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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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작품등록일 :
2019.04.01 21:32
최근연재일 :
2019.07.3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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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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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3장 - 바이델른 상단의 속사정 - 8

DUMMY

마법사의 지팡이와 작은 은빛 마스크. 그리고 역시, 검집부터 온통 은색으로 빛을 내고 있는 검.


“흠.”


탁자에 놓인 물건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레이진이 은빛의 검을 집어 들었다.

검은, 단검보다는 길고 보통의 기사들의 검보다는 짧은 길이를 가지고 있었다. 뽑아보니 검 날부터 검 신까지 하나로 주조 되어 있고, 제료는 순수한 은. 칼집마저도 은을 입혀 만들어졌다.

손잡이에서부터 검날의 끝까지 고대 빛의 신의 축문이 빼곡하게 음각되어 있었다.


- 데스나이트와 같은 마계의 의념이 깃든 마물들이나 소환된 괴수들을 무찌를 때 효과적이 예요. 아마 레이진님께서 데스나이트와 싸우실 때, 이 검을 사용했다면 더 쉽게 처리하실 수 있으셨을 거예요


성녀는 그리 설명했다. 특히나 이검은 보통의 신력이 아닌. 성국의 빛의 성녀에게서 내려진 빛의 신, 올리아네스의 축복의 힘이 깃든, 특별한 검이라고 했다. 그러다보니, 보통의 은검보다도 그 경도가 훨씬 더 단단했다. 제법 일반적인 싸움에서도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보였다.


- 하지만, 저와는 어차피 상극의 물건입니다.


겸양을 섞은 말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그런 것인지 확신 할 수는 없었지만, 어둠의 성녀 미르나는 자신보다는 레이진에게 더 어울리는 물건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대나 나나, 이 아이는 그리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네요.”


검은 천마신공의 내력을 거부했다. 뭐 성녀의 말로는 이 검만 있으면 오러를 다루지 못 한다고 해도 데스나이트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했지만.


레이진이 검을 내려놓고서 마법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보통 검보다 조금 긴 길이의 검붉은 색의 지팡이.

마법적 조예가 그리 깊지 못해 잘은 모르지만, 마법지팡이는 깊숙한 바닷가에서 자라는 특별한 산호초를 잘라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거기에 몇 개의 마법의 술식을 새기고, 마정석들을 박아 만든다고 했다.

보통 마법사들 스스로 자신들만의 특기와 계열 같은 것들에 맞게 자체 제작을 하는 편이라고 하는데, 이 지팡이에는 검은색의 흑돌 세 개가 지팡이의 머리 끝에 달려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잘게 금이 가서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레이진이 약하게 내력을 주입했다. 그랬더니 지팡이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마력을 빨아먹었다. 한동안 내력을 밀어 넣다가 멈추었다.

2할의 내력을 금세 흡수했다. 그러고도 어떠한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이것도 위험한 물건인데?”


다시 탁자 위에 내려놓고서 마지막으로 작은 은빛마스크를 집어 들었다.

보통 달걀 크기에, 모양도 반으로 쪼개 놓은 달걀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두 개의 구멍이 뚫어져 있고, 옆에 놓인 은검과는 비슷하면서도 그 빛깔이 조금 달랐다.

은으로 만들어진 물건은 아니었지만, 은빛만큼 아름다웠다.


“이게 그 흑마법사의 얼굴을 감추어주던 물건이란 말인데...”


얼굴에 가져다 대보기도 하고, 내력을 주입해 보기도 했지만, 어떤 변화도 없었다. 마법사들만의 술식이 있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소마는 자신이 내단을 만들지 못해 마법을 쓸 수 없는 몸이라고 했다. 그러니 그것도 아닐 터.

한참을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마스크 안쪽 두 개의 눈 모양의 중간에 무언가 작은 홈이 보였다. 자세히 바라보니 3개의 문자가 적혀있었다.

룬어


마법사들만의 언어였다.

저것이 일종의 발동술식 같았다. 그러나 룬어를 알지 못하니 지금은 확인 할 방법이 없었다.


“제법 값나가는 물건들이기는 한데...”


당장 무엇 하나 쓸모는 없었다. 하긴 어차피 덤으로 얻은 물건들이니.

대충 배낭 안에 다시 정리해 두고서 레이진은 침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 * * *


다음 날.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가니 베네크와 오든이 먼저 내려와 그를 맞았다.

자리를 잡고 앉아 간단히 아침을 주문하고 나서 베네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젯밤 늦게 상단이 도착했다는군.”


어젯밤 늦게까지 내상을 치료하던 레이진도 그들이 마을에 들어선 것을 알았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진을 향해 오든이 물었다.


“어, 어떻게 할 거야...진..?”


“오늘은 하루 더 여기서 묵을 생각이야. 상단하고 같이 출발하게 되면 같이 가는 거고, 그건 내일 결정하도록 하자.”


“오늘도 묵는다고?”


베네크가 레이진의 몸을 위아래로 다시 훑어보며 물었다.


“네, 몸도 조금 좋지 않고, 오늘은 누구를 좀 만나기로 해서요.”


“누굴 만나는데?”


오든이 입을 삐쭉 내밀고서 덧붙였다.


“하여간, 오늘부터는 어디 혼자 다닐 생각은 하지도 마!”


다급해지니 더듬던 말투가 꽤 자연스러워졌다. 레이진이 저절로 미소가 그러지는 것을 참으며 말했다.


“어디 다녀올 일은 아니고, 나도 쉬고 있을테니, 카렌도 베일님도 오늘까지는 푹 쉬세요.”


“누굴 만나는데?”


“비밀.”


종업원이 가져온 스프를 받아 앞에 내려놓은 레이진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런 그를 오든이 의심가득한 눈초리로 노려본다.


“말을 할 수 없는 사정이 있겠지만, 우리가 걱정하는 것을 너무 귀찮게 생각하지 말게. 마을 안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늘 나던, 오든이던 함께 다니도록 하고.”


“아! 동쪽에 오래된 공동묘지가 무너졌다는데 그곳에서 꽤 오래된 유적이 발견된 모양이야.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곳이어서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던 걸?”


“그래? 우리도 한 번 가볼까?”


레이진의 농담에 오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양손을 휘저었다.


“가보기는, 지금 거기 가까이 가면, 괜한 곤욕만 치를 걸? 하여간 여기 촌장이 루지아의 영주에게 연락을 해서 지금 네이돈 백작의 기사들도 오고 있다고 하고, 아주 어수선해.”


“유적들을 찾아봐야 뭐 특별 한 게 있겠어? 대부분이 허탕이야.”


말을 마친 레이진이 경건하게 스프를 떠넘기는 것을 시작으로 세 사람의 조용한 식사가 시작됐다.


* * * *


숙소에서 내상을 치료하던 레이진에게 성녀가 찾아 온 건, 정오 무렵이었다.

성녀는 온몸을 로브로 가리고서 트란과 함께 찾아왔다.


“바로 떠나십니까?”


레이진의 질문에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공동묘지를 조사하느라 마을도 위험하고. 저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요.”


“어디로 가십니까?”


“우선 알리시오영지로 가려고 해요. 그곳에 어둠의 신전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신탁에서 말한 동쪽의 타락한 왕국이 이곳, 로에나가 맞다면 그 분께서 또 길을 가르쳐주실 거예요.”


마신의 신탁을 또 받을 수 있을까?

목에 걸린 <마신의 인장>을 꼭 쥐어본다.

확신은 없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레이진님. 레이진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나는 복수만을 생각합니다. 적어도 죄 없이 죽어간 가문사람들의 원한은 갚아 줘야지요.”


“제국도 포함이 되는 것인가요?”


그녀의 말이 뜻하는 바를 안다. 자신의 복수가 제국에까지 미친다면 그녀와 자신의 지향점이 다시 같아지는 것이니.

하지만 그는 또한 의심스러웠다.

그녀가 정말 하르테론의 신탁을 들었다면, 그는 신교의 신녀와도 같은 존재다.

천마신교의 전신은 일월신교.

초기 일월신교는 신녀가 천마의 위에 있었다.

천마는 신녀를 지키는 일종의 호위의 개념.

초대 천마가 신녀 아월의 아들이었다고는 하나, 그 또한 다른 신녀를 위해 존재했던 자.

하긴, 그때는 마신에 대한 믿음이 후대에 보다 뚜렷했겠지.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 신녀의 대가 끊어지며 결국 천마가 신교의 주인으로 변질 되었다. 해서 후대로 이어질수록 종교집단의 색체가 사라지고, 극한의 무만을 추구하는 무림세력으로 변화 되어 갔다. 이름마저도 극마의 상징인 천마를 신으로 모시는 천마신교로 바뀌었다.

그가 천마신공의 복원을 위해 옛 고서들을 조사하며 찾아내지 못했다면 그도 알지 못했을 일.


레이진은 문득, 하르테론이 자신을 이곳에 다시 태어나게 한 의도가 궁금해졌다.

이곳에서도 점점 신교의 흔적들이 발견되고 이렇듯 접점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일련의 일들이 그를 오히려 신중하게 만들었다.


“만약 제가 제국과 맞서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성녀님을 찾아가겠습니다.”


“아...”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때가 되면 그가 찾아오기 전에 그녀가 그를 찾을 것이다.

레이진도 그녀도 서로의 인연이 이것이 끝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훗날, 다시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어둠신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성녀가 돌아가고 오든과 베네크가 방을 찾아왔다.

오든이 레이진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굽니까?”


베네크 역시 얼굴가득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훗날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줄 사람이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서 크란과 함께 급히 발길을 움직이는 성녀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오든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여인이 던데요?”


레이진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다시 요상하게 변했다.


“어제 공동묘지가 주저앉았다는 이야기 들었지?”


오든이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본다.


“어제 그곳에서 귀기가 서린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렸다고 그러더라.”


“무섭게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저 여인은....바로....”


잔뜩 어깨를 움츠린 오든을 놀려주고 있는데 베네크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급히 방문을 열고 나간다. 그의 이마에서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본 것 같은데 .... 아니겠지...설마?



* * * *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세 사람의 자리로 의외의 손님이 찾아왔다.

바이델른 상단의 책임자 제록이었다.


“상단의 직원들이 카렌경을 봤다고 하더니 여기 계셨군요.”


그가 알은 체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아무 말씀도 없이 그리 떠나셔서 섭섭했습니다.”


“루지아에서 기다리겠다고 기별을 드렸습니다만.”


베네크의 말에 제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연락은 받았습니다. 오늘 저희는 출발할 예정인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루지아까지는 하루거리.

셋이 움직인다면 반나절이면 갈 수 있었지만, 상단일행과 함께라면 족히 두 배의 시간은 걸릴 터였다. 그러나 레이진은 그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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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2 +1 19.07.25 372 10 13쪽
79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1 +1 19.07.22 399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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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7 +1 19.07.12 559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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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4 +1 19.07.04 697 12 14쪽
71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3 +2 19.07.03 768 13 13쪽
70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2 +1 19.07.01 696 16 12쪽
69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 +1 19.06.29 817 20 12쪽
68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10 +2 19.06.27 792 20 10쪽
67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9 +2 19.06.25 798 17 12쪽
66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8 +1 19.06.23 852 17 14쪽
65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7 +1 19.06.22 835 18 11쪽
64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6 +1 19.06.21 815 17 12쪽
63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5 +1 19.06.19 919 19 13쪽
62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4 +1 19.06.18 907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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