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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치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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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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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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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위기의 그람제일 (2)

DUMMY

홀을 가득매우고 있는 것은 내일을 이끌어갈 젊은 피들이었다. 언젠가는 성장할 핏덩어리의 초짜 모험가들과 무기가 몸처럼 손에 익은 베테랑의 용자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각자가 개성적인 무기를 들고 있는 모험가들. 어떤 이들은 서로의 과업을 비교하며 으스대거나 칭찬을 했다. 또 어떤 이들은 의뢰를 실패한 이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이 얼마나 가슴 뛰는 현장이란 말인가.


“다들 순서를 지키세요!”

“아니, 그러니까 의뢰내용이 그게 아니라니까요?”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접수처의 창구. 그 너머에는 이들을 관리하는 모험가 길드의 여성 직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열정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그녀들의 옆에는 종이들이 탑을 이루었고, 손은 책상 앞에서 쉼 없이 움직여 문서들을 처리한다. 그 도중에도 모험가들과 언쟁을 하고, 보상까지 제대로 계산해서 정산해줘야 한다. 그녀들의 업무량은 인간의 처리 능력을 아득히 뛰어넘은 상태였다.


“자신의 직업에 훌륭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도다.”


처음에는 단순히 용사협회가 뒤를 봐주어 성장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보니 일등공신은 따로 있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모험가 길드는 성장하지 못했으리라.


“똑똑! 안녕하세요!”


입구 앞에서 상념을 곱씹던 크라이브에게 길드의 직원 하나가 웃으며 다가왔다.


갈색머리카락을 가진 작은 체구의 소녀였다. 나이는 네이브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적어도 1, 2살 정도 더 많을까. 이 나이 때의 소녀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녀는 사랑스러움과 천진난만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저는 ‘아딤 크로벨’! 그람제일의 모험가 길드 견습생이에요. 지금껏 한 번도 뵈지 못한 분이신데 혹시 그람제일에는 처음 오셨나요?”

“그렇도다.”

“깜짝아! 목소리가 엄청 울리시네요. 중저음이 매력적이세요.”

“그러한가?”


그녀는 크라이브 주위를 맴돌며 그의 전신을 탐색했다. 거미줄 같은 이상한 것이 달라붙은 것만 빼면 값이 꽤나 나갈 것 같은 검은색의 풀 플레이트 메일과 새의 부리를 닮아 휘어진 특이한 형태의 투구. 그러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무기의 존재감.


아딤의 머리는 빠르게 크라이브에 대한 판단을 끝마쳤다.


“손님은 모험가가 아니죠?”

“그렇도다. 이 몸은 견학을 하러 왔을 뿐이도다.”


크라이브의 말에 아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쪼르르 창구로 달려갔다. 그녀는 서류뭉치를 품에 안고서 다시 그의 앞에 섰다. 아딤은 서류뭉치를 크라이브의 손위에 올려놓으며 넉살 좋은 눈웃음을 지었다.


“괜찮으시다면 모험가 길드에 가입하시는 건 어떠세요? 모험가 길드는 내일의 영웅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 주인공은 당신이 될지도 몰라요!”

“이 몸은 그러려고 온 것이······.”

“새로운 상담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크라이브의 등을 아딤이 힘껏 밀어붙였다. 어느새 그는 물 위를 미끄러지는 소금쟁이가 되어있었다. 속이 해골이라 비교적 가벼울 크라이브라도 갑주의 무게는 상당할 터인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옮기다니. 저 조그마한 체구의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오는지 궁금하다.


아딤이 준비한 테이블의 좌석에 크라이브는 마지못해 착석했다. 그의 반대편에는 싱글벙글한 얼굴의 아딤이 앉았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이 당황스러울 법도 했으나, 이미 대장간에서 한 번 곤욕을 치렀기 때문인지 이 정도는 어린애 장난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크라이브도다. 아딤이여, 미안한 말이나 이 몸은 가입할 생각이······.”

“물론 없으시겠죠. 하지만 제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시면 생각이 바뀌실 거예요.”


살랑살랑 가볍게 크라이브의 말을 웃어넘기는 아딤. 그녀의 내면에서는 행복회로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건 기회다. 아딤의 다져진 눈썰미로 확인한 결과, 크라이브는 ‘퇴역기사’가 틀림없었다. 무게감 있는 중후한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곧바름, 입고 있는 풀 플레이트 메일이 풍기는 온갖 역경을 헤쳐 온 백전백승의 노련함, 그리고 사연이 있는 듯이 보이는 특이한 투구까지.


이미 그녀의 상상 속에서 크라이브는 세상을 등지고, 브라리근 전역을 방랑하는 고독한 베테랑 기사였다.


당장 이것만으로 그를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딤은 자신의 추리를 뒷받침해줄 근거를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어딜 봐도 찾을 수 없는 무기였다.


크라이브의 등 뒤에는 작은 단검집이 있기는 했지만, 설마 저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서 저렇게나 낡은 단검을 쓰지는 않을 테니······ 틀림없었다. 그는 얼마 전에 치열한 사투를 벌였고, 대결의 결과로 검을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단검 한 자루. 크라이브는 몬스터들에 맞서서 단검 한 자루로 잘 버텨왔으나, 단검은 이가 다 빠질 정도로 폐급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던 중, 크라이브는 이곳 그람제일을 발견했고 검을 구할 겸, 여정에 필요한 물건들을 보충할 겸 들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돈이 없어서 무기를 사지 못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크라이브는 그동안 등한시 하던 모험가 길드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모험가들을 혐오하며 기사의 긍지를 높이 사던 그였지만, 그는 생존을 위해서 자신의 자존심을 포기하고 모험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용기가 없어서 머뭇거리는 크라이브. 그런 그를 구원해준 것은 천사 같은 소녀, 아딤! 지금 틀림없이 크라이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거다.


크으으으! 이 추리에 빈틈은 없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아딤이었다. 진실을 폭로하자면, 99% 틀렸지만 이미 행복회로가 타들어가고 있는 그녀에게 다른 생각이 있을 리가 없었다.


“지금 모험가 길드에 가입하시면, 여러 혜택이 있습니다! 우선 모험가 길드에 가입하시면, 원하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으실 수 있습니다. 또 은행도 겸하고 있어서 전국의 어떤 모험가 길드에 가셔도 맡기신 돈을 찾아갈 수 있고요. 게다가 보험도 있어서 혹여나 임무수행 중에 재해나 상해를 당하실 경우에는 저희들이 보상을 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모험가 랭크에 따라서 차등분배가······.”


아딤은 딱따구리가 나무에 부리를 찧는 것처럼 쉴 새 없이 입을 움직였다. 이대로 가면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공포에 크라이브는 억지로 말을 끊었다.


“그만! 그만 하여라! 이 몸은 모험가 길드에 가입할 생각이 전혀 없노라. 단순히 궁금했기에 한 번 들렸을 뿐이도다.”


아딤은 당황하지 않고 크라이브의 손을 붙잡았다. 이건 예감이 좋지 않다. 아딤의 직무수행 능력은 프로 중의 프로였다. 이렇게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자가 모험가를 키워낸다는 것에 든든했지만, 이 집요함은 진저리가 날 정도로 싫었다.


“후후, 거짓말을 하시네요. 어떤 사람이 궁금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차려입고 모험가 길드를 방문할까요?”

“이는 사정이 있기 때문이노라.”

“아, 그러시군요. 사정이 있다라······. 그러면 제가 모험가 길드의 사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모험가 길드의 일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힘듭니다. 여러 가지 일을 도맡아 하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의뢰가 들어오면, 저희들이 알맞은 모험가와 연관시켜주는 시스템이랍니다. 그래서 의뢰의 내용은 천차만별이에요. 수집이나, 조사, 토벌, 호위, 감시, 탐색, 수렵, 포획 등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일을 하지요.”


큰일이었다. 전혀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차라리 잘된 일인가. 크라이브는 이 기회를 틈타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고자 했다. 지금 그를 가입시키기 위해 혈안이 된 아딤이라면 뭐든지 말해주리라.


“아딤이여. 이 몸이 몇 가지를 물어보고자 하노라. 괜찮겠는가?”

“물론이죠! 원래 상담이 질의응답이잖아요? 뭐든지 물어보세요! 이렇게 보여도 ‘설명충’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저랍니다!”

“그 설명충인지는 잘 모르겠도다. 여하튼, 조금 길어질 수도 있는 이야기노라. 이 몸은 꽤나 늙은 나이에 세상에 출사표를 던졌도다. 그리하여 식견이 좁으니 어리석은 이 몸에게 간단한 역사를 이야기 해줄 수 있겠는가?”


전부터 궁금했던 것이다. 네이브에게 설명 받은 것들은 너무나 단편적인 것들이었다. 이는 역사라는 것이 한 번에 풀어놓기 어려운 것도 있었으나, 네이브가 평소에 공부에는 담을 쌓은 인물이라는 것도 한몫했다.


“역사요? 어떤 역사를 말씀하시는 건지······ 아! 그렇구나! 모험가 길드의 역사죠?”

“아니 그것이······.”

“모험가 길드의 역사를 설명해드리죠!”


크라이브가 궁금했던 것은 전체적인 역사였으나, 아딤은 그의 이야기를 길드의 역사에 대한 것으로 이해했다. 그래도 이 역시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였기에 크라이브는 그녀의 말을 조용히 경청하기로 했다.


“모험가 길드는 20년 전부터 차근차근 만들어졌어요. 올해로 창설된 지 40년째인 용사협회하고는 딱 절반의 기간이네요. 모험가 길드가 만들어진 이유는 당연히 몬스터들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예요. 참고로, 모험가 길드는 브라리근 왕국과 용사협회의 도움을 받아서 만들어졌답니다! 그래서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국무원들이에요. 실제로도 영주님들 대신에 마을의 여러 일들을 도맡아서 처리할 수 있는 권한도 있고요.”

“지식이 늘었노라. 또 다른 질문이 있도다. 모험가 길드는 이곳 브라리근 영토의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고 들은 바가 있노라. 그 이야기가 사실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요. 모험가 길드가 브라리근의 전역에 있는 것은 맞지만, 지난 10년은 기반을 다지는데 사용했어요. 남은 10년으로 확장을 했다는 이야기인데, 모험가 길드는 결국에 모험가들의 유동인구가 많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곳에서 클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비교적 안전한 마을이나 완전 시골마을에는 모험가 길드가 아직 들어서지 않았어요. 크라이브 씨가 살던 곳에는 모험가 길드가 없었나 봐요?”

“흠, 그런 것이도다.”


크라이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충분히 그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몬스터들이 있는 곳이어야 모험가들의 수요가 있을 것이지 않은가.


“아, 모험가 등급에 대해서도 좀 알려드릴까요?”

“그 이야기는 일행에게 들었노라. 브론즈, 실버, 골드, 플레티넘,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의 6단계로 나누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도다.”

“네, 맞아요! 잘 알고 계시네요? 브론즈가 제일 낮은 등급이고 그랜드 마스터가 제일 높은 등급이에요. 그랜드 마스터 같은 경우는 전체 모험가들 중에서 상위 5%의 비율인데 대부분이 사람이 아니거나 사람을 뛰어넘은 분들이에요. 저도 살면서 딱 6명 봤어요.”

“사람을 뛰어넘었다는 말은 이해할 수 있노라. 허나,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아딤은 이맛살을 좁히며 강렬한 눈빛으로 크라이브를 쳐다보았다. 말실수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크라이브는 급히 자리를 떠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 몸은 여기서······.”

“말 그대로의 의미에요! 이 모험가 길드의 모험이라는 로망과 뽕을 한 사발 제대로 채워주는 사람들이죠! 크으으으! 다 아실 이야기지만한 번 시동 좀 걸어볼게요.”

“으음?”


그의 예상과는 반대로 아딤은 신이 난 모습으로 설명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우선은 엘프! 아시죠? 귀가 뾰족한 데 다 미남미녀들 뿐인 종족이요. 브라리근 왕국 어딘가에 있는 ‘탄생의 숲’이라는 곳에서 살아가는 소수종족이죠. 활을 정말 잘 쏘고 정령술도 능해요. 워낙에 폐쇄된 삶을 사는지라 잘 보기는 힘들지만, 가끔씩 세상을 돌아다니는 엘프들도 있나 봐요. 그래서 모험가 길드에 가입해서 신분증을 만드는 거죠!”


엘프. 생소한 이름이었다. 적어도 그가 살아있을 당시에는 없었던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 괴리감과 기시감······ 기묘한 느낌이다. 그리고 정령술. 정령술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다음으로는 드워프! 드워프들은 보호구역에서 살아가고 있데요. 크라이브 씨도 기사라면 알겠죠? 난쟁이들이지만 하나 같이 손재주가 좋아서, 드워프들이 만든 병장기들이 아주 비싸다는 거요. 아, 물론 수인들도 있어요. 수인들은 비교적 찾아보기 쉬운 편이에요. 예를 들어서, 저기 저분을 보세요.”


아딤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따라간다. 그 끝에 있는 것은 보라색 머리의 여성이었다. 마법무구를 장착한 모양인지 복부나 팔, 다리가 완전히 노출된 위험한 복장이었다. 그런 그녀에게는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는데, 바로 머리에 돋아난 ‘동물의 귀’와 허리 끝에 돋아난 ‘꼬리’였다.


“사람인가?”

“크라이브 씨, 실례에요. 수인도 휴먼이에요! 휴먼!”


미스틸테인의 손잡이를 잡던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크라이브는 대장장이처럼 중얼거렸다.


“심상치 않도다.”

“뭐가요? 크라이브 씨 정말 이상하네요. 드워프나 엘프들은 못 만나볼 수 있어도 수인은 만나기 쉬운 편인데요. 마치 처음 만나본 느낌이시네요?”


아딤은 수상하다는 듯 도끼눈을 뜨고서 그를 쳐다봤다. 크라이브는 헛기침을 몇 번 내뱉으며 시선을 회피했다.


“당연히 알고 있노라! 그, 그 밖에 다른 종족은 없는가? 이곳 모험가 길드만의 자랑거리라던가······.”

“아, 당연히 있죠! 듣자하니 모험가 길드 그랜드 마스터 티어에는 ‘드래곤’이 있대요!”

“드래곤?”

“예. 드래곤이요.”


크라이브는 네이브가 과거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블랙본즈를 해치운 뒤, 시체를 뒤처리하던 도중이었다. 네이브는 자신의 마을, 일오콘이 어떻게 멸망하게 되었는지 세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 때, 그녀가 자신에게 설명하기를, 용사 블랙본즈는 레드 드래곤을 이끌고 나타나 자신의 마을을 불태웠다고 말했다.


마법을 사람들에게 실험하며 흉악한 짓을 벌이던 블랙본즈도 치가 떨렸지만, 인간을 초월한 존재인 레드 드래곤에게는 분노나 적개심 대신에 끝없는 허무함과 무력감이 밀려들었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도 악몽을 꾸면 항상 그 드래곤이 눈앞에 있어요. 이미 전 마음속으로는 드래곤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은 사라진지 오래에요. 제가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나마 인간인 블랙본즈라면 모를까······ 그건 사람이 아니니까요.’


드래곤. 용사를 죽이자고 달려들었던 그녀의 의지를 꺾은 존재. 대체 그건 무엇이란 말인가.


드래곤들은 용사들을 제외하면 가히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종족들이다. 색에 따라서 분류가 되기도 하는데, 그린, 골드, 레드, 블랙, 블루, 실버의 6종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워낙에 강한지라, 전투에 특화된 레드와 블랙 드래곤 개체 중에는 마왕들도 쓰러뜨릴 수 있는 자들도 존재한다고 들었다.


드래곤들은 기본적으로 1000년에서 10000년이라는 억겁에 이르는 세월을 ‘체험’하며, 세상의 균형과 조화, 질서를 유지하는 지고의 존재들로써 그 강대한 힘을 갖고 있음에도 스스로를 지배할 수 있다고 한다. 덕분에 다른 종족들이 자신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이상은 ‘절대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절대로?


허나,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는 법이다. 레드 드래곤은 어떠한 이유도, 전조도 없이 네이브의 마을을 습격했다. 어째서 드래곤은 블랙본즈와 함께 그런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그들이 세상에서 배척받는 이들이라고 할지라도, 진실로 고등한 별개의 존재라면 인간의 가치관이나 사회 관념에 따라 그 혐오를 따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블랙본즈가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꿰어냈단 말인가?


“뭐, 어디까지나 소문이지만요. 그보다 궁금증은 많이 풀리셨죠? 이제 계약서를 읽어보시는게······.”

“그대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이 몸은 떠나겠노라. 좋은 정보 감사했도다. 곧 있으면 어둠이 찾아올 것이니. 이 몸은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이노라.”

“아, 아니!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애초에 이 몸을 억지로 끌고 온 것은 그대이지 아니한가. 몇 가지 묻기는 하였으나, 처음에 그대가 자처하여 설명을 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몸은 그에 응하였을 뿐이노라.”

“치, 치사해! 어른이 어떻게 그렇게 치사할 수 있죠?”

“그리 생각한다니 유감이도다. 다음에는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좋을 것이도다.”


크라이브가 매정히 자리를 뜨는 것을 아딤이 전력으로 저지한다. 그녀는 크라이브의 팔을 꽉 붙들고서 놓아주지 않았다.


“하하, 사실 제가 이번 달에 돈이 간당간당해서요. 저희들이 담당하는 모험가들이 의뢰를 해결했을 때 받는 보상금에서 일정부분을 성과급으로 받거든요. 제가 크라이브 씨의 담당 매니저가 될 수 있게 해주세요!”


아딤의 눈망울에 맑은 눈물이 고였다. 상기된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짠한 모습에 마음이 아려왔다. 하지만 네이브에게도 항상 그러하듯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싫도다.”

“단호박이시네! 그래요! 나가세요! 다시 오기만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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