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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용사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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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개복치선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22:45
최근연재일 :
2019.09.16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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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
글자수 :
43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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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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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016. Z, 보스레이드 (6)

DUMMY

“임마······ 조심하라니까.”


윌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자신의 눈앞에는 반쯤 얼어붙은 형, 엘이 있었다.


엘은 희생한 것이다. 동생이 죽기 직전 공간을 뛰어넘어 그를 밀쳐내고 대신 공격을 받아냈다. 다만, 제라스는 일격필살을 노리는 스타일인 만큼 엘의 생존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혀, 혀어어어어어엉! 미안해! 나 때문에! 내, 내가 치료해줄게!”

“윌······ 됐어. 다친 곳은 없냐? 네가 안 다쳤으면······ 그걸로 충분해.”


밤송이처럼 솟아난 얼음기둥에 반신이 갇힌 엘의 눈은 초점이 흐려져 있었다. 윌은 형과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눈치 챘으면서도 애써 그것을 부정했다.


“윌······ 아직이야. 싸움······ 안 끝났어. 집중해.”

“싸울 생각 없어! 형이 먼저야!”


윌은 눈물을 폭포처럼 떨어뜨리며 형의 상체를 붙잡았다. 엘은 희미하게 웃더니 마지막 힘을 다해 윌의 멱살을 붙잡았다.


“윌! 형이 말하잖아······! 놈이 살아있어. 빈틈을 보이지 말란 말이야!”


화광반조라고 했던가. 분명 최후를 앞둔 이의 눈빛이었음에도, 이 마지막의 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불타올랐다. 그 안에 있는 것은 집념을 놓지 않는 숭고한 인간의 영혼이다.


“나는 틀렸어. 이제 믿을 건 너 하나 뿐이야. 그런데 임마! 네가 그렇게 멍청하게 있으면······ 안심하고 죽을 수 있겠냐!”

“무슨 소리야! 형이 왜 죽어! 내가 그렇게 안 만들어!”

“똑똑히 봐라, 윌.”


윌은 엘의 육신을 쳐다봤다. 얼음기둥과 연결된 부위로부터 얼음들이 점차 엘의 상체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내 몸은 내가 더 잘 알아. 난 곧 죽는다. 그러니까 이젠 네가 정신 좀 차려야 해, 임마.”


윌과 엘의 옆으로 보라색의 장막이 펼쳐졌다. 이것은 엘이 마지막 힘을 짜내 만들어놓은 아공간이었다.


펼쳐놓은 아공간 속으로 나뭇가지처럼 뻗쳐나가는 뇌전의 빛이 빨려들어 간다. 그 공격의 주인공은 당연히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던 제라스였다.


“죽기 전에 발악을 하는군, 하고 싶은 건 다하고 갈건가보지? 정말 눈물겨운 형제애야. 내가 한 번에 같은 곳으로 보내줄 수 있었는데, 정말 아쉽군.”


형제의 마지막 장면을 신랄하게 비아냥거리며 비꼬았다. 그렇지만 정작 본인의 마음속에서는 불쾌한 불안감이 소용돌이 쳤다.


제라스는 비현실적인 것을 믿지 않는다. 운명과 행운, 기적은 그 중에서도 제일 싫어하는 말이다. 모든 것은 개인의 힘과 철저한 인과관계로 나타나고 변화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크라이브 만큼이나 맹목적인 믿음이 있다.


그 이유는 실제로 인간의 가능성을 목격해왔으며, 자신이 ‘그 주인공’이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단언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각성해버린 인간은······ 모든 가치와 법칙을 뛰어넘는 위대함을 갖추게 된다.


“젠장! 저 자식이!”

“윌······. 총탄을······ 내 손에 올려줘.”


이 상황에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싶었지만, 윌은 형의 각오를 읽었다. 그는 뭔가를 결심한 모습이었다.


실린더에서 탄알 하나를 뽑아낸 윌은 형의 손바닥에 그것을 올려두었다. 엘은 희미하게 웃으며 총알을 꽉 부여잡았다.


“임마······ 웃어라, 좀.”

“형······.”


지금도 이 순간에도 제라스의 공격은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둘을 제거해버리겠다는 의지 덕분인지, 아니면 엘이 죽어가기 때문인지 형제를 보호하던 아공간의 장막은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임마, 윌. 넌 최고야. 그건 내가 인정했어! 그리고 그런 네가 내 동생이었다는 것······. 너와 함께 여행한 모든 시간이 내겐 최고의 보물이야. 그러니까 내 보물을 더럽히지 마. 알겠어? 네가 증명하는 거야. 내 보물이 최고라는 걸 말이야. 어때? 지킬 수 있겠어?”

“형······ 안 돼. 나는 할 수 없어. 어떻게 나 혼자서 살 수 있겠어! 그냥 이곳에서 살아가는 게 옳았던 거라고! 괜히 와서는······ 이런 개죽음이라니!”

“······.”

“형?”


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동생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가슴까지 차오른 냉기에 심장이 얼어버렸기 때문이다. 동생을 끔찍이도 아꼈던 형의 숭고한 최후였다.


“형! 안 돼! 일어나아아!”


다급한 외침은 부서지는 장막과 그들을 덮친 섬광의 폭음으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C랭크 투기, ‘번개보다 빠르게’.”


번개의 기운을 만들어내는 원력-[뇌점]과 원력-[집속]의 복합적인 운용으로 빚어내는 투기, ‘번개보다 빠르게’는 번개를 창처럼 만들어 집속과 함께 뿜어내는 정신력 유저들만의 기술이다.


번개의 이미지가 갖춘 ‘최속’에 모든 것을 ‘관통’하는 원력을 더해 내던지는 뇌전의 투창은 온갖 물리법칙을 무시하며 스치는 모든 것을 폭발시켜버린다.


쿠콰과아아앙!


어찌나 공격이 강력했던지, 폭발은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형제들과 제라스가 있던 객실뿐만 아니라, 양옆의 칸들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다.


“해치웠나?”


제라스는 중얼거렸다. 모든 것이 잠잠해진 지금, 그의 눈앞에 비치는 것은 깨끗하게 벽과 천장이 날아가 버린 전철의 모습이었다.


바로 앞에 있던 전철의 최선두 역시 바닥만이 있을 뿐, 기관실까지 깨끗이 날아간 상태였다. 바닥을 가득채운 타버린 시체더미들은 내달리는 전철의 속도에 못 이겨 밖으로 떨어져 바퀴에 갈려나간다.


자욱한 검은 연기를 쓸어버리는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며 제라스는 개운한 표정으로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우욱······.”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람들의 시체 속에서 꿈틀거리는 존재가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검게 그을린 살갗과 함께 피투성이가 된 윌이었다.


“형······.”


바닥에서 조각조각 흩어져 굴러다니는 형이었던 파편들을 부여잡으며 윌은 울부짖었다. 이미 전투를 하겠다는 의지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아끼고 숨겨두었던 투기를 보여줬다. 비밀엄수를 위해서라도 확실히 저세상으로 보내주마.”


정신을 못 차린 듯이 보이는 윌을 지금 제거하자고 제라스는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다. 윌은 굴러다니는 탄알을 주워 권총에 넣은 다음 자신의 머리를 향해 겨냥했다.


“더는 살아갈 필요가 없어. 미안해, 형.”


그 총알은 형에게 주었던 것이었다. 형의 마지막 유품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으로도 나쁘지 않은 최후라고 할 수 있겠지.


윌은 미련 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탕-하는 소리와 함께 힘없이 몸은 무너진다.


“아무래도······ 내가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군. 스스로의 목숨을 포기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 너희들은 가능성을 갖기에는 격이 낮았던 거다.”


하지만 정말 힘겨운 싸움이었다. 이렇게나 자신을 몰아붙인 용사는 두 형제가 최초였다. 결과적으로야 승리를 한 형세가 되었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정신력을 많이 소모했다는 것이다.


‘정신력이 부족해. 투기를 쓰지 않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르겠군. 이래서야 2번 정도의 싸움이 한계다. 무리하면 3번 정도인가. 거기다 심적인 피로까지 심하다. 기세에 너무 눌렸어.’


싸움의 횟수는 두 형제의 레벨에 맞춘 것이다. 이번 싸움은 그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다. 얕보았던 용사들의 수준을 몇 배로 정정할 정도로 말이다.


“조종실을 잃었으니 곧 전철은 멈추겠지. 그때까지는 조금 쉬는 게 좋······ 아니?!”


제라스는 주황색의 정신력을 다시 이끌어냈다. 자살한 줄 알았던 윌이 하늘을 향해 꼿꼿이 목을 세운체로 ‘서있었다’.


‘위장했던 건가? 아니, 그럴 거면 기습을 위해 기다렸을 거다. 대체 뭐냐?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냐!’


혼란스러운 상황을 대변하듯 윌은 입을 열었다.


“형······ 고마워. 죽는 그 순간마저 나를 위했던 거야. 모든 걸 예상했고, 나에게 모든 것을 걸었어. 그런데도 나는 꼴사납게 포기하려고 했어. 미안해, 형. 그리고 고마워. 형의 모든 것을 넘겨받은 지금은 확실히 알 수 있어! 느껴져, 형의 마음이! 형의 기억이! 나를 이끌어주고 있어!”


윌은 천천히 고개를 내려 제라스를 노려봤다. 그의 눈동자는 적색에서 보라색으로 변해있었다. 거기에 더해 서클렌즈를 낀 것처럼 눈동자에 새겨진 십자가의 ‘성흔’은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형은 나와 하나가 됐다. 마음이······ 말이야.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있어. ‘널 죽이라’고 말이지.”


윌의 말이 끝나는 것과 함께 달리던 전철이 멈췄다. 아니, 멈춘 것이 아니다. 레일 위로 ‘떠오른 것’이다.


“설마 하던 일이 일어났다는 건가! 네녀석도 갖추고 있었단 말이냐! 인간의 가능성을!”


엘이 남겨준 것은 그냥 총알이 아니었다. 그는 사력을 다해 최후의 능력을 총알 속에 담았다.


‘자신의 마음과 모든 기억, 그리고 능력을 연결한 공간’을 말이다. 이것은 어처구니 없게도, 엘이 자신의 사후 뒤, 윌이 자살을 택할 것마저도 ‘예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윌은 형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던 철없는 동생이 아니다. 형의 유지와 능력을 이어받아 각성한······


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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