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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개복치선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22:45
최근연재일 :
2019.09.16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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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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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17. Z, 과거를 걷다 (3)

DUMMY

먼저 움직인 쪽은 크라이브였다. 모르긴 몰라도 도발에 꽤나 약이 올랐던 모양인지, 달려오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뭐야? 화라도 났냐? 미친개처럼 달려드네.”


제라스는 여유롭게 정신력을 끌어올렸다. ‘무색(無色)’의 정신력이 그의 육신을 뒤덮고 무기에 뭉쳐든다.


“투기, 화염그림자.”


원력-[열점]을 토대로 환영을 만들어내는 투기.


크라이브의 눈앞에는 순식간에 늘어난 제라스의 환영들이 나타난다. 각자가 다른 방향, 다른 방식으로 그를 압박해오지만 어디까지나 그 실체는 물리력을 지니지 못한 허영일 뿐이다.


수면에 비친 그림자가 어찌 물고기를 붙잡을 수 있겠는가. 그 정체를 알고 있다면 그리 두려워할 것은 아니다. 적어도 크라이브의 무력에 비하면 말이다.


“원력, 풍점.”

“하하, 뭐야! 투기에 겨우 원력? 장난하냐!”


제라스가 크라이브를 비웃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기본적인 힘일 뿐인 원력에 비하여, 투기는 효율성과 위력을 두루 갖춘 난이도가 있는 기술이다. 비유를 해보자면, 가공전의 원석과 가공후의 보석과도 같은 차이인 것이다.


그런데 감히 투기를 원력으로써 상대하자니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다. 투기를 원력 하나만으로 상대하겠다는 이야기는 ‘상대보다 압도적인 실력차’가 있거나, 투기를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초보자’라는 소리다. 하지만 크라이브의 경우는······ ‘둘 다’였다.


“이 몸은 투기 같은 건 모르도다.”


크라이브가 만들어낸 바람은 부드럽게 투기장 전체를 한 번 훑고 지나갔다. 바람이 사라졌을 때, 남은 것은 환영이 아닌 진짜 제라스 단 하나 뿐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당황하는 꿈속의 제라스. 이 때 당시에는 몰랐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지금의 제라스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크라이브의 넋능력이다. 그 힘은 ‘저항’하는 것······. 냉정하게 평가를 해보자면, 넋능력 자체는 내 TT에 비견될 정도로 쓰레기지.’


크라이브가 갖고 있는 넋능력의 힘은 아주 단순했다. 그저 외부의 자극에 대해 버텨낼 뿐인 것이다. 어떠한 특별함이나 강대함 없이 단순히 견뎌내는 것으로, 공격을 받으면 그 위력을 ‘반감’하고 주위의 환경이 변하면 그것에 저항하여 활동을 보장해주는 정도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저항’한다는 것은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닌, 공격에 대항해 ‘방어’적인 형태를 취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넋능력에 위아래가 없다고는 해도, 전투에 이용하기에는 사용법이 한정적이다.


생각해보라. 방어가 더 유리한데 어떻게 상대방을 공격해 쓰러뜨릴 수 있단 말인가. 공격에 사용해 봐도 고작해야 상대방이 방어력에 돌린 정신력을 낮추는 수준에 불가할 것이다.


‘······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크라이브는 이에 대해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냥 본인이 엄청나게 강하면 된다.


반감? 방어에 우세? 모두 헛소리다. 크라이브 앞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하게 된다.


“뭐야? 왜 투기가 사라졌지? 설마 이게 네 넋능력이냐!”

“그렇도다. 이 몸의 넋능력은 ‘저항’이로다.”

“저항? 이건 저항이 아니라 ‘삭제’잖아.”

“그대의 추잡한 기술이 사라질 정도로 정신력을 더 했을 뿐이도다.”


대체 무엇으로부터 저항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저항하는 쪽의 힘이 늘어나면 반대로 상대방이 무력하게 변한다는 건가. 그렇다면 그건······.


“웃기는 소리 하지 마. 그건 네가 나를 뛰어넘었다는 거냐!”


제라스는 이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투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없애버리다니?


“투기, 절대영도의 감옥!”


제라스가 양손에 원력을 내담고 박수를 치자 삽시간에 희뿌연 연기가 투기장을 가득히 메운다. 이는 무려 원력을 4개나 사용하는 고난이도의 투기로써, ‘확산’, ‘고정’, ‘냉점’, ‘열점’이 만들어낸 투기였다.


양손에 각각 원력-[냉점]과 원력-[열점]을 만들어 서로 맞부딪치는 것으로 ‘냉기를 머금은 연기’를 만들어낸다. 당연히 이로 인해 만들어진 연기도 본질은 정신력이다. 그렇게 생성된 연기를 원력-[확산]을 이용해 삽시간에 주위로 퍼트린다.


연기를 유지하는 것에는 시전자의 정신력이 꾸준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자신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범위까지 연기가 퍼졌다면 이를 곧바로 원력-[고정]으로 잡아줘야만 한다.


단, 벽을 만드는 것처럼 딱딱하게 고정하는 느낌이 아니라, ‘연기가 들어있는 풍선’처럼 연기가 더는 퍼지지 않는다는 감각으로 테두리는 튼튼히, 내부는 연기가 자유로이 움직이도록 부드럽게 유지하는 것이다.


사용해야하는 원력들의 가짓수와 시전자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에, 이 투기는 A급 중에서도 EX에 가까운 투기였다.


“수증기······ 인가. 정신력을 품고 있도다. 그대여, 꽤나 ‘공상력’이 뛰어나구나.”


공상력.


정신력 유저, 통칭 신사들을 평가할 때는 총 6가지의 정형화된 기준들이 있다.


첫 번째, 신체능력이다.


아무리 정신력이 비물질적인 추상적인 힘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이용하는 것은 인간인 신사들이다. 당연히 개인의 육체능력에 따라 정신력으로 해낼 수 있는 범위와 자유도가 늘어난다. 또한 여기에는 단순히 신체적인 조건을 넘어서 ‘무술’이나 ‘신체적 특기’ 같은 것도 포함된다.


두 번째, 지력이다.


일반적인 지식과 더불어 전투의 상황대처능력이나 판단력 등을 평가하는 항목이다. 둘을 복합적으로 보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필기에서 뛰어나다고 실기에서 꼭 뛰어나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 넋능력이다.


말 그대로 넋능력에 대한 ‘임시적인 관점’의 평가다. 어째서 임시적인가하면······ 넋능력은 오묘하면서도, 기묘하며, 신묘한 성질의 것이다. 아마 신사들 대부분이 넋능력에 대해서 정의하라고 한다면 어떠한 대답도 내놓지 못할 거라 장담할 수 있을 정도다.


거기에 더해, 넋능력이란 소유주의 역량에 따라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 그 길은 ‘계발’과 ‘역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옛날에는 소유주가 유명해져서 덩달아 평가가 올라간 넋능력도 역사적으로 꽤나 있었던 모양이다.


이로 인해, 넋능력의 등급은 ‘시기적 특성’, ‘성장의 가능성’, ‘소유주’ 등등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 매겨진다. 문제라면······ 보통 ‘사후’에나 매겨진다는 점이다.


네 번째, 정신력의 효율성이다.


이 항목은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바로 ‘질’과 ‘양’이다. 정신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 이 ‘질과 양’은 상당히 재미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질은 ‘농도’를 뜻한다.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쉽게 말해서 정신력에는 농도가 있으며 그 농도가 짙어질수록 효율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예로써, 똑같은 양의 물 안에 ‘소금이 10g이 든 물’과 ‘소금이 100g들어있는 물’의 차이인 것이다. 당연히 후자의 경우가 똑같이 소금물 10g을 쓴다고 했을 때, 소비되는 양이 더 적을 것이다.


그렇다면 양은 무엇인가. 이것은 말 그대로의 정신력의 총량을 뜻한다. 더 많은 정신력을 갖추고 있을수록 장기전과 소모전에 유리하게 된다. 물론, 질을 키우는 것도 이것이 가능할 테지만 소모를 줄이는 것이 물량전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다섯 번째, 잠재력이다.


다른 말로는 성장가능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것 역시 상당히 유동적인 항목으로, 개인의 역량과 마음가짐,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만약에 아주 평화로운 장소가 있고, 거기에 어떤 신사 A가 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반대로 어떤 신사 B는 매일이 전투적인 장소에서 살고 있다. 보편적으로 생각해보면, B는 끊임없는 단련으로 A보다 더 강력해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보편적인 관념의 차이다. 온실속의 장미라고 할지라도 가시가 있으며, 모든 신사들이 전투특화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항목 역시 넋능력처럼 상당히 유동적인 평가가 들어간다. 참고로, 지금의 제라스가 잠재력이 D급이라면 꿈속의 제라스 시절에는 C급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공상력이다.


이 공상력은 비교적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신체능력, 지력, 정신력의 효율성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며 신사의 근간을 다루고 있다.


공상력은 다른 말로 ‘상상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정신력이라는 것은 ‘이미지’에 가까운 힘이기 때문이었다.


정신력이란 흐르는 물과 같이 변칙적인 개념이다. 이를 통제하는 것은 이미지를 ‘이미지로써 움직이는 방법’ 밖에는 없다. 아주 모순적이게도, 여기에는 ‘구체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이 동시에 요구된다.


이는 아주 당연한 이치다. 현실에 가상을 덧씌우는 거다.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며, 현실의 법칙을 벗어난 자유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야만 한다.


더 중요한 점은 정신력이 넋능력과 원력의 원천이 된다는 점이다. 즉, 둘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도 높은 공상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투기나 특기 역시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크라이브놈······ 원력 밖에 안 쓰는 걸 보면 공상력은 낮은데 그놈의 파괴력이······. 맞아, 네이밍 센스도 엄청 구렸지. ‘사람 구하기’나 ‘태양 부수기’ 같은 별 이상한 걸 붙이고 말이야.’


제라스는 그의 실력은 인정해도 이름을 정하는 방침은 인정할 수 없었다. 공상력이 낮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감성이 개미의 눈곱만치도 없는 놈이다.


작가의말

 오늘은 설명이 좀 많네요. 죄송합니다. 설명충이라... 내일은 예비군입니다. 잘 갔다 오겠습니다. 모두들 편한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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