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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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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22:28
최근연재일 :
2019.05.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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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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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0화. 동류同類

DUMMY

010화. 동류同類






“크아앙!”


건일의 움직임이 변하였다.

칼을 맞대고 힘을 겨루던 좀 전의 대치는 이제 그에겐 아무런 의미도 되지 않았다.


가가각.


건일의 도가 상대의 대도를 핥으며 옆으로 미끄러졌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먼저 물러난 자가 눌리는 것이 명확한데, 건일은 유리컵을 흐르는 물방울처럼 자연스럽게 광무의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어쩌면 뱀이 상대의 몸을 타고 뼈 마디마디를 감싸는 것처럼 부드럽게 상대를 휘감고 있는 것 같았다.

광무도 정상적인 힘의 흐름이 아닌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상대의 힘이 강해진 것인가?

칼 중심에서 미끄러진 건일의 칼 끝이 자신의 막대한 힘을 견뎌내며 그의 목을 꿰뚫으려 하였다.

이대로 상대의 칼이 내 칼의 영역에서 벗어난다면 단 한 수로 결착이 날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광무도 전략을 바꿔 상대가 흐르는 방향으로 몸을 비틀었다.

중심의 방향을 틀어 흐르는 상대를 계속 붙잡는다는 착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패착이 되었다.


후우웅! 쾅! 쾅! 쾅!


광무가 몸을 비틀며 아주 잠깐 중심이 흐트러지자, 그것을 신호로 삼은 건일이 단숨에 거리를 벌렸다.

힘의 대치가 무너지는 찰나의 순간. 그것을 이용한 것이다.

광무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전장에서 닳고 닳은 싸움꾼이었다. 힘에서도 속도에서도 자신이 있었다. 허나 건일의 그것을 재도약을 알리는, 힘을 실을 수 있는 거리의 확보를 뜻했다. 그리고 인간은 야수의 움직임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


“크아아앙!”


이제는 완전히 인간으로 볼 수 없는 건일의 움직임을 광무는 결국 따라잡지 못했다.

불규칙.

인간이 만들어 놓은 규칙과는 다른 야생의 생생한 움직임.

불규칙 속의 규칙.

무질서하고 혼란한, 형태가 없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동물만의 규칙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치고 빠지고 거리를 벌렸다 좁혔다, 물고 할퀴고 도망가는 듯하다가도 반격을 펼치는···.


쾅! 쾅!


비슷한 수준의 상대에게 잠시간 흐름을 빼긴 것이 단숨에 결판을 내주고 말았다.

잠시지만, 6성에 접어들며 느꼈던 힘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만 있었다면···.

그 힘에 빠져 현실의 상대를 잠시 잊지만 않았었더라면···.

이 미세하고 대등하였던 겨룸이, 이렇게 허무하게 결착을 짓지는 않았을 것인데···.


모든 병사들이 정지했다.

1분.

광무와 건일이 새로운 힘을 얻고 미친 사람들처럼, 아니 동물들처럼 서로에게 무기를 뿌렸던 시간.

그 짧은 시간에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둘의 움직임, 그리고 칼이 부딪치는 소리만 백 번이 넘게 들려왔다.


광풍이 멈췄다.

어지럽게 흩어지던, 시야를 가리던 먼지의 흩날림도 가라앉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루엣 안에서 하나의 인영이 꼿꼿하게 서서 상대의 목을 칼로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피 칠을 한 채로 땅바닥에서 퍼덕거리고 있었다.


“후후후 재미있군.”


누워 있는 자가 콜록거리며 피를 뱉어 냈다.

하지만 서 있는 자는 말없이 상대의 눈을 감상하고 있었다.


“너도 내 피 냄새가 나지?”


건일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미 인간의 이성을 잃은 지 오래.

하지만 피 냄새?

본능적으로 물음에 대한 의문을 드러냈다.

당연히 피에서 냄새가 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쯔쯔쯧. 그거 말고, 피에서 느껴지는 향이 다르지 않냐고.”


광무는 익살스런 선생님처럼 건일을 꾸짖었다.

그러나 건일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단지 이 강한 놈을 죽이고 다른 놈들도 모조리 싹 다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건일의 도첨이 광무의 목줄기로 파고들었다.


“켁켁켁, 마지막이 지겹지는 않군.”

“크르르.”

“그래, 끝내다오. 대신, 아주 참혹할 정도로 잔인하게 죽여다오. 내가 내 피 냄새에 질식해 죽을 정도로··· 잔인하게 말이야···. 후후후.”

푸우욱.

“끄으윽.”


건일의 칼이 드디어 상대의 목줄기를 갈랐다.

광무의 목에는 건일의 칼이 중반 부분까지 들어가 꽂혔다.

하지만 숨통이 잘렸을 광무에 입에서는 마지막 말이 흘러나왔다.


“너··· 그거 알어?”


건일의 칼이 사선으로 그어지고 있었다.

땅을 지렛대 삼아 광무의 목을 완전히 잘라 놓을 참이었다.


“너 나랑 같은 과다.”


움직이던 건일의 칼날이 일순 멈춰 섰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빛을 잃어가는 광무의 눈을 파고들었다.


“케케케. 곧 알게 될 거야.”


광무가 간지럽게 웃고 있었다.

제 성향을 모르는 놈이 어떻게 변해갈지 계속 구경하고 싶었다.

그것을 관람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 빌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건일은 잘린 목으로 웃고 있는 놈의 목을 단숨에 잘라 버렸다.

이성을 잃은 그가 광무의 마지막 말을 이해하고 있을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드디어 결착이 이루어졌다.

믿음? 아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두의 생각이 와르르 무너졌다.

서 있어야 할 대상이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그 대상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며 다시금 기세를 키웠다.

신과도 같던 자신들의 신앙을 죽인 자.

건일의 칼날이 광무의 목을 무자비하게 끊어 놓고 그의 혀로 옮겨갔다.


지금, 피를 맛본 건일의 눈빛은 광무와는 비교도 안 될 난폭함과 잔인함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빛이 자신을 바라보던 다른 병사들을 향해 돌아서기 시작했다.


“도··· 도망쳐!”


광무대의 한 병사가 바들바들 떨며 도망을 가라고 외쳤다.

아군과 적군이 뒤섞여 있지만 그것은 이제 논할 계제가 아니었다.

광무까지 잡아먹은 놈이 그 눈을 자신들에게 돌렸다.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털이 바짝 섰다.

뱀 앞에 선 개구리들처럼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저놈은 이제 인간이 아니다.

살고자 한다면 저놈을 피해야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도망가야 할 방향이···.

절벽의 평야 지대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그가 서 있는 단 하나의 길목을 넘어서야 했다.


“모두 저놈부터!”

“후아앙!”


가장 앞에서 건일을 공격하라 외치던 병사가 반으로 잘렸다.

그리고 그 옆에서 그와 대치하던 아군 병사 하나가 순식간에 들이닥친 건일에게 놀라 본능적으로 칼을 들이댔다가 적군과 함께 두 토막이 나고 말았다.

적과 아의 경계가 사라졌다.

아군의 병사들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그가 광무를 잡을 때만 하더라도 이제 살았다 싶었는데···.

건일과 눈이 마주친 어린 병사들 중에는 실신을 일으키는 자들까지 나왔다.

모두가 경직되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때, 건일은 눈을 깔고 자신의 칼에 잘린 어린 아군 병사의 시체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입에서 동물의 으르렁거림이 들려왔다.


“그르륵···. 피하···라···.”


그 한 마디를 남기고 그는 다시 적들의 사이로 몸을 던졌다.

어린 아군 병사들은 적들도 잊고 오직 아군 오십장의 칼을 피해 숲으로 도망쳤다.

적들도 마찬가지였다.

신처럼 모시던 광무를 가리가리 찢어 죽인 자.

자신들의 상대가 아니다.

보고만 있어도 몸이 떨린다.

광무가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들이 모두 힘을 합해도 상대가 될까 말까 할 정도였다. 그래서 신처럼 떠받들었다. 그런데 그런 광무를 벤 자이니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도 어린 병사들의 뒤를 따라 숲으로 달리려고 하였다. 하지만 건일이 먼저 그 길을 선점했다.


한 가닥 이성이 살아났는지 그 옆을 스치는 아군 병사들은 건들지 않았다.

그의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여기에서 죽든지 아니면 나를 죽이든지 선택하라고···.


“크아앙!”


숲을 향하는 길목, 절벽의 평야와 이어진 낭떠러지의 작은 길목에서, 호랑이를 삼킨 어린 호랑이 한 마리가 새롭게 기지개를 펴며 꼬리를 만 늑대들을 향해 죽음을 선포했다.


***


한편, 후발대가 출진한 지 하루가 지날 즈음, 정나라 제4군의 본진에서는 허용관의 공격 여부를 놓고 총대장을 위시한 지휘관급의 장군들이 마지막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원래 저희의 임무는 어차피 시선을 끄는 선봉대가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경험이 적은 신병들 위주로 군을 편성했던 것이 아닙니까? 선발대로 나선 병사들의 9할 이상이 적지에서 무참히 생을 마쳤다 합니다.”

“그의 말이 옳습니다. 지금 산을 오르고 있는 후발대에도 신병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더구나 본진의 군기까지 바닥을 치고 있는 마당에 무리한 공성을 감행한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과 진배가 없는 일일 것입니다. 출진한 군대를 물려 다시 이곳에서 진세를 펼친 후에 본래의 임무대로 적의 시선을 끌 수만 있다면 우리의 역할을 이행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무리한 출진을 철회하여 주십시오.”


이 회의에는 총 10명의 만인장들과 총대장 정지환, 그의 군사들과 참모급 대장들까지 총 20여명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만인장들이 한목소리로 적의 시선을 끌고 있으니 우리의 할 일은 다하고 있는 것이라며 터무니없는 공성전을 철회해달라 청했다. 그러자 총대장 정지환의 입꼬리가 삐죽 치켜 올라갔다.


“누가 그러던가?”

“네?”

“누가 우리더러 시선 끌기용 잡군이라고 하던가?”

“크음.”


총대장으로 선발된 정지환은, 왕인 정지운과 같은 어머니를 둔 친동생이다. 정나라는 왕족에게 정식 관직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자리가 아니었다면 이들에게 하대를 할 위치는 아니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급이 없는 그의 말에도 만인장들은 대꾸를 할 수 없었다.

말이 무관이지 왕의 명령에 따라 총대장의 지위에 오른 이상, 아니 평소에도 왕의 총애를 받고 있어 벼슬이 없는 만인지상이라 불리는 자였기에 말대꾸를 하기가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제2군이 산맥의 북쪽을 넘고 있고, 제3군이 남쪽을 넘는다고 우리가 이기라는 법이 있나? 용나라가 그렇게 우스워 보이던가?”

“하지만 왕께서 이르시길 우리 4군은 적의 시선을 잡는 것에만 최선을 다하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크크크. 그대는 참으로 순진한 자였군.”


총대장의 시선이 돌아가자, 그와 눈이 마주친 그의 참모는 한쪽에 준비된 예스런 작은 상자에서 왕의 문양이 양각된 교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모두에게 외쳤다.


“나 정왕이 말한다!”


참모의 외침이 있자, 모든 신하는 무릎을 꿇고 교지를 받들었다.


“안으로··· 밖으로···”


그 기나긴 교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안으로 귀족들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니, 내 친히 아끼는 그대들을 4군에 배속시켰다.

이제 4군은 황실 직속 부대로 인식될 것이며, 북쪽과 남쪽을 넘는 귀족들의 2, 3군보다 먼저 적의 영토를 점령해야 할 것이다.


왕은 분명히 귀족의 군대보다 먼저 적의 영토를 침범, 점령하라 명하였다.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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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028화. 소문난 게이트 19.05.08 28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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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2화. 새로운 세상 (1) 19.04.30 295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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