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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치선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22:45
최근연재일 :
2019.09.16 23: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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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
글자수 :
43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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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7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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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017. Z, 과거를 걷다 2 (2)

DUMMY

국왕은 탁자 위에 놓인 술병을 입에 털어 넣고는 벽을 향해 집어던졌다. 퍼석-하는 소리와 유리조각들이 사방에 흩어졌다.


“나이젤!”


국왕의 부름에 기다렸다는 듯이 나이젤이 왕실의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습니까.”

“준비를 해라. ‘세계’에게로 내려갈 테니!”

“알겠습니다. 준비가 끝나면 찾아오겠습니다.”


나이젤이 사라지자, 국왕은 지친 모습으로 침대의 끝에 걸쳐 앉았다.


“아버지. ‘세계’란 무엇입니까?”

“그리 보채지 마라. 곧 네놈도 알게 될 테니. 우선은······ 내가 크라이브를 경계하는 이유가 먼저다.”

“예······ 알겠습니다.”


세계란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저 이 세상을 지칭하는 단어는 아닐 것이다. 이 왕국에서 왕위계승권이 없는 나이젤 조차도 알고 있는 것을 자신이 모르다니, 궁금증이 하늘을 찔렀으나 구태여 국왕의 심기를 건드리지는 않기로 했다.


“그놈······ 크라이브는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구석이 있는 녀석이었다. 어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


처음부터 국왕과 크라이브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자신이 사랑하던 아내가 같은 날에 세상을 떠났다고는 하더라도, 그건 크라이브의 탓이 아니었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원인들이 겹쳐진 결과였다.


비록 처음의 출생에서 부정한 마음을 품게 되었다고는 하더라도 말이다. 적어도 크라이브가 갓난아기였을 무렵까지는 공포의 씨앗을 이겨낼 정의와 도리가 그에게 남아있었다.


“내가 그 놈을 괴물이라고 여기게 된 건 놈이 점점 지식을 쌓게 되면서부터였다.”


국왕의 눈에는 두려움이 스며들어 있었다.


과거 국왕은 여타 다른 자식들에게도 그러하였던 것처럼 크라이브 역시 차별치 않고 왕자에 맞는 교육을 실시했다.


왕실의 각종 예의범절과 세계만물의 이치에 대한 공부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8살 때부터는 군사학과 신사로써의 전투를 배우게 된다. 당연하게도 왕자인 이상, 왕국 최고의 선생들이 그의 수업을 맡았었다.


워낙에 이상한 출생과 감정표현이 적은 모습에 뭔가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크라이브는 한 마디로 말해서 ‘천재’였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전지전능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하나를 가르치면 이에 대해서는 ‘절대 틀리지 않도록’ 수백 번을 반복하여 깨우쳤다. 복습이 없으니 자연적으로 가르침의 시간과 효율은 상승했고, 나중에는 선생들마저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할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가장 큰 수확을 이룬 것은 군사학과 ‘전투능력’이었다. 전투에 관련된 소양은 전부 나이젤이 담당했는데, 이론적인 것은 물론이며 실기에서조차 당대에 적수가 없다고 판단되었을 정도였다.


“놈이 흠잡을 데가 없이 대단했다면 그건 왕실에 있어서 축복이지 않습니까?”

“축복? 하하하! 웃기고 있구나. 그래······ 확실히 뛰어난 녀석이었다. 다만······ 정도가 지나쳤어.”


천재의 사상은 이해하기가 힘든 법이다. 점차 크라이브는 지식의 탑을 쌓아갔고, 나중에는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사상을 품게 되었다.


“놈이 9살이 되던 해, 나는 놈에게 어떤 질문을 했다. 그래, 그건 ‘왕위를 계승하기 위한’ 일종의 ‘시험’이었다.”

“그 녀석에게 왕위를 계승하려고 했단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당시만 하더라도, 네놈이 이렇게까지 장성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


당황해하는 꿈속의 제라스와 달리 현재의 제라스는 국왕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겠지. 산달을 못 채웠기 때문인지 어릴 적에 나의 몸은 유달리 허약했었다. 저렇게 우락부락하게 성장하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을 거다. 덕분에 크라이브놈하고도 떠나는 그 순간까지 엮이는 일은 없었지.’


그래도 몸 상태만 좋았더라면, 필시 후계자의 자리는 제라스였을 것이다. 솔직하게 누구든 그렇지 않겠는가. 자신이 사랑했던 왕비가 낳은 마지막 선물인 것이다.


하지만 제라스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유약의 결정체였고, 크라이브를 왕위의 계승자로 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놈에게 한 가지 문제를 냈다. 만약 왕국의 총 인구 ‘100명’중에 ‘1명’을 ‘희생’해서 ‘99명’을 ‘구제’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말이야. 이건 왕으로써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각오가 있는지, 혹은 다른 현명한 대답이 있는지 알기 위한 것이었다. 이른바 자격을 보는 질문이었지.”


이 질문은 쥬드 왕국 대대로 내려오는 왕위계승의 질문이었다. 국왕의 아버지도 할아버지에게 이 질문을 받았고, 국왕도 역시 이 질문에 맞서 해답을 내놓아야만 했다.


“저에게도 하셨던 질문이군요. 저는 분명히 ‘살아남는 쪽에 제가 있다면, 몇 명을 희생하던 그쪽을 구원할 것’이라고 대답했었습니다. 녀석은 뭐라고 대답했습니까?”

“크라이브······ 그 놈은 ‘100명 중 가장 악한 자를 희생해서 99명을 구하겠다’고 대답했다.”

“그 정도라면 딱히 이상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정상적인 해답에 가까운······.”

“아니! 그 놈은 미친놈이었다. 그래, 그 정도라면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기에 만족할만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 녀석이 건넨 말은 내 이해를 아득히 초월한 것이었다.”


뒤이어 이어진 말은 꽤나 고차원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1인의 희생이 강요되어 살아남아야만 99인이라면, 종래에는 똑같은 일이 반복될지 모릅니다. ‘한 번 저지른 일’은 두 번 ‘되풀이되기 쉬운 법’이니까요. 그렇다면 그 때도 1인이 희생되어 98명이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의 가치는 땅에 떨어지고, 그 본질은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이 되겠죠. 설령 1인의 희생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고 할지라도, 후대에는 그 희생의 가치를 망각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역사를 잊어버린 자들에게 미래는 없을지니······.'


크라이브의 의지를 드러낸 마지막 해답은 실로 무서운 것이었다.


'그러니 제가 내리는 해답은 이렇습니다. 99명을 살린 뒤, 그 99명 중에서 악인의 자질이 있는 이들을 모두 ‘제거’하겠습니다. 설사 모두를 죽이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분명히 그런 때가 온다면, 100명 전부는 아닐지라도, 스스로 목숨을 희생하는 자들이 있을 겁니다. 이때는 기꺼이 이들을 위해 제가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구할 수 있는 자는 모두 구한다’, 이게 제 신념입니다. 물론, 제 목숨을 바쳐야할 정도의 숭고한 '의무'가 있다면 그 '책임'을 위해서라도 그건 좀 나중 일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이건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건 왕으로써 왕국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애초에 이건 왕국의 존폐문제를 뛰어넘은 해답이었다. 그의 대답에 서려 있는 것은 단순한 이해가치를 뛰어넘은 어떠한 고결함이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이 놈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놈은 이 세상을 ‘가치’로만 판단한다. 피가 뛰는 생명의 무게, 다채로운 감정의 색깔, 평생의 보물인 기억······ 크라이브는 ‘그 따위’ 것들보다 압도적으로 ‘옳은 가치’가 더 우위에 있었던 거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함에 있어서는 어떤 거리낌도 없을 녀석이다!”


국왕은 온 몸을 덜덜 떨며 소리를 내질렀다.


“그 녀석이 왕이 된다면! 모두가 죽을 거다! 거짓을 행하는 자는 모두 죽고! 진실을 행하는 자는 평생토록 놈을 두려워하며 살게 되겠지! 그렇게나 신랄한 이상을 지닌 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해······ 하지만 그것도 힘이 없는 자의 이야기다.”

“아······.”


제라스는 국왕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파했다.


힘이 없는 이상은 그저 허수아비에 불가하다. 그러나 크라이브에게는 강대한 힘이 있었다. 비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왕국 최강자 나이젤 정도라면 모를까, 그 어떤 누가 오더라도 설령 몇명이 있더라도 그를 당해낼 자가 없을 것이다.


“녀석은······ 암군이나 폭군은 될 수 있어도, 명군이나 성군은 될 수 없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요즘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제가 어떻게 글을 써내려가는지도 잘 안 보입니다 -ㅅ-;; 나중에 조금 손을 봐야겠습니다. 정리가 잘 안되는 화로군요. 모두들 좋은 밤 되시고 다음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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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017. Z, 과거를 걷다 2 (5) 19.09.16 10 1 9쪽
96 017. Z, 과거를 걷다 2 (4) 19.09.10 17 1 8쪽
95 017. Z, 과거를 걷다 2 (3) 19.09.09 16 1 7쪽
» 017. Z, 과거를 걷다 2 (2) 19.09.07 23 1 9쪽
93 017. Z, 과거를 걷다 2 (1) 19.09.05 22 1 9쪽
92 017. Z, 과거를 걷다 (5) 19.09.03 20 2 7쪽
91 017. Z, 과거를 걷다 (4) 19.08.30 22 1 8쪽
90 017. Z, 과거를 걷다 (3) 19.08.28 21 1 10쪽
89 017. Z, 과거를 걷다 (2) 19.08.27 2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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