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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빛
작품등록일 :
2019.04.01 23:22
최근연재일 :
2019.05.1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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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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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162

작성
19.04.1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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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협회의 침입자

DUMMY

###



수호자협회 사무실에 도착한 도아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경호업체인 NL(New Light)의 도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침입자가 경호업체의 당직 둘을 쓰러트리고 달아났는데 협회의 명부도 사라진 것이다.


“혹시 인상착의를 확인한 사람이 있나요?”


“없습니다.

하지만 ‘바함사’가 침입자의 뒤를 쫓아갔으니 단서를 찾을 겁니다.”


“‘바함사’가요?”


실망으로 가득했던 그녀의 얼굴에 기대감이 묻어났다.


‘바함사’ 민지연은 수호 2팀의 막내였지만, 가장 추적에 능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바람처럼 순간 이동을 하며 누구보다 높게 도약할 수 있는 강화술사였다.

그녀라면 침입자를 잡지는 못해도 최소한 단서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누가 이런 일을 벌였을까요?

우리 협회에 원한을 가진 단체나 인물일 텐데, 전혀 짐작이 안 가요.”


도 부장이 그녀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연다.


“혹시. 클럽 피에스타 애들 짓 아닐까요?”


“클럽 피에스타가? 왜?”


피에스타는 로데오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클럽 중 하나였다.

클럽을 관리하는 조직이 있긴 했지만, 그들이 협회 사무실을 습격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도부장이 피에스타를 언급한 데는 그녀가 모르는 사연이 있을 거라 생각되었기에 그 연유가 궁금했다.


매서운 도아의 눈초리가 그를 직시하자 도 부장은 괜한 말을 꺼냈다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그가 아는 사실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보름 전이었나? ‘바방’이 그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거든요.”


“‘바방’이요?”


‘바방’은 수호자 홍한성의 별호였는데 온몸을 바위처럼 강화할 수 있는 강화술사로 무시무시한 괴력의 소유자였다.


도아의 얼굴에 짜증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도 부장은 까칠한 그녀의 심기를 건드릴까 전전긍긍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 ‘텐프로’ 라고 하는 룸살롱에서 가짜 양주를 팔았나 봐요.

조사해보니 ‘클럽피에스타’에서 유통했는데 ‘텐프로’ 주인도 클럽 피에스타 사장이었다네요.

‘바방’이 쳐들어가서 작살을 냈는데 혹시 걔들이 앙심을 품고 복수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 ‘바방’이 룸살롱을 다니거나 하진 않을 텐데”


“직접 갔던 게 아니고 아는 지인이 바가지를 쓰고는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 같더라구요.

깍두기들 20명 정도를 떡실신시키고 돈도 찾아왔나 봐요.”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성격 좀 죽이라니까.

철부지 20대도 아니고 일반인을 상대로 도력을 사용하다니”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야구 모자를 거꾸로 돌려쓴 사내가 성큼성큼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바로 클럽 피에스타를 박살 낸 수호자 홍한성이었다.

그의 얼굴이 씰룩이며 구레나룻이 마치 살아있는 송충이처럼 꿈틀댄다.

매우 흥분한 것이 분명했다.

그는 도 부장을 보자마자 대뜸 소리쳤다.


“침입자가 나타났다며? 혹시 피에스타 새끼들이야?”


도 부장이 황급히 그에게 눈짓을 보냈지만, 흥분한 한성은 그의 신호를 알아채지 못했다.

한쪽에 팔짱을 끼고 짝다리로 서 있던 도아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피에스타라니? 또 사고를 친 거야?”


고개를 돌리니 도아가 싸늘한 표정으로 노려보며 있었다.

이번엔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또 그녀에게 한소리 듣게 생겼다.


“피에스타에선 왜 사고를 친 거야? 자꾸 그렇게 이목을 끌고 다닐 거야?”


그녀의 날 선 목소리에 한성의 얼굴이 벌게졌다.


“뭘 사고를 쳐?

씨..그..그럼 나쁜 짓 한 새끼들 가만 놔둬?”


“정문으로 쳐들어가서 수십 명을 박살 내면 우리가 수호자라는 걸 대놓고 광고하겠다는 거야? 꼭 그렇게 일을 시끄럽게 만들어야겠어? 윗놈만 찾아가서 조용히 처리할 수도 있잖아?”


그녀가 정곡을 찌르자 덩치 큰 한성이 할 말을 잃고 대꾸를 못 한다.

도아의 성격을 잘 아는 도 부장은 눈치를 보며 슬쩍 자리를 피했다.

그에게 괜히 불똥이 튈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아..X팔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냐? 갑자기 깍두기 새끼들이 달려들잖아”


흥분했는지 그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차갑게 쏘아보는 그녀의 눈빛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먼저 고개를 돌려버린다.


“알았어. 다음부터 조심하면 되잖아.”


“조심한다고 되겠어? 그놈에 욱하는 성격을 고쳐야지. 아니면 공식 임무 외에는 나서질 말던가, 오지랖은 넓어서 여기저기 다 참견하고 나서니”


“알았으니 이제 그만해. 사무실에 침입한 새끼가 어떤 놈들인지 알아내는 게 먼저잖아.”


한성이 한풀 꺾인 목소리로 화제를 돌렸다.

그의 말대로 지금은 침입자의 목적과 정체를 파악하는 게 먼저였다.

차분히 화를 가라앉힌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한 명이 침입해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NL경호원 둘을 쓰러트리고 달아났데.”


“뭐? 혼자서?

아니 여기가 어디라고 혼자서 쳐들어와? 완전 또라이 새끼 아냐?”


또 욕이 터져 나왔다.


“그뿐만이 아냐. 우리 명부가 없어졌어.”


“뭐 명부가?”


한성의 눈이 커졌다. 명부가 없어졌다는 건 단순히 개인에 대한 원한으로 생각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아니 그 새끼들이 왜 명부를 훔쳐가지? 나한테만 원한이 있을 텐데?”


“피에스타 애들이 아닐 수도 있지.”


“목격자나 단서는?”


“ ‘바함사’가 침입자를 쫓고 있다니깐 기다려 보자고.”


“그래?”


한성이 화를 삭이며 손가락 마디를 ‘우드득’ 소리를 내며 꺾어댄다.


“누군지 알아내기만 하면 내가 아주 박살을 내버리겠어.”


그의 모습이 한심했는지 도아가 한숨을 내쉬는데 문득 한성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NL 애들이 순식간에 당했다며?

침입자가 무림인 같은데 설마 ‘바함사’가 무리하지 않겠지?”


바함사는 도력이 높고 무력이 강한 수호자는 아니었다.

상대가 공력이 높은 무림인이라면 그녀가 위험에 빠질까 걱정이 된 것이다.

하지만 도아는 평온한 표정이었다.


“‘바함사’라면 상대를 제압하진 못해도 무사히 도망칠 순 있을 거야”


“전화해 볼까?”


“아니. 미행 중일 텐데 섣불리 전화했다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어.”


그때, 도아의 눈이 그녀의 휴대폰으로 향했다.

그녀의 스마트폰이 불빛을 번쩍이고 있었다.


“‘바함사’ 전화야”



###



도아와 통화를 마친 ‘바함사’ 지연이 어두운 골목에 몸을 숨기고는 클럽 피에스타의 입구를 쳐다보고 있었다.

침입자의 경공술이 매우 뛰어났기에 감히 따라 들어가지 못하고 그가 다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클럽 안으로 따라갈 걸 그랬나?’


도아는 무리하지 말고 대기하라고 했지만, 여기서 침입자의 흔적을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만 같았다.

그때 사무실을 침입했던 검은 모자를 눌러쓴 사내가 밖으로 나왔다.

지연은 흘러내린 뿔테 안경을 검지로 밀어 올리고 사내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그가 움직임을 멈추더니 지연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분명히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이 멈춘 것 같았다.


‘설마? 최대한 멀리서 미행했는데 눈치챈 건 아니겠지.’


섬뜩한 느낌이 들었지만, 너무 긴장한 탓이리라 생각했다.

그가 골목으로 사라졌고 그녀는 빠르게 그의 뒤를 쫓았다.

가로등 불빛에 골목의 모퉁이에 서 있는 사내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가 움직임을 멈추고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재빨리 몸을 숨긴 지연이 조마조마해하는데 검은 모자의 사내가 사라져 버렸다.

잡힐 듯 말 듯, 멀어지면 어느샌가 모습을 드러내고 가까이 가면 사라진다.

그녀가 도력을 사용하여 바람처럼 모퉁이를 돌아 골목으로 꺾어져 들어갔다.

하지만 어두컴컴한 골목길엔 건물의 네온사인만 휘황찬란할 뿐 사내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으슥한 골목을 걸으며 주위를 살펴보니 ‘텐프로’라는 핑크색의 네온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텐프로?

클럽 피에스타 사장이 운영하는 룸살롱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녀는 ‘텐프로’의 입구 사진을 찍어서는 도아에게 전송하였다.

그리고 깨톡으로 침입자가 ‘텐프로’ 안으로 들어갔음을 알렸다.


‘이번엔 들어가 볼까?’


하지만 뭔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언제부턴가 검은 모자의 사내가 유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침입자의 행방을 여기서 놓치고 싶진 않았다.

그녀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조심스럽게 ‘텐프로’를 향해 발을 옮겼다.


‘진짜로 날 유인한 건가? 날 유인한 거라면 보통 실력이 아닌데.’


그녀는 ‘텐프로’로 향하는 지하 계단 입구에 멈춰 섰다.


- 깨톡!


스마트폰 알림음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깨닫지 못했지만,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야, 긴장했나? 메시지 소리에 놀라고.’


들어가지 말고 기다리라는 도아의 메시지였다.

그녀도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것일까?

아마도 좁은 공간에서는 지연이 도망치지 못할 수도 있을까 걱정해서일 것이다.


‘그래도 도망치는 건 자신 있다고.’


계단으로 한 발 내딛는데 ‘우당탕!’하는 소음과 함께 건장한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나왔고, 그녀는 재빨리 뒤로 몸을 날렸다.

쇠파이프와 야구방망이, 회칼 등으로 무장한 사내들이 지연을 향해 험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쥐새끼 같은 년을 봤나? 여기가 어딘 준 알고 알짱거려?”


갑자기 등장해서는 협박을 해대자 지연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좁은 룸살롱에서 포위당하지 않은 것이 어디인가?


‘그자가 내 미행을 눈치챘었나? 안에 들어갔으면 큰일 날 뻔했군.’


그녀는 본능적으로 연기를 시작하였다.


“저, 저는 그냥 지나가던 중이었거든요.”


그러면서 상대를 재빨리 훑어보았다.

쇠파이프를 들고 있는 사내가 셋,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는 사내가 둘, 나머지는 회칼.

모두 건장한 체격이었지만, 그냥 힘 좀 쓰는 사내들이다.

그녀가 능력을 쓰면 이길 순 있겠지만, 소란을 피워서 일을 키우긴 싫었다.


‘일단 여기서는 조용히 후퇴하는 게 낫겠어.’


지연이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니 사내들이 거들먹거리며 걸어왔다.


“야! 어딜 도망가!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얌전히 이리로 와.”


“뭐 좀 물어보려는 거니까 잠깐 얘기 좀 하자.”


그들은 저마다 험한 말을 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공포감을 조성해서는 고분고분 말을 듣도록 하려는 거였다.

하지만 지연은 ‘홱’하고 몸을 돌려서 달리기 시작했다.


“저년 잡아!”


그들은 고함을 치며 뒤늦게 그녀의 뒤를 쫓는다.

모퉁이만 돌면 능력을 써서 사라지려 했는데 맞은편에서도 7, 8명의 사내가 몰려왔다.

앞, 뒤로 포위된 것이다. 지연이 낭패감에 미간을 찡그렸다.

그때 등 뒤에서 쇠파이프가 날아왔다.

그녀가 고개를 숙여 피하니 쇠파이프를 휘두른 사내가 중심을 잃으며 비틀거렸고, 가볍게 다리를 거니 중심을 잃고 나뒹군다.

자그마한 체구에 독서나 할 것 같은 여인의 민첩한 몸놀림에 모두 놀랐다.


“조심해! 저년 보통이 아닌 것 같으니깐”


“제깟 년이 그래 봤자 원더우먼도 아니고 칼로 쑤시는데 안돼질까?”


그들은 그녀에게 동시에 달려들었고, 지연은 재빨리 스캔하며 빈틈을 찾았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이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



텐프로 안의 널찍한 룸.

검은 모자의 사내는 상석에 앉아 있는 올백의 사내에게 서류봉투를 건넨다.


“제 뒤를 미행한 여인도 능력자 같더군요.

경공술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데 항상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추격해왔습니다.”


올백의 사내는 말 없이 서류를 꺼내 쳐다보기만 한다.

그 모습이 답답했는지 왼 눈에 칼자국이 있는 사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형님! 우리 애들 20명이 단 한 놈한테 박살이 났습니다요.

그 새끼가 패거리가 있으면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습니다요. 형님.”


그의 말에 올백의 사내가 눈을 치켜떴다.


“짝눈아,

클럽 관리 잘하라고 보내놨더니만 개망신이나 당하고 다녀?”


형님이라 불린 사내가 큰소리를 내자 짝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우린 세븐헤드라구.

육대문파도 우리한테 함부로 못 하는데 무림 새끼한테 쫄아서 되겠냐?”


올백의 사내는 전국구 조직 세븐헤드의 보스 중 한 명인 이정길이었다.

한주먹에 모두를 제압한다고 하여 일권이라 불렸는데, 피에스타의 사장인 짝눈과는 태수문(太手門)의 사형제 사이였다.

한때 태수문의 제자였던 두 사람은 지금은 제명을 당한 뒤 세븐헤드에 몸을 담고 있었다.


이 시대의 한국 무림은 6대 문파가 중심이 되어 만든 ‘한무협(한국무림협회)’이란 단체에 등록된 정파와 등록되지 않은 사파로 나뉘어 있었다.

6대 문파 중 하나였던 태수문은 한국 무림에서는 영향력이 큰 문파였는데 문주는 ‘한무협’의 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였다.

‘한무협’에서 치르는 시험에 합격하면 정식 무림인으로 등록되었는데 경찰이나, 흥신소에서 활약하거나 이정길과 유병태처럼 조직폭력배로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정길은 고개를 돌려 검은 모자의 사내를 흥미로운 듯이 쳐다보았다.


“이름이 어떻게 되지?”


“‘흑월문’의 야객에게 이름을 물어보시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군요.”


검은 모자의 사내는 흑월문 소속의 야객이었다.

흑월문은 청부를 받고 정보를 빼 오거나 살인을 대행해주는 무림 집단이었는데 ‘한무협’에는 등록되지 않은 사파로 분류되어 있었다.


“흠. 까칠하긴.

자네를 미행한 여인이 어느 문파인 것 같아?”


이정길은 그를 미행한 지연도 틀림없이 무림인일 것으로 확신하였다.


“.....글쎄요”


“‘흑월문’의 야객이 모르는 문파가 있었나?”


“모든 걸 알 수는 없으니까요.”


이정길은 서류를 볼 수 있도록 탁자 위에 던져놓았다.


“서류에는 ‘청룡문 수호자 협회’라고 적혀 있던데 혹시 들어봤나?”


“보수에 대한 임무는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서류를 빼 오는 것까지입니다.

이제 잔금을 주십시오.”


이정길이 눈을 하얗게 뜨고는 턱을 까닥이자 짝눈이 검은색 007가방을 꺼내어 검은 모자의 사내에게 보여주었다.

가방을 확인한 검은 모자의 사내가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그들의 처리가 필요하시면 연락 주십시오.

저희 살수들이 깔끔하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푸하하하!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우리도 그 정도 능력은 된다고.”


이정길이 거드름을 피우며 위스키를 잔에 따르는데 스포츠머리를 한 사내가 허겁지겁 룸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형님! 죄송합니다. 안경 쓴 년을 놓쳤습니다.”


그의 말에 이정길의 인상이 구겨졌고 검은 모자의 사내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검은 모자의 사내는 말을 마치고는 연기처럼 사라진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이정길은 짝눈에게 서류봉투를 던졌다.


“이거 복사해서 그 새끼들 가족부터 친인척까지 빠짐없이 조사해와.

한 놈씩 다구리 칠라니까”


이정길은 한 번에 위스키를 비우고는 ‘퍽!’하며 두꺼운 크리스탈 잔을 박살 냈다.

그의 손에서는 크리스탈 잔이 가루가 되어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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