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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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작품등록일 :
2019.04.01 21:32
최근연재일 :
2019.07.3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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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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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 타노아로 가는길 - 8

DUMMY

오크의 내단은 켈드라의 내단과는 그 크기부터가 달랐다.

거의 성인 머리크기였다.

마기를 잔득 담고 있는 내단.

잠시 고민을 하던 레이진이 내단의 한 곳을 손가락으로 뚫었다.

뚫어진 구멍으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온다.

레이진이 빠르게 헤이라의 입으로 그것을 가져갔다.


“뭐...”


마물의 내단이 분명한 것으로 자신의 입을 막는다.

나를 상대로 무슨 사술을 부리는 것인가?

그녀가 손을 뻗어 버둥거려보지만, 둥근 마물의 내단의 기운은 끊이지 않고 몸 속으로 스며들었다. 레이진이 버둥거리는 헤이라의 등으로 손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헤이라님 진정하세요. ‘원단의 씨앗’으로 생성 된 내단이니까. 이게 효과가 있을 거예요. 힘들게 만든 내단인데 이대로 없어지면 아쉽잖아요?”


헙!


검은 머리의 남자가 등에 손을 가져다대자 목구멍으로 넘어가던 기운들이 몸 안으로 스며들 듯 흡수되기 시작했다.

레이진이 눈을 감고 그녀의 몸 안을 관조해 들어갔다.

문제는 소주천을 시킬 수 있는 혈도를 뚫는 일.


한 번에 막힌 혈도를 뚫어야 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생명은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자칫 큰 화가 닥칠 수도 있었다.

헤이라의 입에 있던 내단이 부서졌다.

레이진이 헤이라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헤이라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몸으로 들어온 기운이 배에 가득 차 배가 불뚝 불러왔다. 그러다 급기야 자신의 몸이 풍선처럼 커졌다. 온몸에서 뼈마디가 부러지는 소리와 살이 뜯어지는 고통이 밀려왔다.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온몸이 땀에 젖고, 머리는 깨질 것만 같았다.

죽는 건가?

정신이 아득해지는 중에 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단 없이 살 수 있어요? 정신 차리고 집중해보세요. 밑져야 본전이잖아? 나를 믿어봐요 헤이라님.”


헤이라가 눈을 뻔쩍 떴다.

그의 말이 맞다. 내단 없이 사는 일은 죽는 것보다 더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내단을 고치기 위해 떠났던 여행. 그리고 우연이지만 이렇듯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것이...

마족에게 영혼을 파는 일이라도...

그녀가 고통을 참으며 입을 꽉 다문다.


“좋아요. 그래야 내단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어요.”


“지금 느낀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제부터는 그 몇 배는 고통스러울 겁니다.”


레이진이 그녀의 몸 안으로 자신의 마기를 사정없이 밀어 넣었다.

온몸을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그녀에게 전해졌다.


* * *


땀에 흠뻑 젖은 채, 레이진이 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내단의 마기가 사라지기 전에 혈도를 넓히고 단전을 치료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헤이라의 정신력이 정말 대단해서 그녀는 그 고통을 참아내느라 지금 거의 기절한상태로 누워있었다.


“잘 참았어요. 헤이라님. 역시 운만으로 마스터가 되신 건 아니었군요. 생각보다 훨씬 큰 내단을 만들 수 있었어요.”


그의 옆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헤이라가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내단이...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흘렀다.

내단은 고쳐진 것은 물론 그전보다 더 커져있었다.


“고마워요 아리오스공작”


“뭐요. 서로 돕고 사는....예?”


레이진이 상체를 일으키고서 헤이라를 바라본다. 헤이라가 강하게 고개를 젓고 있는 레이진을 바라보며 방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레이진이 자신의 얼굴을 만져본다. 머리카락을 살펴보니 여전히 검은색이다.


“저 아리오스 아닌데요? 무슨 말씀이신지?”


헤이라도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왜 정체를 숨기고 있지?”


“아니라니까요?”


“내가 ‘원단의 씨앗’으로 내단을 만든 걸 어떻게 알지?”


“아! 그거야 리툴라 왕국에서는 다 아는...”


헤이라가 레이진을 바라보며 한쪽 눈을 찡그린다.


“정말 다 알 거라고 생각해?”


“정말 아닌데....”


멀뚱멀뚱 헤이라를 바라보던 레이진이 입맛을 다셨다.


“에잇!”


“그대가 아리오스공작이라는 걸 몰랐다면 내가 내 몸을 쉽게 맡겼겠나? 아무리 단전을 고치는 일일지라도.”


레이진이 헤이라를 향해 눈을 흘기다 작게 주문을 읊었다. 얼굴에서 빛을 뿜으며 은색 가면이 떨어졌다. 떨어지는 가면을 받아 챙기며 레이진이 했다.


“처음이네요. 들킨 게...”


가면을 바라보며 헤이라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정말 그대로군.”


“이런....!”


레이진의 눈가에 힘줄이 솟아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의 시선이 레이진이 들고 있는 가면으로 옮겨갔다.


“신기한 걸 가지고 있네.”


말을 하다말고 그녀가 자신의 배를 만지며 희미하게 웃었다.


“아니, 이보다 더 신기한 건 없지.”


“아직은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호흡법을 알려드릴 테니 그대로 꾸준히 내단의 힘을 길러야 해요.”


그녀에게는 따로 심법을 알려주지는 않을 생각이다.

타국의 검사인데다가 여왕에 대한 충성심 또한 강했다. 다만 그녀의 성정은 믿을 만 했기에 단전을 고쳐주기는 했지만, 그리고 이 빚은 이자까지 쳐서 충분히 받아내야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뭐 우리 가문의 비법입니다. 거기다 헤이라님의 내단이 ‘원단의 씨앗’의 도움을 받은 것이어서 가능하기도 했구요.”


“그래도 이렇게 쉽게 고쳐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대 기사들은 내단을 다쳐도 걱정이 없겠군.”


“말씀드렸다시피 일반적인 내단은 통하지 않아요.”


“그런가?”


레이진이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죄우로 까닥였다.

“이 이상은 비밀입니다.”


헤이라가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한 일이다. 아니 다른 귀족에게, 그것도 다른 나라의 귀족에게 자신의 가문의 비밀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큰 도움을 받게 된 것만도 행운이며, 감사해야 할 일.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녀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레이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정말 많이 부드러워졌다.


“뭐 아주 공짜는 아닙니다.”


레이진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덧붙였다.


“우선, 당분간은 치료도 더 해야하고, 당분간은 저와 함께 움직이셔야합니다.”


그녀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의도를 어느 정도는 눈치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어차피 렌더스 왕국으로 다녀오는 길은 일 년이 될지 이 년이 될지 기약도 없었다. 아니 이미 부서지기 시작한 내단이 완전히 사라지면 고국으로 돌아가는 일 또한 없었을 일이다.

잠시 그를 도와주고 그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아두는 것이 그녀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마음이 아주 편한 것만은 아니어서 그녀의 얼굴이 밝지는 않았다.

그녀의 어두워진 표정을 바라보며 레이진이 덧붙여 말했다.


“기사도에 어긋하는 일은 없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레이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헤이라도 웃었다. 며칠의 인연이었지만, 그 동안 그녀가 느낀 아리오스공작은 꽤나 믿음직스러운 면이 있었다. 이번에 노예들을 위해 손수 나선 것도 그렇고.

자리에서 일어서다 레이진이 급히 헤이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그리고 당분간 제 일행들에게도 비밀입니다!”


* * *


며칠 후, 바이델른 상단의 일행들에 섞여 레이진의 일행도 로덴의 성문을 나섰다.

성을 나와 얼마를 말없이 걸어가던 레이진이 상단을 멈추었다.

성국의 사제가 레이진에게 다가왔다.


“사제님께서는 다른 분들과 함께 알리시오 영지로 가세요. 어둠의 성녀 미르나님께서 그곳에 있을 겁니다.”


여사제의 눈이 커졌다.


“아.. 미르나님께서....?”


레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조심히 가세요. 그리고 ....”


레이진이 다른 노예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될 수 있으면 다른 분들과 함께 행동하시고, 만약 알리시오영지에서 미르나님을 만나지 못하면...”


그가 잠시 말을 끊고 여사제의 얼굴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타노아로 오세요.”


“타노아....”


사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인께서도 타노아에 계신가요?”


레이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모른 척 말했다.


“그는 원체 바람같은 사람이라 저도 보기가 힘들답니다.”




상단일행들과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다 레이진 베네크와 오든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가 한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자 우리도 가자!”


그를 따라나서며 레이진에 귀에 대고 오든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저분은..?”


오든과 한 발 뒤쳐져, 붉은 머리의 아름다운 여인이 그들의 뒤를 말없이 따라오고 있었다. 용병들이 입는 가죽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훨칠한 키에 무엇보다 그녀의 미모가 눈에 띌 만큼 눈부셨다.

레이진이 눈가를 찡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아침, 로덴을 떠나오기 전.

고심하던 레이진이 결국 그녀에게 마스크를 건넸다.

그녀의 내단과 상성이 맞는 탓에 마스크를 쓰는데도 무리가 없었다.

얼굴을 바꿔 가며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던 그녀가 드디어 하나의 얼굴을 선택하고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말했다.


“와! 공작. 이 마스크 나 주면 안 되나?”


그녀의 본얼굴이 보기 힘들 만큼 박색은 아니었다. 오히려 검게 그을린 피부에 선이 굵고, 남성적인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본인을 사랑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난 충분히 나를 사랑해. 그래도 이런 건 여인에게 있어서 꿈의 아이템이야?”


“경고해 드렸잖아요. 마스크를 쓰는데 마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심성에 해를 주는 고약한 마스크라고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래도 그것을 감수할 만한 충분한 이득이 있어.”



레이진이 아침에 일을 떠올리며 지끈지끈 쑤셔오는 머리를 감싸고 있는 사이 그녀가 베네크와 오든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저는... 얼마동안 공작님께 고용 된 헤라라고 합니다. 당분간 여러분과 함께 할 거예요.”


오든과 베네크가 레이진을 바라본다.

도대체 언제 나가서 이런 미인을 만나고 돌아다니는 건가?


오든이 인상을 구겼다.


“바람둥이.”


베네크가 그런 오든에게 작게 주의를 준다.


“엄청난 실력의 기사다.”


오든이 둥그래진 눈으로 베네크를 바라본다.


“그렇습니까?”


“응, 나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장담을 못해.”


새삼스러운 눈으로 해라를 바라보던 그가 베네크의 귀에 대로 속삭인다.


“근데 저분 말투,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거 같지 않습니까...?”


누군가를 떠올린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 큰소리로 웃었다.


작가의말

5장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헤이라를 구하러 가면서 노예들을 구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구성이 이상하게 꼬였어요...

너무 얼렁뚱땅 넘어가 버린것같네요...


6장은 짧고 조금은 가볍게 나가볼 생각입니다.

딱히 19금을 지향하는건 아닌데 쓰다보니 조금 내용이 쎄져서 무거워지네요.


늘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글을 써보려고 노력중인데 그 선이 어딘지가 늘 고민입니다.


읽어주신 분들,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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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3 +2 19.07.03 768 13 13쪽
70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2 +1 19.07.01 696 16 12쪽
69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 +1 19.06.29 817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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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9 +2 19.06.25 798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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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2 +1 19.06.14 998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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