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水神)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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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바이
작품등록일 :
2019.04.01 21:03
최근연재일 :
2019.04.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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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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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드래곤과 수류비공(水流秘功)(3)

DUMMY

3. 드래곤과 수류비공(水流秘功)(3)


“오영원씨, 혹시, 아프다거나 이상이 느껴지는 곳이 있습니까?”

김대안의 물음에 영원은 몸 상태를 체크해보았다.

딱히 불편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아프거나 불편한 게 아니라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개운하다.

“괜찮습니다.”

“머리가 어지럽다거나 속이 거북하지는 않습니까?”

“아주 맑고 개운합니다.”

“오영원씨.”

“네.”

“오영원씨는 신도림역에서 소매치기 일당을 잡은 뒤에 복부에 칼을 맞았습니다. 기억나십니까?”

“어제 일인데 그걸 기억 못하겠습니까?”

별 허튼소리를 다 한다는 눈으로 영원이 되물었다.

“으음..”

김대안이 저도 모르게 흘려낸 침음, 어제 일어난 일로 알고 있는 사람한테 이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생님, 설마.. 어제 일이 아닙니까?”

“벌써 1년이 지난 일입니다..”

김대안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네?”

영원이 눈을 치켜떴다.

잠깐 꿈을 꾼 것 같은데 무슨 1년?

“오영원씨는 1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있다가 깨어나신 겁니다.”

“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을..”

“과다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진 뒤 1년이 지났습니다.”

김대안 원장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영원이 눈을 깜빡거렸다.

믿기지 않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 1년.. 입니까?”

“네, 1년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비록 꿈이기는 했지만 드래곤 세 마리와 징그럽게 싸운 기간이 1년이었다.

한두 달도 아니고 무려 1년이라는 긴 시간을 그렇게 싸워댔는데..

가만, 그게 1년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생각해 보니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의식도 하지 않았는데, 봄과 여름을 자연스럽게 아는 것처럼 그냥 저절로 1년이 지났다는 걸 알게 된 거다.

그리고 또 생각해 보니 꿈이라기에는 정말 생생했다.

지금도 뜨겁고 차가운 기운이 양쪽 팔에 머물고 있는 것만 같다.

어? 그러면 뜨겁다 못해 활활 타버릴 것 같아야 하고 또 얼음굴에 빠진 것처럼 몸이 얼음덩어리가 되어야 하는데? 그뿐인가? 가슴은 꽉 막힌 것처럼 숨도 안 쉬어져야 하는 거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시원해?

생각에 잠긴 영원의 얼굴은 심각하게 보였다.

김대안 원장이 입을 열었다.

“내일 몇 가지 검사를 해봅시다. 그리고 워낙 오랫동안 누워만 있었기 때문에 근육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한동안 안정을 취하면서 운동을 꾸준히 하셔야 합니다.”

당부를 한 김대안이 이혜정과 같이 병실을 나갔다.

기다렸다는 듯이 윤아현이 다가섰다.

“다행이에요, 그리고 정말 고마워요..”

윤아현이 저도 모르게 영원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하니 맺혀있었다.

“..아..!”

“어머, 저 기억나세요?”

“소매치기 당한 아가씨..?”

“네, 맞아요. 제가 소매치기 당했던 거예요. 그리고 칼에 맞을 뻔 했던 걸 영원씨가 구해주셨죠. 아, 저는 윤아현이라고 해요. 정말 영원씨 아니었으면..”

“그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말을 흐린 영원이 자신의 손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 눈길을 따라간 윤아현이 황급히 영원의 손을 놓았다.

지금까지야 의식이 없었으니 그렇다지만 이렇게 버젓이 눈을 뜨고 있는데 함부로 손을 잡았으니..

“아, 내 정신 좀 봐. 1년 만에 깨어나셨는데..”

윤아현이 허둥거렸다.

“아차..!”

영원이 혀를 찼다.

첫 출근이었는데 전화 한 통 못한 채 1년이나 지나버렸다.

“아현씨, 제 스마트폰 좀 주십시오. 아, 아닙니다.”

말을 하고 보니 누워있을 이유가 없다.

영원이 몸을 일으켰다.

아현이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아, 고맙습니다.”

영원은 이내 통화를 시도했다.

신호가 가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충성. 오영원입니다. 대장님.”

-뭐? 누구? 오영원? 전설 오영원!“

“네, 대장님. 오영원입니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자, 자네 어디야? 언제 깨어난 거야? 아니, 지금 병원인가? 병원에 있는 거지? 어디 가지 말고 거기 있게! 내 당장 달려가겠네. 거기, 병원에 가만히 있어!“

“아니, 그런데 대장님. 대장님? 하여간에 급한 건 여전하시네..”

입맛을 다신 영원이 병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현씨, 이거 무슨 병실이 이렇게 화려합니까?”

“생명의 은인이시잖아요..”

“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도 아니고 무슨 생명의 은인?

의아해하는 영원을 보며 두 눈에 고마움을 가득 담은 채 아현이 말을 이었다.

“영원씨가 아니었으면 저는 그때 죽었을 거예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람들이 당시 상황을 분석했는데 칼이 정확하게 제 목의 경동맥을 자르고 지나가는 궤적을 그리고 있었대요. 그러니 영원씨가 아니었으면 저는.. 정말 고마워요, 정말..”

“....”

“병실이 좋아 보인다지만 어떻게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여기보다 더 좋은 병실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모실 거예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네요.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말씀만 하세요. 다 해드릴게요.”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건 말이 안됩니다.”

“영원씨, 저는 영원씨를 더 좋은 시설에서 모시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요.”

“허..”

영원이 탄식을 흘렸다.

재산만 놓고 본다면 자신 또한 어느 자리 어떤 곳이라도 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재산만 가지고 논할 게 아니다.

다시 한 번 실내를 둘러보았다.

고품격의 가구에 특대형 냉장고 등등..

이게 과연 병실일까?

아니다. 여긴 특급호텔의 스위트룸이다.

영원이 그렇게 병실을 둘러보는 순간, 아현은 자신의 내부가 샅샅이 파헤쳐지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아현은 괜스레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생명의 은인이시잖아요, 어떻게 아무 병실이나 모셔요..”

“1년이나 누워 있었습니다.”

“네, 1년을 누워 계셨어요..”

“병원비가 도대체..”

“이 병원의 주인은 제 아버지세요. 그러니 병원비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설마 무남독녀 외동딸의 생명의 은인에게 병원비를 받겠어요?”

“아..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합니다.”

“아니예요, 영원씨. 병원비 걱정하지 마시고 좀 더 회복될 때까지 편히 계세요.”

“허..”

영원은 말을 잃었다.

아니, 그러고 보니 지금 이 자리가 왠지 불편하다.

눈앞의 아현은 굉장한 미녀다. 그런 그녀가 자신을 생명의 은인이라며 간쓸개라도 빼줄 것처럼 굴고 있다. 이성과의 접촉이 거의 없이 살아 왔는데 지금 이 자리가 편할 리가 없다.

“아현씨, 좀 씻어야겠습니다.”

이건 병실을 나가달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아현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하긴, 저녁시간이라지만 꽤 늦기는 했다.

평소였다면 지금쯤 집에 가야할 시간인 거다.

하지만 오늘이 어떤 날인데 벌써 집엘 들어갈까.

아현은 문득, 영원의 옷이 생각났다.

칼에 맞으면서 엉망이 되어버린 옷, 식물인간이 되는 바람에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다행히도 그가 씻는다고 했으니 그사이 옷을 준비하면 된다.

“알겠어요. 우선 입을 옷부터 준비해 둘게요.”

그렇게 윤아현이 병실을 나갔다.

영원은 곧바로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옷을 벗고 샤워기의 물줄기로 온몸을 적시는데 문득, 느낌이 이상하다.

왠지 몸이 매끄럽고 부드러운 게 마치 아기피부를 만지는 것 같다.

“이게 무슨..!”

칼에 맞은 배를 만졌는데 흔적이 없다.

서둘러서 옆구리로 손을 옮겼다.

아프가니스탄 작전에서 폭탄 파편이 옆구리에 박히면서 움푹 들어갔던 상처가 만져지는 게 당연한데 말끔하다.

다리와 장딴지 어깨 등의 총상도 마찬가지다.

이건 애초부터 상처가 나지 않은 태초의 피부와 다름없다.

“도대체..?”

그러면서 무심코 보게 된 거울.

이건 누구..?

가만히 보니까 자신의 얼굴인 것 같다.

한데 어째 코와 입술이 좀 작아진 것 같은데..?

아니, 그러니까 이게 지금 내 얼굴이라고..!

“말도 안 돼..!”

얼굴을 만져보고 몸을 더듬었지만 꿈이 아니다.

한참을 그렇게 놀라고 있던 영원이 문득 생각했다.

“칼을 맞은 게 복이 된 건가?”

아니, 도대체 무엇이 자신을 이렇게 10년이나 젊은 모습으로 바꾸어 놓은 것일까.

그러고 보니 1년 동안 용꿈을 꾸긴 했다.

그때 문득, 아랫배가 따뜻하다 못해 뜨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류..!”

비공을 의식하는 순간, 단전에서 기운이 일어났다.

한데 평상시의 양을 훌쩍 뛰어넘다 못해 수십 배나 될 것 같다.

“이게 도대체..!”

영원이 기함을 토했다.

기운은 이내 전신을 휘돌았다.

그렇게 기운이 지나가는 곳마다 세포가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상쾌하다.

“설마 탈태환골..?”

말도 안 되는 가정이다.

식물인간이 된 상태에서 탈태환골이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 아닌가..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되는데..?

영원이 그렇게 혼란에 빠져 있는데 엘리베이터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바로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오는 소리를 보니 모두 세 사람이다.

괜히 VIP병실이 아니다.

엘리베이터와 사람들이 달려오는 소리 같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안 들리는 게 정상인데 영원은 그걸 듣고 있었다.

쾅!

병실 문이 떨어져나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오 상사! 오 상사!”

“영원아! 오영원!”

벼락같이 들이닥친 사람들은 하나같이 군복을 입고 있었다.

대충 물기를 닦으려고 수건을 들던 영원이 흠칫했다.

빨리 몸을 닦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수건을 들이댈 틈도 없이 물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커다란 물방울이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흔적조차 없다.

이건 말라버린 게 아니다.

영원이 샤워기를 틀어서 몸에 댔다.

샤워기에서 쏟아져 나온 물은 몸에 닿는 즉시 사라졌다.

몸속으로 스며들은 거다.

“아, 이게 바로 수류로구나..”

영원의 얼굴이 밝게 빛났다.

수류비공은 말 그대로 물을 다스리는 공부다.

인체의 70퍼센트가 물이다. 건강은 결국 몸속의 물을 잘 다스리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이론에서 수류비공이 탄생했다. 그런 수류비공은 고대의 많은 수련법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한다.

문득 손바닥을 펼친 영원이 강한 의지를 일으켰다.

‘물!’

바짝 마른 손바닥에 물방울들이 모여들었다.

물방울은 이내 종이컵 분량이 되고 점점 부피가 커지더니 작은 물병만큼, 또 1리터, 2리터 분량으로 계속 늘어났다.

“가볍네..?”

부피가 커지는 만큼 무거워져야 한 텐데 어떻게 된 게 빈손일 때와 크게 차이가 없다.

영원은 맑고 투명한 거대한 물방울에 살짝 혀를 대보았다.

맛있다..!

혀끝에서 시작된 청량함이 순식간에 전신을 휘돌았다.

“오 상사! 어디 있나!”

“대장님, 샤워실에 기척이 있습니다!”

장강훈 상사가 샤워실을 가리켰다.

“씻고 있나?”

샤워실을 보면서 변성진 대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병실에서 들리는 소리에 영원은 급히 환자복을 꿰입었다.

벌컥!

샤워실에서 나온 영원이 크게 소리쳤다.

“대장님! 강훈형! 기찬아!”

“오 상사!..?”

“영원아!..?”

“영원형.. 누구..?”

반갑게 영원을 부르던 세 사람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들의 앞에는 앳된 얼굴의 학생이 환자복을 입고 서 있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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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정보원 19.04.05 76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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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전학생 프로젝트 19.04.03 992 9 10쪽
» 3. 드래곤과 수류비공(水流秘功)(3) 19.04.02 1,050 19 12쪽
2 2. 드래곤과 수류비공(水流秘功)(2) +1 19.04.01 1,177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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