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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용사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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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치선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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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9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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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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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9. 징후 (2)

DUMMY

모두의 대답은 들을 필요가 없었다. 당연하게도 이 뒤에 따라올 장면은 모두가 승낙하는 그림이었다.


“알겠노라. 돕도록 하지.”

“이 해······ 아니, 사람이 간다면 저도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나에게는 이 자를 감시할 의무가 있으니까.”


독고자는 한 번 크라이브를 쏘아봤다. 어쩌다보니 같이 힘을 합쳐서 싸우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좋아질 생각은 없다.


크라이브는 용사들을 죽이려는 범죄자이자, 실제로 용사들을 죽이기까지 했다. 아무리 죽어 마땅한 자들이었다고는 하지만······ 정말로 그의 행위가 옳은 것인가? 정녕 다른 방법은 없었단 말인가.


이런 고질적인 문제에 직면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언제나 불살의 신념을 고찰하는 그에게 있어서, 악질의 인간들을 어떻게 다뤄야하는지는 큰 숙제이자 숙명이었다.


하물며, 용사들과 같이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자들이 폭주라도 해버린다면······ 그람제일과 같은 엄청난 희생이 일어나는 것은 예견된 미래다. 그런 자들은 이성의 논리가 아닌 힘의 논지로 굴복시킬 수밖에 없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 해골의 방식이 그리 틀려먹지는 않았어. 그렇지만······ 이런 방식을 인정했다가는 세상의 법도가 뒤틀리고 말거다. 적어도 이 해골은 그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으니까.’


크라이브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것도 한 나라를 통치할 수 있는 ‘왕’과도 같은 수준이다. 거기에 더해, 그가 보여주는 놀랄만한 무위와 세상을 달관한 인품은 끔찍할 정도로 ‘최강의 조합’이다.


이 자의 매력에 매료된 이들이 생겨나고 명분을 얻게 되면······ 세상은 이념으로 움직이며 신념으로 친지에게 칼까지 겨누는 냉혹한 세계가 될 것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것만은 막아야 했다.


“야, 고자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래······ 너도 있었지. 이 싹퉁바가지야! 사람 이름 그렇게 부르지마라! 난 고자가 아니라 독고자다! 독고가 성이야!”


크라이브는 몰라도 이 꼬맹이만은 단단히 혼내 주리라. 저 버릇없는 꼬맹이보소! ‘누구 피’를 이었기에 저 모양이야? 조상이 누군지는 몰라도 하여간 욕이란 욕은 다 먹게 만드는군!


“후······ 다행입니다. 이번 일을 거절하시면 어떻게 됐을지······ 참 난감하던 차였습니다.”

“에이~ 이 난리를 같이 겪었는데 어떻게 거절을 하겠어요?”


넉살좋게 아마란테의 말에 대답하는 네이브.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아마란테와 아딤은 굉장히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적어도 블랙본즈님이시라면 여기서 사라지셨을 겁니다.”

“맞아요. 그런 타이밍이죠. 옛날에 일손이 부족해서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만 도와주시고 사라지셨어요. 워낙에 마이페이스이신 분이시라······.”


아딤은 말을 하면서도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


그람제일의 근처에서 금지구역을 빠져나온 몬스터들이 발견됐던 적이 있었다. 그랜드 마스터급의 전력이 없어 일을 자력으로 해결할 방도가 없었던 모험가 길드는 블랙본즈에게 부탁을 해야만 했다.


흔쾌히 의뢰를 수락한 블랙본즈는 순식간에 일을 끝마쳤으나······ 숨통을 끊지 않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몬스터들이 약해진 상태였기에 천만다행으로 아무도 다치지 않고 일은 마무리 되었지만 그 후폭풍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블랙본즈의 일행이었던 격투사와 마법사가 모험가 길드를 한 바탕 뒤집은 것이었다. 그 이유는 ‘블랙본즈가 본인들과의 약속’에 늦었기 때문이었다.


알고 봤더니, 블랙본즈가 욕 안 먹을 정도로 일을 처리하고 사라진 것이 뒤늦게 둘과의 약속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고······.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블랙본즈의 동료들에게 잔뜩 시달렸던 모험가 길드는 그 뒤로, 블랙본즈에게는 부탁을 하지 않기로 정했다.


“뭐, 그 놈이라면 인성이 개차반이니까 그럴 만도 하죠.”

“음? 네이브 양은 마치 블랙본즈님을 만나봤다는 말투군요. 혹시 개인적으로 알던 사이입니까?”

“앗, 아아.”


갑자기 날아든 아마란테의 날카로운 지적. 네이브는 급히 입을 틀어막으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에, 에이~ 제가 어떻게 용사님하고 알던 사이겠어요? 저는 그동안 이 둘하고 붙어서 돌아다니느라 아주 바빴는걸요. 그렇죠? 아저씨? 독고자 오빠?”

“아, 소름끼친다. 오빠라고 하지 마.”


독고자는 팔뚝에 오돌토돌 돋아난 닭살을 벅벅 긁었다. 오빠라는 말이 이렇게나 혐오스러운 것이었나.


“일단 이야기는 여기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준비는 저희들이 끝내겠으니, 여러분들은 그 동안만이라도 휴식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고마워요, 크라이브 씨.”


일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일단락되었다.


막사를 나오자, 내리쬐는 햇볕이 그들을 포근히 감싸 안았다. 이토록 날씨가 좋은데 그람제일에 펼쳐진 전경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부서진 건물 더미들과 바닥에 일렬로 눕혀져 흰 천으로 덮인 시신들. 새빨갛게 천을 물들인 시신들의 사이사이에는 남겨진 자들이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는 중이다.


“이봐, 해골. 당신이라면 좀 더 희생을 줄일 수 있지 않았습니까?”

“이 몸은 신이 아니노라. 두 눈과 두 팔이 닿지 않는 곳을 무슨 수로 지키겠는가. 또한 이 몸은 적과 아군이 섞여있는 상황에서 아군만을 노리지 않는 형편 좋은 기술이 없노라.”

“끙. 요약하자면 ‘평타가 안 나가는 만렙’이란 소리인가.”


독고자는 침을 삼켰다. 이것이 크라이브의 약점······ 이라고 할 수는 있······나? 뭐 이런 밸런스 똥망캐가 다 있어.


“야, 그런데 넌 왜 우리 따라오려고 하냐? 모처럼 목이 깨끗하게 붙어있을 때 도망가지 그래? 이 아저씨가 방심하고 있을 때가 기회 아니야?”

“뭐? 요 꼬맹이 보소! 내가 얼마나 강하는지 모르네? 하! 도망쳐야 하는 건 너 아니냐? 어떻게 자기가 죽인 사람 집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돌아올 수 있냐? 와, 이거 이렇게 말하니까 사탄도 한 수 접겠네? 네가 사람이냐? 선생님! 여기 진도가 너무 빨라서 이해가 안 됩니다!”

“윽! 고자새끼가! 걱정할 필요는 없거든? 이렇게나 정신없는 상황인데 누가 나를 알아볼 시간이나 있겠냐? 그리고······ 내가 블랙본즈와 만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이젠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걸’?”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말은 어딘가 섬뜩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사실 네이브는 꽤나 안도하고 있었다. 이 마을에 다시 들릴 때부터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던 그녀였다.


그중에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블랙본즈와 함께 식사를 했던 식당과 자신과 블랙본즈가 접촉하는 것을 봤던 신전의 사람들이었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예상치도 못한 사투가 일어난 덕분에 식당과 신전은 완전히 파괴가 되어있었다. 특히 제일 걱정이었던 신전 쪽은 무슨 일인지 관계자 전원이 ‘심정지’로 사망한 상태였다.


그야말로 하늘이 도운 게······.


“으악!”


네이브의 머리를 크라이브가 거세게 후려쳤다. 이전의 꾸짖음은 애교로 봐줄 수 있을 만큼 매운 일격이었다.


“네이브여, 희생당한 사람들을 욕보이지 말거라.”

“제가요? 언제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말 그대로이노라. 타인의 죽음으로 쌓은 평안은 깊이가 얕고, 조그만 풍파에도 쉽게 무너지는 법이노라. 차라리 떳떳하게 맞서고 인정하도록 하여라.”

“그러니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냐고요. 왜 그래요? 갑자기.”


크라이브는 ‘왼손’으로 거칠게 네이브의 멱살을 붙잡고서 시신들의 앞으로 끌고 갔다.


“뭐하는 짓이에요?!”

“똑똑히 보거라, 네이브여. 그리고 기억하여라. 이들 모두는 스스로의 삶을 위해, 누군가를 위해 마지막까지 움직였노라. 이들의 죽음이 그대의 비밀을 지켰노라고 여기지 말거라. 타인의 죽음으로 웃게 되는 자는 그보다 형편없는 자일지니.”

“······ 알았어요. 미안해요. 다른 사람들이 잘 죽었다는 의미는 아니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100%는 아니라고 말 못하겠지만······ 제가 정신이 나갔었어요.”


네이브의 얼굴은 침울하게 변해있었다. 크라이브는 그제야 그녀의 목덜미를 놓아주었다. 그는 쭈그려 앉아 네이브와 눈높이를 맞춘 뒤,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눈을 가렸다.


“네이브여, 앞이 보이는가?”

“아니요. 어떻게 보이겠어요?”

“이것이 그대가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노라. 이는 그대의 힘으로 숨길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도다. 허나, 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겠는가?”

“후······ 아니요.”

“그렇도다. 그대가 눈에 닿는 모든 것을 정리한다고 할지라도, 하늘은 진실을 알고 있도다. 어차피 우리들이 하는 일은 좋던 싫던 사람들에게 알려질 것이노라. 이것이 두렵다면 이 몸은 처음부터 일을 이렇게까지 키우지 않았을 것일지니. 설령 세계의 적이 된다고 할지라도······ 이 몸은 신념을 지켜나가겠노라.”


무게가 있고, 뼈가 들어있는 말이었다. 그의 말을 이해한 네이브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요. 그런데 말이죠. 만약에 우리가 했던 일을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구해준 사람들한테 비난을 받았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

“그것이야 당연하지 않은가.”


크라이브는 몸을 일으켰다.


“이 몸이 행한 일이도다. 처음부터 각오가 되어있노라. 자신이 행한 일로 인해 얻게 될 모든 평가와 시련들을 견뎌낼 각오가 되어있도다. 그러한 책임감 없이 막연하게 이런 위험한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노라. 스스로가 만든 결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인정하여라.”

“알았다고요. 후······ 모두들 미안해요. 여행이 끝나게 된다면······ 그 때 다시 한 번 찾아와서 정식으로 사과드릴게요. 미안합니다.”


네이브는 시신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독고자는 어느새 크라이브의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애보기가 쉽지는 않죠?”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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