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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수로공
작품등록일 :
2019.04.01 22:28
최근연재일 :
2019.05.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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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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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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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그랑~


유독 크게 들려오는 풍경 소리에 카페 안에 앉아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돌아갔다.

그곳에는 산적 같이 생긴 한 남자가 카페 내부를 휘휘 둘러보고 있었다.

19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큰 키, 럭비 선수들도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엄청난 떡대,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오크가 들어왔다 착각할 정도의 우락부락한 외모.

혹시라도 눈이 마주쳤던 사람들은 앗 소리도 내기 전에 눈길을 피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인형처럼 아기자기하고 예쁘장한 두 남녀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왔냐?”

“건일이 오빠 왔어요?”


널따란 창가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손을 접지하여 그 안으로 사랑을 교류시키는 두 남녀.


“뭐해? 왔으면 앉아.”

“오빠, 무슨 일 있어?”


건일은 그들의 반가움을 애써 외면하는 척, 모르는 척했다.


“어디 아픈 거야?”


건일의 가장 친한 친구 인용.

그리고 그의 옆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미소.

자리에 앉으려 숙여지는 건일의 이마에 그런 그녀의 손길이 다가와 스칠 때.

바르르 떨리는 인용의 눈빛.

그녀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감정의 혼돈.

그들은 알고 있었다.


“열은 없는 거 같은데?”

“괜찮아.”


그 손을 치워내는 어색한 건일의 회피 동작만큼이나 남녀의 분위기도 어색해지고 말았다.


“정말?”

“그래.”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다소곳한 목소리.

힘이 빠진 건일의 목소리는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 인용.

베프가 사랑하는 여자, 미소.

건일은 그들보다 더··· 그들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녀도 그런 그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헤헤.”


혀를 빼어 물은 미소의 밝은 웃음에 향긋한 내음이 섞여 있어, 그 방긋 웃는 웃음 하나하나가 향기가 되어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테라브레···.

그렇게 연말의 하루도 해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


그들의 일상은 그들의 감정과는 다르게 안개가 깔려 있는 조용한 호수처럼 잔잔하고 평온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 새해가 밝은 첫날, 정오.


『능력을 선택한다.』

1. 무공

2. 마법

3. 랜덤

4. 포기


이제 막 군대를 제대한 병장 같은 목소리가 나른하면서도 근엄하게 들려왔다.


『10초 안에 선택을 하지 않으면 포기로 간주한다.』


선택을 강요하는 목소리.

그리고는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시작되는 카운트.

숨 넘어가는 사람처럼 무지도 급하게··· 그것도 홀수로만.


『97531』


“1번! 1번!”

창피하게 카페 한가운데서 “저요! 저요!” 하는 표정으로 손까지 번쩍 들고 1번을 외쳤다.

웅성웅성.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얼굴이 불거졌지만 이어지는 음성에 팔도 내리지 않고 그 음성을 따라갔다.

사람들도 제각기 무언가에 골몰한 듯 신경을 끊고 장고에 들어갔다.


『주능력으로 1번 ‘무공’을 선택했다.

‘무공’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선택은 되돌릴 수 없으니 너만의 ‘무공’을 잘 만들길 바란다.

<입문 심공>이 주어진다.

<입문 보법>이 주어진다.

<입문 무공서>가 주어진다.

<인벤토리> 1칸이 주어진다.

<퀘스트>는 10일 후에 주어진다.』


반말로 자기 할 말만 하고 어느새 싹둑 끊겨버린 목소리···.

“저기요?”

궁금증이 일어 머리 속을 향해 그를 불러 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묵묵부답.


그리고 10일이 지났다.


***


『너를 평가한다.』


이번에도 역시, 대뜸 튀어나와 평가를 시작했다.


『<입문 심공>의 습득치는 고작 02%다.

<입문 보법>의 습득치는 응? 응응?? 87%?

<입문 음··· 무공> 음··· 습득치는 음··· 음···』


귓가에서 1분째 음음 소리만 이어 나가고 있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음··· 100%다.』


‘응? 100%? 그럴 리가 없는데?’

운동을 좋아하고 몸 쓰는 일에 능숙한 편이지만 10일 만에 습득이 가능할 정도로 쉬운 무공서는 절대 아니었다.

머리 속에 자리를 잡은 이 무공서는 100권짜리 백과사전처럼 엄청난 두께였고, 그 내용도 만만한 것이 절대 아니었다.

‘겨우 1독을 했을 뿐인데 100%라니, 말이 되질 않잖아.’


『100%다.

다음을 선택한다.

1. <입문 무공> 2권을 습득한다.

2. 새로운 무공인 <이원 무공>을 습득한다.

10초를 주겠다.

951』


“1번!”

정말 고약한 안내자였다.

생각할 틈이라도 주고 고르라고 할 것이지, 계산은 고사하고 인지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건일은 자기네 회사 과장님을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입문 무공 2권을 선택했고, 또 10일, 또 10일, 또 10일이 지났다.


***


[통계에 따르면 포기자가 80%를 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안내자’로 지칭된 자들의 퀘스트는 매월 1일, 11일, 21일 정오에 주어지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와, 80%나 된다고?”


안타깝게도 안내자의 선택권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왔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을 강요받았었다.


“그럼 그 사람들은 인벤도 없는 거야?”

“응. 우리 엄마도 선택을 못 하셨는데 인벤토리가 없으시더라.”


친구 넷이 모여 그간에 쌓아 놓은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털어내고 있었다.


[새로운 소식입니다. 부천에 사는 한 남성이 최초로 2성을 완공하였다고 하는데요. 3성의 새로운 무공은 삼재 검법이라고 합니다.]


“우와 벌써 3성에 들어섰다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능력이 생긴 지 이제 막 한 달하고 열흘이 지나가는 이때에, 남들은 아직도 1성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시점에 홀로 3성에 접어들었다는 건 새로운 소식이 아니라 급보라 할 만했다.


“근데 너 2성 됐다며? 뭐 선택했냐?”

“나? 나는 입문 2권.”

“븅신.”

“개놈이 뒤질라고 왜 대뜸 욕질이야.”

“사람들이 그러는데 이원 무공이 훨 좋다더만.”

“내가 알았냐? 그리고 너는 아직도 1성이라며? 어디서 쪼랩이 개기냐? 뒤질래?”

투닥투닥.


다행히 친한 친구들은 모두 보기 안의 무공이나 마법 혹은 랜덤을 선택했다.


“이 능력은 왜 생겼을까? 그리고 어디에서···”

“아마도 신께서···”


인용이 궁금증을 내뱉었을 때 독실한 신자인 한 친구가 답을 하려고 하였지만, 항상 전투적인 진만이 그 말을 끊어 버렸다.


“그걸 누가 아냐? 신은 개뿔. 됐고. 근데 넌 랜덤이라며?”


평소 말수가 적고 독실한 친구 영수가 머리를 긁적였다.


“응.”

“’응.’은. 그래서 뭐 나왔는데?”

“음.”


영수의 설명이 한참 이어졌지만,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확답할 수 없었다.


“네 말대로라면 네크로멘서 아냐? 풋. 천주교 신자가 네크로멘서···.”


랜덤 초이스의 경우, 무공과 마법과는 달리 테크트리가 명확치 않았다.

현재 1성에 놓인 영수가 얻은 능력은 ‘해골 인지’였다.

말 그대로 땅 속에 묻힌 해골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근데 소환은 안 돼?”

“으···응.”


안타깝게도 ‘인지’만 가능할 뿐 ‘소환’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아! 나도 랜덤 고를 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는 했다.

포기를 누르거나 선택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한다면 훨씬 좋은 선택이었지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적성과 그것이 잘 어울린다는 보장은 없었기 때문이다.


“야! 그래도 선택을 안 한 사람들보다는 백 배 낫지 않냐?”

“하긴. 요즘은 밤이 무섭지가 않더라. 흐흐.”


진만은 친구들 사이에서 조루로 유명한 친구였다.

그런데 이번에 무공을 습득한 이후로 ‘밤일’을 할 때 부담감이 사라졌다고 한다.


‘하··· 정말 신이 정말 있다면, 저놈의 주둥아리를 한 대 쳐 주실 텐데···.’

“하긴 나도 요즘 운동을 할 때면···”


무공을 선택한 사람들은 대부분 육체 능력이 대폭 향상되었고, 마법을 선택한 사람들은 지능이 대폭 향상되는 신기를 맛봤다.


“나는··· 나는··· 가끔··· 귀신이···”


불쌍하게도 역효과가 발생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데 훈련장은 들어가져?”


훈련장.

이 게임 같은 능력이 다운로드 된 이후로 들어갈 수 있게 된 곳.

그러나 그곳은 공평하게 주어졌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묘한 곳이기도 했다.


“당연히 들어가지 않았겠냐? 들어갔으니까 2성이 된 거겠지.”


진만이 녀석의 말이 맞았다.

이 능력이 생긴 첫날부터 바로 입장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 내가 너랑은 좀 다르지.”

“그거 어떻게 들어가는 거냐? 좀 알려주라.”

“나도 나도.”

“안내자가 가르쳐 준 대로만 하면 돼.”

“안 되니까 묻는 거잖어. 와, 이거 졸라 쫀쫀하네?”

“너 오늘 안 되겠다.”

투닥투닥.


녀석들이 이렇게 목을 매는 이유가 있었다.


“거기 들어가면 시간이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며?”


진만의 말처럼 그곳은 만화 속에서나 나오던 신비의 공간이었다.

시간의 흐름이 없다시피 하고 자신이 상상하는 것들이 구현되는 곳.


“거기는 생각하는 대로 다 나온다며?”

“엉.”

“정말?”

“그럼.”

“!!”

“여자도?”

“!!!!!!”


그래, 나온다.


[한편, 기독교 목사로 밝힌 익명의 제보자에 의하면, 지구 종말에 대한 계시를 받았다는···.]


밝게 떠드는 그들의 대화와는 상관없이 방송에서는 새로운 내용들이 줄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오늘도 잠에 들 무렵, 자리를 정갈하게 하고 감정을 가다듬었다.

훈련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우선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했다. 그리고 강한 집착과 동시에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어야 했다.

일견 말이 되지 않는다.

집중을 해서 집착을 하면서도 동시에 뽕을 맞은 것처럼 몽롱한 상태가 되라?

그 난이도는 웬만한 사람들은 접근을 불허할 정도로 급수가 높았다.

하지만 오늘도 잠자리에 들며 집중을 하고, 그곳에 들기 위한 집착을 잊지 않았다. 이어서 매직아이를 하는 것처럼 정신을 몽롱한 상태로 만들었다.

그러자 오늘도 역시 나를 맞는 문이 조용히 열렸다.


『훈련장에 입장하셨습니다.』


최초의 훈련장에선 안내 음성이란 게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 안에 내가 원하는 유토피아를 만들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응. 그래.”


지금처럼 나를 맞이하고 수발을 들어주는 이를 만들게 된 이후로는···


“준비할까요?”

“옷은 왜 벗어? 그거 아니거든?”


인사는 기본이요, 이렇게 내 생각을 읽어가며 모든 일을 보좌해줬다.


“아잉~”

“아잉은 이씨!”


내 속에 잠재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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