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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용사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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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치선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22:45
최근연재일 :
2019.09.27 19:39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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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6
추천수 :
480
글자수 :
456,308

작성
19.09.25 20:49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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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018. Z의 탈출 (5)

DUMMY

생각지도 못한 모습에 애쉬의 머리가 정지했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상황으로 흘러간다고? 그렇게 힘들게 버티고 또 버텨서 겨우 도착한 이곳에서 패배를 인정한다고?


지금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의심의 불길만이 조용하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뭐를 꾸미고 있는 거죠? 맞서 싸운 용사들을 모조리 죽이지 않았나요? 미치지 않고서야 여기에서 포기할 사람은 아니잖아요, 당신?”

“그래, 보통이라면 이토록 쉽게 무릎을 꿇을 사람은 아니겠지. 하지만······ 나는 자존심과 오기로 움직이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야. 뭐가 어떻게 되었던 더 이상의 전투는 무리다. 목숨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거기에 걸어야지.”

“거짓말.”


확신할 수 있다. 애쉬에게는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좌, ‘신속의 전령’이 관심을 갖고 당신을 지켜봅니다.]

[제라스의 말에 신속의 전령이 흥미를 갖습니다.]

[신속의 전령이 당신에게 소량의 후원금을 보냈습니다.]


성좌.


이것이 애쉬가 갖추고 있는 힘의 정체였다. 성좌란 신화나 전설로만 전해지는 초월적인 존재들을 통칭하는 불가사의의 것이었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말을 걸어오지는 않으나, 호감이 있는 이의 언행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그에게 힘을 빌려주거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후원을 해주기도 한다.


이 신속의 전령의 경우, 거짓말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좌로서, 이번에는 제라스의 거짓말에 반응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외에도 수많은 성좌들이 그녀와 함께하니, 어지간한 잔재주는 그녀에게 통하지 않는다.


가끔 그녀에게서 성좌들이 시선을 떼고 있을 때는 아무래도 반응이 없으니 둔감해지지만 말이다.


“물론, 거짓말이 아닐 수야 없지. 전투속행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너를 꺾으려고 했을 거다. 솔직하게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나?”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지만······ 일단은 그런 걸로 하죠. 그래서 정말 포기하시겠다, 이 이야기인가요?”

“그래, 싸울 의지는 없다. 항복하겠다.”

“좋아요. 그럼 여기서 죽어줘야겠네요.”


제라스는 두 눈을 번쩍 뜨며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취했다. 얼간이 같은 얼굴을 보고 있자니, 애쉬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하하, 왜 그렇게 놀라요? 설마 진짜로 살려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의외로 순진하시네.”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그럼 좋다. 나하고 거래를 하자.”

“아, 구질구질해. 질척거리지 마세요.”


애쉬는 이제는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뱉더니 제라스의 앞으로 걸어간다.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는 죽음의 그림자가 문턱을 넘기 전 그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하나 물어보자. 이렇게까지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뭐지?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 아니면 평생 써도 모자를 돈을 얻는 것? 단순히 강해지는 것? 가든이 내 목에 뭐를 걸었나!”

“인생. 좀 더 멋진 인생을 걸었죠. 저는 당신이 죽은 뒤에 기사단장이 되고, 더 나아가서 나라를 장악할 거예요.”

“고작 그것 때문인가.”

“고작? 무슨 소리하세요? 제가 새로운 세상의 주역이 되는 거라고요. 야망도 없으신가요? 원래의 세상에 돌아가는 것보다,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죠.”


애쉬는 허공에서 세검을 꺼내 제라스의 목에 겨누었다. 이상주의자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면서도 얼굴은 진지하기 짝이 없다.


“제가 있던 세상은 쓰레기나 다름없었거든요. 뚫린 입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지껄이지 않나, 인터넷에서는 얼굴 안 본다고 사람들한테 상처를 주고! 범죄를 저지르고도 부패하고 썩어서 태연하게 살아가질 않나! 그 개 같은 새끼들이!”


먼 길을 뛴 것처럼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녀가 이 세상으 로 넘어오기 전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극심한 염증이 있었을 것은 분명하다.


“씨······ 후. 죄송해요. 갑자기 감정이 격해져서요. 그리 노발대발할 것도 없는 과거인데도 가끔 평정심을 잃거든요. 아무튼 저는 이곳이 좋아요. 그러니까 상처가 없는 올바른 세상을 만들 거예요. 더는 생지옥도가 펼쳐지지 않도록.”

“멋진 이념이군. 자신이 그 분수에 맞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나? 모름지기 사람은 바라는 목표가 있다면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만 한다. 지금까지 그런 인물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너는 어떻지? 세계의 무게를 짊어질 수 있겠나?”

“오글거리는 말 그만하고 편히 가세요. 움직이면 한 방에 안 끝나요.”


한 차례 섬광이 그의 목을 지나가고, 주위가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가더라도 제라스의 머리가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야야, 뭐하냐. 높은 분인데 정중히 안 모시냐? 이게 위아래도 없이 꿀꺽하려고 하네?”

“뭐야, 너?”


제라스의 옆에는 친근하게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쭈그려 앉은 이가 하나 있었다. 엄지와 검지가 맞닿아 원을 그린 손가락 끝에는 세검의 끄트머리가 빛을 반사한다.


“나는 백영이라는 용사인데, 우리 구면 아니지? 초면이면 내 아래인거 같은데 요즘은 기수 안 따지냐? 찬물도 위아래가 있잖아? 선배님 음식을 마음대로 먹으려고 하면 내가 화가 나지. 안 그래?”


일이 꼬이는 느낌이었다. 혜성처럼 등장한 백영은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모자라 머리에 피가 거꾸로 솟게 만든다.


“야, 꺼져. 눈은 꼭 족제비 같이 해서는.”

“말버릇 보소. 싸가지가 없네. 조금 흔들어줄까?”


이 기묘하면서 팽팽한 긴장이 흐르는 판국에 웃을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 오직 제라스다.


‘이걸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장의 그라운드에 들어서서 항복을 선언한 그 모든 순간들, 전부가 그의 설계이자 전략이었다.


그는 기다렸다. 인간의 심리가 섞이는 이 기회를 말이다. 이는 실로 아주 간단한 이치를 근거로 한다.


‘먹잇감에 굶주린 두 맹수가 만나면 둘은 서로를 죽도록 물 수 밖에 없다. 배를 채울 수 있는 먹잇감은 단 하나 뿐이니까.’


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술술 풀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만약에 애쉬가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성격이었다면? 대화 같은 것이 없이 곧바로 전투에 들어갔다면? 혹여나 백영이 이곳에 더 늦게 도착했다면?


목숨은 하나다.


분명히 제라스는 저항하다가 처참하게 죽었을 것이다. 운에 따라 결과가 크게 좌지우지되는 계획이었지만, 제라스는 여기에 모든 것을 걸었고 이 도박은 성공했다.


거기에 더해, 단순히 시간을 끌기 위한 대화였지만 몇 가지 정보들도 얻을 수 있었다. 애쉬는 속마음을 읽을 수는 없으나 거짓말을 간파하는 힘이 있으며, 그저 용사가 아닌 가든 쪽의 용사라는 것이 그것이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면, 애쉬는 이 장소를 특정해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래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이미 눈치 챈 상태로 말이다.


가든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건가? 아니, 그렇다면 이 장소로 용사들을 배치하도록 지시했겠지. 애쉬만 있다는 건 이건 그녀의 힘이라는 소리다.


무슨 힘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만능은 아니다.


비밀통로를 병기라고 속여 말했을 때 애쉬는 정정하지 않았다. 이는 명확하게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만능에 가까운 힘이 아니라는 증거다.


덧붙여, 거짓말을 간파하는 힘이 이때는 발동되지 않은 것을 보아 수동적으로 사용되는 능력이거나, 특수한 조건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힘일 수도 있다.


어쩌면 자신의 힘이 아니거나 ‘무엇인가를 근거’로 삼은 추론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단정짓지는 않겠다. 단정이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이미 깨달은 후니까.


“짜증나, 둘 다. 한꺼번에 없애버리겠어.”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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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018. Z의 탈출 (6) 19.09.27 21 2 9쪽
» 018. Z의 탈출 (5) 19.09.25 23 2 8쪽
101 018. Z의 탈출 (4) 19.09.23 28 2 7쪽
100 018. Z의 탈출 (3) 19.09.22 30 2 7쪽
99 018. Z의 탈출 (2) 19.09.20 27 1 8쪽
98 018. Z의 탈출 (1) 19.09.19 29 2 7쪽
97 017. Z, 과거를 걷다 2 (5) 19.09.16 33 1 9쪽
96 017. Z, 과거를 걷다 2 (4) 19.09.10 36 2 8쪽
95 017. Z, 과거를 걷다 2 (3) 19.09.09 35 1 7쪽
94 017. Z, 과거를 걷다 2 (2) 19.09.07 39 2 9쪽
93 017. Z, 과거를 걷다 2 (1) 19.09.05 41 1 9쪽
92 017. Z, 과거를 걷다 (5) 19.09.03 39 2 7쪽
91 017. Z, 과거를 걷다 (4) +2 19.08.30 41 1 8쪽
90 017. Z, 과거를 걷다 (3) 19.08.28 37 1 10쪽
89 017. Z, 과거를 걷다 (2) 19.08.27 37 1 8쪽
88 017. Z, 과거를 걷다 (1) 19.08.25 34 1 7쪽
87 016. Z, 보스레이드 (8) 19.08.25 45 2 11쪽
86 016. Z, 보스레이드 (7) 19.08.22 37 2 8쪽
85 016. Z, 보스레이드 (6) 19.08.19 35 2 10쪽
84 016. Z, 보스레이드 (5) 19.08.18 39 2 12쪽
83 016. Z, 보스레이드 (4) 19.08.16 38 1 7쪽
82 016. Z, 보스레이드 (3) 19.08.14 33 2 7쪽
81 016. Z, 보스레이드 (2) 19.08.12 53 2 9쪽
80 016. Z, 보스레이드 (1) +2 19.08.11 49 4 7쪽
79 015. 용사협회, Z를 노린다...! (3) 19.08.10 39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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