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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용사전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연재 주기
개복치선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22:45
최근연재일 :
2019.08.22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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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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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011. GARDEN (8)

DUMMY

크라이브는 읽어낸 테오도어의 기억을 담담히 회상했다.


테오도어는 한 마디로 ‘악마’였다. 그가 살고 있던 시대는 ‘근현대의 대전쟁’이 시작되었던 시기에서 그 중심에 서있었던 전쟁국가였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있던 시기의 조국은 시궁창이나 다름없었다. 뱀의 간사한 혀와 타고난 연기를 무기로 삼아 수령의 자리에 오른 이는 가장 먼저 ‘선동’을 시도했다.


‘인종적 오염을 거부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인종차별적 우생학과 극도의 전체주의를 중심으로 펼쳐진 연설은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어쩌면 그의 뛰어난 악마의 재능 덕분인지 모르겠으나, 수많은 국민의 가슴을 열정적으로 뛰게 만들었고 모두가 광기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솥 안에서 익어가는 개구리는 그 뜨거움을 모르듯이, 교묘한 언술에 속은 자들은 스스로의 행위에 부끄러움을 모르고 점차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갈 뿐이다. 결국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을 하던 ‘꿈의 국가’는 ‘세계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테오도어 역시 총수의 선전에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이들 중 하나였다. 그는 일찍이 과학에 뜻을 품고 있었으며 자신의 지식을 국가를 위해 바치기로 결심했다. 그의 충성심을 알아본 당에서는 테오도어의 연구에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었고, 그는 수많은 실험을 통해 많은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인체실험’으로 쌓은 추악한 결과물들을 말이다.



“그대는 타인의 목숨을 연구하며 극악무도한 실험들을 저질렀도다. 그대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으나, 이 몸은 희생자들의 끔찍한 목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노라. 악마 같은 자여, 어찌 인간의 말을 지껄이는가.”


단단히 질린 듯한 크라이브의 목소리에 테오도어는 가소롭다는 듯 고개를 젖히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내 실험들도 구경했나? 멋지지 않나? 너는 인류의 위대한 한 발자국을 본 거다!”


테오도어는 인종차별적인 사상으로 배제된 이들과 전쟁포로들을 수감시킨 수용소를 운영했다. 그곳은 탐구심에 불탔으나 윤리적인 문제로 한계를 느꼈던 그에게 있어 최고의 실험장이었다.


수용소장이 된 테오도어는 수감자들을 피험체로 실험들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생화학 무기에 인간이 견뎌내는 정도’를 실험했으며, 최후에는 ‘사람의 피를 동물의 피로 교환하거나’, ‘죽은 자를 소생시킨다’는 터무니없는 엽기적 실험까지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실험을 통해 실리적인 데이터가 수집되었고, 그렇게 모인 자료들은 ‘인간을 살리기도’, 혹은 ‘인간을 죽이기도’ 하는 형태로 세상에 드러났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내 조국이 패배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원래 세계의 역사에는 내 이름이 적혀있을 거다. 세계의 번영을 이뤄낸 혁신적인 천재과학자로써! 후, 하지만 지금도 그리 나쁘진 않아. 이곳에 온 덕분에 나는 염원하던 초능력을 손에 넣었고, 이 미지의 세계를 새롭게 실험의 무대로 이끌었으니.”


더 이상의 대화를 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겠다. 크라이브는 자세를 낮추며 테오도어에게 돌격할 태세를 갖추었다. 그 모습을 본 테오도어는 유다의 목을 부여잡으며 그를 저지한다.


“으윽.”

“이봐, 움직이지 마라. 이미 싸움은 끝났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 꼬맹이의 목숨은 없다. 순순히 투항해라.”

“확실히 그런 것 같구나. 유다여, 저승에 가거든 이 몸을 원망해도 좋도다. 안심하라, 타협은 절대로 없을지니.”


너무나도 담담한 크라이브의 말에 유다와 테오도어는 동시에 뇌가 정지했다.


“네?”

“뭐?”


이건 계산에 없었다. 원래의 계획이라면 크라이브의 정의감을 이용해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거였는데······ 설마 허점이 있었을 줄이야. 그람제일을 필사적으로 구하는 모습에서 정의감이 넘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건만, 그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었다.


크라이브는 정의가 무엇인지 알며 또한 이를 행할 줄을 안다. 허나, 그 기반은 무시무시한 신념의 칼날이다. 최대한 희생을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의 때에는 주저하지 않고 목표를 이룬다.


그것이 크라이브였다.


“각오를 다지 거라.”


크라이브는 있는 힘껏 자리를 박차고 돌진해왔다. 그의 추진력을 받은 지면은 여러 갈래로 쪼개지며 흩날리고, 내뻗은 손아귀에 들려 있는 미스틸테인은 어느새 테오도어의 목젖까지 뻗어있는 상태였다.


“제기랄!”


테오도어는 욕지기와 함께 초능력을 발동시켰다. 발동된 시뮬레이션 능력은 그를 제 3자의 형태로 상황을 방관하게 만들어주었다.


변질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펼쳐진 것은 죽기 직전의 테오도어 자신의 모습과 ‘목이 잘려나간 뒤의 자신의 모습’이었다.


“나는 ‘승리’했다!”


그가 이 짧은 찰나의 순간을 인지한 것은 그에게 있어서 승리의 바람이자 천운이었다.


이 능력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테오도어 자신이 인지한 상황만이 ‘시작점 A’가 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인지하지 못한다면 능력의 성립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애초에 시작이 없다면 결말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오도어는 성공했다. 목이 달아나는 상황에 맞춰 능력을 발동시킨 것이다. 이제부터는 그의 무대라는 것을 확신하며 테오도어는 결과를 바꾸기 위한 과정들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궤도를 바꾼다.”


테오도어는 실에 매달린 인형을 조작하는 것처럼 손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신체를 조작한다. 그가 최우선적으로 행한 것은 발밑의 돌멩이를 걷어차는 것이었다. 발끝에 맞아 튀어 오른 돌멩이는 미스틸테인의 검면에 적중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목이 잘려나갔던 결과가 변경된 것이었다. 미스틸테인의 궤도는 조금 더 위로 상승하며 그의 콧등부터 머리끝까지를 비스듬히 관통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정도 오차라면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것으로 피한다.”


조금 우스꽝스러운 그림이 되었으나, 미스틸테인에 잘려 죽는 결과는 수정되었다. 아슬아슬하게 그의 얼굴 위를 스쳐지나가게 된 것이었다.


“이제 거리를 벌려야겠지. 하지만 그 전에······ 필요가 없다면 받을 건 받아야겠지.”


테오도어는 유다의 목을 쥔 손에 힘을 주어 비틀었다. 그러자 양 손이 포박된 유다의 목은 ㄱ자로 꺾이고 입가에서 피를 쏟아내는 결과가 나타난다.


“마지막은 몸을 굴려서 이 거리를 회피한다.”


몸을 둥글게 말며 바닥을 뒹구는 테오도어. 최종적으로는 공격을 피하고 유다를 죽이며 동시에 회피까지 성공한 모습이 떠올랐다.


“여기까지인가. 이 능력은 다 좋지만, 운동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모돼.”


시뮬레이션 초능력의 최악의 약점이라면 바로 이것이다. 그저 머리를 굴리거나 제자리에서 손만 몇 번 움직이는 수준의 간단한 동작이라면 별로 제한을 받지 않으나, 이처럼 몸을 격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다.


이처럼 초췌한 인상을 갖게 된 것도 초능력의 여파로, 행동의 한계를 스스로 실험하다 쌓인 피로의 부작용이었다. 그래도 아무려면 어떠랴. 강력한 능력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지 않은가.


“실험은 종료다.”


3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그의 정신이 다시금 육체로 빨려 들어간다. 그가 눈을 떴을 때는 모든 행위가 순식간에 일어난 상태였다.


크라이브의 미스틸테인은 허공을 찢고 있으며, 유다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진다. 결정적으로 테오도어는 바닥에 몸을 낮춘 체 완벽한 회피를 끝마친 상태였다.


“이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라. 다시 능력을 펼치면 영원히 나의 턴이······ 커억!”


테오도어는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그의 목옆에서 뿜어져 나온 핏줄기가 흰 가운을 잔뜩 적셔왔기 때문이다. 거기다 유다를 쥐고 있던 팔의 손목까지 부러져 검붉은 피멍으로 부풀어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이것이 이 몸의 힘이로다. 설마 하찮은 원숭이가 이런 힘을 갖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가, 오만한 자여.”


등골에 소름이 끼치며 그람제일의 사투가 기억났다. 10서클의 경지에 오른 레그가 크라이브와 맞서 싸울 때, 엄청난 고전에 시달리지 않았던가. 어째서인지 강력한 마법의 위력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설마······ 그 파충류가 졌던 것이 이런 이유였었나? 대체 무슨 힘을 숨기고 있는 거냐! 말해라!”


가장 위험하다고 여겼던 것은 얼음을 만들거나, 공간을 끌어들이던 마법도 아닌 정체불명의 힘이라고 생각했건만······ 겉으로 보이지 않는 진짜 위협이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과연 그렇기에 10서클 대마법들을 쉽사리 와해시킨 것이었나.


“그대여, 아둔한 자여. 이 세상에서 ‘자신의 힘’을 ‘적에게 낱낱이 말하는 얼간이’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 생각해보니 한 명 있도다. 그대이지 않은가?”

“이, 이 자식이!”


자신을 비웃는 느낌에 수치심을 받은 테오도어. 그는 인상을 구기며 몸을 일으켰다.


“네놈······ 나의 과정 사이에 ‘개입’을 했겠다! 무슨 능력인지는 자세히 몰라도, 대략적인 윤곽은 잡힌다. 나는 천재니까! 마법이나 초능력을 어느 정도 무시하는 힘이지. 맞지 않나!”

“멍청한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는가.”

“크큭, 멍청한 질문? 그래! 네놈은 그렇게 똑똑해서 동료를 죽게 내버려뒀나? 나는 알고 있다. 네놈은 ‘오른팔’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지. 땅굴을 통해 이 장소에 도달할 때까지 단 한 번도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넌 검을 왼손으로 쥐고 있지 않느냐!”


허나, 그의 추리가 무색하게 크라이브는 오른팔을 들어 불끈 주먹을 쥐어보였다.


“아둔한 자여. 의심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때로는 좋으나, 그것이 너무 강하면 흐름의 물결에 쉽사리 빠져버리는 법이노라. 항상 의심하고 생각하며, 신념과 정의에 맞게 판단하라. 하긴 그대들이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더라면, 전쟁 같은 것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도다. 이 몸은 알 수 있도다. 그대들이 만든 전쟁 뒤에는 영광이 아닌 지독한 절망과 후회가 기다리고 있었으리라는 사실을! 이것은 적국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노라.”


전쟁이란 누구나 피해를 입는 최악의 범죄이며,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절망과 후회다. 또한 수십, 수백, 수천 년이 지날지라도 잊을 수 없는 ‘죄’를 만들어낸다. 이는 전쟁을 모르는 아이들이라고 할지라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굴레다.


테오도어는 자신의 나라가 패배하자마자 자살을 시도해 이곳으로 전송되었다. 그러니 그에게 패전 후의 역사를 알 방도는 없을 테지만, 크라이브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전쟁을 겪은 생존자들은 지독한 후유증에 시달렸을 것이며, 자신도 알 수 없는 사이에 주위에 이끌리게 만드는 ‘분위기의 힘’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혹여나, 범인류적인 정의가 기반인 명분이 있다면 조금 덜할지는 모르겠으나, 그 역시도 가슴 한 구석은 지울 수 없는 멍울이 존재할 것이다.


즉, 언제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국가’이며, 패배하는 것은 ‘전쟁에 관여된 모두’일 뿐이다. 이것은 어느 시대에건 변치 않는 영원한 진리였다.


“또한 한 가지 알아두어라. 이 몸은 같잖은 정의감으로 움직이지 않노라. 범사회적인 윤리와 정의는 지키되, 최우선적으로 두는 것은 ‘신념’일지니! 이 몸은 ‘구할 수 있는 자는 모조리 구하노라’!”

“역시······ 크라이브님!”


테오도어는 이빨을 빠득 깨물었다. 분명히 손에서 뼈마디가 부러지는 느낌이 있었건만, 유다는 멀쩡히 살아있었다. 그는 포박을 푼 체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서 일어서고는 테오도어를 향해 씩-웃어보였다.


“나를 상대로 페이크를 펼치다니!”

“저 역시도 놀랐습니다. 오른팔을 쓰지 못한다는 것도 몰랐지만 말이죠. 하지만 이 모든 게 크라이브님의 큰 그림이었던 거죠! 적을 속이려면 아군을 먼저 속여라! 맞죠? 정말 죽는 줄 알았는데 역시 크라이브님이 저를 버릴 리가 없죠!”

“흐음.”


크라이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오른팔은 아직도 못 사용’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보니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정신력을 불어넣어 움직였을 뿐이다.


그런데 설마 자신의 연기에 끔뻑 속아 넘어가서는 알아서들 오해를 해주다니. 일단은 이 분위기에 탑승하기로 했다.


“몇 수의 앞을 본 거란 말이냐! 큰 걸 먼저 해결하면 작은 것은 알아서 따라오는 법이지만······ 이마저도 실패했으니 플랜변경이다!”


테오도어는 깔끔히 크라이브의 생포를 포기하기로 했다. 이길 수 없는 상대를 상대하며 노력하는 취미는 없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노릴 것은 제 2순위로 두었던 네이브다.


“이 몸이 그대를 보내줄 것 같더냐!”

“흥, 허락 따위는 구하지 않는다! 이게 너희들을 위해 준비한 비밀병기다!”


테오도어의 외침은 새로운 존재를 불러낸다. 벽의 한 면이 통째로 무너지며 ‘몬스터’가 나타난 것이다. 아니, 그것은 몬스터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는 기괴한 생물체였다.


물컹거리는 살덩이들로 이루어진 구역질을 불러일으키는 외모의 몬스터다. 농도가 짙은 스프를 보듯이 괴물이 한 발씩 내딛을 때마다 끈적끈적한 찌꺼기들이 바닥에 묻어나왔다. 특히나 기분 나쁜 것은 괴물의 머리부위였다.


머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공기중에 노출되어 있는 거대한 ‘뇌’였다.


“우욱.”


상상을 초월한 그로테스크함에 유다는 입을 틀어막았다.


“왜? 놀랐나? 하긴 겉모습은 그럴만하지. 끔찍하지 않나? 허나, 이건 내 최고의 자신작이다. 우리 가든(GARDEN)에서는 수세기 동안 마왕을 연구했다. 하지만 마왕을 이 정도까지 복원하는 것에는 성공한 전적이 없었다. 나 테오도어를 제외하고 말이다!”

“쥬······ 드.”

“봐라! 언어능력까지 갖춘 마왕의 모습을! 너희들은 지금 악몽의 부활을 보고 있는 거다!”


물론 완벽한 부활은 아니다. 그저 명령을 알아듣고 그것을 실행하며, 가끔씩 알 수 없는 말들만 중얼거릴 뿐이다.


마왕이 본래 갖고 있던 기억과 인격을 복원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다만 지금은 이런 것까지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크라이브가 그랬던 것처럼 철저하게 속일 뿐이다.


“이번 그람제일의 습격을 주도한 것도 이놈이지. 병사를 직접 지휘하고 키워낸 것이 바로 이놈이란 말이다! 크크큭, 그리고 너희들은 이 놈을 절대로 죽일 수 없다.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구한다고? 눈물 나는 인본주의군! 그렇다면 이 놈들도 구해봐라!”


마왕의 살점에서 종기 같은 것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증식하는 종기들은 저마다 다른 형상들을 이뤄나갔다. 최종적으로 만들어낸 형태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더욱이 끔찍한 사실은 그 얼굴들이 하나하나 ‘인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살려주세요!”

“죽기 싫어!”

“엄마!”

“도와주세요!”


메아리치는 음성들과 흘러넘치는 감정들. 믿기 어려운 사실이지만······


그들은 살아있었다.


“이 무슨 끔찍한 짓이란 말인가!”

“전부······ 살아있어요. 설마!”


테오도어는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 그래. 너희들의 목적일 버파로 마을의 주민들이다. 몬스터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인간을 재료로 삼아 마왕부활을 시도했다. 조금 외모에 하자가 있지만 멋지지 않나? 살아있는 초고대화석의 부활이다.”

“이런 짓을 해서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의미? 의미라면 충분히 있지. 지나간 역사를 알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마왕의 지식과 힘을 연구한다면, 이 세계는 좀 더 완벽한 ‘화원’으로 변할 거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가든의 궁극적인 목적! ‘이 세상을 우리가 꾸미고, 우리가 가꾸고, 우리가 관찰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유토피아’다!”


열띤 선전과 반대로 크라이브의 반응은 더없이 차가웠다.


“그대여. 인간 이하이면서 인간의 말을 지껄이지 마라. 당장 이 자리에서 죽여 버리는 수가 있도다.”


싸늘한 기운에 테오도어는 자동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크라이브는 레그 때 보인 분노를 뛰어넘은 상태였다. 이 느낌을 말로 표현한다면 오장육부가 찢겨져나가는 비참한 기분이다.


그런 크라이브의 심정을 모르는 테오도어는 이 기회를 틈타 시뮬레이션으로 최상층까지 도주하는 결과를 도출했다. 그러나 능력을 발동시키는 때를 맞춰 크라이브가 미스틸테인을 휘둘러왔다.


다만, 그 때 뻗어 나온 마왕의 손아귀에 불발로 끝났지만 말이다. 차마 저런 상태라도 살아있는 인간들을 벨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했다! 마왕! 하하! 시간을 끌어라! 놈들을 처리할 수 있다면 처리해도 좋다!”


비겁하게 자리를 빼는 테오도어를 향해 크라이브는 매서운 경고를 날렸다.


“그대는······ 편하게는 죽지 못할 것이도다. 이 몸의 이름을 걸고서 맹세하마. 그러니······.”



기다려라.



테오도어는 겁에 질린 창백한 얼굴로 순식간에 최상층으로 이동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음 타깃을 떠나는 그의 뒤로, 비통한 피해자들의 외침만이 곡소리를 만들어낸다.


주범자가 사라지고, 마왕과 함께 최하층에 남겨진 크라이브 일행. 유례가 없는 난감함에 맞서 크라이브는 지혜를 짜내는 중이었다.


“크라이브님. 어떻게 하죠?”

“지금 생각 중이노라. 그러니······.”


그 순간, 마왕이 뇌를 붙잡고 괴성을 내질렀다. 무엇인가가 그를 자극한 것인지는 그 뒤의 뚜렷한 육성이 명확히 알려주었다.


“크라······ 이브! 크라이브으으으! 쥬으으으으드!”


마왕은 울부짖으며 바닥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자욱한 흙먼지가 공간을 가득히 메우고, 그 속에서는 위대한 존재가 태어난다. 테오도어가 이 장면을 봤다면 틀림없이 기쁨에 몸서리쳤으리라.


살덩이들은 단단한 근육으로 뭉쳐졌으며, 키는 2미터에 육박하는 장신의 형태였다. 거대한 뇌는 크기가 줄어들어 갈비뼈로 만들어진 보호구 안에 들어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외피를 지키는 것은 뼈로 만들어진 갑옷이며, 그 갑옷 안에는 절대적인 비호를 약속하는 버파로 마을사람들의 얼굴이 주렁주렁 박혀있다. 함부로 공격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비겁하면서도 위압적인 형태였다.


“크라이브 쥬드!”



마왕이 탄생했다.


작가의말

 다음으로 나눌까 싶다가 그냥 한 곳에 합쳤습니다. 여기서 가든 9를 만드는 건 너무 길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길다면 죄송합니다. 다음 편의 소제목은 ‘마왕부활’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쨔잔 소제목이 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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