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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수로공
작품등록일 :
2019.04.01 22:28
최근연재일 :
2019.05.27 23: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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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509

작성
19.05.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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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8화. 탐욕의 정체

DUMMY

038화. 탐욕의 정체






이면 세계의 한 게이트 안에서 전투를 벌이던 건일과 이 세계의 사람들 사이를 뚫고 가짜 건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치적거려.”


그는 손속에 인정을 담지 않고 같은 편들을 무참하게 도륙내 버렸다.

이성을 잠식당한 그의 입장에서는 같은 편들 모두가 좋은 먹잇감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에겐 더 이상 ‘우리’란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나’라는 단어만이 존재하기를 원했다.

그런 입장에서 같은 얼굴과 목소리, 이름을 가진 한 남자가 너무나 불쾌했다.

피를 할짝거리던 가짜 건일의 눈에 건일이 들어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지우고 싶은 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드디어 만났네?”


어디서 많이 들어 봤던 목소리.

자신의 것과는 사뭇 다른 것.


“안내자?”


가짜 건일의 안에 또 다른 존재 하나가 숨을 쉬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바로, 퀘스트가 열리며 안내를 맡았던 이의 것이었다.


“알아듣는군.”

“어떻게?”

“그게 중요한가? 지금 이순간이 중요하지.”


소풍을 나온 사람처럼 또르르 발걸음도 가볍게 건일의 앞으로 발을 미끄러트렸다.

입은 여전히 조곤조곤 말을 하고 있었지만, 미끄러지는 이동 동작과 소환한 대검은 그의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게 날카로움을 깊숙이 품고 있었다.


후웅! 챙!

“흐읍!”

“호오. 막았어?”


가짜 건일이 미끄러지며 옆 굽이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그 옆구리에서 엄청난 대검을 발검하며 수평 베기를 시전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건일도 당황하기는 하였으나 하루이틀 칼밥을 먹었던 게 아니다.

침착하게 도를 꺼내어 날아오는 검을 막고 그 방탄력으로 두세 발자국 후방으로 물러섰다.

얍삽하게 말을 걸어 놓고 칼질을 해대는 놈이라고 욕하고 싶었다.

영화에서 보면 주절주절 많은 대화를 나눈 후 결착을 짓는 게 보편적인데, 이놈은 입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다.

건일은 거리를 더 벌리며 자세를 낮췄다.

말이 필요 없는 상대였다.

검에 담긴 힘도 묵직하여 손목이 찌릿찌릿했다.

하지만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기세를 올려 주면 어디까지 밀릴지 장담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 자신보다 한 수 위의 실력으로 보였다.

이곳으로 넘어와 그를 넘어서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얼마 전에 놈이 숨어서 자신을 관찰하는 것도 느꼈다.

혹시 몰라 항상 힘의 3할을 숨기고 있었다.

할 만하다고 느꼈다.

놈도 힘을 숨기고 있을 테지만, 그건 피차일반이었다.


“또 한 번 막아 보시···.”


이번에는 가짜 건일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진짜 건일이 조용히 보법을 밟았다.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심산이었다.


“낙화유수?”


그가 밟고 있는 보법은 심화 보법에 수록된 낙화유수落花流水였다.

말을 그대로 풀이하자면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이라는 뜻이었지만, 이 보법의 정수는 떨어지는 낙엽이 흐르는 물에 떨어졌을 때 발생되는 극렬한 움직임을 절점으로 삼았다.


“킥킥킥. 고작 낙화유수?”


1성 무공의 보법이니 우스울 만도 했다.

하지만 녀석은 이 보법의 정수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게 만만하게 볼 보법이 아니었다.

건일이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사귀처럼 살랑살랑 갈지자를 그렸다.

좌측으로 이동하는 듯하다가 살랑 상체가 휘청거리며 이번에는 우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빙판길에서 술 취한 사람처럼 한쪽으로 스르르 미끄러지다 상체가 오뚝이처럼 까딱거리면 그 힘을 이용해 방향을 바꿨다.

가짜 건일도 이 보법을 익혔다.

하지만 건일이 생각한 대로 이 보법의 극의까지는 맛보지 못했다.

입문 무공을 12성으로 깨우칠 때 심법은 그것의 반인 6성, 보법도 7성까지만 완숙하고 이후로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개략 정도만 파악하고 다음 무공으로 넘어갔다.

무상 무공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법과 보법은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물론 무공 그 자체도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지만 심법과 보법에 투자할 시간을 모두 무공에 투자한다면 속성으로 익힐 수 있었다.

가짜 건일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무공을 익혔다.

모든 것을 잡고 있기에는 마음이 조급했다.

강해지고자 하는 마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가장 강력함 힘을 대변해 주는 대표적인 무공에 힘을 기울이게 만들었다.

그건 옳지 않았다.

무공은 극성인데 심법이나 보법이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가장 높은 무공에 실력이 평준화를 이룬다기 보다는 낮은 쪽의 수준에 그 능력이 모이기 마련이었다.

물론 나중에라도 보법과 심법을 키울 수 있었고, 지금 당장 무공을 완공하여 더 상위의 무공을 익히는 게 더 현명해 보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은 수련에 매진했던 것이다.

하지만 건일은 그에 따르지 않았다.

분명 초반에는 건일도 그들과 같은 행보를 이어 나갔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지각할 수 있었다.

이건 덤프 트럭 안에 대나무로 샤시를 만들고 티코 엔진을 얹진 격이었다.

무공은 거대해서 큰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힘의 뼈대가 되어야 할 보법이 그 수준에 못 미친다면 제대로 된 기술을 사용할 수 없었다.

심법도 마찬가지였다.

악셀을 콱콱 밟는데 차가 안 나간다.

무공의 무게를 심공이 받쳐 주지 못할 때 무공의 수록된 기술들은 반쪽짜리만 되도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여야 할 지경이 되곤 했다.

지금 가짜 건일이 쓰는 무공만 해도 그랬다.

원래는 심검을 논하는 단계의 무공임에도 그는 심검은커녕 검강도 제대로 불러내지 못했다.


“차압.”


안내자가 왜 건일의 몸에 들어간 건지, 상대가 건일인지 안내자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어차피 앞에 놓인 적은 죽여야 할 대상이라는 것에 귀결되었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이럴 때 극적인 상황이 연출된다던지 본래의 동료들이 나타나 돕는 구성이 많이 나왔지만··· 그런 거 없었다.

가짜 건일의 품까지 도달한 건일이 복싱 선수가 하체를 단단하게 고정하고 상체로 템프시롤을 하는 것처럼, 상체를 지그재그로 비틀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동작에 발맞춰 광망을 비추는 대도가 좌우를 오가며 휘저어졌다.


쾅! 쾅! 쾅!


이 무공 역시 기본 단계에서 배우는 ‘횡연참’ 기술이었다.

몸이 흔들릴 때 하체의 지면 반발력을 이용하여 칼을 긋고 체중이 이동되면 반대로 그 힘을 이용해 연속으로 칼을 휘두르는 아주 간단한 기술이었다.


“이익. 이따위 기술로!”


가짜 건일이 화가 난 것 같았다.

아니 기분이 나빴다.

멀찍이서 봤을 때 건일은 충분히 더 강한 무공들로 무장하고 있었다.

절대 강자인 자신이 왔으니, 그에 걸맞는 무공을 선보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고작 1성의 무공들만 사용하며 자신에게 칼을 내뻗는다.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은 누가 뭐래도 이 세계의 최강자에 속했다.

그가 내부에 담긴 능력들을 모두 일깨웠다.


“블링크. 일지참화!”


아주 간단하게 건일의 공세에서 벗어난 가짜 건일이 언제 화가 났냐는 듯이 밝은 웃음을 보여주었다.

네 공격쯤은 간단하게 피해낼 수 있다는 듯이 비틀린 인상을 풍겼다.

동시에 무상 무공에 실린 검기를 화려하게 뿌렸다.

건일은 그에 맞서 회피 기술을 선보였다.

검기에 옷자락이 잘려 나가며 팔에 생채기를 내는 수준에서 방어를 해낼 수 있었다.

결과에 만족한 가짜 건일이 함박웃음을 보였다.

드디어 피를 본 것이다.

그러나 건일의 속내도 그에 못지않게 환한 빛을 띠고 있었다. 건일이 보기엔 그는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었다.

바지는 힙합 바지를 입고 상의에는 한껏 힘을 준 정장을 한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무공이라는 것은 심법과 보법, 무공이 한 세트로 지급되어야 하는데, 가짜 건일은 마음이 급한 나머지 보법과 심법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무공에만 열을 올린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원래의 무상 무공은 심검을 다룰 수 있는, 차원이 다른 무공이라 알고 있었다. 무공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그 무공이 담고 있는 정도正道는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짜 건일은 한쪽에 치우친 나머지, 무공이 가진 극의極意를 정상적으로 성장시키지 못했다.

그는 무공의 마무리라고 할 수 있는 무상 무공을 들고 고작해야 검기를 일깨우는 정도로밖에 사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네놈의 공격 따위는 언제든지 피할 수 있지. 크크크. 넌 이런 거 없지?”


블링크를 선보인 가짜 건일이 의기양양해졌다.

그러나 건일이 보기엔 어이가 없는 짓거리였다.

판타지 같은 세상이 됐다지만 마법사가 아닌 검투사가 원거리 공격법과 마법에 의한 이동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유용한 무기를 쥐게 된 셈이라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가짜 건일이 웃을 수 있었던 것도, 앞에서 많은 고수들을 상대할 때 이런 기술로 허를 찌르며 상대의 목을 쉽사리 빼앗곤 했기 때문이다.

이제 곧 앞에서 알짱거리는 이놈도 그런 기술에 우왕좌왕하다가 목을 내놓을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건일의 생각은 달랐다.

성급이 낮다지만, 그도 입문 무공을 12성까지 끌어올린, 수준 높은 무인일 것이라고 상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놈은 대체 뭔가?


‘무공과 어울리는 보법을 사용하지 않고 블링크를 써?’


건일은 가짜 건일과는 다르게 보법과 심공까지 극성으로 완공을 한 전력이 있었다.

가짜 건일의 검기와 블링크에서 진짜 건일은 혼돈을 느끼지 않았다.

간단하게 건일의 공격을 피했던 그처럼 건일도 상대의 공격에 쉽게 휩쓸리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지.”


그런데 그 순간부터 건일이 엇박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가짜 건일이 블링크를 사용하는 이유는, 따라오지 못하는 보법에 대한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것을 느낀 건일이 블링크의 헛점을 파고들어 공격을 가했다.


슈욱.

“블링크!”


가짜 건일은 이제까지는 느껴보지 못한 본인의 부자연스러움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와 대적할 만한 상대를 만나지 못해 느껴본 적이 없던 빈틈이었다.

무공이라는 것이 순서가 있는 법이다.

하체가 튼튼하지 못하면 좋은 자세를 만들 수 없는 것처럼, 그는 블링크를 통해 이동을 하며 부실한 하체에서 오는 자세의 엇갈림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그래서 블링크 후 자세를 잡기 전까지 아주 잠시간의 흐트러짐이 있었다.

건일은 그 순간을 공격했던 것이다.


“이익! 파이어!”


건일이 보기에 상대는, 무공을 익힌 무인인지, 베이스만 무인이고 마법을 주공으로 하는 마검사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뒤죽박죽으로 뒤섞인 격투를 선보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그것에 오히려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했으나, 약점이 보이고 상대에게 익숙해지자 그 단점이, 상대를 몰아붙일 수 있는 방법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가짜 건일도 무의식적으로 느꼈던 부조화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보법에 따라 검술이 진행되어야 진정한 힘이 발휘되는데, 그는 지금 하체와 상체가 따로 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내가 완전히 주도하지. 뒤로 물러나.”

“싫어! 이익. 염화!”


가짜 건일이 혼자서 중얼거리며 거대한 불꽃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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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040-2화. 나로 인해 생긴 이 그림자는 나의 것인가? (2) +2 19.05.26 160 3 7쪽
40 040-1화. 나로 인해 생긴 이 그림자는 나의 것인가? (1) 19.05.25 177 4 6쪽
39 039화. 수학 +2 19.05.24 179 4 12쪽
» 038화. 탐욕의 정체 19.05.23 193 4 12쪽
37 037화. 순리와 역행 19.05.22 182 4 12쪽
36 036화. 숨바꼭질 19.05.20 197 5 13쪽
35 035화. 기필코 19.05.17 193 5 12쪽
34 034화. 도플갱어? (4) 19.05.16 203 5 11쪽
33 033화. 도플갱어? (3) 19.05.15 211 5 10쪽
32 032화. 도플갱어? (2) 19.05.14 241 4 13쪽
31 031화. 도플갱어? (1) 19.05.13 253 7 12쪽
30 030화. 화룡 길드 19.05.10 250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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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2화. 새로운 세상 (1) 19.04.30 294 8 13쪽
21 021화. 새로운 문 19.04.29 320 7 12쪽
20 020화. 게이트 19.04.26 318 6 12쪽
19 019화. 목숨 19.04.25 345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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