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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용사전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연재 주기
개복치선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22:45
최근연재일 :
2019.09.19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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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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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000. 용사전선(勇士戰線)

DUMMY

왕성의 앞은 사람들로 붐비었다. 그들 대부분은 왕국의 일반 시민들이었다. 어떤 특별한 일이 있기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던 말인가?


그 대답은 명백했다. 레드카펫을 밟으며 인파를 지나오는 남자, ‘용사’ 때문이었다. 그의 몸에 걸친 황금색의 갑옷은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용사는 사람들의 이목을 한 몸에 받으며 단상 위로 올랐다. 그가 올라서자, 왕관을 쓴 노인이 용사의 앞으로 다가섰다.


“이세계의 용사! 강상구. 자네를 우리 ‘브라리근’ 왕국의 ‘78번째’ 용사로 임명하노라!”


용사 강상구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왕이 건네는 검을 양손으로 정중히 받았다.


“용사, 강상구. 소환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이 한 몸 불사르겠습니다.”

“오오, 믿음직스럽구나! 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싸워주길 바라네.”


강상구는 일어나서 검을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주위에서 우레와도 같은 함성이 쏟아지고, 박수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워간다. 때마침 울리는 종소리는 새로운 용사의 탄생을 축복하는 것 같이 들렸다.


이 감동스러운 날의 주인공인 강상구는 싱긋 웃으며 자신의 검을 바라봤다. 용사의 증표는 그 검날에 청명한 달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과연 이 얼마나······.



형편없는 쓰레기란 말인가.



강상구의 눈에는 국왕이 하사한 검의 능력치가 보였다. 마치 잘 만들어진 게임의 인터페이스처럼 그는 세상 모든 것의 내력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이 세상에 소환되면서 얻은 그의 능력, 흔히 말하는 ‘이세계 치트’의 힘이었다.


허나, 이것은 그의 힘의 일각.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능력은 자신이 플레이하던 가상현실게임의 힘을 재현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게임캐릭터의 능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압도적인 능력이란 말인가.


강상구는 검을 검 집에 넣었다. 감격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한 차례 훑어보니, 자신도 모르게 조소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주인공을 빛내기 위해 존재하는 멍청한 ‘NPC들’ 따위는 꿈에도 모르겠지. 자신들이 축복하는 용사라는 녀석이 사실, 대한민국의 흔한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말이야.


“자, 용사여.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게나.”

“예, 알겠습니다. 여러분! 이 세상에는 많은 용사들이 있습니다. 마왕 역시 많습니다. 용사들이 아무리 막아내도, 구역질나는 마왕들은 우리의 삶을 유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저는 이 자리에서 약속하겠습니다! 저는 모든 마왕을 쓰러뜨리고, 최고의 용사가 되겠습니다.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그 전설의 탄생을 보고 계신 겁니다!”


열기 띈 함성이 성 밖으로 퍼져나갔다. 지금 이 자리의 모두가 강상구의 연설에 빠져있었다. 어떤 자는 감정에 복받쳐서 울었고, 또 어떤 자는 그가 신이라도 된 듯이 주저앉아 기도하기 시작했다.


저마다 행동은 달랐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공간을 지배하는 것은 용사 강상구였다.


그렇게 그가 기분 좋은 고양감에 휩싸였을 때, 모든 것을 끝내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종을 울리던 성당의 스테인글라스가 박살나 흩어졌다.


달빛을 흩뿌리는 형형색색의 유리조각들 사이로, 활공하는 거대한 검은 날개. 흩어진 인파 사이로 검은 코트를 입은 인형(人形)이 착지했다. 종이가 구겨지듯 날개를 코트 속으로 거두며, 그는 강상구가 서있는 단상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히, 히익!”


국왕은 단상에서 뛰어내려 병사들의 뒤로 숨었다. 한 나라의 국왕치고는 위엄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 모습에 강상구는 답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어이, 멈춰라. 이 이상 다가오면······ 윽!?”


그가 한발씩 내딛을 때마다, 강상구의 두 어깨는 중압감에 짓눌린다. 이것은 이 세상에 소환되고서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그 어떤 존재도 자신을 긴장하게 만들지 못했다. 물론, 다른 용사들 앞에서도 이런 감정은 느낀 적 없었다.


대체 이건 뭐란 말인가. 검은 날개를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은 아닌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마족? 이만한 압박감이라면 마왕인가? 아니다. 이건 본질적으로 달랐다. ‘고작' 그런 차원의 것이 아니다.


“묻겠노라.”


후드를 깊게 눌러쓴 괴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동굴 안에서 말하는 듯,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가 칠흑처럼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어, 그의 음성을 들은 이들 중에는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너는 누구냐. 마왕이냐?”


강상구의 물음에 그는 조용히 자신의 후드를 뒤로 넘겼다. 그의 얼굴은 충격적이었다. 빛이란 빛은 모두 흡수하는 칠흑의 ‘해골’. 그의 텅 빈 안공에서는 눈동자 대신 노란색의 불꽃만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요, 용사 살해자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것을 시작으로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 순간에 아수라장이 된 그곳에서 용사 살해자, ‘흑골(黑骨)’이 코트 안의 단검을 꺼내들었다.


흑골의 손에 쥐어진 단검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그 모습을 변모시킨다. 최종적으로 드러난 검의 모습은 검이라고 하기에 너무 컸다.


손잡이만 2척을 넘으며, 단검의 짧은 검날은 온데간데없이 2미터가 넘는 대검으로 변해있었다. 명확히 말해서, 그의 검은 대검이라고 부르기에 어폐가 있었다.


검면의 절반은 각각 검은 면과 흰면으로 절반이 나눠져 있었다. 한 편에는 해골들과 악마들의 조각이 새겨진 사악의 편린, 나머지 절반은 천사들의 조각과 성수(聖獸)들이 빼곡한 신성의 극치다.


한 마디로, 그것은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굳이 무기로 분류한다면 어디에서도 칼날을 찾을 수 없으니 ‘둔기’라고 칭해야할까. 그러나 흑골이 쥔 것은 틀림없이 검이다.


바위를 향해 휘두르면 바위는 예리하게 잘려나가고, 생명을 베면 주저 없이 둘로 쪼개어버린다. 형태에 상관없이 흑골에 손에 들린 것은 '틀림없이 무기'였다.


“용사 살해자, 흑골. 너의 악명은 많이 들었다. 용사들을 잔뜩 죽였다지? 미안하지만 나는 좀 다를 거다. 나는 엄청나게 강하거든! 모두들 잘 보도록 하세요! 제가 오늘 용사 살해자를 쓰러뜨리겠습니다!”


강상구의 힘 있는 목소리에 아비규환의 상황은 종료되었다.


자신들의 앞에 있는 용사를 강하게 믿기 시작한 것이다. 도망치던 발걸음을 멈추고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새로운 용사를 응원했다.


NPC들의 응원이지만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강상구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들었다.


4가지 빛으로 반사되는 최강의 검. 레전드 등급 무기, ‘엘리멘탈 소드’. 불, 물, 바람, 땅의 4가지 속성을 지닌 ‘정령왕의 힘’이 깃든 전설의 검이다. 이 무기를 든 강상구는 상대가 그 어떤 누구라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대의 용사를 내게 보여라.”

“시끄럽다. 해골자식아!”


강상구가 검을 들어 올리는 순간이었다. 흑골의 노란 안광이 번뜩였다. 그가 용사와 눈이 마주친 짧은 순간, 강상구의 과거들이 그의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흑골은 모든 것을 보았다. 강상구가 어떻게 용사가 되었고,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를 전부 보았다. 그리고······ 용사가 된 강상구가 어떤 죄들을 저질렀는지를 전부 확인했다.


“그대는 용사가 아니도다.”

“헛소리! 나와 계약한 4대 정령왕들이여! 검에 깃들여라!”


강상구 곁에서 4속성의 정령왕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모습은 강렬한 빛으로 몸을 무너뜨리며 그의 검에 깃들었다. 영롱한 빛깔의 구체들이 검의 주위를 회전함과 동시에, 강상구의 귓가에 시스템알림음이 쉼없이 울린다.


- 수, 풍, 지, 화의 저항력이 100% 상승합니다.

- 공격력이 500% 상승합니다.

- 필살기 사신의 성검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나와라, ‘공간의 정령왕, 스페이스’!”


강상구가 외치자, 그의 머리 위로 푸른 피부색을 지닌 아름다운 여성이 나타났다. 그녀는 그와 계약한 최강의 정령왕으로, 무려 공간을 다루는 정령왕이었다.


“흥, 인간. 나를 부르다니 꽤나 급박한 상황인 모양이구나. 좋다, 힘을 빌려주마. 스페이스의 권능, 공간작성!”


주위의 공간이 스페이스의 힘으로 뒤덮여간다. 이제 이 일대 전부는 스페이스가 통치하는 영역이다. 그녀의 허락 없이는 어느 누구도 함부로 강상구를 건드릴 수 없으리라.


- 공간조작의 영향으로 전체 스테이터스가 500 상승합니다.

- 모든 물리데미지, 마법데미지에 면역이 됩니다.

- 즉사확률이 100% 상승합니다.


끝이다. 더는 볼 것도 없이 완벽한 수준의 버프였다. 이것이 소설이나 만화에서나 봤던 세상을 게임시스템으로 이해하는 자의 힘이었다. 강상구는 강력한 힘에 취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죽어라, 해골. 필살기! 사신의 성검!”


전력을 다해 휘두른 강상구의 검이 4가지 빛을 흩뿌린다. 4속성의 힘이 담긴 강력한 기운이 물결치며 흑골과 주변 일대를 감싸왔다. 성도의 피해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은 무자비한 공격이었다.


“그대, 용사를 사칭하는 자여. 그대의 용사와 이 몸의 용사를 심판해보자!”


노란 안광이 빛을 내는 순간, 강상구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기분을 느꼈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원초적인 공포가 그의 몸에 스며들었다.


- 흑골의 용사의 시험에 들게 되었습니다.

- 용사의 시험에 실패했습니다.

- 흑골의 용사에 대한 저항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 흑골을 상대로 한 모든 능력치, 기술의 위력이 매우 크게 내려갑니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강상구는 자신의 상태창에 뜨는 글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디버프 마법에 걸린 것도 아니고, 이 상황에 이런 상태이상이라니!


흑골의 검과 강상구의 기술이 격돌했다. 강력한 풍압과 흙먼지가 성도를 가득 매웠으나, 그 일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무사했다.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흑골은 흙먼지를 가르며 그 위용을 드러냈다.


“젠장할! 말도 안 돼! 이딴 스켈레톤이!”


강상구의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얼굴은 절망으로 물들어가고, 흑골은 그 대검을 용사에게 겨누었다.


“그대, 용사를 사칭하는 자여. 그대의 용사를 봤도다. 용사되는 자로서, 타인의 생명을 벌레보다 업신여기며, 모든 상황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정말 역겹기 그지없도다. 지금이라도 그대의 죄를 알리는 편이 좋다.”

“무슨 개소리야! 잡몹 주제에! 죄? 나는 용사라고! 죄는 무슨! 그래, 이런 건 가끔가다가 있는 게임의 오류야. '게임'이니까 이럴 수도 있잖아? 버그 없는 게임이 있어? 씨발! 그래, 좋아. 다시 해보자!”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가. 이곳은 그대가 주인공인 소설 속의 세계가 아니도다. 하물며 그대의 놀이터도 아니노라. 그대가 죄를 말하지 않겠다면, 이 몸이 대신해 말하겠도다. 그대는 이쪽 세계의 원주민들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죽였구나. 또한, 자신의 능력을 실험하기 위해 수많은 생명을 빼앗았노라. 그 뿐만이 아니라, 여성을 물건처럼 여기며 희롱했도다. 학살, 강간, 사기, 절도, 망언······ 그야말로, 마왕도 실업시킬 정도로군. 그대는 죽는 편이 좋노라.”


흑골은 대검을 휘둘렀다. 강상구는 있는 힘껏 그의 검을 막아냈으나, 그 뒤를 엄습한 것은 끔찍한 고통이었다.


그의 손아귀는 찢어지고 그의 무기는 산산조각 나버린다. 측정할 수 없는 강함의 차이가 만들어낸 흑골의 두려움이 그의 안에서 커져갔다.


“스, 스페이스! 죽여버려!”

“진짜 쫄린 모양이군. 좋아, 이번 한 번만 너의 명령을······.”


스페이스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흑골의 검이 스페이스의 몸을 갈라버렸기 때문이었다. 끔찍한 비명소리와 함께 스페이스는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말았다.


“씨발! 뭔데! 뭐냐고! 뭔데 갑자기 왜 내 앞에 나타나는 건데! 나 말고도 다른 용사들 많잖아! 왜 그러는데!”


믿었던 카드마저 허무하게 사라지자 강상구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는 이제 용사가 아니었다.


용사가 되기 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언제나 주위를 탓하며, 강자한테 굽신거리던 그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내가 잘 되는 게 그리 아니꼽냐! 어차피 NPC들이잖아? 그래, 강간 좀 했다! 장난삼아서 잔뜩 죽였어! 물건도 잔뜩 훔쳤어! 그런데 뭐? 어쩌라고! 나는 주인공이야! 강하다고! 특별해! 뭐든지 할 수 있어! 너희들도 똑같잖아? 힘이 있으면 당연히 나처럼 할 걸? 괴롭히고! 빼앗고! 부수고! 내가 당했으니까! 젠장할! 지금까지 다 좋았는데! 왜 갑자기 너 같은 새끼가 나타나는 건데!”


강상구의 두 무릎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은 혼란으로 흔들거렸다.


그의 진의를 믿어야할지 흔들리는 사람들과 그를 혐오하기 시작한 사람들, 그리고 아직도 그를 믿는 사람들까지. 왕성은 혼돈 그 자체였다.


“그대는 잘못 생각하고 있도다. 이 세상은 그대의 입맛에 맞춰진 세상이 아니노라. 소설 속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생각하고 있었다면 오산일지니. 이곳의 사람들은 감정이 있고, 살아서 숨 쉬고 있느니라. 결코 그대의 썩은 사상으로 더럽혀도 좋은 것이 아니도다. 또한 그대가 힘을 가졌다고, 자신이 당했던 것을 그대로 보복해서는 안 되느니라. 용사란, 자신의 약함을 극복하는 것이노라.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뛰어 넘는 자가 용사가 되는 것이도다.”


강상구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랬다. 모두 저 자의 말 그대로였다. 그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원래 강상구는 유약한 심성을 지닌 사람이었다. 이계에 넘어오기 전, 자신은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고등학생이었다.


그것도 '왕따'라는 이름의 피해자였다. 학교의 동급생들은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할 짓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악행을 휘두르고, 학교의 밖에서는 그들의 장난감으로 항시 괴롭힘을 당해야만 했다.


그렇게 언제나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 도피를 위해 택했던 것은 '게임'이었다.


현실이란 온갖 고통과 죄악으로 가득한 세상이었고, 가상현실은 모든 것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자살'하는 그날, 그는 간절히 바래왔다.


다음에 태어나면 가식으로 가득 찬 세상이 아닌,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게임 속에서 태어나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다시 그가 눈을 떴을 때, 그는 게임 속의 힘을 이어받은 '용사'가 되어있었다.


“처음에 용사가 되었을 때는 기뻤어. 그런데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메말라가고 오만해지기 시작하더군. 이런 힘이 현실에 있었다면! 나를 괴롭히던 놈들을 전부다 모조리 죽여 버렸을 텐데! 마음에 안 드는 놈들을 하나씩 죽이기 시작했더니, 더 이상은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어!”


그렇다. 미워하는 상대와 자신의 모습이 조금씩 닮아가듯, 그도 자신을 괴롭히던 녀석들을 저주할수록 그들과 닮아간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이 당해왔던 것을 '힘의 본모습'이라고 믿으며 모방해 표출했던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과거에 저항하지 못한 강상구에게는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만약에 당신처럼 나한테 필요한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 까지는 되지 않았을 거야.”

“그러한가. 끝까지 남의 탓을 하는구나. 그럼 판결을 내리겠도다. 그대, 용사를 사칭한 자여! 그대는 죽는 편이 좋도다.”

“뭐? 잠깐만! 이상하잖아? 여기에서는 좋게 끝나야 하는 거 아니야? 해피엔딩이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씨이이이발!”

“처음부터 말했을 터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그대가 아닐지니. 죄를 지은 자에게 행복한 결말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말지어다.”


흑골의 대검이 강상구의 몸을 꿰뚫었다. 검에 가해지는 힘이 강해질수록, 검이 점점 더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그에 비례하여 비명소리는 점차 끔찍해지며, 피는 분수처럼 튀어 주변의 모든 것을 적셨다.


“끄아아악! 사, 살려줘!”

“아니, 그대는 죽는 것이 좋도다.”


흑골은 강상구를 꿰뚫었던 대검을 뽑아내며, 그대로 목을 쳐냈다.


주인을 잃은 몸뚱아리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다. 모든 것이 끝난 레드카펫의 위, 흑골은 노란 안광을 뿜어내며 대검을 바닥에 꽂았다.


용사가 죽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은 혼비백산이 되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 자리를 떠나려는 자들과는 반대로, 흑골을 향해서 다가오는 한 명의 여자. 그녀의 '호박'색 눈동자는 위풍당당한 용사 살해자에게로 향해 있었다.


“이동하죠, 흑골 씨.”

“알겠노라.”


그들은 지금 ‘용사전선(勇士戰線)’에 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1년이 좀 넘은 시간에 다시 뵙습니다. 이번에는 끝까지 갑니다.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드네요 ㅎㅎ


 ps. 유장규라고 적혀있던 부분이 있었는데 감사히도 제가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그건 절대로 보여져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이제 아무도 모를겁니다. - 2019년 06월 05일 23시 10분 수정완료.


 ps. 2019.09.19 오전 01:22 오타 수정완료. 


 고친다 고친다고는 해도 자잘자잘한 부분에는 역시 실망스러운 오타가 많네요. 오타 지적해주신 은색의왕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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