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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수로공
작품등록일 :
2019.04.01 22:28
최근연재일 :
2019.05.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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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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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6화. 오십인장 (2)

DUMMY

006화. 오십인장 (2)




핏!


얼굴을 스친 칼날이 눈앞에 놓였다.

톱질을 하듯 볼살을 헤집은 칼날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러나 건일은 숨도 쉬지 않고 그 칼날만을 응시했다. 일체의 미동도 없이, 죽은 사람처럼, 인간이 아닌 것처럼.

적장敵將으로 보이는 이는 손잡이에 더욱 강한 힘을 주어 칼날을 더 깊숙한 곳까지 쑤셔 박았다.

그러나 땅 아래에선 더 이상의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두더지인가?”

스릉.


장수가 칼을 회수하자 다시 한 번 칼날이 건일의 얼굴을 쓸어내며 돌무지 위로 올라갔다.

얇지만 넓은 바위가 돌무지를 지탱해주지 않았다면 위치가 발각될 뻔했다.


건일은 죽은 듯이, 숨도 멈추고 털끝 하나의 움직임까지 죽이며 전신을 마비시켰다.

하지만 이빨은 그것을 배신하고 달달 떨리려 했다.

이빨이 부딪히는 순간 목이 베일 것은 불문가지.

혓바닥을 잇새로 밀어 넣어 부딪히는 소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중에 집중을 가했다.

파르르 떨리는 볼살 근육까지 신경을 차단시켜 떨리지 않게 조절하였다.


“응?”

“장군, 왜 그러십니까?”

“아니다. 가자.”


적장은 잠시 땅 아래에서 미세한 반응이 올라왔다고 느꼈다.

대도를 들어 다시 칼질을 하려던 순간, 부관 장수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밤새 피에 흠뻑 취했더니 잘게 퍼지는 혈향에도 근육들이 꿈틀꿈틀 반응을 일으켰다.


“내가 너무 심취했군. 흐흐흐.”


장수는 돌무지에는 신경을 끊고 동굴로 향했다.

사람이었다면 비명소리가 흘러나왔어야 했다.

것도 아니라면 칼날을 통해 미세한 반응이라도 타고 올라왔어야 했다.

하지만 처음에 느껴졌던 감촉만 있을 뿐 더 이상의 반응은 올라오지 않았다.

아마도 작은 동물인 것 같았다.

그래서 용나라의 오천인장은 신경을 끊었다.


바로 그가 어제 새벽, 건일이 포함된 부대를 급습했던, 아군 지휘관인 천인장의 얼굴을 반토막 내었던 용나라의 오천인장 광무였다.


광무.

용나라에서도 유명한 무력 장수였다.

가진 무공과 용력만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었지만, 그의 광포한 살심殺心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피의 장수.

일명 혈군.

모두 그를 나타내는 별칭이었다.


“얘들아 마무리하자.”


대략 7척(2m 10cm)에 이르는 대도를 빼어낸 광무가 어슬렁어슬렁 발길을 돌렸다.

그가 향하는 곳에선 피의 잔치, 살육의 잔치가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그를 따르는 병사들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 식경이 지나지도 않았건만, 동굴 안에서 울려 퍼지던 비명소리는 이미 끊긴 지 오래였다.

동굴에서 나온 광무는 무심결에 예의 돌무지로 눈을 돌렸다.


“어허. 사람이었어?”


그가 감탄사를 내뱉은 이유는, 돌무지가 사람의 부피만큼 가라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큭큭. 삶의 집착이 강한 놈이로다.”


적이었을 텐데도 그는 기쁜 것 같았다.

돌무지로 다가간 그가 땅을 파헤치고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혈향을 즐기기 시작했다.


“흐음. 좋군. 좋아. 아주 좋은 피를 가졌어.”


무엇이 그렇게도 좋은지 그는 땅에 코까지 박아 넣은 채, 벌써 식은 지 오래된, 건일이 흘린 피의 향취에 흠뻑 빠져 그 향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잡는 맛이 있겠어.”

“장군 왜 그러십니까?”

“아니다. 다음 집결지로 이동한다.”


환하게 웃은 광무가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는 서둘러 다음 집결지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땅에 스며든 피 냄새를 뇌리에 각인시켰다.

다음에 만난다면 그 주인공을 베는 맛이 쏠쏠할 것 같았다.

피 냄새가 짙었다.

이런 자의 피를 입 안에 머금고 있는다면, 살아 있다는 황홀함이 온몸을 자극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더 많은 피들을 추수하러 가야 했다.

특식은 아껴서 먹는 게 더욱 맛있는 법이다.


“이동한다!”


그가 떠난 자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또 다른 돌무지 안에서 건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광무는 모르고 있었지만, 주위를 둘러보던 그와 건일의 시선이 한 차례 교차한 적이 있었다.

붉게 물든 광무의 시선을 마주할 때, 건일은 다시 한 번 부르르 떨었다.

저건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죽어가는 아군의 비명에 불끈 칼을 들고 나서고 싶은 마음도 들었으나, 이건 게임이 아니었다.

이백이 넘는 적군 앞에 홀로 나선다는 건 죽여달라는 몸부림일 게 뻔할 뻔 자였다.

아군, 편, 동지와 같은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람을 벌레처럼 죽이는 광경이 익숙해지지도 않았다.

적에 대한 반발심이 더욱 커져갔다.

그러나 적의 숫자가 많을뿐더러, 적장으로 보이는 이 하나만으로도 상대가 되질 않았다.


뿌드득.


이를 간 건일이 적들이 지난 자리를 훑었다.

동굴로 들어가 눈도 못 감고 죽어간 아군의 참상을 확인해야 했다.

아는 사람은 없었으나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었을 그들의 시체가 발목을 붙잡았다.

그러나 건일은 그것을 뿌리치고 동굴로 나와 사라진 적들의 자취를 뒤따랐다.

퀘스트 때문에 들어온 곳이지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숨어 있을 수만은 없었다.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더 우습게 여기는 자들만큼은 꼭 지우고 싶었다.


실전 경험?

그건 이제 부차적인 문제였다.

건일의 마음 속에 잠들어 있던 살심이 슬그머니 눈을 뜨었다.

그 눈길은 사라진 적의 등 뒤를 뒤쫓고 있었다.


볼살을 갈랐던 고통.

떨리는 살을 마비시켜야 했던 두려움.

발자국 소리만으로도 실금을 지리게 했던 미지의 공포.

그러한 감정들이 이제는 눈을 떠 버린 살의에 의해 잠식되고 있었다.

건일의 발걸음이 더욱더 속도를 높였다.


적이 흘리고 간 피의 향취가 건일의 콧속 감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


정나라의 선발대는 하나의 미끼였다.

깊은 산속에서 적들과 대치를 한다는 것은 대군에게 불리한 조건이었기에, 선발대로 유인책을 펼쳐 적들을 산 위로 유인하고 있었다.

이제 곧 제대로 된 후발대가 뒤따를 예정이었다.


용나라는 적의 의도를 알아채고 있었으나 최대한 적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놓아야 했기에 오천인장에 해당하는 주력급 장군들을 숲 속 곳곳에 복병으로 심어 놓았다.

되도록이면 미끼가 된 선발대들을 모조리 지워버린다는 게 그들의 계책이었다.


정나라 선발대의 최대 계급은 천인장급이었으며, 선발된 부대원들의 수준도 신병 위주였다.

그에 반해 용나라의 최대 계급은 오천인장, 병사들도 유격전에 능한 정규 부대원이 대부분이었다.


두 나라의 장군 편제는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앞에 일一자가 붙은 장수들은 지휘관을 뜻했다.

앞에 오五자가 붙는 장수들은 지휘관이라기보다는 전투 전문 장수라 할 수 있었다.

천인장 위로는, 군제에 정식으로 등록된 장군이라 할 수 있었다.

천인장 아래로는, 아직은 병사로서 정식 장군이라 불리지 않았다.

다만 오백인장은 준장군으로 이제 곧 임관을 앞둔 준장교라 할 수 있었다.


욕쟁이 노병은 백인장이었다.

늙고 힘이 없었으나 경험이 풍부하여 백인장의 직위를 갖고 있었고, 실제의 임무는 오십인대의 지휘였다.

백인대는 최소 3명의 백인장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한 명이 총지휘를 맡고 다른 둘 이상이 부관의 역할을 하며 다른 병사들을 지휘했다.


오백인장, 오십인장은 소규모의 부대에 편입되어 전투만을 일삼는 독립 부대와 비슷한 직책이었다.

천인장이나 백인장의 지휘를 받기는 하지만, 독립적으로 판단을 하여 위치나 부대를 오갈 수 있었고, 때에 따라서는 바로 위의 계급을 대체하기도 하였다.


건일이 바로 이 오십인장으로 승격되었던 것이다.

백인대 안에는 최소 열 명이 넘는 오십인장이 있었다.

이들은 용병인 것처럼 전장의 상황에 따라 독립적으로 전투를 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


“십장님, 이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임마. 전장에 나오면 이런 기쁨도 있어야 하는 거야.”


숲길을 걷던 건일의 시야에 두 명의 병사가 감지되었다.

두 명의 병사는 살육을 펼치던 이전의 병사와는 다른 갑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적인 건 분명했다.

아마도 다른 부대에서 이탈한 떨거지 병사인 듯 보였다.


“아무리 적이라지만 죽은 자의 물품을 취하는 건 불길하지 않습니까?”

“니가 몰라서 그래. 나만 이러냐? 적들도 그러고 우리 편들도 모두 그래. 이런 부상이라도 있어야지 이 무서운 전쟁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거야. 이런 재미가 없으면 얼마나 무섭겠냐?”


신입으로 보이는 한 병사와 십장이라 불린 한 병사는 죽어 있는 아군의 시체에서 주섬주섬 돈이 될 만한 물품을 취득하고 있었다.


“오오오 대박!”


십장으로 보이는 이가 시체의 가슴팍에서 금가락지 하나를 발견해 번쩍 치켜들고 대박을 외쳤다.

그리고 그 뒤 대목大木 뒤편으로 건일이 다가왔으나 금가락지에 신경을 뺏겨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였다.

건일은 조용히 나무에서 몸을 빼내 십장의 등 뒤로 이동했다.

소리도, 인기척도 없었으나 신입 병사는 본능적으로 눈을 돌렸고, 칼을 빼어 든 건일과 눈이 마주쳤다.


“어··· 어?”

“왜 그래? 누가 오면 어쩌···”

서걱. 데구르르.

“어어억!”


자비심 없는 건일의 칼날이 단숨에 십장의 목을 잘랐다.

신입은 겁을 집어먹고 뒤로 벌러덩 누운 채 아등바등 헛걸음질을 펼쳤다.

마치 발이 잘린 개미가 바둥바둥 기어가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 같았다.

그런 그에게 건일의 칼날이 날아들었다.


“아악! 살려 주세요!”

멈칫.


그의 비명에 건일의 칼날이 공중에서 정지되었다.

이제 막 소년 티에서 벗어난 어린 청년이었다.

현대의 나이로 친다면 고등학생 정도?

그런 어린 아이가 살려달라 애원을 하자 건일도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전장의 살의에 마음을 뺏겼다지만, 완전한 사이코패스는 아닌 그였다.

신입은 여전히 오줌을 질질 흘리며 몸을 바둥대고 있었다.


“꺼져라.”


건일은 울고 있는 신입에게 신경을 끊고 이어져 있는 적 부대의 흔적을 다시 뒤쫓기 시작했다.

신입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커져 버린 살의도 만만치 않았다.

건일의 눈빛이 적장으로 보이던 광무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씨뻘겋게 물든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인간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마음을 좀먹던 공포를 살의의 광기가 집어삼켰다.

건일의 눈빛이 더욱 붉게 멍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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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2화. 새로운 세상 (1) 19.04.30 296 8 13쪽
21 021화. 새로운 문 19.04.29 322 7 12쪽
20 020화. 게이트 19.04.26 321 6 12쪽
19 019화. 목숨 19.04.25 347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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