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水神)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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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바이
작품등록일 :
2019.04.0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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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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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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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실마리(2) 자살

DUMMY

10. 실마리(2) 자살


“야 이 미친 새꺄, 강원도에서 전학 온 촌놈이 무슨 짭새야!”

응? 이건 또 무슨 소리래?

강원도에서 전학 온 건 분명히 난데, 그럼 나 말고 또 다른 형사가 있다는 거야?

영원이 그렇게 혁수의 면박에 철용이 목을 쑥 집어넣는 것을 보며 어떻게 된 일일까 생각하는데.

“그럼, 누가 짭샌데?”

김지태가 불쑥 물었다.

“아까 보니까 2학년 애들 붙잡고 대놓고 물어보더라.”

대놓고 물어봐?

“뭐, 뭘 물어봤는데?”

그래, 뭘 물어봤는데?

“뭐긴 뭐겠냐? 죽은 애들이 평소에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았는지, 또 괴롭힌 애들은 누군지 이런 것들이지.”

혁수의 말에 아이들이 절로 몸을 움츠렸다.

“그러니까 조심 좀 하라고 새끼들아. 특히, 너 꼴통.”

“내, 내가 뭐, 뭘..”

“이게 진짜 뒤지고 싶나.”

“아, 알았어. 알았다고.”

“한 달만 조심하자. 꽁치 형님 만나는 것도 자제하고.”

“꽁치 형님이 오늘 알바 뛰라고 그랬는데..”

“그건 그거고 새꺄.”

“그럼, 알바 해도 되는 거지?”

철용의 말에 혁수가 인상을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지 자중해라. 애들 괴롭히지 말고.”

혁수가 다시 한 번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이내 철용에게 맞고 있던 학생을 보며 고갯짓을 했다.

“가 봐라.”

“고, 고마워. 혁수야.”

“이 새끼가 어디서 감히 이름을 불러! 내가 니 친구야! 한 번만 더 이름을 부르면 섬에다 팔아버릴 테니까 명심해!”

“아, 알았어. 고마워.”

학생은 정신없이 고개를 숙이며 화장실을 벗어났다.

녀석들이 담배를 꺼내 물었는지 갑작스럽게 냄새가 풍겼다.

끊은 지 2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유혹을 느낀다.

구수하게 느껴지는 담배 연기를 타고 혁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답답하더라도 조금만 더 참는 거다.”

“에이 씨팔, 왜들 자살을 해가지고..”

철용이 투덜거렸다.

“그러니까 적당히 했어야지, 저번에도 그렇고 항상 꼴통 너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니까.”

“왜 자꾸 나만 가지고 그러는데! 나만 했어? 너는, 그리고 너도 다 같이 했잖아! 씨발, 꽁치가 녹화..”

뭘 해?

이거 설마..!

“이 꼴통 새끼가!”

“시끄러!”

지태와 철용이 목에 핏대를 세우자 혁수가 고함을 쳤다.

두 녀석은 비록 말을 멈췄지만 여전히 식식거렸다.

“한 번만 더 입에 올렸다가는 내 손에 뒤질 줄 알아라.”

맹수가 으르렁거리듯 낮게 소리를 낸 혁수의 말에 다들 찔끔했는지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끝난 모양이다. 수업종이 울렸다.

“씨발, 꿀꿀한데 쓰리쿠션이나 돌리러 가자.”

“콜!”

혁수가 주변에 있던 아이들을 이끌고 화장실을 나갔다.

지태와 철용이 그 뒤를 따랐다.

지저분하게 신발 끄는 소리와 애꿎은 바닥을 툭툭 걷어차는 소리들이 점점 멀어졌다.

쾅!

화장실 철문이 닫혔다.

“참, 대식이 그 새끼는 어떻게 했냐?”

“지금 제 정신이 아닐 거다.”

“에이, 그냥 여기서 정리했어야 하는 건데..”

지태와 혁수가 화장실 밖에서 얘기하는 소리다.

물론, 아주 당연하게도 녹음이 되고 있었다.

가만, 대식이라면 제주도로 전학 간 학생이다. 그런데 제 정신이 아닐 거라니..

뭔가 불길한 냄새가 풍긴다.

대식이를 보호조치 해야만 한다.

이 중사와 장 상사한테 전화를 걸었지만 아직도 통화중이다.

서포트팀이 이래서야 제대로 수사를 할 수가 없다.

결국, 변 대령에게 전화를 돌렸다.

“충성, 대장님, 당장 김대식 학생을 보호조치 해야 합니다.”

-제주도로 전학 간 김대식?

“네, 아무래도 그 학생이 위험할 것 같습니다.”

-왜?

“혁수라는 놈과 지태라는 놈이 대화하는데..”

영원이 좀 전의 상황을 설명했다.

-알았다. 바로 보호조치 들어간다. 그리고 당구치러 간 놈들은 서포트팀에서 맡는다. 고생해라.

“충성!”

통화를 마친 영원은 재빨리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나저나 아까 형사가 돌아다녔다는데 어떻게 된 거지?

이걸 물어봤어야 하는데..

전학생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따로 수사관을 투입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

가만, 그게 아니다.

대식이 문제도 있고 꽁치라는 놈, 그 놈을 찾아야 한다.

다시 이기찬 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 상사님, 지금 수업시간 아니에요?

“대장님하고 통화했는데 별도로 제주도로 전학 간 김대식이라는 학생 조사해라. 그리고 이 주변에 꽁치라는 놈이 있다. 그놈 반드시 잡아. 아, 철용이 그놈 잘 감시해라. 그 놈이 꽁치라는 놈에게 알바를 하러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수사관이 학교에 들어와서 조사하고 있나 본데 어디 소속이고 왜 그러..”

-아, 아까 본청에서 연락 받았어요.

“아니, 나를 전학생으로 만들었으면 됐지 수사관은 또 왜 투입하고 그런대?”

-너무 일방적으로 수사를 종결지을 수 없으니까 연막을 치는 거라고 했어요.

“연막이라고?”

영원은 그제야 납득이 갔다.

아무래도 여론을 의식해서 그러는 모양이다. 전학생 프로젝트에 대해 떠벌린다면 모를까 지금 외부의 시각으로는 경찰에서 이 사건을 완전히 덮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렇게 수사하는 척이라도 하자는 것일 테고.

하지만 결국에는 그 바람에 프로젝트 기간이 길어지게 생겼다.

혁수가 아이들한테 한 달 동안 자중하고 했던 게 바로 그놈의 연막 수사관 때문이었다.

“그것 때문에 애들이 또 숨죽이고 있는데 어쩌라는 거야?”

-몰라요, 이따 본청에 확인해 볼 게요. 아, 저기 놈들이 나오네요. 제주도 대식이하고 꽁치라고 그랬죠?

“그래, 수고.”

소운동장을 벗어나는데 학생들이 모두 수업에 들어가서 그런지 적막하기까지 하다.

영원은 아까 왔던 길과 반대쪽으로 걸었다.

잠시 후, 그는 한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여기 이곳이 수희라는 학생이 떨어져 죽은 바로 그 자리다.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7층 건물의 꼭대기는 꽤나 높기만 한데 수희는 저 높은 곳에서 떨어졌던 거다.

안타까운 일이다.

꽃다운 이팔청춘의 나이에 7층 옥상에서 몸을 던져야만 했던 수희와 혜란이, 그 원인이 무엇이었든지 그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물론, 그러자면 원인을 파악해서 제거해야 하고 그게 자신이 전학생으로 이 학교에 들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무서웠으면, 또 얼마나 괴로웠으면 저렇게 까마득한 곳에서 떨어질 생각을 했을까..

수희와 혜란아, 이제 더 이상 두려워 말고 편히 쉬렴.

이 오빠가 너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놈들을 죄다 잡아낼 테니까.

죽은 아이들을 생각하고 잠시 묵념을 한 영원이 실내체육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내 실내 체육관에 들어서는데 배구공이 날아왔다.

영원이 한 손으로 배구공을 잡았다.

피구를 하고 있던 아이들이 영원을 보고 있다. 풋사과처럼 상큼하고 푸른 초원처럼 파릇파릇한 아이들이다.

시끌벅적하던 체육관이 조용해졌다.

마치 농구를 하듯 공을 바닥에 탁탁 튕기며 아이들에게로 향했다.

“뭐야! 넌 뭔데 이제 들어오는 거야!”

체육선생인 이지성이 인상을 썼다.

“체육복도 안 입고?”

이지성이 타박꺼리가 더 없나 살피면서 생각해 보니 수업 시작할 때 출석부에 새로 적힌 이름이 있었고 전학생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게 기억났다. 이름이 오영원이라고 해서 잠깐이나마 옛 생각을 했었던 것도..

고등학교 1년 선배였던 지존 오영원은 워낙 유명했었다. 더군다나 같은 선도부 직속선배였기에 누구보다도 잘 안다. 최상위권의 성적을 내고도 대학을 가지 않고 곧바로 군에 입대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었는데..

아무튼 그 선배와 같은 이름이다.

이지성은 그렇게 이제는 10년 가까이 된 추억의 이름을 되새겼다.

“죄송합니다. 탈이 나서 화장실에 갔다 왔습니다.”

영원이 애초에 만들어 두었던 변명이다.

순간, 이지성이 입을 쩍 벌리며 눈을 크게 떴다.

저 얼굴, 저건 분명히 자신의 1년 선배 오영원이 분명하다.

“서, 서.. 선..”

이지성이 말을 더듬었다.

순간, 영원 또한 이지성을 알아보았다.

이런, 큰일이다.

선배라는 말이 튀어나올 저 입을 재빨리 막아야 한다.

영원이 연신 눈을 껌뻑거리며 급히 말을 꺼냈다. 그나마 그가 아이들을 등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선생님, 오늘 전학 온 오영원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때까지 아이들은 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미친개라는 별명의 이지성이다. 그리고 영원은 전학 오자마자 짱재호의 꼬리를 말아버렸다. 수업에 늦은 영원을 미친개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초미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곧바로 호통이 터져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괜히 미친개가 아니고 보면 그게 당연한 건데..

영원의 눈짓과 일부러 크게 내뱉으며 강조한 선생님이라는 말에 이지성이 눈을 꿈뻑거리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그래.. 네가 여 영원이구나. 자, 잘 지내보자.”

아이들의 눈이 저도 모르게 커졌다.

“어.. 미친개가 왜 저래?”

“약 먹었나?”

소란을 떠는 아이들을 향해 이지성이 눈을 부라렸다.

“하던 거 계속해라. 그리고 오영원..은 체육복을 준비 못했으니까 이쪽으로 와서 애들 하는 거 지켜보고.”

아이들은 이내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갔다.

관중석으로 올라 간 영원은 이지성과 같이 나란히 앉았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어려워서 말도 제대로 못 붙이던 이지성이었는데 스스럼없이 묻고 있다.

옛날에 영원이 지성을 부르던 애칭은 지송이었다.

“이지송이 너 말 참 편하게 한다?”

“에이, 낼 모레면 서른인데요..”

“그래서 이젠 내가 우습게 보인다?”

영원이 눈에 힘을 주었다.

전장을 숱하게 넘나들었던 영원이 눈빛을 강하게 하면 그걸 감히 쳐다볼 사람이 없다. 그건 제 아무리 체육을 전공하고 무술이 20단인 이지성이라고해도 마찬가지다.

“그, 그럴 리가요..”

“한 번 선배는?”

“여, 영원한 선배입니다!”

이지성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야, 앉아!”

낮게 소리치며 이지성을 주저앉혔다.

몇몇 아이들의 시선이 옮겨왔지만 거리가 워낙 멀어서인지 상황을 알아채지 못하고 이내 다시 자신들의 일로 돌아갔다. 체육관은 곧바로 아이들의 소리로 시끌벅적해졌다.

“선배님.”

“대한민국정부 사회악일소특별수사대 경위다.”

영원의 팀은 군대 계급에서 경찰 계급으로 바꿨다.

장 상사와 영원은 경위, 이 중사는 경사다. 그리고 변 대령은 총경이 되었다. 뻥튀기도 이런 뻥튀기가 없다고 하겠지만 그만큼 특수한 상황인 거다. 뭐 어쨌든지 이건 임시 계급일 뿐이니까 특별수사대가 해체되면 군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땐 다시 예전의 계급을 찾게 될 것이었다.

영원이 신분을 밝힌 것은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직속후배가 체육선생인 만큼 조금만 신경을 쓰면 알찬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터였다.

아무튼지 영원의 말에 지성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네?”

“귓구멍 좀 뚫어줄까?”

“아, 아니 그게 아니고 경찰이 왜.. 아!”

“이제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았을 테니까 입단속 잘해라. 만에 하나라도 내 신분이 들통 나면 그건 전부 너 때문이라고 볼 테니까, 뒷감당 할 자신이 없으면 그저 모른 척 하는 게 명대로 살 수 있는 길이야.”

“넵! 명심하겠습니다!”

영원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지성이 옛날엔 이렇게 가볍지 않았는데,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흐른 모양이다.

“그나저나 뭔가 이상하다든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은 없나?”

“두 아이가 그렇게 자살을 한 뒤로 학교에서 불량한 아이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위축되었습니다. 별다른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을 리가 없죠.”

위축되었다는 놈들이 학생을 개 패듯 하냐?

선생이라는 작자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학생들의 움직임을 모를 수가 있을까?

하긴, 그러니까 문제가 생겼겠지..

사실 기대를 갖고 물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딱히 실망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아쉽기는 했다. 선생들이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그런데 모레부터 중간고산데 괜찮으시겠어요?”

“응? 아, 중간고사..”

그러고 보니 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

흥인고등학교는 시험결과를 학교게시판에 공고한다. 전교 1등부터 290등까지, 누구도 예외가 없다.

이거 자칫하다가는 망신을 당하게 생겼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의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었지만 벌써 10년이나 지난 일이다.

기껏 이틀밖에 시간이 없는데 굳이 공부를 해야 하나?

“9반을 맡은 유진 선생은 시험 성적이 나오면 끝에서 열 명까지 매를 때립니다. 엉덩이 체벌인데.. 그나저나 선배님, 고등학교 이후로 처음인데 이따가 저녁이나 같이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녁 먹을 시간 없다.”

“아, 시험공부 하셔야죠?”

“선배가 우습지?”

“아, 아닙니다. 저는 그냥 걱정이 돼서..”

이지성이 움찔하면서 말을 흐렸지만 어째 굉장히 즐거워하는 것 같다.

저 즐거움의 원천이 바로 영원 자신이었다.

영원이 얼굴을 찡그리는 그때, 스마트폰에서 알림소리가 났다.

이 중사의 메시지였다.

[김대식 오늘 12시경 투신자살.]

뭐라고!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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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꽁치파? 19.04.19 366 7 10쪽
15 15. 내가 누군지 알아! 19.04.18 384 5 9쪽
14 14. 백슬기 19.04.16 424 3 10쪽
13 13. 도박장(2) 19.04.15 477 5 12쪽
12 12. 도박장(1) 19.04.12 502 8 10쪽
11 11. 실마리(3) 꽁치 +1 19.04.11 542 6 12쪽
» 10. 실마리(2) 자살 19.04.10 555 6 13쪽
9 9. 실마리(1) 19.04.09 605 7 12쪽
8 8. 전화위복? +1 19.04.09 628 6 12쪽
7 7. 원거리 무기 19.04.08 678 6 12쪽
6 6. 정보원 19.04.05 764 6 12쪽
5 5. 촌놈 오영원 19.04.04 857 11 10쪽
4 4. 전학생 프로젝트 19.04.03 992 9 10쪽
3 3. 드래곤과 수류비공(水流秘功)(3) 19.04.02 1,049 19 12쪽
2 2. 드래곤과 수류비공(水流秘功)(2) +1 19.04.01 1,177 16 11쪽
1 1. 드래곤과 수류비공(水流秘功)(1) +2 19.04.01 1,415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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