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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용사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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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개복치선생
작품등록일 :
2019.04.01 22:45
최근연재일 :
2019.09.10 00:57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14,674
추천수 :
376
글자수 :
427,784

작성
19.04.08 12:15
조회
416
추천
5
글자
8쪽

002. 흑골(黑骨) (1)

DUMMY

하늘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블랙본즈는 무표정한 얼굴로 신전입구에 서있었다. 신전 앞에서 고여 가는 빗물들을 보건데, 쉽게 그칠 비는 아니었다.


하기사 아무려면 어떻겠는가. 어차피 이번 모험은 유적탐사니 날씨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언제 오는 거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했던가. 네이브를 기다리고 있던 블랙본즈는 빗속을 유유히 걸어오는 그녀를 발견했다.


한 손에 새빨간 우산을 든 네이브는 어제는 보지 못한 크로스백을 메고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

“늦게도 왔네. 블랙님을 기다리게 하다니 배짱 좋다?”

“용사를 기다리게 하는 건 어느 나라의 법이지? 다른 용사였으면 그 자리에서 목이 날아갔을 거다.”


격투사와 마법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폭언과 멸시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네이브는 미안해하는 기색 없이 가소롭게 웃어보였다.


“죄송해요, 블랙본즈님. 모험에 필요한 물품들을 정리하다보니 늦어지게 됐습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사람이 그럴 수 있죠. 하하, 안으로 들어오세요.”

“블랙본즈님의 넓은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블랙본즈를 따라 들어간 시전의 내부. 신전은 마법사가 날뛰었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듯 모든 것이 원상복구 되어있었다.


단언컨데, 돈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물질이 틀림없다.


“출발하기 전에 잠깐 괜찮을까요?”

“예, 왜 그러시죠?”


블랙본즈는 살짝 굳은 얼굴로 네이브에게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오늘 같이 일을 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그런데 탐험을 하기 전에 몇 가지 이야기 해둘 게 있어서요.”

“예, 말씀하세요.”

“어제는 제가 실수를 해서요. 동료들하고 먼저 상의를 했어야 했는데, 제가 그쪽이 마음에 들어서 그만······. 흠흠, 그래서 동료영입은 오늘 한 번 실력을 확인한 뒤에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그런 것이었군요. 괜찮습니다. 저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거든요. 낙하산 같기도 하고, 또 언제 ’동료‘한테 칼을 맞을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이런 건 확실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렇죠?”

“엿이나 먹어.”


자신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말에 마법사는 산을 표현한 수화로 응수했다.


그 둘의 꽁냥꽁냥한 모습을 바라보며 블랙본즈는 생각했다. 저 둘이 사이좋게 지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아무튼, 이야기가 좋게 끝나서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화라도 내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거든요. 그럼 출발하기 전에 하나 더 말해둘게요. 저는 동료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오직 직업으로만 부르죠. 그리고 존칭은 이제부터 생략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역시 블랙본즈님! 그 넓은 뜻 이해했습니다. 전투 시에는 이름보다는 직업을 부르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거군요. 확실히 이름이 긴 사람이라면 부르기 힘들겠네요.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을 계속해서 상기시켜 주는군요. 이런 큰 뜻이 있으시다니, 과연 블랙본즈 님!”

“아, 응. 뭐, 그, 그런 거야. 성직자는 꽤나 눈치가 빠르구나. 이걸 한 번에 눈치 챈 사람은 없었는데 말이야. 아주 칭찬해!”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래도 자신을 치켜세우는 네이브의 모습에 블랙본즈는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칭찬할 때, 그것이 오해라고 할지라도 조용히 묻어가는 것이 '인생의 진리'지.


“그럼 출발해볼까? 이동은 워프마법으로 할 거야. 굳이 걸어갈 필요는 없잖아?”


블랙본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료들이 그에게 달라붙었다. 동료들은 하나 같이 경외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칭송하기 시작했다.


“설마 워프마법으로 이동하실 생각을 하실 줄이야! 역시 용사님! 고위 클래스의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시다니! 너무 멋져요! 워프로 이동하면 안전과 시간을 모두 확보할 수 있겠네요!”

“이게 바로 블랙본즈님의 실력이야, 꼬맹이! 역시 블랙본즈님! 워프마법을 그런 식으로 사용하시다니! 감히 누가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천재적이에요!”

“오오! 굉장하다! 용사!”


블랙본즈와 네이브의 모습이 경쟁심을 불러일으킨 모양이었다. 격투사와 마법사는 네이브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이 과한 몸동작으로 방방 뛰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을 넘어서, 용사마저도 춤추게 만든다. 별 것 아닌 것에 감탄하는 동료들을 본 블랙본즈는 팔짱을 끼며 분위기를 잡았다.


“흠흠, 그거야 나는 여기보다 훨씬 발전된 세상에서 넘어왔으니까. 너희들도 좀 더 유연한 사고를 갖는 게 좋을 거야. 뭐, 좀 어렵겠지만 말이야.”

“오오!”


모두가 짧은 탄성을 내지르자, 블랙본즈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자, 그럼 슬슬 가볼까?”


블랙본즈는 모두를 이끌고 신전의 워프 유도 마법진 위에 섰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마을에서 워프를 사용하는 자들은 신전의 허가를 받아야만 했다. 이는 마을의 유동인구를 확인하기 위함으로 하나의 법이었다.


물론, 모두가 그 법칙을 따르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워프마법은 인간의 한계라는 7서클의 대마법이었다. 일회용에 성능도 떨어지는 '스크롤'을 이용한 워프는 몰라도, 자력으로 워프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통제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용사인 블랙본즈도 자력으로 워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자이기에, 굳이 법도를 따를 필요는 없었으나······ 바른생활 사나이로 정평난 용사답게 규칙은 철저히 지키는 편이었다.


워프 사용 일지를 작성하는 서기에게 간략한 이야기를 한 뒤, 블랙본즈는 일행들에게 돌아왔다.


“이제 이동해볼까? 좋아, 성직자! 워프할 장소를 머릿속에 떠올려줘.”

“예, 알겠습니다.”


블랙본즈는 워프마법을 발동시킨 마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그의 마력이 모두를 감싸자, 은은한 빛이 일행의 주위를 맴돈다. 빛이 절정에 치달았을 때, 네이브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신호를 보냈다.


“그럼 간다! 워프(Warp)! 자, 가즈아!”


블랙본즈가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잠시 주위가 흔들리는 것 같더니, 연극의 무대배경이 갑자기 뒤바뀐 것처럼 순식간에 주위의 풍경이 바뀌었다.


쏟아져 내리는 비의 한 가운데, 주변은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썩은 고목들의 숲이었다.


용사일행의 앞에는 이끼가 가득한 동굴의 입구가 있었다. 온통 어둠 뿐인 끝이 보이지 않는 아가리를 벌린체 말이다.


“제대로 도착했군요. 이곳이 제가 발견한 장소에요. 우선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 설명을······.”


용사일행은 네이브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이미 동굴에 들어가 버린 상태였다. 블랙본즈는 그런 네이브를 향해 귀찮다는 손을 휘휘 젓는다.


“설명은 필요 없어.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용사, 블랙본즈라고! 무슨 일이 생겨도 전원 다 무사할거야.”

“역시 블랙본즈님! 야, 꼬맹이. 이게 우리 블랙본즈님의 방식이야. ‘오늘뿐’이겠지만, 너도 블랙본즈님의 동료가 되었으니 잘 알아두도록 해. 그 어떤 전략도 주의사항도 필요 없어.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모든 것이 다 무용지물이니까!”

“물론, 용사는 직접 나서지 않는다. 보통은 우리가 모든 것을 끝내니까. 용사는 어디까지나 최후의 무력이다. 우리는 용사가 나서는 일없이 모든 것을 해치우면 그뿐이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상대는 용사가 맡는다.”


위풍당당하게 동굴을 진격하는 그들의 뒷모습을 네이브는 조소를 띄우며 지켜봤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력하다······라. 후훗, 기대하겠습니다. 그 오만함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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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006. 위기의 그람제일 (2) +1 19.05.10 126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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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05. 그람제일로... (1) 19.05.07 184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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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04. 독룡패왕(毒龍覇王) 구독룡 (5) 19.05.01 173 4 8쪽
22 004. 독룡패왕(毒龍覇王) 구독룡 (4) 19.04.30 175 5 12쪽
21 004. 독룡패왕(毒龍覇王) 구독룡 (3) +2 19.04.29 178 6 8쪽
20 004. 독룡패왕(毒龍覇王) 구독룡 (2) 19.04.27 183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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