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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22:28
최근연재일 :
2019.05.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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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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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26화. 던전 클리어 (2)

DUMMY

026화. 던전 클리어 (2)






6성의 김과장은 총 여섯 개의 스킬을 복사할 수 있었다.

처음 능력을 갖게 되었을 때 그의 스킬 란에는 ‘《스킬 복사》’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었다. 그리고 거래처 사람과 악수를 나눴을 때 《스킬 복사》 뒤로 상대방이 가진 스킬들이 주르륵 나열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2성이 되고 3성이 되었을 때 고민에 빠져들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스킬 복사》 능력은 딱 한 칸만 이용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공란으로 비워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스킬을 익힐 기회가 찾아왔다.

건일이 꿈에서 나타났을 때, 랜덤을 선택했음에도 무공을 익힐 수 있는 ‘《무공 훔치기》’란 스킬이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때 새로운 가능성에 눈을 뜨고 있었다.

‘왜 내 스킬을 복사할 생각은 하지 않았던 거지?’

그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자신의 《스킬 복사》를 복사해 빈칸을 가득 채웠다.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빈칸은 그림 같이 《스킬 복사》로 가득 찼다.

그날 이후로도 다른 스킬들을 배울 기회가 여러 번 찾아왔지만, 한 칸을 비워 두고는 그 어떤 신규 능력도 거부한 채 복사로 일관하고 있었다.

지금도 여섯 칸 중에 다섯 칸이 《스킬 복사》였고, 진만의 육합 무공, 인용의 방패술, 영수의 소환술, 미소의 그레이트 힐, 건일의 광폭화를 복사해 두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하나를 놔두고 모두를 버렸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네 개를 모두 바꿨다.


『스킬이 다음과 같이 변경됩니다.

《스킬 복사 – 그레이트 힐》 (액티브)

《스킬 복사 – 오우거의 피》 (패시브)

《스킬 복사 – 트롤의 피》 (패시브)

《스킬 복사 – 트롤의 끈질긴 생명력》 (패시브)

《스킬 복사 – 트롤의 재생 생명력》 (패시브)』


재미있게도 이놈은 오우거를 잡아먹은 놈이었다.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우거의 스킬까지 습득하고 있었다.

트롤이 가지고 있었던 스킬의 총 개수는 8개. 하나는 아직 제대로 자리를 못 잡고 있었지만 8개가 분명했다.

즉, 7성이 아니라 준8성의 괴물이었다는 말이 되었다.


“크하하하!”


그래서 더욱 좋았다.

굶주림에 미쳐 버린 녀석이 새로운 힘을 깨닫고 있던 중이었다.

모든 스킬을 빵빵하게 키워 놓았었는데 그걸 날름 복사해 버린 것이었다.


“흐읍!”


환하던 김과장이 안색을 바꾸고 자세를 낮추며 힘을 모았다.


끄드드득.


그러자 그의 육체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었다.

패시브 스킬이었지만 액티브인 것처럼 그의 육체가 서서히 변화를 이루고 있었다.


“큭큭큭.”


덩치가 커지진 않았지만 뼈대가 강해지고 인대가 쫀득쫀득하면서도 탱글탱글하게 질겨졌으며 오우거의 피와 트롤이 피, 그리고 그의 피가 섞여 새로운 인종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트롤이 그에게 재차 돌진할 때,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걸 직감한 친구들이 그 길목을 막아섰다.

인용은 한 방에 방패와 함께 벽으로 날아갔고, 날파리 같은 진만은 치명타는 면했으나 길목을 막기에는 부족했고, 광폭화를 외친 건일이 정면승부를 벌였지만 아쉽게도 10초를 버티지 못하고 김과장의 옆을 스치며 또 한 번 벽에 처박혀 박제가 되고 말았다.


“쿠쿠쿠. 모두 고생했으.”


하지만 일행은 제 할 일을 다 한 것이었다.

기괴한 웃음꽃을 띤 김과장이 저벅 한 걸음을 내딛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쉬어. 내가 끝낸다.”

쾅!


여유가 없어진 트롤이 여유로운 김과장에게 어깨 차징을 펼쳤다. 하지만 김과장도 정면 대응을 하며 같이 어깨를 부딪쳤다.


“으윽.”

주르륵.


아쉽게도 결과는 트롤의 판정승.

다시금 트롤에게 여유가 찾아왔다.

난쟁이가 자신과 같은 기운, 거기에 피의 숙명인 오우거의 향기까지 흘리고 있어 위협을 느꼈었는데 직접 부딪치고 보니 그닥 위험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날파리들이 많으니 신속하게 정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때.


“광.폭.화. 크크크.”


김과장의 입에서 건일의 광폭화가 불려지고 있었다.

그랬다. 그는 드디어 여섯 번째 스킬을 등록한 것이었다.

건일의 광폭화.

건일도 제대로 컨트롤을 하지 못하는 금기의 스킬.

지금처럼 위급한 순간이 아니면 꺼내 들지 않았을 무기.

하지만 김과장은 이 스킬이 자신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트롤의 기본 성급이 높고 아무리 카피를 했다고 하지만 본체보다 뛰어날 수 없으니 차이가 더 벌어지겠지만, 이 광폭화까지 쓴다면 그 차이는 매우 미미해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컨트롤이 힘든 이 스킬이 자신과는 아주 잘 어울렸다. 몸에 딱 맞는 옷처럼 컨트롤도 아주 잘 되고 오히려 건일보다 더 높은 수치로 기본 능력을 키워 주기까지 했다.


“으하하하하. 아다! 아다다다다다!”


이후로는 김과장의 독무대였다.

준8성의 트롤보다 강해질 수는 없었지만, 그의 얍삽함은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급해진 트롤의 약을 올리며 치고 빠지기를 쉬지 않았다.

그가 좋아하던 이소룡처럼 요상한 기합을 내지르며 도발을 이어 나갔고, 동생들의 지원을 받으며 가끔은 자신에게 힐을 넣으며 트롤의 신경을 계속 자극했다.

트롤이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려고 눈을 돌리면 이십 년 넘게 익힌 유도와 레스링, 주짓수의 기술로 상대의 육체를 탐했다.

혀와 혀가 말리는 것처럼, 김과장의 육체는 엿가락처럼 휘어져 트롤의 부드러운 살결을 타고 넘었다.


꾸드득.

“쿠에엑!”


드디어 플라잉 암바로 한 팔을 부러트린 김과장이 이번에는 쓰러진 녀석의 하체로 넘어가 발목을 잡고 트위스트를 추기 시작했다.

꽈베기를 굴리는 것처럼 그가 한 번 구를 때마다 덩치 큰 트롤도 한 바퀴를 굴러야 했다.

먹고 살기 위해 싸워야 했던 트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는 트롤은 백수의 제왕이라는 사자보다 더 처절하고 잔인하게 산맥이라는 지옥에서 싸워 왔었다.

하지만 그와 대비되는 인간의 기술.

동물이나 몬스터의 본능적인 기술보다 약해 보이지만, 약한 동물인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극대화시켰던 기술, 바로 무술.

마이너이긴 하지만, 트롤의 육체를 가지게 된 김과장이 광폭화라는 본능까지 일깨우고 인간의 기술을 이용하게 된다면?


“쿠···.”


드디어 백 초크까지 잡힌 트롤이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등 뒤의 김과장을 공격하려 했지만 건일을 비롯한 일행들이 사력을 다해 그것을 저지했다.


“꾸르륵···.”

쿠자자작!


트롤이 죽음을 맞이하는 그때, 던전이 울리고 경계가 깨져 나가기 시작했다.


“찔러!”


백 초크를 잡고 있던 김과장이 고함을 질렀다.

날숨이 끊겼지만 본능은 아직 살아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부러졌던 팔과 다리의 뼈가 우드득 자리를 잡고 있는 게 보였다.

바로 붙지는 않겠지만 강인한 근육과 인대가 임시적으로 그것을 지탱해 줄 것만 같았다.


“숨통 끝어! 완전히!”


숨까지 꼴딱꼴딱하는 놈이 어찌나 애를 먹이는지, 진만의 검은 탱탱한 녀석의 근육을 파훼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검으로 톱질을 하는 것처럼 다리 인대를 썰고 있었고, 인용은 방패를 변형해 팔목을 잘라내려 하였다.

건일이 칼을 곧추세웠다.

그의 칼 ‘희망’이 트롤의 혼을 먹게 해달라 울부짖고 있었다.

칼 이름은 ‘희망’인데 하는 짓을 보면 악마의 희망인지 선한 희망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광폭화까지 일으킨 건일이 ‘희망’을 트롤의 심장에 찔러 넣었다. 한 번에 안 돼 수차례를 찌른 후에야 터트릴 수 있었다.


“쿠우우우.”


죽은 줄 알았던 트롤이 신음을 내뱉었다.

역시 이놈은 쉽게 죽을 놈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나가 아니야. 세 개다!”


트롤의 경동맥을 압박하던 팔꿈치에서 신호가 왔다.

등과 가슴을 맞대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이 괴물 같은 트롤은 심장을 세 개나 가지고 있었다.

건일이 연거푸 심장을 파괴시켰다. 하지만 괴물은 괴물. 녀석의 심장이 재차 복구돼 다시 뛰려고 했다.


“머리 잘라.”


위급 상황에 놓이자 트롤의 본성이 눈을 뜨고 있었다.

숨통이 막히고 팔다리 근육이 잘렸으며 심장이 파괴되었음에도 8성의 벽을 넘어서며 본능적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머리를 자르는 것.

인용까지 가세하여 트롤의 목을 자르려고 하였다.

그때 움직이지 않던 트롤이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거세지면 목을 틀어잡고 있는 김과장도 부담이 갈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이놈이 일어나게 된다면, 8성에 접어들어 새로운 괴물로 재탄생하게 된다면, 여기 있는 동료들은 오늘이 묏자리를 봐야 할 아니, 접시에 놓여진 별미가 되는 날이 될 것이었다.

힘이 약한 미소까지 가세해 사지를 붙잡았다.

이리 날아가고 저리 날아갔지만 다시 기어와 팔다리를 붙들어 맸다.

건일은 혼을 실은 장인처럼 칼질을 해댔다.

칼이 곧 나요, 내가 곧 칼이다.

혼을 뺏긴 것인지, 실성을 한 것인지 눈 안에 희열까지 담고 칼질을 해댔다.


툭. 촤아악!


드디어 동맥 하나가 잘려 핏줄기를 뿜어냈다.

건일의 얼굴에 핏줄기가 뿜어졌고 그것이 입가로 흘러내리자 건일의 혀가 그것을 찾아 빨대를 꽂았다.

혀가 입술을 한 바퀴 회전하며 새로운 원기를 맛봤다.

눈이 붉어진 건일이 칼질을 쉬지 않으면서도 피를 탐했다.

이성을 완전히 잃었다면 칼질을 멈추고 목에 입을 갖다 박았을 정도로 피를 갈구하고 있었다.


“정신 차려!”


김과장의 외침이 진정제가 되었던 것일까?

건일이 김과장을 노려본 후에 다시 칼질을 시작했다.


쿠자자작!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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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033화. 도플갱어? (3) 19.05.15 272 6 10쪽
32 032화. 도플갱어? (2) 19.05.14 305 5 13쪽
31 031화. 도플갱어? (1) 19.05.13 322 8 12쪽
30 030화. 화룡 길드 19.05.10 335 7 10쪽
29 029화. 허용관 19.05.09 330 6 12쪽
28 028화. 소문난 게이트 19.05.08 398 8 12쪽
27 027화. 벌써 1년 19.05.07 334 7 10쪽
» 026화. 던전 클리어 (2) 19.05.06 355 6 10쪽
25 025화. 던전 클리어 (1) +1 19.05.04 386 9 12쪽
24 024화. 새로운 세상 (3) 19.05.02 394 7 11쪽
23 023화. 새로운 세상 (2) 19.05.01 370 7 13쪽
22 022화. 새로운 세상 (1) 19.04.30 365 9 13쪽
21 021화. 새로운 문 19.04.29 396 8 12쪽
20 020화. 게이트 19.04.26 409 7 12쪽
19 019화. 목숨 19.04.25 422 8 14쪽
18 018화. 여섯째 손가락 19.04.24 521 7 14쪽
17 017화. 잠자는 사자의 코털 19.04.23 463 6 12쪽
16 016화. 협력 퀘스트 19.04.22 500 7 13쪽
15 015화. 정말 은밀할까? 19.04.19 518 9 10쪽
14 014화. 선물 꾸러미 19.04.18 503 11 14쪽
13 013화. 귀환 19.04.17 513 11 13쪽
12 012화. 홍안의 살귀 19.04.16 517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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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010화. 동류同類 19.04.12 56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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