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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용사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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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개복치선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22:45
최근연재일 :
2019.08.22 01:04
연재수 :
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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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61
글자수 :
387,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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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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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12. 드러나는 진실 (8)

DUMMY

그 위로의 말은 마왕의 육신을 이루는 이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이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더 생각하다니, 그 마음가짐만큼은 진정으로 용사에 어울리는 자였다.


“가족이 있습니다. 살고 싶어요!”

“살려주세요!”

“제발!”


독고자는 바닥을 흠뻑 적실 정도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사람들의 곡소리가 맞물려 그의 과거를 불러 일으켰다.


무협세계에서 뒷골목을 전전하며 생존만을 생각했던 힘든 시기. 그 시기에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자가 있었다. 그녀가 바로 자신의 사부가 되는 사람이었다.


당시 어떠한 연유로 파문을 당했던 사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치료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외모에 한 눈에 반했던 독고자는 스스로 자처해 제자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렇게 사부에게서 의술과 그리 깊지 않은 무공을 배우던 어느 날. 무림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일선에서 물러서 있던 ‘은둔고수’였던 사부에게까지 그 영향이 오게 되었다. 허나, 그녀는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고 결국 많은 이들의 잠재적 적이 되어버렸다.


그로 인해 발생될 참극은 예견된 것이었다. 다만, 그 문제가 자신일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독고자는 사부를 적대시했던 이들에 의해 붙잡혔고, 그를 구하러 온 사부는 죽음을 강요받았다. 한낱 외부인이 뭐가 그리 중요한 목숨이라는 것인지, 사부는 망설임 없이 목을 베어 자결하며 독고자를 살렸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해서는 안 돼. 이게 내 마지막 가르침······ 이야.’


이날부로, 독고자는 불살의 신조를 지키며 살아왔다.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자신이 사랑했던 사부의 최후가 언제나 살인을 못하도록 막아왔다. 피치 못하게 생명을 빼앗아야할 때도, 빼앗는 것이 전적으로 옳다고 느끼는 때에도 그녀의 최후가 떠올랐다.


이것이 독고자가 정신병자 수준으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지 않는 이유였다. 사부의 망령이 족쇄처럼 그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아아! 절대로! 죽게 하지 않아!”


하지만 독고자의 바램과는 별개로 대검은 점차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심장까지 고작 종이 한 장의 거리가 남은 상황, 독고자는 자신의 마지막을 예상했다.


‘사람을 구하다가 죽다니, 그 스승에 그 제자구만. 그래도 죽어서 볼 낯은 있겠어.’


모든 것을 포기하며 독고자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마왕의 대검은 예상과 다르게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뭐야?”


고개를 든 그의 눈앞에는 마왕의 양팔에 붙어있는 사람들의 찡그린 표정들이 들어왔다. 하나 같이 무거운 것을 들고 있는 것처럼 괴로운 얼굴들이었다.


“우, 우리들이 붙잡고 있을 동안에 도망치세요!”

“얼마 못 버텨요!”


이변이었다. 무력하게 도와달라고만 외쳐대던 이들이 마왕의 움직임을 억제하고 있었다.


독고자는 이틈을 놓치지 않고서 몸을 굴려 마왕과 거리를 벌렸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마왕도 놀랐는지 이빨을 드러내며 포효를 내질렀다.


“왜냐! 왜 움직이지 않는 거냐! 왜 내 사랑을 거부하는 거냐! 다 죽고 싶은 거냐!”


마왕은 부들거리는 손으로 팔에 돋아난 얼굴 하나를 뜯어내버렸다. 이에 놀란 이들이 비명을 내질렀으나, 마왕의 양 팔은 아직도 쇳덩어리를 매단 듯이 무거웠다.


“무슨 짓이야! 다 죽고 싶은 거야?”

“그만둬!”

“나는 살고 싶다고!”


패닉 상태에 빠진 사람들의 목소리. 그러나 이들을 단숨에 잠재우는 이가 있었다.


“모두들 그만들 하게. 자네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지 않은가. 더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들을 말일세.”

“여, 영주님.”


가슴팍에 달려 있는 중년 남성의 얼굴. 그는 이 버파로 마을의 영주인 젠하이트였다.


“우리가 실험재료로 사용될 때, 이미 우리들은 죽은 상태였네. 온 몸이 갈려서 고깃덩어리가 되는 경험을 이미 하지 않았는가. 한 번 죽은 자가 삶에 미련을 갖는 것만큼 미련한 일은 없네.”

“그게 무슨! 왜 안 돼! 살아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네가 지금 와서도 영주인줄 아냐! 남의 생명을 함부로 말하지 말란 말이야!”


젠하이트의 말에 반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으나, 그에게 찬성하는 이들도 결코 적지 않았다.


“영주님 말이 옳습니다. 저는 어깨에 달려있어서 주위가 잘 보입니다. 제 가족들이 쓰러져 있습니다. 모두 이 녀석 때문이죠? 저는 가족들을 상처 입히면서까지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더는 못 보겠습니다. 저희들 때문에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가는 모습에 이제 지쳤습니다. 저분이 저희들을 위해서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까 부끄러울 뿐입니다.”


푸념과 성찰이 섞인 고백들은 점차 마왕의 몸을 잡아두는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거부의 의사를 밝혔으나,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거기 계신 분. 그렇게 드문 복장을 하는 이는 용사님 밖에 본적이 없습니다. 용사님이십니까?”

“예. 뭐, 일단은.”


독고자의 말에 젠하이트는 미소를 지었다.


“저희들을 위해서 힘을 써주시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처음에는 살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졌습니다. 용사님.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습니다. 부디 저희들을 죽여주십시오.”

“웃기지마! 무슨 소리야!”

“영감탱이가! 미쳤어?!”

쏟아지는 비난. 하지만 그를 옹호하는 이들의 수가 더 많았다.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켜서 살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그리고 우리가 원래대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이반신이시여. 버파로 마을의 사람들 모두가 잘 살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다들 그만해. 당신네들도 다 들었을 거 아니야. 이 놈이 살아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다 죽는다고!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제는 각오를 다져야 할 때야.”


뼈를 때리는 진심이 담긴 설득들은 점차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독불장군처럼 있던 자들도 점차 분위기에 녹아들며, 체념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의 마음이 한 곳으로 모아졌을 때, 젠하이트는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다들 어른으로써 부끄럽지 않나? 지금까지 우리들은 어린애처럼 굴었네. 전혀 상관없는 우리들을 위해서 저런 상처를 입은 용사님을 보게. 만약에 다른 이들이 봤다면, 이기적이고 역겨운 우리들의 모습에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었을 걸세. 자, 이제부터는 어른이 될 시간일세. 모두들 있어야할 곳으로 돌아가세. 적어도 이 최후를 지켜보며 가슴 아파할 사랑하는 이들이 없다는 건 다행이지 않은가? 그럼······ 모두 안녕일세!”


독고자는 자신의 심장이 뜨겁게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는 과거 자신의 사부를 잃었을 때의 심정과 비슷했다. 아니, 그보다 더 뜨거웠다. 의무감이, 용기의 불꽃이 식어버린 그의 심장을 다시금 뛰게 만든 것이다.



지금, 영혼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얼간이들! 왜 내 사랑을 거부하나!”

“더 이상은 버, 버틸 수가 없다!”

“놈이 움직인다!”


육신의 속박을 물리치고 마왕은 통제권을 되찾았다. 결국은 육신을 이루는 파츠에 불가했을 뿐, 머리를 이길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해골. 당신이 옳았습니다. 인간에게는 위대함이 있다! 그리고 생명에는 가치차등이 존재한다! 인간의 훌륭함은 그 가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고자는 검을 하늘 높이 집어던졌다. 단숨에 구름까지 뚫고 들어간 검은 먹구름을 불러들이며 번개를 내리쳤다. 그 번개를 붙잡은 독고자는 마왕의 대검을 튕겨 버리며 중얼거렸다.


“비천뇌절검(悲天雷絶儉).”


번개처럼 내리친 검을 빙글 돌리며 독고자는 숨을 들이마셨다. 하늘이 흘리는 빗물을 따라 독고자의 눈에서도 눈물이 쏟아졌으나, 저 번과는 다르게 어쩐지 빗물이 차갑지 않았다.


독고자는 단전에서 모든 기운을 끌어내 왼팔에 모았다. 크라이브의 일전 이후로, 지금껏 소모한 기를 충전하지 못했기에 상태는 엉망진창이다. 솔직히 말하면, 비천련공(悲天戀功)을 펼쳐낼 기운도 없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것이지? 살아생전에 이 만큼이나 자신에게 충실했던 적은 없었다.


독고자의 머리가 새하얗게 변색되기 시작했다. 이는 모자란 기를 ‘선천진기(先天眞氣)’로부터 끌어와 대체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이 뒤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폐인이 될지도, 심하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게 뭐 어쨌다는 것이지?


“나의 용사를 ‘심판’해봐라, 마왕! 각오는 되어있겠지? 나는 되어있다! 비천련공(悲天戀功) 오의, 비천통렬장(悲天痛烈掌)!”


마왕을 향해 손바닥을 내뻗는다. 그의 손바닥과 마왕의 육신이 만났을 때, 독고자는 눈을 찌푸렸다. 머릿속에서 사부가 마지막으로 내뱉었던 유언이 메아리치며, 그녀의 최후가 마왕에게 겹쳤다.


이에 독고자는 후련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사랑했다.”


독고자의 손이 마왕의 몸을 뚫었다. 뇌가 녹아내리는 고통 속에 마왕은 대검을 휘둘러 독고자의 팔을 잘라냈다. 허나, 마왕의 대검은 허공을 갈라 대지에 박힐 뿐, 어떠한 것도 잘라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팔을 잘라낸 것은 독고자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이건 제 속죄입니다. 모두들······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랍니다.”


비천통렬장은 손바닥으로 장력을 내뿜으며, 몸 안에서 비천파천련공(悲天破天戀功)을 폭발시키는 오의 중의 오의였다.


마왕의 몸은 삽시간에 부풀어 오르며, 온 몸에서 빛을 뿜었다.


“크, 크라이브! 쥬드!”


빛은 구체를 형성하며 주위의 모든 것을 흡수해 크기를 키워나간다. 쓰러진 다른 이들마저 휘말릴까 독고자는 서둘러 움직이려고 했으나, 육체는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한계인 것 같군.”


입에서 피를 쏟아내며 독고자는 무릎을 꿇었다. 자신을 덮쳐오는 비천파천련공을 바라보며 그는 희미하게 웃었다.


“뭐, 그래도 여기서 죽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죠. 전 할 거 다했으니까, 이젠 일 좀 하시죠?”

“수고했도다.”


동굴을 울리는 근엄한 목소리의 주인은 크라이브였다. 그는 넋능력을 담은 미스틸테인을 비천파천련공의 구체에 집어던졌다.


그의 넋능력이 담긴 정신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한계를 모르고 커가던 구체는 점차 줄어들며 사그라졌다.


“괜찮은가?”

“괜찮아 보입니까? 하하, 생각보다 상태가 좋은 모양이군. 저는 지쳤으니 조금 쉬겠습니다. 나머지는······ 일어나서······.”


독고자는 고개부터 바닥에 고꾸라지며 정신을 잃었다. 크라이브는 그런 독고자를 제대로 눕힌 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구름이 사라지며 그 사이로 얼굴을 드러낸 해가 모두를 포근히 감쌌다.


작가의말

 분량이 너무 길어서 나눴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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