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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용사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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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타자기
작품등록일 :
2019.04.01 22:45
최근연재일 :
2019.09.2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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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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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 Z의 탈출 (6)

DUMMY

시야가 빠르게 회전했다. 한데 어울려 뒤섞인 색의 조화 속에서 사물의 윤곽들을 인식한 것은 제라스가 공중에 매달려 있음을 이해한 뒤였다.


“깜짝아.”


백영은 경기장의 햇볕을 막아주는 지붕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제라스의 목덜미를 부여잡은 채로.


“빠르네요.”


이들이 발을 딛고 섰던 그라운드는 그 색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거대한 구덩이로부터 퍼져나간 거미줄 같은 충격파가 지면들을 가루로 만들어버려 흙먼지로 더러워진 상황이었다.


그 먼지구름을 뚫고 나온 거대한 ‘강철 손바닥’의 위에는 고개를 빳빳이 세운 애쉬가 있었다.


“저건 뭐지?”


제라스의 의문에 백영은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뭐긴 뭐야, 마장기지. 설마 했더니 기갑형 용사였어? 와, 옛날에 다 멸종된 줄 알았는데. 여기 와서 처음 본다. 어라? 잠깐? 그러면 내가 후배인가?”


백영은 아무래도 저 거대한 골렘의 손아귀의 정체를 알고 있는 듯했다. 겨우 손뿐이지만, 대체 저토록 정교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 마장기란 무엇이란 말인가.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나한테 넘겨.”

“미안한데 그럴 수는 없겠는데? 로봇 하나 나왔다고 쫄 거 같아?”

“너 같은 일반 용사하고는 사정이 달라. 나는 가든의 직속이란 말이야!”


얼굴을 가리는 거대한 그림자에 백영은 관중석이 있는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들이 매달려 있던 지붕은 허공에서 나타난 거대한 마장기의 손에 붙잡혀 우그러진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더럽게 무서운데 저거. 안 되겠다. 야, 목 좀 자른다. 빨리 도망가야지.”

“멍청이로군.”

“뭐?”


당수로 제라스의 목을 내리치려던 백영이 움직임을 멈췄다. 제라스는 애쉬를 가리키며 또박또박 말을 이어나간다.


“여기서는 내 목을 잘라서는 안 되지. 잘라야할 쪽은 저쪽이다. 여기서 나를 죽인다고 해도 애쉬는 끝까지 너를 쫓을 테니까. 그리고 가든의 이름을 들은 이상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가든? 무슨 소리 하냐, 너? 그게 뭔데? 정원이야?”

“가든은 실질적으로 용사협회를 움직이는 세력이다. 그리고 나를 아주 끔찍이도 싫어하지. 그게 너희들이 나를 쫓게 된 연유다. 이걸 믿던 말든 그건 네 자유지만······ 어차피 너희들 모두는 죽게 될 운명이다. ‘버림패’란 말이다.”


백영은 머리를 긁적이며 애쉬를 향해 외친다.


“야, 얘 무슨 소리 하는 거냐?”

“하여간 무협계 용사들은 머리가 나쁘다니까. 처음부터 너희들은 뒤져도 상관없는 놈들이었다는 소리야. 이 시국에 수도에서 움직일 수 없는 골칫거리들을 버리는 패로라도 사용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이야기는 없잖아? 안 그래?”


거대한 손아귀와 함께 다가오는 애쉬를 백영은 인상을 구기며 손을 뻗어 멈춰 세운다.


“야, 기다려봐. 머리가 어지럽잖아. 그러니까 네 말은······ 그거지? 용사박람회에 못가는 놈들은 용사협회에 찍힌 놈들뿐이잖아. 여기 말이야, 이놈.”


백영은 제라스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내리치며 입을 열었다.


“이놈을 찾아 죽이라고 명령했잖아. 그건 우리들이 죽어버려도 상관없는 놈들이라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 이놈한테 벌써 몇 명인가 죽은 거 같은데 말이야.”

“이제야 이해가 됐나보네. 그러니까 잔말 말고 나한테······.”

“이해가 되겠냐! 미친년아!”


분노가 담긴 외침이었다. 얼마나 화가 났던지 그의 눈꺼풀 아래에 숨겨져 있던 사백안이 흉악한 기운을 내뿜는다.


이를 정면으로 받는 애쉬는 그가 뿜어내는 살기에 살짝 어깨를 움츠렸다. 제라스는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이 미소를 지었다.


‘상황이 아주 술술 풀린다. 애쉬, 넌 역시 멍청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쫓기보다는 상황을 파악했어야지.’


원래 생각했던 일은 좀 더 모험적이며, 복잡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제라스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판단하며, 타인을 속이고 발버둥 쳐야만 했을 것이다.


허나, 애쉬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짓을 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따라, 보물을 뺏기지 않겠다는 투쟁심에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만약에 자신이 애쉬였다면, 백영과 선을 긋기보다는 이용한 뒤에 제거하는 방안을 모략했을 것이다.


누가 죽이던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중요한 것은 실적을 마지막에 챙겨 바치는 이다. 아무래도 애쉬에게는 그 행위마저 모종의 의미가 있다고 믿는 모양이지만 말이다.


이제는 쐐기를 박을 차례다. 백영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지 않을 수 없군. 곧 운즈라에서는 용사박람회가 열린다. 인기가 없거나 신생용사라면 몰라도, 수도에 용사가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소리지. 나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테러를 저지르는 게 가능할리도 없다.”

“그게 뭐 어쨌다고. 입 닥쳐라. 빨리 뒤지기 싫으면. 지금은 저년부터 조져버릴까 생각 중이니까.”


백영은 제라스를 바닥에 쳐 박았다. 바닥에 맞닿은 머리에서부터 충격이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그래도 뚫린 입이라고 혀는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윽. 용사협회의 눈 밖에 났다는 소리잖나. 그러니까 여기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는 것이고. 나간다면 틀림없이 죽음을 맞이할 테니까.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용사들을 죽이는 게 대체 누구일 것 같나?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용사를 없애는 암살자요’, 하는 놈을 본 적이 있나?”

“······.”


생각해보니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그런 말을 하는 놈이 있다면 진즉에 다른 용사들에게 린치를 당했거나, 이미 주의대상으로 소문이 났을 것이다. 용사협회를 어긴 놈들이 죽는 것은 많이 봤건만, 그 암살을 주도하는 단체나 개인에 대해선 어떤 풍문도 흘린 적이 없다.


“그래, 뭔가 알 것 같다. 가든의 이름을 들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용사협회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세력, 가든. 이게 용사들을 제거하는 놈들이란 소리냐?”

“가든은 제거하는 놈들이 소속된 조직. 어쩌면 자네와 가까운 이들 한 둘 정도 죽였을지 모를 일이지.”


백영의 머릿속을 훑고 지나가는 하나의 생각이 있었다. 자신과 똑같이 수도에서 벗어날 수 없으나, 감쪽같이 소식이 끊겨버린 자신의 친우, ‘구독룡’.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다. 구독룡은 어디서 맞고 다닐 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격당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원한관계가 심각한 편이었다.


“하하, 어이가 없네. 그 자식이 사라지기 전에 나한테 용사협회한테 말 좀 맞춰달라고 하더니. 이렇게 되려고 말했던 거야?”


구독룡이 사라지기 전, 불안한 안색으로 한 번도 하지 않던 부탁을 해왔다. 요 며칠간은 집에서 큰 작업을 함으로 떠날 수 없으니, 용사협회에 알아서 잘 말해달라는 게 그것이었다.


그리고 찾아갔던 그의 집에는 어느 누구도 없었다. 수도에서 갑자기 모습이 사라졌다는 것은 밖으로 도망쳤거나,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에게 이미 죽었다는 소리가 된다.


잔뼈가 굵은 놈이니 호락호락하게 당했을 리는 없겠지만, 그런 재주 좋은 놈들을 상대하는 게 전문인 놈들이라면 녀석도 버텨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저 여자에게 죽임을 당했을 수도 있다.


냉정하게 판단할 것들이 남아있었으나, 백영은 머리보다는 감정으로 움직이는 뜨거운 사내였다. 특히 친구에 관계된 일이라면 설령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물불 가리지 않고 움직이는 의리가 있다.


그는 마침내 이빨을 드러내며 짐승과도 같은 적의를 표출했다.


“너 구독룡 아냐?”

“그게 누군데?”


애쉬는 바뀐 분위기에 경계를 취하면서 대답했다. 백영은 제라스에게서 손을 떼며 일어섰다. 그의 주위에서는 기의 파도가 사정없이 요동친다.


“모르지? 그럴 줄 알았어. 그럼 일단 뒤지게 쳐 맞고 시작하자. 갖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 모조리 족쳐서 뱉어내게 한다. 약육강식! 그게 무림의 룰이니까.”


백영은 애쉬에게로 발이 보이지 않을 신법을 이용해 빠르게 향해 나간다. 일당백, 역발산기개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매서운 기백이 애쉬의 마음을 압박해왔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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