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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치선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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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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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009. 징후 (4)

DUMMY

처음 들어보는 낯선 단어에 독고자는 침을 삼켰다.


“존재자? 그게 대체 뭡니까?”

“이 세계를 수호하는 존재······ 라고 말할 수 있겠구나. 어떻게 탄생하는 지에 대한 기억은 없으니 그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도다. 허나, 목적이라면 말할 수 있노라. 이 ‘세계’는 ‘용사들의 전멸’을 원하고 있도다.”

“용사들의 전멸입니까.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새삼 놀랍지도 않군요. 그래서 왜 용사들을 전멸시키려고 하는 겁니까? 물론 천하의 나쁜 놈들이 많은 편이니 이해는 합니다. 그렇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존재자는 세계를 지키는 자라고 말했을 것이니라. 그렇다면 세계가 이 몸에게 내린 명령인 ‘용사들을 심판하라’는 것은 언제가 되었든 용사들이 멸망을 가져올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이지 않겠는가?”


요컨대 ‘신의 의지’라는 건가. 솔직히 말해서 독고자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세계가 명령을 내린다니······ 그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란 말인지 모르겠다. 행성이 의지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행성이······ 의지를?


독고자는 입을 틀어막았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추론이지만 이 별이 정말로 의지를 갖고 있다면, 모든 상황이 설명 가능했다.


“어쩌면 당신은 ‘백신’일지도 모르겠군요.”

“백신?”

“예. 외부에서 넘어온 용사들을 ‘바이러스’라고 치면 말입니다. 그래서 행성은 자신의 몸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당신을 만든 겁니다. 어떻습니까? 제 추론이.”


크라이브는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모르겠구나!”

“······.”


사람 바보로 만드는데 있어서는 정말 천부적인 재능이다. 독고자는 이마에 핏줄을 빳빳이 내세우며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본인 이야기인데 왜 모르겠다는 겁니까? 그럴싸하게 추리했더니 단칼에 노력을 끊어버리다니. 사람 바보로 보는 겁니까?”

“화내지 말기를 바라노라. 그런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에 솔직한 대답을 했을 뿐이도다. 특별히 남은 기억도 없으니 그대의 이론이 정답인지 오답인지는 알 수가 없노라.”

“끙! 결국에 알아낸 거라고는 당신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용사들을 제거하는 존재자라고 불리는 것뿐이군요. 좋습니다. 대충 그렇다고 칩시다. 어차피 별로 상황이 바뀐 것도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물어봅시다.”

“무엇인가?”

“당신은 자신이 행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일단은 위대한 의지가 당신을 이끌고 있는 것 아닙니까. 비약하자면 ‘신의 의사’가 당신을 비호하고 있다는 소리죠. 당신은 당신이 내린 결정으로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정당하다고 여기냐는 소리입니다.”


크라이브는 말없이 담배를 입에 물고는 손으로 담뱃불을 지폈다. 공기와 함께 들이시는 연기는 그의 ‘폐부’에 가득히 쌓여간다.


“훌륭한 질문이도다. 이 몸의 개인적인 생각에 관한 것이라면 회답은 그리 어렵지 아니하노라. 이 몸은 스스로가 행하는 일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도다! 정정당당하도다!”

“흡연하는 해골도 놀랍지만, 응답도 경악스럽군요. 아니, 뻔뻔합니다.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자신이 그럴 권리가 있다고 여기는 오만한 자세가 아닙니까.”

“하하하! 그대 말이 맞도다. 지금 그대가 답하고 있지 않은가?”

“뭐를 말입니까?”

“이 몸이 ‘정의’가 아니라는 ‘아니다’라는 사실을 말이도다. 진정히 정의를 행한다면 도와주는 이는 있어도 그를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노라. 허나, 그대는 이 몸을 부정했도다. 그것이 이 몸이 정의가 아니란 증거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이겠는가?”


이건 제법 신선한 충격이었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설마 이렇게도 신랄하게 부정을 인정할 줄이야.


“반대로 이 몸이 그대에게 묻겠노라. 그대는 자신이 정의라고 할 수 있는가?”

“그건······ 모르겠군요. 나름 불살을 행하기는 했는데······ 적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그렇도다. 그것이 이 몸이 하고 싶은 말이도다. 진정한 정의란 없노라. 개개인이 품은 정의의 가치가 다르며 이를 믿는 신념의 깊이가 틀릴지니. 그러니 이 몸의 싸움에 옳고 그름은 없도다. 있는 것은 오직 ‘각오와 각오’, ‘이념과 이념’, ‘신념과 신념’의 대결뿐이도다.”


크라이브는 담배연기를 공중에 내뿜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객관적인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는 모두가 ‘악인’일 것일지니. 언제나 큰 싸움 뒤에 상처를 입는 것은 그 싸움과 관계가 없는 자들의 몫이노라. 그람제일을 보거라. 이 몸과 도마뱀의 싸움은 결과적으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게 만들었도다. 승자도, 패자도 모두 악인일 뿐이노라.”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소설이라면 주인공인 크라이브의 모험은 모두 옳은 것으로 보이게 써졌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판단한다면, 그는 선인이라고 불리기에는 무리가 있는 인물이었다.


“독고자여. 이 정도면 그대의 말에 대한 대답이 되겠는가?”

“뭐, 좋습니다. 대충 당신이 어떤 인물인지 윤곽이 잡혔으니까요. 일단은 수확도 있었고 말이죠.”

“좋군.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 몸의 차례다.”

“예, 좋습니다. 아는 한도 내에서는 답해드리죠.”


크라이브는 담배를 짓이겨 끄며 두개골의 모든 구멍에서 연기를 분출했다.


“용사협회에 대해서 설명하길 바라노라.”

“엄청나게 무게를 잡은 것치고는 꽤나 간소한 질문이군요. 좋습니다. 안 될 것도 없죠. 우선은 용사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독고자는 턱을 매만지며 기억을 끄집어내는 듯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


“어디보자. 저도 자세한 건 잘 모릅니다만, 용사들은 수 천 년 전부터 이미 이 세계에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최초의 마왕이 침략을 하면서부터 다른 세계에서 용사들을 소환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 왜 그런지는 잘 모릅니다. 워낙에 자료도 없고, 전해지는 이야기도 없어서 그때 이야기는 저도 잘 모릅니다. 제가 꽤 오래 있었던 것처럼 보여도 여기 온지 고작 10년 정도거든요.”


크라이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초의 마왕······ 어쩌면 자신일지도 모를 마왕이었다. 그 마왕이 침략을 한 이후로 용사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면, 꽤 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도 엄청난 수의 용사들이 있었겠구나.”

“아, 그건 아닙니다. 이건 확실하게 용사협회에서 교육받아서 압니다. 어느 시대건 용사의 숫자는 한 자릿수를 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용사들의 수가 갑자기 수천으로 불어버린 건 약 60년 전에 있었던 어떤 ‘용사살해자’가 등장한 사건 때문이라고 합니다. 당시에 브라리근 왕국이 발칵 뒤집어졌다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니까 이거 당신이랑 비슷하군요.”

“용사를 죽일 수 있는 자가 이 몸뿐이지는 아니할 것이도다. 무엇보다 이 몸은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노라. 그래서 그 용사살해자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래요? 이건 또 새로운 정보군. 뭐, 좋습니다. 그래서 그 용사살해자를 잡으려고 브라리근 왕국은 용사들을 소환하기 시작했고, 결국은 ‘망자의 허몽’에서 용사살해자를 해치웠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로, 용사들을 소환하는 게 거의 일상이 된거죠.”


작가의말

 이번에는 설명이 많아서 좀 늦었습니다. 징후편은 다음편으로 끝입니다. 그럼 늦게 올려서 죄송하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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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012. 드러나는 진실 (8) 19.07.20 15 0 11쪽
71 012. 드러나는 진실 (7) 19.07.20 11 0 10쪽
70 012. 드러나는 진실 (6) +2 19.07.17 23 2 9쪽
69 012. 드러나는 진실 (5) 19.07.15 22 1 8쪽
68 012. 드러나는 진실 (4) 19.07.14 25 1 7쪽
67 012. 드러나는 진실 (3) 19.07.13 30 1 7쪽
66 012. 드러나는 진실 (2) 19.07.11 27 2 9쪽
65 012. 드러나는 진실 (1) 19.07.09 39 4 9쪽
64 011. GARDEN (8) 19.07.07 32 3 19쪽
63 011. GARDEN (7) 19.07.05 29 1 7쪽
62 011. GARDEN (6) 19.07.03 31 1 7쪽
61 011. GARDEN (5) 19.07.02 45 1 9쪽
60 011. GARDEN (4) +3 19.07.01 32 1 7쪽
59 011. GARDEN (3) 19.06.29 38 1 9쪽
58 011. GARDEN (2) 19.06.26 41 0 7쪽
57 011. GARDEN (1) +1 19.06.24 39 2 9쪽
56 010. 가시밭길 (3) 19.06.23 42 2 7쪽
55 010. 가시밭길 (2) 19.06.22 48 2 7쪽
54 010. 가시밭길 (1) 19.06.19 50 3 7쪽
53 009. 징후 (5) 19.06.17 59 2 11쪽
» 009. 징후 (4) 19.06.17 53 1 8쪽
51 009. 징후 (3) 19.06.14 61 2 9쪽
50 009. 징후 (2) +2 19.06.12 58 2 11쪽
49 009. 징후 (1) 19.06.11 67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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