했던 부분이 있더군요."

"파악하지 못한 건 많더만요. 전 주인공도 아니고, 레벨 1에, 아이템도 가진 거 없던데."

"그, 그랬습니까? 어쨌거나 꼭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 예, 예. 또 뭡니까."

"그게, 게임 세계에서 죽게 되면 다시는 부활할 수 없다고 하니 각별히 몸을 사리라는 내용입니다."

"아하, 그렇군요."


준구는 욱신거리는 통증에 빨리 끊으라는 듯 건성으로 대답하다가, 갑자기 잠이 싹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지금 분명 이 자식이 뭐라고?

준구는 침대에서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뭐, 지금 뭐라구요? 죽게 되면 다시는 부활할 수 없다는 거··· 이 게임 세계에서 부활할 수 없다는 의미인가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왜, 일전에 이야기 해드렸던 부분이 생각나십니까? 이승과 저승의 사이는 정신을 기반으로 한 세계라구요."


그리고 혜원맥의 설명이 이어졌다.

혜원맥도 이덕춘에게 들은 이야기니 디테일은 떨어졌지만, 죽게 되면 이승복귀는 거의 물 건너 가는 상황이니 각별히 조심하란 내용이었다.

준구는 어이가 없어 소리쳤다.


"이런 시발···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떻게 해? 나 아까 죽을 뻔했다고!"

"응? 죽을 뻔했다뇨? 아까 공략 플랜까지 다 짜두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유구무언.

준구는 조금 전 자신이 뻥을 쳐놓은 것이 낱낱이 기억났다.


"후후··· 재미있어서 죽을 뻔 했단 이야기였죠. 야! 신난다! 야! 즐겁다! 다크니스 이볼브의 세계에 내가 오다니!"


누가봐도 어거지로 한 과장 그 자체였으나 눈치없는 혜원맥은 그 말을 듣고 안심했다.


"아, 이것 참··· 그렇게까지 즐거워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즐거워하시는 걸 보니 제 실수도 약간은 의미있는 일이 된 것 같군요."


'의미가 있긴 개뿔이 있어···! 죽이고 싶다!!'



준구는 물론 속으로만 생각했다.

저승사자를 죽이고 싶다니 참으로 담대한 친구가 아닐 수 없었다.

준구는 넌지시 물었다.


"하하하··· 그런데 이거, 혹시 게임 종료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아, 원하셨던 대로 진엔딩에 도달하면 된다고 합니다."

"네? 진엔딩까지 이대로 달려야 한다구요?"

"네. 저도 미처 몰랐던 사항입니다만, 정신세계에 들어갈 때는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하면 나올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

"저기요?"


준구는 결국 폭발했다.


"와, 이건 완전 사람 잡는 소리잖아! 하긴 이 자식 저승사자였지? 사람 죽이는데는 아주 도가 튼 자식이라 역시 클라스가 다르구만! 이거 뭐 켠 김에 왕까지도 아니고, 뭐하는 거야? 일부러 나 확실하게 죽으라고 여기로 들여보낸 거지?"

"왜, 왜 그러십니까? 좋아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설마 힘드십니까?"

"···"


준구는 그 말에 다시 말문이 막혔다.

슬프게도 모든 모욕을 받아들일 수 있어도 게임 좆밥 소리만은 듣지 못하는 것이 처량한 오타쿠의 삶이었다.


"아니, 쬐끔··· 2회차다 보니까 약간은 지루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중간에 그만두고 싶어지면 어떻게 하지 싶어서 말이죠."

"아하··· 그러셨군요. 그래도 지금은 재미있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명작이란 가까이에 두고 늘 함께해도 새로운 맛이 난다고 하더군요. 오늘 염라대왕님과도 이야기했는데, 업무 처리엔 별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책임지고 돌려보내드리라 했으니, 아마 결재 상으로도 배려해주실 모양입니다. 마음 놓고 즐기다 오십시오."


'마음 놓고 즐기긴 뒤질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즐기냐. 초상집에서도 웃어제낄 새끼같으니...'


"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초상집에서 건배할 새끼···'


혜원맥은 준구가 속으로 욕을 하고 있는지 어떤지도 모르는 채 전화를 끊었다.

통화가 끝나자 준구는 방 안에서 갑자기 절대 고독을 느꼈다.

불을 꺼놓은 방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과 별빛만이 느껴져, 마치 우주처럼 느껴졌다.


'낯선 세계··· 이 우주에 나 밖에 없는 듯한 이 기분···'


게임 세계는 생각만큼 즐겁지만은 않았고 안전하지도 않았다.

게임은 정말 게임일 때 최고로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었다.

왜냐면 안전하니까.


'내가 진엔딩을 봐야지만 이 세계를 나갈 수 있다고 했겠다? 그렇다면 다스켈이 그냥 마왕을 쓰러뜨려 보통 엔딩이 나오면 안 된다는 소리인가···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다스켈보다 앞서서 강해진다는 건 불가능하고··· 무언가 꽁수를 써서라도 다스켈이 마왕을 쓰러뜨리는 일만은 막아야 해.'


하지만 어떻게 해야?

그에 대한 대답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용사 다스켈은 천운이 함께 한다고 해도 좋을 수준으로, 그를 둘러싼 스토리의 핵심인물들도 하나같이 천재들에 영웅들이었다.

자기는 그에 반해 명성도 없고 그런 천운이 따를지 어떨지도 몰랐다.


준구는 생각을 정리하고자 여관을 빠져나와 길을 걸었다.

그러다간 인적 드문 마을의 공터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해골을 굴려도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그러고 있으니 잠시 후, 낑낑거리며 주인 없는 개 한마리가 준구에게 다가왔다.

인간의 손길이 그립기라도 했던지, 개는 준구를 향해 꼬리를 쳤다.


"뭐냐, 넌."


준구는 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이 기분 나쁘지 않았던지 개는 자신의 배까지 드러내며 드러누웠다.

준구는 그 배에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뻗는데, 그 순간 자기도 모르게 무언가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 테이머! 그것도 최단기로 성장하는 루트로."


그것을 무엇이라 해야할까?


"생각이 떠올랐다! 작전 명은 '마왕 납치 계획!' 마왕을 길들여서, 다스켈이 클리어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다!"


준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일이 되면, 일단 모험가 길드부터 가자! 그리곤 클래스 체인지를 하는 거야! 그래, 나야말로 다크니스 리볼의 참된 유저! 뜻이 있는 곳에 공략이 있다!"


이것이 준구가 마왕을 길들이게 된 경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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