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용사전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연재 주기
개복치선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22:45
최근연재일 :
2019.09.16 23:2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14,898
추천수 :
394
글자수 :
431,602

작성
19.08.27 00:21
조회
22
추천
1
글자
8쪽

017. Z, 과거를 걷다 (2)

DUMMY

제라스는 크라이브와 순식간에 거리를 벌리고 자세를 취했다. 허나, 전투태세를 취하는 제라스와 달리 크라이브는 검을 아래로 향한 체 전혀 다른 곳만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국왕과 왕비가 있는 곳이었다.


“어딜 보고 있나? 응? 저기는······.”


꿈속의 제라스도 그의 시선의 끝에 국부와 국모가 있음을 확인하고서는 전투태세를 잠시 거두었다.


“왜 그러지? 부모님 얼굴이라도 그리워졌나? 아, 맞아. 넌 내놓은 자식이었지? 그것도 '천한 여자' 밑에서 태어나, '버려진 자식'말이야. 그래, 어머니는 좀 괜찮은 거 같냐?”

“······.”


성심성의껏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제라스의 모욕에도 크라이브는 눈도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군. 그럼 다른 이야기나 해볼까? 무슨 염치로 다시 나타난 거냐?”


둘의 재회는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 만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어떠한 감상도 존재치 않는다.


쫓겨나기 전의 왕궁에서조차 크라이브는 특별한 취급이었다. 당연히 둘 사이에는 어떠한 감정도 싹틔우지 않았으며, 공유할 수 있는 추억거리도 없었다. 그저 저런 녀석이 있었다, 이 정도 뿐의 관계였다.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는 알고 있나? 너에게는 자격이 없다. 이 영광스러운 자리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다.”

“뭐?”

“어머니를 한 번 뵙고 싶었을 뿐이도다.”


크라이브는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떴다. 이제 그의 호박석의 눈동자가 담고 있는 것은 제라스였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투명한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의 과거 모습에 제라스는 혀를 찼다. 실로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과거의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은 말이다.


우선 한 마디로, 본인 스스로가 객관적인 진찰을 내리자면 제라스는 ‘추남’이었다.


얼굴의 피부는 뒤집어졌으며 태양에 노출돼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이빨은 정갈하지 못해 아귀처럼 들쭉날쭉 나있고, 보기흉한 흉터들이 얼굴에 먹칠처럼 덕지덕지 붙어있다. 그런데 여기에 몸집까지 크다보니 그 분위기가 정말 자비가 없었다.


아마도 왕자가 아니었으면 산적이라도 되었을 것이다. 그거 외에는 도저히 방도가 생기기 않는 외모였기 때문이다. 관상에는 재주가 없지만 자기비하를 섞어서 객관적인 시점으로 이야기를 해본다면, ‘정말로 사회에 불만이 많은 얼굴’이었다.


‘사실 크라이브의 육체를 얻은 것에는 외모도 한몫을 했었지. 잘생기긴 했거든.’


못생긴 사람들은 알 거다. 이거 굉장히 스트레스 받는 부분이다.


“말투 한 번 특이하군. 자기 신분이 원래는 왕자라는 걸 그렇게도 알리고 싶었냐?”

“그런가? 별로 생각해본 적은 없도다. 누군가가 이 몸에게 가르쳐 주었노라. 상황이 어떻게 되었던 이 몸을 ”

“은근히 짜증나는 녀석이군. 뭐, 좋아.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넌 여기서 죽을 거야. 나하고 지금까지 싸웠던 놈들이 모두 어떻게 됐는지는 알고 있나?”

“그 싸움을 봤노라. 일방적인 폭력이었으며, ‘학살’이었도다.”


이 투기장의 규칙은 간단했다.


첫 째, 오로지 신사들만 출전할 수 있다. 전투는 예선전을 통과한 본선진출자들에 한해 1대 1의 토너먼트를 기본으로 한다.


둘 째, 모든 무기와 공격기를 허용한다. 단,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입혀서는 절대 안 된다.


셋 째, 전투의 승패는 한 쪽이 항복을 선언하거나, 기권, 혹은 ‘사망’할 경우를 패배로 인정한다.


즉, 굳이 피를 볼 필요가 없이 결판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제라스의 성격은 누구나 알다시피 ‘겁’이 많아 ‘조심성’이 특히나 많은 타입이었다. 이 때의 자신이 신분적으로나 실력으로나 부족함이 없어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는 때였다고는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 잘 봤군. 나하고 싸웠던 놈들은 하나 같이 관에 들어가 있다. 아무리 네가 버린 자식이라고는 해도 같은 피를 나눈 왕가의 핏줄이다. 너만큼은 죽이고 싶지 않군. 이것이 내가 용사로써 베풀 수 있는 용서의 미덕이 될 것이다.”

“용서? 미덕? 누가 누구를 용서하며, 누가 누구에게 용서를 빈단 말인가?”

“······ 뭐?”


시작됐다. 크라이브 특유의 말로 패주기가 말이다. 저게 한 번 시동이 걸리게 되면 어느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이 투기장의 규칙으로는 상대의 목숨을 빼앗을 필요가 전혀 없었노라. 심지어 몇몇은 그대의 권력과 힘이 두려워 항복을 요구했도다. 허나, 그들에게 내려진 것은 용서의 미덕이 아닌 살인의 미학이지 않았는가? 그대의 검에는 어떠한 뜻도 담겨있지 않았도다.”

“무슨 개소리를 그렇게 신박하게 늘여놓는 거냐? 이 대회가 왜 개최되었는지 모르가보군. 이건 이반신님에게, 여기에 있는 모든 백성들에게 자신이 용사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공표하는 영광스러운 자리란 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싸워야지!”

“어리석은 자여. 이 싸움의 상대는 그대가 품어야할 백성들이었도다. 거기다 이 세계의 어떤 영광스러운 자리에 피가 함께 한단 말인가? 용사란 무릇 사람을 구하고 세계를 구하는 자라고 들었도다. 피를 탐하는 자가 어찌 용사가 될 수 있는 그릇이겠는가?”

“뭐······? 짜증이 나려고 하는군.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대놓고 말해라!”


크라이브는 제라스를 향해 양날검의 끝을 겨누며 외쳤다. 그의 목소리 하나가 이 자리에 모인 수백명의 목소리를 단숨에 압도한다.


“용사의 싸움이란 인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어야만 하노라! 용사의 행동이란 하나하나에 신념이 있어야만하며 절대로 그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될지니! 묻겠노라, 제라스여. 그대는 각오가 되어있는가? 이 몸은 되어 있도다.”

“헛소리를 화려하게도 지껄이는군. 벌써 용사가 된 거 같나? 자신에게 취했냐? 하하, 어이가 없군. 그러는 너도 수많은 상대들을 꺾으면서 올라왔을 거다. 네 손은 깨끗하냐? 이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오면서 설마 사람을 상대로 살인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는 하지 않겠지? 아니면 그 세치 혀로 상대를 죽여 왔나?”

“이 몸은 지금껏 단 한 명의 상대도 죽이지 않았도다.”

“뭐? 그건 또 무슨······.”


사실이었다. 크라이브는 이 투기장에서 만큼은 상대가 누구였던, 어떤 전투를 펼쳤건 죽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의 신념에 부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몸이 지금까지 한 번도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도다. 물론, 이 몸도 역시 살인을 저질렀도다. 단, 그것은 신념에 기반을 둔 행동이었으며 그로 인한 결과를 회피하지 않았노라. 그러니, 그대에게 묻고 있는 것이도다. 그대의 행위에 책임을 질 각오가 되었는가?”

“뭐냐? 어차피 너도 살인을 했다는 거 아니야! 생명존엄설이라도 펼칠 생각인가? 전사에게 있어서 생명을 빼앗는 것은 평생의 업이자 숙명이란 말이다! 거기에 신념을 집어넣는다고? 웃기지 마라! 죽이거나 죽거나 뿐이다.”


이해하기 힘든 깊이의 수수께끼 같은 크라이브의 말솜씨. 화가 난 건 제라스만이 아니었다. 그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사람들도 제라스를 옹호하며 크라이브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단지 싸움을 보기 위해 왔을 뿐, 설교를 듣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잔말 말고 붙자. 여기의 모두가 그것을 원하고 있다. 아니······ 네 죽음을 원하고 있지!”


꿈속의 자신을 제라스는 진심으로 가여워했다. 그는 이 뒤에 일어날 참극을 잘 알고 있었다.


“······알겠노라.”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2019.08.31. 오전 01:42 - 추가


 부모님 안부 내용이 들어가는 편이 더 좋을 거 같아서 추가했습니다. 사실 뒷부분에 부모님 안부 이야기가 나오는데 넣는 거 깜빡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사전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019.09.11~2019.09.15 추석기간 동안은 휴재입니다 19.09.11 5 0 -
공지 공지(그람제일 파트 안 보신 분) +1 19.08.08 59 0 -
공지 ※수정공지(내용있음)※ - 지금부터 일주일간 수정에 들어가겠습니다. 19.07.21 29 0 -
공지 ※ 필독 - 이 작품 눌러서 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19.06.11 117 0 -
공지 ※ (보시면 이해가 되는 안) 짧은 설정집 - 정신력 편 19.06.08 135 0 -
공지 일반연재 신청 넣었습니다! 그리고 연재 일자 19.05.21 59 0 -
공지 (필독)안녕하세요! 공모전 마감이 끝나고서 연재에 대해서입니다! 19.05.13 110 0 -
97 017. Z, 과거를 걷다 2 (5) 19.09.16 9 1 9쪽
96 017. Z, 과거를 걷다 2 (4) 19.09.10 16 1 8쪽
95 017. Z, 과거를 걷다 2 (3) 19.09.09 16 1 7쪽
94 017. Z, 과거를 걷다 2 (2) 19.09.07 22 1 9쪽
93 017. Z, 과거를 걷다 2 (1) 19.09.05 21 1 9쪽
92 017. Z, 과거를 걷다 (5) 19.09.03 19 2 7쪽
91 017. Z, 과거를 걷다 (4) 19.08.30 22 1 8쪽
90 017. Z, 과거를 걷다 (3) 19.08.28 20 1 10쪽
» 017. Z, 과거를 걷다 (2) 19.08.27 23 1 8쪽
88 017. Z, 과거를 걷다 (1) 19.08.25 24 1 7쪽
87 016. Z, 보스레이드 (8) 19.08.25 25 2 11쪽
86 016. Z, 보스레이드 (7) 19.08.22 25 1 8쪽
85 016. Z, 보스레이드 (6) 19.08.19 25 1 10쪽
84 016. Z, 보스레이드 (5) 19.08.18 30 1 12쪽
83 016. Z, 보스레이드 (4) 19.08.16 30 1 7쪽
82 016. Z, 보스레이드 (3) 19.08.14 26 2 7쪽
81 016. Z, 보스레이드 (2) 19.08.12 33 2 9쪽
80 016. Z, 보스레이드 (1) 19.08.11 35 3 7쪽
79 015. 용사협회, Z를 노린다...! (3) 19.08.10 30 2 8쪽
78 015. 용사협회, Z를 노린다...! (2) 19.08.08 35 2 9쪽
77 015. 용사협회, Z를 노린다...! (1) 19.08.05 44 2 7쪽
76 014. Z가 온다...! (3) 19.08.03 47 4 7쪽
75 014. Z가 온다...! (2) 19.08.01 41 2 7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개복치선생'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