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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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작품등록일 :
2019.04.0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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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3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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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6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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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 타노아로 가는길 - 2

DUMMY

단전이 상한건가?

대체 누구지?


“나는 리튤라 왕국의 헤이라 라고 해. 저기 두 사람은 내 동료고... 그래, 다친 데는 없나?”


말에서 내린 여인, 헤이라가 푸른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레이진에게로 다가왔다.

동료는 무슨, 부려먹는 부하구만.

그나저나 리튤라왕국이라....

로에나왕국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지금은 제국을 관통하지 않고는 갈 수 없는 나라여서 교류가 이루어진지가 까마득한 옛 일.

그들에 대한 정보가 레이진에게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 머나먼 타국까지 어떻게 오게 된 것일까?

그것도 부상을 당한 모습으로.


레이진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유심히 여인을 살피는 사이, 여기사 헤이라는 그녀대로 이 덤덤한 표정의 청년에게 작은 흥미가 일었다.

아리오스공작이라면 로에나왕국의 두 마스터검가 중 하나.

그러나 아리오스가문은 공왕의 즉위와 함께 몰락했고, 그 소식은 먼 이국인 자신의 나라에까지도 전해져 그녀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뜬금없는 이름을 듣게 된 것은 그렇다 쳐도 아리오스공작이라고 밝힌 청년의 저 여유는 뭐란 말인가?

본인이 지금 부상 중이라고는 하나 그녀가 보기에 레이진은 검사가 아니었다.

검술을 익히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풍겨오는 기도나 혹은 외형적인 특징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 전 그가 보여 준, 급박한 상황에서의 임기응변과 여유는, 대범함과는 조금 달라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베네크가 가만히 생각에 잠긴 레이진을 대신해 헤이라 일행에게 자신들을 소개했다.


“조금 전에 말씀 드렸듯이 여기 계신 공자께서 아리오스가의 가주이신 레이진 덴 아리오스 공작님이시고 저는 아리오스가의 기사 베네크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도 저와 같은 아리오스가의 기사 오든경입니다.”


말에서 내려 헤이라의 뒤를 따라 다가 온 남자들도 차례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저는 덴션이라고 합니다.”


민머리의 중년인에 이어 짧게 자른 금발머리의 마른 중년인이 말을 이었다.


“저는 아우리. 우리는 모두 리튤라 왕국 사람입니다.”


어딘가 어색한 억양에도 발음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차근차근 말을 하고 있어서 듣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레이진이 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공왕의 기사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은 이야기를 나눌만한 곳이 못되는 것 같으니 장소를 옮기죠.”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아우리가 아! 잠시만! 하고 말을 끊더니 덴션과 함께 말에 올라 조금 전 싸움이 벌어졌던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주인을 잃고 주위를 서성이고 있는 말들 중 세 마리의 말고삐를 낚아채서는 끌고 왔다.

훈련된 말을 쫓아 말고삐를 채 오는 솜씨가 놀랍도록 능숙했다.


“오!”


감탄을 내뱉고 있는 레이진 일행에게 말을 건네고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두 사람이 헤이라의 곁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세 사람이 말에 오르고, 잠시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는 여섯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결국 침묵을 깬 레이진이 일행들을 둘러보며 한 곳으로 손을 뻗었다.


“저리로 가죠.”


“센달로 가는 중이었나?”


헤이리가 물었다.


“루지아...?”


잠시 레이진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던 헤이라가 말의 고삐를 잡아채며 말했다.


“그럼 이쪽, 따라와라.”


방향을 바꾼 그녀의 말이 지체 없이 달려 나갔다. 레이진이 급히 그녀의 뒤를 따라 말을 몰았다. 차가운 밤공기에 그의 두 볼이 붉게 달아 올라있었다.



* * *


“아리오스 공작. 그대가 우리를 도와줄 수 있나?”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아우라를 바라보며 두 다리를 쫙 벌리고 자리를 잡고 앉은 헤이라가 담담하게 말했다.


“말씀해 보세요.”


레이진이 그녀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눈앞에 펼쳐진 건 온통 메마른 황무지뿐이건만, 눈앞에 노란색의 무언가를 사라지게 해준 것만으로도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았다. 당장 자기와 상관없는 원수를 갚아달라고 해도 도와줄 수 있을 만큼 속이 후련한 상태였다.


“우리는 렌더스 왕국으로 가는 중이야.”


렌더스 왕국. 리튤라 왕국과는 정말 대륙의 끝과 끝에 위치한 나라이고, 로에나왕국에서도 리튤라왕국 만큼 먼 나라였다.


“정말 멀리 가시는 군요.”


“알다시피 제국을 가로질러 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나마 제일 가까운 길이긴 하지만....

가만히 듣고 있는 레이진을 향해 그녀가 말을 이었다.


“국경까지 길 안내를 부탁하고 싶다.”


“그곳에 가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그녀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말해줄 수 없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이 이 왕국이나 그대에게 해가 되는 일이 아니란 걸 내 이름을 걸고 장담하지.”


“아시다 시피 저희도 왕국을 돌아다니는데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의 말에 그녀가 대답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니.”


거기다 공왕을 상대로 큰 말썽까지 일으킨 상태였다.


“우선 루지아까지 동행하는 걸로 하지요.”


헤이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두 사람이 대화를 마치자마자 오든이 헤이라를 향해 말을 걸었다.


“혹시... 리튤라 왕국의 근위대장이십니까?”


그녀가 잠시 오든을 바라보며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내가 여왕페하를 모시고 있는 직속 근위기사대의 단장이다.”


“아...”


짧게 탄성을 내뱉은 오든이 영문을 몰라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레이진에게 설명했다.


“몇 년 전에 리튤라 왕국의 근위대 기사가 소드마스터 됐다는 소문...아니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가 차마 소드마스터를 향해 소문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 말을 빙빙 돌렸다.

리튤라 왕국은 여왕이 다스리는 나라.

그리고 리튤라 왕국의 여왕을 보위하는 근위기사는 모두 여성이었는데 그 중에 한 여기사가 소드마스터가 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여성인데다가 당시 그녀의 나이가 이십대 후반이라는 이야기까지 겹쳐지면 대륙 전체를 한동안 뜨겁게 달궜었다.

리튤라왕국은 소국이었지만 무려 세 명의 소드마스터를 보유한 곳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한 명이 더 늘어난 것이었다.

지리적 여건 때문에 라이타리카제국에게 간섭을 덜 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혹자는, 세 명의 소드마스터 역시 제국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들을 많이 하고 이었다.

그런데 그녀로 인해 리튤라 왕국은 네 명의 소드마스터를 보유한 기사의 나라가 되었다.

물론 그녀가 여왕의 근위대 기사였으므로 노출이 되지 않았고, 리튤라 왕국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실을 알리거나 하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오든이 보기에도 그녀의 무위는 어딘가 소드마스터로는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사자를 앞에 두고 그가 그런 이야기까지는 할 수 없었다.



* * *


다음 날.

어이없게도 그들이 루지아까지 도착하는 데는, 채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말을 달려 온 탓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결단력 때문이었는데 그녀는 한 번 정한 일을 행할 때는 거침이 없었다.


레이진이 베네크와 오든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서 루지아로 들어섰다. 제일 먼저 그들은 바이델른 상단의 지부로 향했다.


“오셨군요.”


지부에서 그들을 맞은 사람은 다름 아닌 제록이었다.


“다시 뵙는군요. 아리오스 공작각하.”


집무실에 들어선 레이진을 향해 제록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불과 십여 일만에 두 사람의 관계는 판이하게 달라져 이제는 상하관계가 완전히 뒤바뀌어버렸다. 뜻밖의 만남이었지만, 레이진 또한 다른 사람보다야 그를 대하는 게 더 편했다.


“전하께서 지원을 아끼지 말라는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조금 늦으셨군요. 일행 분들 때문인가요?”


레이진이 헤이라와 그녀를 만났던 상황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해주었다.

물론 그녀에 대한 정체나, 길을 잃었던 상황들을 상세히 밝히진 않았고, 숨어있던 공왕의 기사단에 대한 이야기만을 전했다. 그의 설명을 듣는 제록의 얼굴에 점점 그늘이 드리웠다.


“드디어 공왕이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사실 몇 가지 말씀 드릴 일이 있습니다. 우선 각하의 생환소식이 제법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레이진이 별 상관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제록이 다시 말을 이었다.


“각하께서 앞으로 어찌하실 계획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공왕의 기사단과의 충돌도 있고 앞으로 신분 노출을 자제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는 곳마다 꽤 귀찮은 일들이 벌어질 겁니다.”


꽤나 심각하게 설명을 하고 있지만, 가만히 듣고 있는 레이진의 표정은 정말 대수롭지 않은 일인 냥 담담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제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며 칠 전, 센달에 머물던 그에게 바우안스로부터 연락이 전해졌다. 며 칠 후, 아리오스 공작이 루지아로 향하니 지부에서 그를 도우라는 편지였다.

그 길로 급히 루지아로 달려와 그를 기다리는데 그들이 도착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다시 급보가 전해져 왔다. 급보의 내용은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했다.


- 발콘 백작이 반란을 일으킴. 그와 관계된 자들의 신변을 확보바람.

- 기지내 공왕의 세작 착출 중.

- 아리오스공작의 무위는 소드마스터이며 그로 인해 1차 계획 수정 중.

- 아리오스공작의 의중을 파악할 것


또한 급보에는 로에나왕가의 문장까지 제대로 각인되어 찍혀 있었으며, 세작을 모두 색출해 내기 전까지 가급적 정보의 공유를 신중히 하라는 말까지 덧붙어 있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요 며칠 사이 섬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중에서 그의 머리를 가장 어지럽힌 단어는 두 개.


발콘 백작의 반란과 소드마스터


이해가 가지 않던 발콘 백작의 반란 건은 레이진이 공왕의 기사단과 전투를 벌였던 이야기에 덧붙여 간략히 설명했다.

처음부터 잘 짜여 진 공왕의 계획이 진행 된 일이고 다행히 실패로 돌아간 사건.

그런데 아직 소드마스터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그가 전문적으로 검술을 익힌 검사는 아닐 지라도 상단 일을 수십 년 동안 해오며 어쩔 수 없이 배운 칼솜씨도 있었고, 또한 보아 온 출중한 기사, 검사들도 많이 있어서 그 나름대로는 제법 눈썰미가 있는 편인데...

아리오스 공작의 무위는?

아무리 봐도 소드마스터는커녕, 저 가녀린 팔로는 검도 제대로 들 수 없을 것 같았다.


‘베네크경이 소드마스터라는 말인가?’


의문에 싸여있는 그에게 레이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선 일차목적지는 루벤입니다.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퍼득, 상념에서 벗어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외가에 가보실 생각이시군요.”


레이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향해 제록이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 저희와 세력을 이루고 있는 곳은 총 다섯 가문입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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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4 +1 19.07.04 697 12 14쪽
71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3 +2 19.07.03 768 13 13쪽
70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2 +1 19.07.01 696 16 12쪽
69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 +1 19.06.29 817 20 12쪽
68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10 +2 19.06.27 792 20 10쪽
67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9 +2 19.06.25 798 17 12쪽
66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8 +1 19.06.23 852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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