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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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작품등록일 :
2019.04.01 21:32
최근연재일 :
2019.07.3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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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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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 바이델른 상단의 속사정 - 10

DUMMY

마물들은 모두 물러갔다.

피해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크게 다친 사람도 없었고 급박했던 상황에 비해 사람들이 체감하는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아서 오히려 안도감이 더 컸다.

그리고 어느 정도 뒷수습이 마무리 될 때쯤 사람들의 이목이 비로소 카렌의 일행에게로 쏠렸다.

푸에린의 자경대대장출신인 카렌이 오러 검사가 되었다. 그의 동료 중 한 명도 오러기사였다. 짐꾼들이며, 무사들이며 모두 그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이제 그들을 비웃거나,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기하는 사림들조차 그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지 못했다.


사람들에 둘러싸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레이진 일행에게 바이델른 상단의 제록이 다가왔다.


“축하드립니다. 카렌경, 그리고 역시. 베일경께서도 오러검사셨군요.”


짧은 시간 하도 많은 칭찬을 들어 카렌의 얼굴이 식을 사이 없이 붉어져 있었다. 그런 그를 제록이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놀라움의 연속.

제록, 자신은 어느 정도 범상치 않음을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이리 놀라움이 큰데 다른 사람이야 오죽할까.

이제야 세 사람만으로 저 황무지를 무사히 건널 수 있었던 이유와 자신감이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그에게 또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검은 로브 속에 몸을 꼭 숨긴 채, 정체를 숨기고 있는 남은 한 명의 청년. 두 명의 오러검사를 거느리고 있는 저 어린 청년의 정체가 그는 몹시 궁금했다.

이제 곧, 루지아에 도착한다. 그 후로 오늘의 이야기는 세상에 빠르게 퍼져나갈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관심을 보이는 귀족들이 꽤 될 것이다. 어쩌면 노골적으로 저들을 영입하기 위해 접촉을 해올지도 몰랐다. 그만큼 지금은 오러기사도 귀하고, 세상도 어지러운 난세였다.

저들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파이완공국에 큰 변수가 될지도 몰랐다.

이 세 사람이 파이완공국편에 몸을 의탁하게 될지, 아니면 로에나왕국쪽에 서게 될지, 그 자신에게 이 문제는 상당히 중요했다.

그리고 그가 느낀 바로는 그 선택은 두 명의 오러기사의 몫이 아니다. 저 어린 청년.

진이라는 이름의 저 청년을, 제록은 주목하기로 했다.

그가 그런 모든 속내들을 숨긴 체 오든을 향해 말했다.


“켈드라에게서 내단이 발견 되었다고 합니다. 조금 후에 다시 따로 기별이 있을 겁니다만.”


콧수염을 쓰다듬는 제록의 입가에 짓궂은 미소가 잠깐 지나쳐갔다. 조금 전, 빌리스의 모습이 떠오른 탓이었다. 그는 지금 끓어오르는 분을 삭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이쪽을 바라보던 빌리스가 자신을 의식하고 다시 고개를 돌린다.



제길, 빌리스의 입에서 짜증이 묻은 한탄이 세어 나왔다.

하필 카렌, 저 녀석에게 도움을 받았다.

지금은 기사가 아니라고는 해도, 빌리스가 그 명예로운 칭호를 거부한 적은 없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에 경이라는 칭호를 붙이는 것도, 그것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은 것도, 그 스스로 여전히 기사로써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했다.

그런 그가, 도움을 받은 일을 모른 척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거기다 상단의 책임자로서도 의례 고마움을 전해야하는데, 카렌과는 껄끄러운 일도 있었고,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거기다 켈드라에게서는 내단까지 발견이 되었다.

카렌이 상단과 계약을 맺고 있던 상태였다면 내단의 소유도 상단 쪽에서 상당한 지분을 요구할 수 있을 테지만.

카렌 일행은 보호비를 내고 상단무사들에게 호위를 부탁한 상태. 그것도 터무니없는 거금을 내고 자신이 직접 호위를 맡은 상태였다. 이런 경우 내단은, 마물을 잡은 사람의 소유가 되었다.


‘일이 이렇게 꼬일 줄이야.’


만약, 이런 일이 없었다면 누구도 자신에게 뭐라 말을 하는 사람을 없을 터였다. 그들의 멍청함을 탓하며 욕을 했겠지. 그러나 지금은 저 두 사람에게 구원을 받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 거기에 자신은 목숨을 구원받은 처지이다. 아무리 그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산다해도 사람들의 시선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손에 놓인 작은 나무상자를 바라보다 그가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이건 안 되겠다.’


빌리스가 카렌에게 고개를 돌렸다. 바이델른 상단의 사람들과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그의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뭐가 좋은지 제록은 연신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어대고 있고, 라이프스 상단의 무사들 마저 카렌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느라 여념이 없다.

거기다 자신은 보지 못했지만 그의 일행 중 한 명도 능숙한 오러를 내보였다고 하니 그들에 대한 호기심이 상단에 잔뜩 퍼져있었다.



조금 떨어져 눈치를 살피고 있던 로엠상단의 책임자, 데일로스가 다가왔다.


“카렌씨, 축하드리오.”


그가 오든의 눈치를 살피며 걸어왔다.

그때 너무 박하게 대했던 건 아닐까?

후회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겠으나, 아쉬움이 크게 남는 부분이었다.

그가 고개를 저으며 오든에게 작은 나무상자를 건넸다.


“카렌씨께서 잡은 켈드라에게서 내단이 나왔다고 하오. 이건 카렌, 당신의 소유요.”


“그걸 왜 그대가 가지고 오시오?”


제록이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빌리스경께서 조금 전, 전투로 조금 몸이 좋지 않은 모양이외다.”


빌리스가 자신에게 떠맡겼으니 어쩌겠는가, 다들 알면서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을 굳이 꺼내 골탕을 먹이고 있으니 제록을 향하는 눈이 저절로 찢어졌다.

다 같이 중간에 끼어 라이프스상단의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처지에 해도 너무했다.


‘저자는 대체 뭘 믿고 저리 시건방을 떠는 건지.’


두 사람이 그러거나 말거나 나무상자를 받아든 카렌이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그도 푸에린 상회의 일을 도우며 내단을 본 적이 몇 번 있었다. 켈드라는 변종의 마물이어서, 내단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보통 내단의 가격은 어림잡아도 5골드에서 과하게 잡으면 10골드에도 매매가 이루어진다. 마법사들에게 없어서 안달이 난 마법재료인 탓이었다. 파이완공국을 넘어 제국으로 가지고 가면 그 값어치는 수십골드로 치솟기도 했다.

이 정도 크기라면 그래도 4골드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제록이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 하는데,’ 하며 궁시렁 거리고 있었지만, 오든은 그건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컸던 상행이 무사히 끝나고 루지아에 도착했다.



* * * *


이틀 후, 아침.

하루를 푹 쉬고 난 세 사람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바이델른 상단의 지부로 향하는 길이었다.

바이델른 상단의 본단이 있는 도시 센달까지는 3일 간의 여정이었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오든이 아침부터 잔뜩 들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소영주님! 이제는 10분정도 오러가 맺히고 있어요. 저 도망가기 전에 기사의 서약을 맺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 더 좋은 주군을 만날 수도 있지 않겠어? 이 참에 라이프스로 가서 멋진 영주를 찾아 봐. 난 상관없으니.”


“소영주님.....”


서운한 빛이 고스란히 드러난 오든의 얼굴을 바라보며 레이진이 짓궂은 미소를 거두고서 말했다.


“날 선택한 거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내단이 생긴 후, 오든은 눈빛마저 달라졌다.

이만한 자신감은 가지고 있어야지.


“좋아, 그래도 기사 서약식은 타노아에 가서 하자.”


그의 말에 오든도 베네크도 얼굴을 굳히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단이 생겼다고는 해도 아직 불안한 상태니까, 너무 무리하면 안 돼! 애기 다루듯이 천천히 천천히 오러를 받아들여.”


“네!”


당차게 대답을 해 놓고서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영주가 마치 능숙한 오러 기사처럼 지도를 해주는 것이 어딘가 낯설지만, 또 자연스러워 그 상태자체가 또 뭔가 이상했다.

어려서부터 머리는 타고난 천재라 불리던 분이었으니, 내단을 지니지 못했다고 해도, 이론은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을 터였다.

새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거기다 그의 속도 모르고 좋아라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대 마스터의 아들이 내단을 못 만들어 기사가 되지 못했는데, 자신이 생각 없이 그리 좋아했으니.

아낌없이 자신을 위해 기뻐해준 레이진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다짐했다. 레이진이 만들어갈 새로운 아리오스가문.


‘내가 그 아리오스가문의 수호 검이 되겠다.’


이제 떳떳하게 기사가 되어 주군을 지켜줄 수 있었다. 자신의 이 충성이 변할 리가 없다.



“마차에 아무것도 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차라리 마차를 하나 더 가지고 와!”


바이델른 상단의 루지아 지부 앞에 길게 늘어선 상단의 수레들 사이에 화려한 마차 한 대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마차의 앞에 분홍색의 풍성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인상을 구긴 채 은빛 갑옷을 입은 기사를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이십대 초반의 여인으로 검은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빗어 넘긴 것이, 나름 기품이 느껴지게 잘 정돈 된 차림이었으나 그녀의 언사는 제법 거칠었다.


“왜 저러지?”


오든의 물음에 마차에 그려진 문장을 들여다보던 베네크가 대답했다.


“리를리안 가문의 문장이군.”


바다 속에 살고 있는 심해의 마물, 거대한 조개를 닮은 검은 라이트로가 번개의 창을 물고 있는 문장이었다.

레이진이 문장을 바라보며 서 있은데 그의 뒤에서 누군가가 설명을 덧붙였다.


“줄리어 넷 리를리안, 리를리안 가문의 장녀이고, 로에나 왕국의 제1왕자와 맺어지기로 약속 되어 있던 여인입니다. 지금은 로에나의 왕자 분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파혼 아닌 파혼이 된 상태지요.”


“응?”


제록이 콧수염을 한 번 쓱, 문지르고서 어깨를 들썩여 보이고는 급히 여인에게로 달려갔다. 그가 여인에게 다가가 무어라 말을 걸어보지만, 여인의 삿대질은 멈추지 않고, 제록에게까지 이어졌다.


“골수까지 국왕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레이진의 말에 베네크가 말했다.


“지금은 자작가로 강등 된 것으로 압니다.”


“그래도 살아남은 게 어딥니까?”


오든의 말에 베네크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리를리안가의 가주가 꽤나 시류를 잘 읽는 사람인지라”


파이완 공왕의 즉위 아래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왕당파 가문.

다른 한 곳은 자신의 외가인 아슬린백작가였다. 그러나 아슬린백작가문은 아리오스가문의 음모 덕분에 버틴 경우여서, 그것을 생각해 보면, 리를리안가문은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왕당파의 가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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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2 +1 19.07.01 696 16 12쪽
69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 +1 19.06.29 817 20 12쪽
68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10 +2 19.06.27 792 20 10쪽
67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9 +2 19.06.25 798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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