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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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작품등록일 :
2019.04.01 21:32
최근연재일 :
2019.07.3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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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3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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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 타노아로 가는 길 - 2

DUMMY

“감사합니다.”


목책의 간이 문을 통해 들어서는 레이진과 헤이라를 향해 촌장 바크를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다. 여기저기 천 조각들로 덧기워진 원피스모양의 옷들을 입은 사람들의 행색은 어디 빈민가의 거지소굴에서 튀어나온 사람들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주민 모두의 차림이 그와 비슷했다. 멀리 색이 바랜 영주성을 바라보며 레이진이 물었다.


“기사... 아니 영주의 병사들은 없습니까?”


촌장이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끄덕인다.


“멀리서 오신 분들인가 봅니다. 이곳 갈로론이 영주 없이 버려진 지가 거의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저는 나아가 많은 이유로 촌장을 맡고 있는 바크라고 합니다.”


공손하게 대답하는 촌장 바크를 바라보며 레이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타노아에서 최소한의 지원은 해주었던 것으로 아는데...”


촌장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오래전 이야기지요. 타노아뿐만 아니라 이제 저희를 신경 쓰는 곳은 아무 곳도 없습니다.”


그때, 작은 키의 청년이 다가왔다. 목책 위에서 석궁을 날리던 로이오였다.


“자경대를 맡고 있는 로이오라고 합니다. 정말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약혼녀 수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모여든 사람들을 둘러보아도 또래의 청년은 그 하나뿐이었고, 여인들과 노인들 사이에 간간이 섞인 중년의 사내들은 팔이든 다리 하나가 없는 불구의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다 쓰러져가는 목책하나로 이만큼 버티고 있었던 것이 기적처럼 여겨졌다.


왕국 변방의 푸에린도 이보다는 사정이 나았는데

왕국에서 수도 다음의 대도시에 속하던 타노아의 이웃 영지가 이 지경이라는 게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남부에서 타노아로 들어서는 상단들도 이곳을 경유해야 할 테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곳은 제법 비옥한 토지들이 있었던 곳으로 아는데 그걸 모두 포기했다는 말입니까?”


촌장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는 군요. 이곳은 ...”


쉽게 말을 잇지 못하는 촌장을 대신해 로이오가 말을 이었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타노아에게서 쫓겨 오다시피 내몰려 온 이민자들입니다.”


“이민자들이요?”


로이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여 설명했다.


“3년 전쯤, 타노아에 다시 아리오스가문이 들어서고 이곳 갈로론에 자리잡고 있던 상단과 제법 성공한 상인들, 그리고 준 귀족들이 모두 타노아시로 이주해 갔습니다. 대신 타노아에서 세를 잃은 상인들이나 범죄자들, 혹은 땅을 빼앗기고 갈 곳을 잃은 소작민들은 이곳으로 강제 이주를 당해 왔고요. 그 후에 두어 명의 영주가 잠시 머물러 있었지만, 그들도 모두 성을 버리고 떠났고 그 후로는 외지에서는 그 누구도 찾아오는 사람 없이 이렇듯 버려진 도시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한 달 전까지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오크들이 수시로 습격을 해오는 바람에... ”


로이오가 말을 끝맺지 못하고 말을 멈추자 그의 약혼녀인 수잔이 입술을 떨며 분을 토로했다.


“지금 아리오스후작은, 말은 공왕과 맞서고 있는 듯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친공왕파적 인물이예요. 그리고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모두 이곳으로 쫓아내요. 공왕과 아리오스후작은 짠 듯이 함께 우릴 버렸어요.”


“그이유로 쫓겨 온단 말입니까?”


로이오가 입술을 깨문다.


“처음에는 저희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된 사실입니다. 이곳으로 쫓겨 온 사람들, 우리들의 공통점은 엣 로에나의 친왕파적 인물들이라는 것을요.”



* * *


대연무장에 두 명의 기사가 치열한 대련을 하고 있다.

금발의 기사가 빠른 속도로 다가서며 검을 내리 긋는다. 비록 나무로 만들어진 검이지만, 공기를 가르는 검에서 느껴지는 기세가 대단했다.

거대한 덩치의 상대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뿐, 그의 체격도 만만치 않았는데 몸놀림이 제법 재빠르고 빈틈을 노려 매섭게 찔러오는 검술은 하나하나가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목검의 두 배는 됨직한 크기의 대검을 휘두르며 방어하고 있는 덩치의 사내 또한, 비록 두어 걸음씩 뒷걸음질을 치고 있어 밀리는 듯 보였지만, 침착하게 잘 방어해 내고 있었다.

이미터의 거대한 덩치의 기사는 자신을 공격해 오는 상대의 움직임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정체는 오든.

나름 변장을 해본다고 머리까지 빡빡 밀고서 기사시험을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머리를 밀어버린 탓에 순박했던 얼굴이 덩치에 걸맞게 어딘가 범접하기 힘든 인상으로 변했다.

한 달여 간, 베네크의 검을 상대해본 그에게 앞에 선 기사의 검은 그다지 큰 위협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빈틈을 노려 반격을 가해 몰아붙이면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었지만, 너무 튀어 보일 수는 없어 스스로 자제하는 중이었다.

오든이 자신의 가슴을 찔러오는 검을 힘겹게 내려치고는 다시 한 걸음 물러선다.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오든의 어깨를 향해 사내의 검이 제차 날아들었다. 오든이 뒤늦게 검을 들어 보지만, 어깨를 공격해 오던 검이 방향을 틀어 자신의 목 앞에서 멈춘다. 자신의 눈앞에 드리워진 목검을 바라보며 오든이 들고 있던 검을 내렸다.


“졌습니다.”


오든이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마주선 채, 오든을 노려보고 있는 상대의 인상은 어딘가 개운하지 못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눈앞의 덩치가 자신의 목검을 내려칠 때마다 손을 울리며 전해지던 통증이 어찌나 강한지 검을 잡고 있기 힘들 지경이었다. 슬쩍 검을 내려다보니 목검의 날이 무쇠를 내려친 것마냥 여기저기 패여 있었다.


오러를 사용했다면 더 쉽게 이길 수 있었겠지.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가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어떤가?”


“제법 훌륭한데요?”


대연무장 가운데서 예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멀리 서서 바라보며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두 명의 기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불꽃 위에서 포효하는 레드드래곤의 문양이 새겨진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중년의 기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오랜만에 제대로 쓸 만한 녀석이 들어온 것 같군.”


아리오스가의 기사단장 아르피스였다. 그의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는 부단장 알레트.


“카렌!”


부단장 알레트가 오든을 불렀다. 오든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대충 문지르며 뛰어왔다.


“오러를 불러보게.”


다가온 오든에게 그가 낡은 철검 하나를 던져주었다. 날아오는 검을 가뿐하게 받아든 오든이 검을 쥐고 집중을 하자 검날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붉게 달아오른 오든의 얼굴에 땀방울이 다시 맺혔다.

점점 사그라들던 빛이 결국 사라지고 오든이 깊은 숨을 내쉰다. 그를 바라보며 기사단장

아르피스가 물었다.


“자네같은 인재가 어째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건지 의문이군?”


오든이 땀방울이 맺힌 머리를 어색하게 문지르며 대답했다.


“얼마 전까지 바델에서 이것저것 힘쓰는 일을 하며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뒤늦게 내단이 생성 됐지요. 이왕이면 기사가 되어도 대아리오스가문의 기사는 되어야 폼이 날 것 같아. 이리 찾아와 지원하게 된 것입니다.”


스물 세 살의 나이라면 내단이 형성될 수 있는 나이가 거의 지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나이에 내단이 생겼다면 그것대로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단장 아르피스가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일단은 수습기사네.”


오든이 다시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직 고마워 하기는 일러, 우리 아리오스가의 기사가 되기 위해선 검술만 뛰어나다고 되는 것이 아니야. 그에 따르는 인성과 인품이 기사도에 맞아야 가능하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지녔어도 아리오스가의 기사는 될 수 없다. 알겠나?”


“네! 명심하겠습니다.”


오든이 힘차게 외쳤다.


일차 목표는 달성.

콩알만큼 작아졌던 심장이 이제야 제대로 뛰는 듯했다.


* * *


타노아의 부속 마을인 프론마을.

갈로론 마을과 같이 타노아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옛 아리오스가의 가신에게 주어졌던 봉토 격인 곳이었지만, 이곳의 사정은 칼로론 마을보다는 그 형편이 나아 영주가 존재했고, 적어도 영지민들이 치안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을 정도는 되는 작은 마을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늦은 저녁.

프론의 허름한 술집 <드래곤의 숨결>에 늦은 밤 로브로 몸을 감싼 사내가 들어섰다. 상단일행들로 거의 만석이 된 부적거리는 술집 안에서 비를 피해 홀로 들어 선 사내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잠시 혼자 앉아 술잔을 비우던 그의 앞에 풍만한 몸매의 여인이 교태가 가득한 미소를 그리며 앉는다. 그러나 사내는 잔뜩 굳은 얼굴로 그녀를 본체만체 했다. 옆에서 몇 마디를 건네던 여인이 결국 인상을 구기며 일어선다.

떠나간 여인을 잠시 흘끔 흘겨보던 사내가 술잔을 마저 비우고서 일어선다.

술집을 나와 문 앞에서 주위를 살피던 그가 손에 든 쪽지를 펴 본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던 그가 쪽지를 찢어 빗물에 흘려보내고서 다시 로브를 뒤집어썼다.

그리고는 빗속을 뚫고 부지런한 걸음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사내가 걸음을 멈춘 곳은 프론 마을의 식육점.

사내가 고개를 들어 간판을 바라본다.

<프론의 붉은 드래곤식육점>

사내가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선다.

중년의 여인이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내려쳐 통고기를 토막 내고 있었다.

비에 젖은 로브를 벗고 여인을 바라보고 있자니, 중년의 여인이 고기를 썰다말고 다짜고짜 칼을 들어 한쪽 벽을 가리킨다.

여인이 가리키는 곳에 하얀 벽에 가려진 작은 미닫이문이 있었다.

문을 밀고 들어서니 통고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실내에서 연두빛의 머리카락을 지닌 청년하나가 탁자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청년이 잠시 사내의 얼굴을 살피다가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았다.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칼트입니다.”


고개를 숙이는 청년을 향해,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사내가 입을 열었다.


“베네크라고 하네. 반갑군.”


베네크가 아리오스가에 있었을 때, 아리오스가의 마법사는 한 사람 뿐이었다.

노마법사 크르타트.

그의 제자라고 했던가?

아직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지만, 일단 청년의 눈빛은 별빛을 보는 것처럼 맑았다.


작가의말

저번주와 같은 패턴으로 연재중이네요.

이번주지나면 연재를 주 5회로 아예 줄여야겠습니다.

오후에 한 편 더 올릴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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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3 +2 19.07.03 768 13 13쪽
70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2 +1 19.07.01 696 16 12쪽
69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 +1 19.06.29 817 20 12쪽
68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10 +2 19.06.27 792 20 10쪽
67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9 +2 19.06.25 798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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