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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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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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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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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7화. 순리와 역행

DUMMY

037화. 순리와 역행






건일이 스스로를 미끼로 만들었던 이유.

스스로를 독이 든 미끼라 칭했던 이유.


“끄어억!”


또 한 명의 플레이어가 비틀린 빨랫감처럼 목소리를 쥐어짜며 생을 마쳤다.

그와 그를 죽인 자의 공통점을 찾으라면 주위를 으스스하게 만드는 붉은 눈빛이라 말할 수 있었다.

홍안의 살귀.

홍안을 가진 살귀들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마치 두 건일이 서로에게 이끌리는 것처럼 동류를 부르는, 달콤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와 같았다. 시끄러운 주변에서도 유독 똑똑하게 들리는 연인의 목소리처럼 선명하고 애타게 서로를 찾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까?’


가짜 건일을 쫓을 때 가장 난처했던 것은 주도권을 내주었다는 것이다.

녀석은 자신이 살던 세상에서 인간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으로 일행의 시선을 붙잡았다.

일행이 그를 피해 도망가게 만들었고, 숨어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줬다. 그리고 다시는 뭉치지 못하게 했다.

동시에 건일이 그녀석을 찾아 헤매도록 속박과도 같은 주술을 걸어 놓았다.

따라오라고 해놓고 정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애만 타게 만들었다.

썸을 타는 여자가 손을 못 잡게 분위기를 만들면서도 가끔씩 팔짱을 껴주고 옷깃을 잡으며 설레게 만드는 것처럼 속이 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모두 낭비처럼 사라져 갔다.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다가 성장의 기회, 다른 이득이나 만남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결국 주도권을 쥐고 상대방을 흔들며 그 판 위에서 놀아나게끔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형사가 범인을 잡을 때 애를 먹는 이유도 이와 같았다.

주도권을 쥔 자는 자신이 뜻하는 대로 판을 짜고 그 판 위에서 바둑 돌들이 움직이는 걸 유도한다.

주도권을 쥐지 못한 자는 상대의 수를 뻔히 알면서도 따라가기에 바쁘다.

그래서 그 판을 뒤흔들 묘수를 찾게 된다.

묘수를 찾으면 판 전체가 흔들리고 그것을 기점으로 선수先手 즉, 주도권 쟁탈전이 펼쳐지게 된다.


‘보고 있지 않다면, 보게 만들면 되겠지.’


건일은 ‘홍안’과 ‘광혈의 조각’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그 묘수를 선택했다.

상대가 했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

거울을 보는 것처럼 내가 했던 행동을 상대가 똑같이 따라한다면?

거울 속 내가 먼저 움직이는지, 내가 먼저 움직여서 거울 속 내가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헛갈릴 정도로 그것을 답습한다면?

둘 중에 뭐가 먼저 움직이는지 혼돈을 일으킬 때가 가장 좋은 적기適期.

탐스러운 먹잇감이 되어 거울 속에서 비틀린 웃음을 지어준다면, 놈은 분명 거울을 부수려 들 것이다.


‘놈! 더 늦다가는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놈은 건일을 잡기 위해 판을 만들고 그 위에서 강해지고 있었다.

당장 잡아먹고 싶지만 상대의 무력도 만만치 않았고 주위에는 강자들이 즐비했다.

상대는 렙업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홀로 유유히 능력을 키워갔다.


‘놈은 나 역시 자기처럼 잔인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았다.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안에다 꽁꽁 숨겨 놓고 있었다는 걸 간과하고 있다.’


건일도 그처럼 상대방의 세상으로 건너가 깽판을 치기 시작했다.

그처럼 홀로 유아독존처럼 행동하며 큰 힘을 주는 홍안을 찾아 잡아먹기를 반복했다.

놈과 건일의 큰 차이.

그것은 홍안이나 살귀, 광혈의 능력이었다.

돌발 퀘스트에서 얻었던 그 능력들은 진짜 건일만 가지고 있었던 능력.

가짜 건일에게는 없는 능력이었다.

그 능력들을 보여주고, 경험치 역할을 하는 이들을 잡아먹으며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놈의 인내심도 가늘어질 수밖에 없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쪽 세계도 만만하지 않았다.

미꾸라지처럼 흙탕물을 만들고 다니는 건일을 가만둘 리 만무.

수십 혹은 수백의 사람들이 건일을 따라다니며 그를 잡기 위해 온갖 수단들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숫자가 많을수록 그만큼 많은 버프를 동원할 수 있는 건일이 웃고 있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

다른 세상 속에 생긴 또 다른 게이트를 통해 그 세계의 사람들이 뒤쫓으며 몰려다니기를 반복했다.

도망 다니는 듯하다가도 게이트 안의 미지의 공간에서 먹기 좋은 숫자가 되면 그들 앞에 나타나 당황하는 그들을 몰살시켰다.


‘놈은 분명 ‘역천의 서’를 익혔을 것이다.’


1성 무공이었던 입문 무공이 12성 끝자락에 달할 때 두 가지 책이 선물로 주어졌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앞쪽의 몇 페이지는 아무런 대가없이 읽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건일이 선택했던 것은 ‘순리의 서’였다.

이것은 세상의 순리에 대하여 논해진 책으로, 이것을 읽는다고 강해진다거나 무공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세상의 이치에 대해 논해진 책이었다.

또 하나의 책이었던 ‘역천의 서’도 앞자락을 읽어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순리의 서’나 ‘역천의 서’ 모두,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두 책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땅의 힘이 응축돼 그 힘이 폭발하는 것은 순리인가, 역천인가?

기운이 순리를 따라 잔잔히 흐르다 서로 역류하며 큰 바람을 만드는 건 역천인가, 순리인가?』


이외에도 많은 자연재해들을 비유하며 힘에 대한 의문과 논리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 글을 읽으며 건일이 느꼈던 것은, 강한 힘,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주위를 파괴하는 강한 힘들도 순리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역천이라고 하는 것도 순리의 일부이며, 역천의 힘을 온전히 가지기 위해선 순리를 무시해선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반대로 순리를 역행하여 강한 힘을 가지게 되는 역천의 힘이 사실은 올바른 테두리 안에 있고, 보이기에만 역천일 뿐 실제로는 역천이 아닌 순리에 의해 발생된 강한 힘이니 의심하지 말기를 당부하는 듯했다.

순리를 공부하면 역천의 힘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지만, 한편으로 역천의 힘을 다스리기 위해선 역천 그 자체를 파고들라 조언했다.

시간이 많은 신선이라면 순리의 조화, 그 순서에 맞는 공부를 진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책을 받은 자들은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

유한한 시간 속에 살아가야 할 사람.

시간이 부족했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은 강한 힘.

순리를 따르다가는 죽기 전에 강한 힘을 맛보기 힘들 것만 같았다.

책의 묘한 분위기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것은 곧, 강한 힘의 이치가 담긴 ‘역천의 서’를 잡으라고 강요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놈은 ‘역천의 서’를 잡았겠지.’


하지만 건일은 ‘순리의 서’를 잡았다.

그가 ‘역천의 서’를 잡을 타입이었다면 2성의 이원 무공이 아니라 12성의 무상 무공을 택했어야 정상이었다.

지금 당장 강해질 무기가 앞에 놓여 있는데, 가장 약한 무기를 들을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될까?

그러나 건일은 순서를 어기지 않았다.

이것은 신들이 인간을 우습게 여기며 순서대로 좌판을 깔아 놓은 게 아니냐고 반문을 던졌던 것이다.

‘니들은 분명 강해지기 위해서 가장 비싸고 값진 것들을 먼저 집어들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말이 테크트리지, 순서를 무시하게 만들어 놓았다.

강해지기 위해선 그들이 만든 순서의 배열대로 따라가야 했다.

하지만 건일은 그것을 거부했다.

강한 바람이 되기 위해선 우선 잔잔한 바람이 먼저 만들어져야 하는 법.

순리를 따른다고 약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크흡.”


또 하나의 홍안을 잡아먹은 건일의 주위로 소용돌이가 발생했다.

힘이 강해질수록 버티기 힘든 고통이 몰려왔다.

더 큰 문제는 정신력에 있었다.

홍안, 살귀, 광혈, 광폭화와 같은 것들은 모두 정신력이 약하면 잡아먹히는 타입이었다.

건일은 옴마니반메홈을 구술하는 승려가 된 심정으로 본인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되새기고 또 되뇌었다.


“후우···.”


강해지는 육체처럼 그의 정신력도 강해지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지도 몰랐다.

버티고는 있지만, 그것이 강해지고 있어서 버티고 있는 것인지, 강해 보이기만 할 뿐 실제로는 겨우 버티고 있는 것인지, 단언할 수 없었다.

그는 기반이 되는 자신의 정신력이 단련되고 있다고 믿고 싶었다.

이런 약점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순리의 서’를 잡아든 것일 수도 있었다.


***


몇 주가 지나도록 가짜 건일은 진짜 건일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둘 다 모두 사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세상이니, 누가 가짜고 누가 진짜인지, 그것을 구분하는 것도 우습게 느껴졌다.


“저새끼 죽이라고!”


이 세상으로 들어온 이후 다른 건일이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주위에서 맴돌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놈도 주위에서 틈을 노리고 있음이 육감을 통해 전해져 왔다.

아마도 확신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먹기 좋은 떡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점점 강해지는 상대가 거북해졌을 것이다.

삼키고 싶은데 잘못 삼켰다가는 목에 걸려 숨을 못 쉬게 될 정도로 떡의 크기가 너무 커져 버렸다.

진즉에 만났다면, 둘 중 하나가 떡방아에 놓인 떡쌀이 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부딪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호각이었으니까.

그러나 가짜 건일이 진짜 건일을 따라와 그를 보았을 때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참은 앞서 나가고 있었다.

역천의 힘을 익히고 있지만, 12성의 무상 무공을 익히고 있지만, 무언가가 부족했다. 그리고 강한 힘이기 때문에 익히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건일은 순리를 따르는 것 같지만, 별 해괴한 능력들을··· 너무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것 같아 다가서기가 망설여졌다.

어쩔 수 없이 그와 상대할 수 있도록 역천의 힘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진짜 건일이 이면 세계에서 깽판을 치며 힘을 키우는 것처럼 가짜 건일도 다른 세계를 오가며 무상 무공과 역천의 힘을 키웠다.

가끔 상대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세계로 넘어와 소문을 따라 그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했다.

진짜 건일은 그의 행보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가짜 건일은 잡아먹기 위한 타이밍을 재기 위해 진짜 건일의 위치와 상태를 수시로 확인했다.

진짜 건일이 이면 세계를 들쑤시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다.


“드디어!”


몇 개월이 지나고 전 세계의 인구가 반의 반에 반 토막이 났을 즈음, 둘은 드디어 반가운 서로의 모습을 조우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오래 기다렸지?”


무상 무공을 12성으로 올린, 이면 세계의 건일이 진짜 건일의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탐욕’을 삼킨 가짜 건일이 게걸스럽게 많은 능력들을 섭취하며 충분히 강해졌던, 자신감이 소록소록 힘을 불린 탓이다.


“이제는 내가 이기지 않겠어?”


‘탐욕’의 본능이 이제는 적을 삼킬 시기라 속삭였다.

더 늦었다가는 그 시기를 실기할 수도 있다고 말해 주었다.


“아주 탐스러워.”


그의 목젖에서 꿀꺽하는, 침 삼키는 소리가 주위를 가득 메웠다.

그 안에는 탐욕이 그득하게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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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5화. 기필코 19.05.17 19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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