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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개복치선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22:45
최근연재일 :
2019.09.16 23:2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14,897
추천수 :
394
글자수 :
431,602

작성
19.08.30 23:39
조회
21
추천
1
글자
8쪽

017. Z, 과거를 걷다 (4)

DUMMY

“······ 원력, ‘은폐(隱蔽)’인가.”


최대한 존재를 숨기고자 하는 성질을 이끌어낸 원력, 은폐(隱蔽).


이 당시의 제라스도 영특하다면 영특하고, 치사하다면 치사한 전술을 구사하는 편이었다. 전투필드를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로 감싸고, 자신은 그 안에서 기척을 숨기며 상대방을 천천히 압박해온다.


그야말로 최강의 방패이지 않은가. 여담으로 이것과 대척점에 있는 상쇄원력은 과거 크라이브가 그람제일에서 보여준 적이 있던 ‘감지(感知)’다.


‘이렇게 보면 이 때의 나도 그다지 약한 편은 아니었군. 아니, 오히려 강한 편이야. 원력을 저렇게나 많이 다루면서 유지하다니 말이야.’


오만하게 들릴지 몰라도 사실은 사실이었다. 원력을 펼쳐 만들어낸 투기를 유지하며, 다른 원력을 펼치다니 말이다. 거기다······.


“음?”


지근거리에서 생성된 ‘얼음’으로 이루어진 ‘병장기’들이 크라이브의 목을 사정없이 찔러 들어온다. 심지어 그의 뒤에서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냉기를 타고 자유로이 움직이는 ‘얼음상어들’이 아가리를 벌린 체 그에게 달려들었다.


이것이 A랭크의 투기, 절대영도의 감옥.


냉기를 띈 안개를 기반으로 얼음으로 만들어낸 물체들을, 어디에서나 자유로이 생성해 안개 속의 적을 사냥할 수 있다.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단순한 물건들부터,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얼음 조각상들이다.


조금 더 능숙하게 다룰 있는 자의 경우에는 ‘색’마저 입히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면서 유효한 공격에 유리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제라스는 그 정도의 성취를 이루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하는 수준이었지. 하지만 상대가 좋지 못했어.’


앞과 뒤가 모두 막힌 절체절명의 상황이건만, 크라이브는 단지 관찰을 할 뿐 어떠한 움직임도 취하지 않는다.


“훌륭하도다. 다만 실용성은 0이노라.”


무미건조한 평가와 함께 그는 넋을 담은 검으로 몸을 회전시켜 모든 것을 것을 베어 넘겼다. 그와 동시에 퍼져나간 정신력이 안개를 순식간에 잠재워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정신력을 최대한도로 끌어 모은 투기였는데! 이걸 한 번에 없앴다고?!”


신사들과의 싸움에서 넋능력은 항상 통용되지 않는다. 이는 정신력으로 행할 수 있는 ‘방어성능’에 따른다.


여기에서 방어성능은 크게 2가지, 단순 ‘물리적 공격’과 ‘정신력에 의한 공격’으로 나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정신력은 그 양과 질에 따라서 따로 원력을 구현하지 않더라도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엄청난 정신력을 필요로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는 바꿔 말하면 정신력으로 감싸는 것만으로도 방어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소리가 된다.


이것이 ‘물리적 공격’에 대응하는 정신력의 방어성능이다.


하지만 막아내야만 하는 힘이나 무게가 커질수록 이에 저항하기 위한 필요량은 증대하게 된다. 그렇기에 신사들은 비교적 단기전으로 승부를 내려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그런데 만약에 장기전을 가야만 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정신력이 넘쳐나는 크라이브 같은 존재가 아닌 이상은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만 한다.


공격당하면 즉사의 위험이 있는 신체중요장기들에는 방어를 굳건히 하되, 상대적으로 근육이나 신체능력으로 버텨낼 수 있는 부위는 정신력의 방어를 얕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비록 통증은 좀 느끼겠지만, 전투의 양상을 달리할 수 있는 정신력을 보존한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전략이었다.


그렇다면 ‘정신력에 의한 공격’에 대응하는 방어성능은 무엇일까? 이름으로 유추할 수 있듯이 이는 정신력을 이용한 공격이 갖는 위력을 정신력으로 방어해 무마시키거나 영향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넋능력도 포함된다. 일전에 버파로 마을의 마왕전을 떠올려보자.


마왕의 넋능력에 영향을 받았던 이들 중에서, 유일하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던 이들은 크라이브와 네이브였다. 이 때, 둘은 정신력을 전개한 상태였었다. 정신력을 끌어올려 마왕의 넋능력에 대적했던 것이다.


다만 네이브의 상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크라이브에 비해 상당부분이 못 미치는 네이브는 완벽히 벗어나지는 못한 모습을 보였다. 지당한 소리지만, 완벽한 방어를 할 수 없다면 넋능력의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으며, 완벽한 방어가 가능하려면 그 만큼의 정신력이 필요하다.


“간단한 이야기지 않은가. 이 몸이 그대를 한참 초월했다는 것이도다.”


크라이브는 모습을 드러낸 제라스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한 걸음씩 거리를 좁혀오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제라스는 원초적인 공포를 느꼈다. 이는 도저히 자신이 이길 수 없는 압제자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이, 인정할 수 없어!”

“그대여, 어리석은 자여. 그대의 기술은 훌륭했도다. 허나, 그런 잔기술은 이 몸에게 통하지 않노라. ‘기술 같은 것’은 약한 자를 위한 ‘사기’일 뿐이도다.”

“뭐······ 라고?”


인정할 수 없었다. 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말이란 말인가. 투기를 고작 ‘잔기술’이라고 불렀겠다? 이는 투기에 의존하며 깨우치기 위해 일생을 바쳐온 제라스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과도 같았다.


분노는 눈을 흐리게 만들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살면서 제라스가 유일하게 평정심을 잃어버린 순간이었다.


“이 괴물 자식이이이이!”

“오거라.”


크라이브를 향해 달려드는 제라스. 상대와의 격차를 냉철히 파악하지 않은 그에게······ 아니,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제라스에게 주어진 것은 정해진 결과였다.


‘끝났군.’


크라이브의 검면이 제라스의 검과 맞닿고, 정신력과 정신력의 강대한 충돌이 뒤를 이었다.


제라스의 검은 박살난다. 그리고 크라이브의 검면은 그에게 따귀를 후려갈긴다. 수십 바퀴를 회전하며 투기장의 벽을 향해 날아드는 제라스는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고 그 상태에서 일격을 시도했다.


“환치(換置).”


투기장의 벽이 무너져 내리고, 관중들이 소리를 내지르며 대피를 시작한다. 모두가 혼란한 와중에, 크라이브는 조용히 눈을 감더니 위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놀랍게도 상공에서 제라스가 떨어지고 있었다.


환치.


이것이 제라스가 부린 마술의 비밀이었다. 본디 환치는 제라스가 역전으로 새로운 넋능력 TT를 얻기 전에 갖고 있던 넋능력으로, 그 힘의 내력은 사물의 위치를 뒤바꾸는 일종의 공간전이와도 가까운 것이다. 단, 타인들에게는 사용할 수 없으며 예외적으로 자신만이 허용된다.


‘하지만 나하고는 근본적으로 상성이 좋지 않았다. 덕분에 쓸 수 있는 용도가 제한적이었지. 오랜만에 보니까, 나름대로 그립군.’


제라스는 겁이 많은 성격이다. 물건과 물건을 교대한다면 모르겠지만, 자신을 교환하는 것에는 강한 거부감이 있었다. 혹여나 실패를 하거나 방해가 있다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몰랐기 때문이다.


“젠장할······ 최악을 각오하고 사용했는데, 이것마저도 눈치 챘단 말인가!”

“이제는 심판의 시간이도다. 그대여, 무지한 자여. 각오는 되었는가?”


제라스는 서서히 눈을 뜨며 원력-[살심]을 내뿜었다. 삽시간에 퍼지는 불온한 정신력의 공기가 모두의 심장을 두려움에 잡히게 만든다.


“으······아.”


제라스는 꼴사납게도 살기에 짓눌려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고층에서 스스로 뛰어내리는 자살자와도 같은 신세였다.


“그대를 죽일 생각은 없노라. 허나······ 부모님 욕은 하지 말았어야지 않은가? 그것만은 못 참겠노라!”


옛말에 부모님 안부는 함부로 물으면 안 된다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저 고고한 크라이브가 저토록 이를 갈고 있었을 줄이야. 도발도 역시 선이라는 게 있는 거다.


작가의말

 다음편이 z 과거를 걷다 1편 끝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에피소드는 z 과거를 걷다 2 가 되겠습니다. 이번 과거 부분이 첫만남을 다뤘다면, 다음 에피소드는 둘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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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017. Z, 과거를 걷다 2 (5) 19.09.16 9 1 9쪽
96 017. Z, 과거를 걷다 2 (4) 19.09.10 16 1 8쪽
95 017. Z, 과거를 걷다 2 (3) 19.09.09 16 1 7쪽
94 017. Z, 과거를 걷다 2 (2) 19.09.07 22 1 9쪽
93 017. Z, 과거를 걷다 2 (1) 19.09.05 21 1 9쪽
92 017. Z, 과거를 걷다 (5) 19.09.03 19 2 7쪽
» 017. Z, 과거를 걷다 (4) 19.08.30 22 1 8쪽
90 017. Z, 과거를 걷다 (3) 19.08.28 20 1 10쪽
89 017. Z, 과거를 걷다 (2) 19.08.27 22 1 8쪽
88 017. Z, 과거를 걷다 (1) 19.08.25 24 1 7쪽
87 016. Z, 보스레이드 (8) 19.08.25 25 2 11쪽
86 016. Z, 보스레이드 (7) 19.08.22 25 1 8쪽
85 016. Z, 보스레이드 (6) 19.08.19 25 1 10쪽
84 016. Z, 보스레이드 (5) 19.08.18 30 1 12쪽
83 016. Z, 보스레이드 (4) 19.08.16 30 1 7쪽
82 016. Z, 보스레이드 (3) 19.08.14 26 2 7쪽
81 016. Z, 보스레이드 (2) 19.08.12 33 2 9쪽
80 016. Z, 보스레이드 (1) 19.08.11 35 3 7쪽
79 015. 용사협회, Z를 노린다...! (3) 19.08.10 30 2 8쪽
78 015. 용사협회, Z를 노린다...! (2) 19.08.08 35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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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014. Z가 온다...! (3) 19.08.03 47 4 7쪽
75 014. Z가 온다...! (2) 19.08.01 41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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