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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치선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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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0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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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05. 그람제일로... (5)

DUMMY

네이브는 경비병에게 인식표 대신에 무지개빛의 목걸이를 건네주었다. 목걸이를 받은 경비병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럴 만도 했다. 이 목걸이는 인식표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확실한 신원확인증명서였으니까. 그녀가 건네준 목걸이의 정체는 블랙본즈에게도 보여준 적이 있었던 그랜드마스터급 티어의 증표였다.


“그, 그랜드마스터? 어디보자······ 진짜잖아?”


목걸이에 걸려있는 넓적한 무지개빛 금속판을 햇빛에 반사시키자, 금속판에는 ‘Grand Master'라는 글자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러한 특수한 기믹을 가진 금속은 절대 복제할 수 없다. 전국에서 오직 용사협회의 지원을 받는 모험가 길드만이 취급할 수 있었다.


“들여보내주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지금 기밀임무를 수행해야 해서 말이죠.”


그녀는 타고난 거짓말쟁이였다. 얼굴색 하나 변하는 것 없이 태연한 태도로 남을 속여먹는다. 더 무서운 점은 이 거짓말이 실패할 확률은 0%에 수렴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모험가 길드의 특이성에 있다. 브라리근 왕국 전역에 퍼져있는 모험가 길드는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 이는 길드가 사람들의 의뢰를 대신 해결해주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노동을 도와주는 것부터 주요인물 호위, 특정 사건의 해결, 몬스터의 제거까지. 그들이 하는 일은 다양했다. 당연한 결과로써 모험가 길드는 고위층과도 연결되었고, 이는 절대로 발설할 수 없는 ‘기밀임무’의 탄생을 야기했다. 즉, 모험가 길드가 믿을 수 있는 자신들의 최고 전력인 그랜드마스터들에게만 내려지는 극비임무가 생긴 것이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레그 일행도 모험가 길드의 기밀임무 때문에 왔을 것이다. 아무리 변방의 가디언이라고 불리는 소도시 그람제일일지라도 그랜드마스터들이 단체로 파견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험가 길드의 속사정을 모르는 경비병은 기밀임무라는 마법의 말로 손쉽게 속일 수 있으리라. 의심이 가도 증표는 진짜였고, 권한이 없는 한낱 경비병으로는 기밀임무가 진짜인지 거짓인지 알아낼 방도가 없다.


“흠.”


경비병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이 턱을 매만졌다. 그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목걸이를 네이브에게 돌려주었다.


“아무래도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군. 모험가 길드에서는 4명뿐이라고 했는데 말이야.”

“네?”

“모험가 길드 지원으로 나왔잖아? 뭐야? 아니야?”


네이브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그 일행의 기밀임무에 자신이 엮여있다고 오해한 모양이다. 설마 이런 행운이 있을 줄이야.


“물론이죠. 알았으면 빨리 보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거, 일행들이 개판이던데 그랜드마스터들은 죄다 이러나 몰라. 알았으니까 들어가.”

“윽. 그건 그 사람들이 유별난 거니까 저는 묻히지 말아주세요.”


네이브는 경비병이 들고 있던 증표를 거칠게 빼앗았다. 그녀는 자신의 뒤에 멀뚱히 서있던 크라이브를 가리켰다.


“이 사람은 제 개인적인 일행이에요. 같이 들어갈게요.”

“잠깐 기다려. 누구 마음대로? 인식표를 확인해야할 거 아니야.”

“후, 이 아저씨가 뭘 모르시네. 이봐요, ‘기밀’이라고요. ‘기밀’! 그랜드마스터인 제가 보증하는데 절대 이상한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 함부로 인식표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도 아니죠. 기밀에 연관된 사람이라서 말이에요. 정 못 믿겠으면 모험가 길드에 연락해보세요. 기다려 줄게요. 아! 하는 김에 먼저 들어간 제 일행들도 불러오시죠.”


위풍당당한 모습의 네이브. 거짓말도 이 정도면 선수다. 국가대표급 선수. 크라이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뻔뻔한 네이브에 치를 떨었다.


‘이럴 줄은 예상했으나 실제로 보니 악랄함이 더 하도다. 아무리 어쩔 수 없다고는 하더라도, 남을 속이고야 말았노라. 이 몸이 네이브를 혼낼 처지는 아니도다.’


경비병은 크라이브와 네이브를 번갈아 보았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일을 크게 키울 필요는 없지. 그랜드마스터가 보증한다니까 별일 있겠어. 통과.”

“좋은 하루 되세요.”


네이브는 크라이브의 등을 떠밀며 철문의 구석에 있는 작은 쪽문의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그람제일의 모습에 그들은 시선을 빼앗겼다.


형형색색의 지붕으로 뒤덮인 민가들과 입구로부터 시작되는 큰길을 따라 형성된 시장. 그리고 큰 길의 가운데이자, 그람제일의 심장부에 지어진 돔 형태의 거대한 건물, 모험가 길드. 그 뒤에는 그람제일의 등을 지키며, 폭포가 떨어지는 좌우로 층층이 계단을 쌓아놓은 논밭이 있다.


“멋지도다.”

“그러게요. 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느긋하게 구경할 시간이 없어서 몰랐는데 아름다운 도시네요. 구경은 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은 움직이는 게 좋겠어요. 혹시라도 제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곤란하니까요.”


네이브는 후드를 쓰며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블랙본즈를 쓰러뜨린 다음에 그녀는 이곳의 소식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경비병에게 맨 얼굴을 보여줬지만, 잘 통과된 것을 보면 아무래도 블랙본즈가 죽은 사실은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자신이 블랙본즈와 떠났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있으므로, 혼자서 이곳을 돌아다니는 그녀를 본다면 일은 어떤 방식으로든 귀찮게 흘러갈 것이 뻔했다.


그러면 아예 돌아오지 않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허나, 그녀는 다시 돌아오는 것을 선택했다.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다시 돌아와야 했던 이유는 ‘여행을 위한 용품들’을 사기 위함이었다.


그람제일은 이 근방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발전한 도시였다. 그 말은 이곳에서는 어지간한 물건들은 다 구할 수 있다는 소리다. 당장 지도도 없어서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르는 실정인데, 얼마나 여행이 길어질지 예상할 수 없는 지금의 그들에게는 보급이 필수적이었다.


“그럼······ 가즈아!”


***


그람제일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묵을 곳을 찾는 곳이었다. 이는 몇 분도 걸리지 않아서 해결되었는데, 그동안 야영에 지쳤던 네이브가 고급호텔로 직행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쓰고 죽을 거야!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어!”


한 번 작정을 한 네이브는 돈을 쓰는데 거침이 없었다. 그녀의 눈에 든 건물은 규모가 7층에 달하는 3성 호텔이었다. 과연 소도시답게 숙박시설도 주위 마을들과는 격이 다르다.


네이브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7층의 방을 체크인 했다. 그들은 대리석 계단을 걸어 올라가 방으로 들어갔다. 7층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방. 그 방의 문을 열자, 향긋한 꽃냄새와 함께 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매끈한 대리석 바닥과 킹사이즈 침대, 화려한 조형물들과 물이 채워진 수영장, 그리고 주위의 풍경이 전부 보이는 발코니가 있었다. 네이브는 침대에 달려가 그 위로 점프했다. 그녀는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거리면서 눈물을 훔쳤다.


“아, 이게 인생이야. 더는 움직이고 싶지 않아. 평생 여기서 살고 싶다.”

“의지박약이로다. 비키도록 하여라. 그곳에는 이 자를 둘 것이노라.”


크라이브는 자신이 메고 있던 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는 그 안에 손을 집어넣어 길쭉한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의 손에 엉켜있는 것은 검은 머리카락이었다. 손에 머리카락을 감고서 들어 올리니 짐에서 뭔가가 쑥 하고 올라왔다.


축 늘어져 있는 남자는 독고자였다.


“싫어요. 바닥에 대충 던져두면 되잖아요. 제가 치료까지 해줬는데 모실 곳까지 줘야 돼요? 용사주제에 뭘 더 해줘요.”

“알겠노라. 그렇다면 이제부터 ‘수련’을 시작하도록······.”

“뭐해요! 여기로 집어던져요! 병자는 편한 곳에서 쉬어야죠!”

“······.”


태세전환이 빠른 아이였다. 구독룡과의 싸움에서 뭔가를 느꼈기를 바랐건만, 죽어도 수련은 하기 싫은 모양이었다. 앞으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더 넘겨야 단련의 중요성을 깨달을까.


독고자를 침대 위에 눕힌 크라이브는 그의 안색을 살폈다. 도저히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조씨. 각자 필요한 거 사러 나가요. 저놈 깨어나도 어디 가겠어요? 자기를 누가 데려왔나 기다릴 성격이지. 착한 척 하는 거보면, 은인이라고 사례해주려고 기다릴 놈이잖아요. 반대로 저희들인 거 알면 공격하려고 기다릴 놈이고요.”

“흐음, 일리가 있는 말이도다.”

“맞죠? 그럼 이거 받으세요.”


네이브는 크라이브에게 돈주머니를 건넸다. 그는 돈주머니를 받고서 의아하게 그녀를 쳐다봤다.


“지금부터는 일의 효율을 늘리기 위해 각자 따로 행동합시다. 제가 아저씨한테 사야할 물건들을 적어줄게요. 그것들을 사서 다시 이곳으로 오시면 돼요. 어때요? 쉽죠?”

“네이브여, 그대는 그 동안 무엇을 하려는가?”

“저도 쇼핑해야죠.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반반 나눠서 서로 책임지고 사오는 거예요. 아, 남는 돈이 있으면 그거 다 써도 돼요. 개인물품도 필요하잖아요? 어차피 언제 다 쓰고 갈지 모르는 인생이니까. 물론, 그리 쉽게 죽어줄 생각은 없지만요.”

“걱정할 필요는 없느니라. 이 몸이 곁에 있는 이상, 그럴 일은 결단코 없노라.”


크라이브의 대답에 네이브는 만족스러운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손뼉을 치며 외친다.


“자, 행동개시!”


작가의말

 살짝 수정했습니다.


 수정된 부분은 마지막에 대화입니다. 조금 자연스럽게 다듬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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