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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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작품등록일 :
2019.04.0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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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3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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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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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6장 - 루벤의 어린영주 - 4

DUMMY

짙은 어둠이 내린 밤.

여기저기 넝쿨풀로 뒤덮인 소박한 루벤영주의 성.

어둠 속에서 십여 명의 검은 인영이 영주성의 지붕 위에 가벼운 동작으로 내려선다.

그 중 두 명의 사내가 서로 눈빛을 나눈 뒤 각자 양편으로 갈라져 달린다.

그 뒤를 반으로 갈라진 인원 네 명이 빠르게 따른다.

그 중 오른쪽으로 길을 잡은 암살자들이 이층의 한 곳, 커튼이 반쯤 내려진 창문을 중심으로 양편으로 갈라선다.

검은 그림자는 자신을 따르는 다른 암살자들에게 능숙한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고서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소리 없이 다섯 명의 인영이 사라진다.

의자 하나가 놓인 탁자 하나와 작은 선반, 그리고 낮은 침대 하나가 놓인 작은 방.

가볍게 내려선 다섯 암살자가 능숙하게 침대를 둘러선다.

침대 위에 이불을 깊게 올려 덮은 인영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베개 밑으로 붉은 머리카락을 확인한 암살자의 우두머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복면 안, 그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가 단검을 빼들고 침대로 다가갔다.

그가 천천허 검을 들어 올렸다.

꿈틀

막 검을 내리 꽂으려는데 인영이 움직인다. 긴장한 암살자들이 리더만을 남겨둔 채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하암!”


침대에 누워있던 인영이 하품을 하며 몸을 뒤척이다 방향을 바꿨다.

인영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만이 사위를 감싼다.

곧 다시 고요 속에 잠기고 움직임을 멈춘 목표를 내려다보던 그가 다시 검을 들었다.

그 순간.

인영이 번쩍 눈을 떴다.

눈이 마주친 리더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내가 왜?”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낸 리더가 화풀이를 하듯 거칠게 검을 내리꽂는다.

목표의 가슴을 꽤 뚫는 순간,

탁!

리더의 눈이 커졌다.

목표물이 뻗은 손이 자신의 단검을 맨손으로 부여잡았다.


“익!”


검을 빼내보려 해보지만, 검은 그의 손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검을 움켜 쥔 채, 붉은 머리의 인영이 서서히 상체를 세웠다. 고개를 든 인영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과 눈을 마주쳤다.


“여인?”


분명 암살의 대상은 어린 청년이라고 했는데...

침대 위에서 요염한 자세로 앉아 자신을 올려다보며 짓고 있는 여인의 미소는 어둠 속에서도 빛을 뿜어내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정말 왔네. 반갑다 암살자들.”


여인의 음성에 퍼뜩, 정신을 차린 사내의 다른 한 손에 어느새 뽑아 든 검이 들려져 있었다. 어느새 휘둘린 검이 빠르게 여인의 목을 그어갔다.

그러나 은은한 빛의 오러가 반짝이는 검을 여인은 다시 손을 뻗어 막았다. 여인의 가는 손과 단검이 공중에서 부딪쳤지만, 되려 검을 든 그의 손에 찢어질 듯 한 고통이 느껴졌다.

지금껏 작전을 수행하는 중에 검을 놓아본 적이 없는 그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놓고 말았다. 걸레처럼 찢어진 손바닥에서 피가 철철 흘러 내렸다.

손을 움켜쥔 채 우두머리가 다른 암살자들에게 소리쳤다.


“죽여.”


소리친 리더가 다른 한 손에 검을 뽑아 들었다.


“이 년, 실수한 거다. 네가 우리 다섯 명을 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다른 암살자들도 모두 단검이 아닌 긴 장검을 뽑아들었다. 그들 모두의 검에 흰 오러가 빛났다.

그러나 그런 암살자들을 바라보면서도 여인은 한 손을 허리에 올린 채 여유까지 부리고 있었다.


“대체 내단까지 만든 녀석들이 할 짓이 없어서 암살 짓이냐?”


그녀의 조롱에 얼굴이 붉게 달아 오른 암살자들이 일제히 검을 날렸다.


“죽어라.”


다섯 명의 합격은 오랫동안 숙달 된 듯,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여인의 온몸을 동시에 노리며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빠른 움직임도 그녀, 헤이라의 눈에는 너무나 느리게 느껴졌다.

머리와 가슴 그리고 양 어깨를 노리고 날아드는 검과 함께 리더의 검이 자신의 정수리를 향해 뻗어왔다.

그녀가 방금 빼앗은 단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그녀의 검이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검들을 하나하나 쳐냈다.

동시에 달려들던 다섯 살수들의 몸이 똑같은 모양으로 두 걸음씩 물러났다.


세상에..


검은 복면에 눈만을 내놓은 그들의 눈동자에 흰자가 도드라질 만큼 커졌다.


“뭐냐?”


암살자들에게서 고개를 돌린 헤이라가 검을 세우고서 자신의 검을 바라본다.

그녀의 검이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대단한 검사....”


리더에게서 신음과 같은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뿐.

은은하게 빛나던 그녀의 검이 이상할 정도로 밝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검을 바라보던 암살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조금 전, 커졌던 눈동자보다 더 크게 흰자위를 보이며 동공이 커졌다.

빛이 짙어지며 검이 점점 길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트트틋!


전기가 일 듯 검이 부서질 듯 떨린다.


“설...설마...”


자신을 바라보며 경악하고 있는 살수들을 바라보며 그녀가 방긋 미소를 지었다.


“다들....마스터는 처음이지?”


밝은 빛으로 감싸인 그녀의 검이 천장까지 닿을 듯 길어져 있었다.



* * *


늦은 밤.

아슬린백작은 여전히 집무실 책상에 앉아 서류를 훑어보고 있었다.

갑자기 일어난 갈증에 그가 손을 뻗어 글라스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간다.


흠.

그러나 언제 마셨는지 잔은 비어있었다.

자리에서 일어 선 그가 술병들이 놓여 있는 진열장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천천히 술병들을 훑어보던 그가 동작을 멈추고서 돌아선다.

언제, 누가 열었는지 창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누구냐...?”


얼굴을 굳힌 채, 그가 주위를 바라본다. 서서히 검은 그림자 다섯 개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아슬린백작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너희들은 누구지?”


모두 내단을 지닌 대단한 실력자들.

암살자 중에는 팔짱까지 낀채 여유까지 부리고 있는 자도 있었다.


“역시, 이름이 헛되지 않군. 아슬린백작. 우리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다니.”


분명 암살을 목적으로 숨어들었을 텐데 그들의 움직임에는 제법 기사다운 기도가 풍겼다.


“잘 가시오. 백작.”


자신에게 다가오는 다섯 명의 면면을 살펴보다 아슬린백작이 벽에 걸린 검을 집어 들었다.

그의 검이 하얀 오러로 빛난다.



* * *



“어디를 가는 겁니까?”


빠른 걸음으로 어둠이 덮인 복도를 걷는 중년인의 뒤를 따르며, 아슬란가의 소영주. 루마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러나 중년인에게서는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체텐경.. 이곳은...”

주위를 둘러보며 루마로가 다시 중년인을 불렀다.

이곳은 아슬린백작의 집무실로 향하는 길.

내일이 지나면 자신의 집무실이 되겠지만 아직은, 이런 늦은 시간에 불쑥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루마로가 중년인 체텐을 바라본다.

부모를 잃고 고아로 어렵게 지내다 그의 눈에 띄어 검을 배웠다. 그리고 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아슬린 백작에게 자신을 추천했던 남자.

그의 재능은 오러기사들 중에서는 평범한 편이었지만, 아슬린가에서 그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늘 정의롭고 공명정대한 사람으로 통했다.

그러나 무섭게 굳어버린 그의 얼굴은 어딘가 낯설고,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붉은 독수리가 하늘로 비상하는 문장

아슬린 가문의 문장이 크게 각인 된 오래 된 문.

이곳은 영주의 집무실이었다.

집무실 문 앞에 당도해서야 말없이 걸어 온 체텐이 입을 열었다.


“들어갑시다. 영주.”


체텐이 가만히 서서 자신을 바라본다. 그의 눈을 한 동안 바라보던 루마로가 결국 집무실의 문을 밀었다.

열리는 문을 따라 그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려왔다.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창문으로 비춰 들어오는 달빛에 펼쳐진 집무실의 광경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서너 명의 사내들의 시체가 널려있고, 바닥은 온통 붉은 피로 얼룩져있었다.

놀란 눈으로 시체들을 내려다보던 루마로가 경악한 표정으로 얼굴을 구기며 소리쳤다.


“아...아버님!”


깨진 술병 조각들이 널린 바닥에 피에 젖은 모습으로 누워있는 한 구의 시체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 그를 체텐이 잡아 세웠다.


“안 되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체텐경.”


손을 뿌리치고 나가려는 루마로의 양 어깨를 잡고서 체텐이 소리쳤다.


“정신 차려! 자네가 이제는 루벤의 영주야!”


“체텐경....”


그가 알고 있던 체텐은 이렇듯 잔인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를 바라보며 체텐이 말했다.


“잘 들어.”


그가 한 곳을 가리켰다. 그의 손이 향하는 곳에 피가 잔득 묻은 검을 든 채, 바닥에 쓰러져있는 붉은 머리의 청년이 누워 있었다.

레이진이었다.


“약해지지 말게. 이게 다 대의를 위한 일. 지금 이곳에서는 아리오스가의 소영주가 자네의 즉위를 시기하여 백작님을 죽이고 쿠데타를 모의하다 죽었네. 자네가 알아차리고 수습을 했지만, 백작의 목숨을 구하지는 못했지.”


루마로가 고개를 저었다.


“저... 저는....”


“이미 벌어진 일이야. 이제 와서 약해질 텐가?”


두 손이 벌벌 떨려왔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때,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선다.

멍한 눈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수십 명의 기사들을 대동한 채, 배가 불뚝한 사내 하나가 자신을 바라보며 서있다.

그를 향해 체텐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하오.”


바울트소영주를 바라보는 체젠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이미 각오한 일. 그가 다시 루마로에게 말을 이었다.


“바울트소영주께서 큰 도움을 주셨네.”


그러나 이미 얼이 빠진 얼굴로 서있는 루마로의 귀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감사는 무슨, 이제 아슬린가문도 공왕의 시대에 맞게 서로 도우며 잘 지내기만 하면 될 일이요.”


“아...안 돼.”


루마로가 체텐의 손을 뿌리치며 달려갔다.


“무슨 짓인가 루마로!”


난처한 얼굴로 바울트를 바라보던 체텐이 루마로를 따라 뛰었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야.”


그가 바닥에 뒹구는 검을 빼들었다. 검을 든 그가 바울트를 향해 검을 뻗었다.


“루마로!”


작가의말

제가 가볍기 쓴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이름을. 제가 조금 대충짓는 경향이 있는데

보통 이거 이름이 별론데? 하는 애들은 조연이예요.

주인공 이름도 대충지었지만.


내일 6장 끝내고 타노아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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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9 +2 19.06.25 798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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