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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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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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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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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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아레아리스 - 9

DUMMY

쾅쾅쾅!!!


쉴새없이 울려대는 문소리에 에넨이 안경을 고쳐쓰며 현관문쪽으로 향하려했을 때, 건물 밖으로부터 고함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어이 영감! 빨리 문 열고 나와!”


벽난로가 조용히 타들어가는 소리만이 들리는 거실에서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에넨은 쓴웃음을 지으며 옷매무새를 다듬었고, 아렐은 그에게 조력의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정중하게 사양하면서 한숨을 한차례 쉬고는 터덜터덜 현관문을 열었다.


“여전히 느릿느릿하구만, 아직 죽을 나이도 아니면서 그리 골골대면 쓰나.”

“무슨 일입니까···”


입가에 빈정대는 웃음을 머금은채 모습을 드러낸건 삐죽삐죽한 적발의 남성이었다. 그야말로 동네깡패같은 모습을 한채 나타난 그 남성의 모습을 고개를 내밀며 확인한 아렐은 언제라도 에넨을 도와주기위한 준비를 취하고있었다. 그런데 에넨은 어째선지 몸을 움직여 아렐로부터 남성의 몸을 숨기며 천천히 현관물을 닫고는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응?”


예상외의 상황에 당황한 아렐은, 겉모습이 이상할뿐 에넨의 지인이었나··· 싶었지만, 집중하고있던 그의 귀를 통해 벽너머에서 들려오는 그들의 대화소리는 심상치않았다.


(잘 알면서 왜 그래. 빨리 다음 물건을 주지않으면 우리도 곤란하다고.)

(아직 정해진 날짜보다 한참 이르지않습니까, 건네주기는 커녕 저에게 도착하지도 않았군요.)

(아앙?! 돈이라면 줄테니까 빨랑빨랑 내놓으라고! 네놈도 중간에 껴서 잔뜩 쳐먹고있는 주제에 뭐가 그리 째째해!)

(하··· 없는건 없는겁니다. 오늘은 손님도 와계시니 그만 돌아가시죠.)

(이 미친영감이 사람을 돌아버리게하네··· 나는 지금 부탁을 하는게 아니라! 요구하고 있는거야! 내일 이 시간에 다시한번 올테니까, 그때까지 약 준비안해놓으면 뒤질줄 알고있어.)


‘...약?’


도저히 그냥 넘길 수는 없는 단어를 들었다. 아렐은 그 단어를 무언가의 치료제··· 라고 생각하며 넘겨야하는 것일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곧장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본래 그 단어에 민감한 아렐이 잠시라도 고민했다는 것은 그만큼 에넨을 믿고싶다는 마음이 조금은 존재했었다는 것이었겠다. 하지만 의심의 뿌리가 끄트머리라도 보인 이상, 그건 더이상 묵과한채로 넘길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기다리게해서 죄송합니다.”


중간중간 건달같은 남성이 목소리를 조금 높이기는 했어도, 그들은 상시 목소리를 낮게한채 속닥속닥 대화를 나누고있었다. 때문에 에넨은 아렐이 벽너머에서 한 대화를 엿들었다는 사실을 꿈에도 꾸지못한채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아뇨, 신경쓰지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보다 괜찮은가요? 꽤나 인상이 안좋은 분이셨습니다만.”

“아··· 저 사람이 방금전에 말씀드린 산적놈들 중 하나입니다. 가끔 와서 돈을 내놓으라고 윽박을 지르긴합니다만, 크게 신경쓸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렐역시 천역덕스럽게 표정을 꾸미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에넨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왕국해체나 메아윌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오가지않았고, 그 후로도 가벼운 대화만을 이어나가며 메아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얼마지나지않아 메아윌이 가벼운 실내복장차림을 거실에 나오자, 에넨은 방의 위치를 알려준뒤 느긋하게 쉬라고 전하고는 윗방으로 올라갔다. 감사를 전한 그녀는 잠시간 벽난로근처에서 온기를 받고는,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상기된 얼굴을 하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아렐씨는 정말로 목욕안하실 거예요?”

“...저, 냄새가 그렇게 심합니까?”

“전혀 그렇지않아요. 불쾌한 냄새는 전혀없다고나 할까, 시원하다고나 할까··· 오히려···”

“오히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저 온수를 마음껏 쓰는 목욕이 기분좋았으니까 해두는 말이에요.”


도중에 아렐과 마주보고있던 얼굴을 부자연스럽게 돌린 그녀는, 들고있던 수건으로 머리를 가리더니 온수목욕의 장점에 대해 마구 늘어놓기시작했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재밌어진 아렐이 웃으면서 물어보았다.


“그러고보니 그 산장에서는 냉수밖에 안나왔었군요. 마법으로 따뜻하게는 안돼나요?”

“가능은해요. 그래도 온도를 바꾸는 마법은 계속해서 신경을 써줘야해서 자주하기에는 부담이 된단 말이죠. 가뜩이나 저는 목욕하는 시간이 긴편이라서··· 아렐씨?”


기쁘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를 차분하게 바라보고있었지만, 그녀는 말하던 도중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변하더니 아렐을 불렀다.


“네?”

“혹시 무슨 일 있으셨나요?”

“...!”


아렐은 그만 깜짝 놀라며 몸을 작게 떨고 말았다. 분위기를 숨기지도 못했을 뿐더러, 간파되었을 때의 놀라움도 그대로 표현해버려 부끄러워진 그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한숨을 작게 흘리면서 손틈새로 메아윌의 얼굴을 슬쩍 보니 아직까지도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채로 자신을 보고있었다.


“하··· 그렇게 티가 납니까?”

“글쎄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안좋으신 것 같아서···”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는 에넨에게 있었던 일들을 비롯해 이후 자신이 어떤 식으로 대처할 생각인지에 대해 그녀에게 설명해도 괜찮을지 고민했다. 아렐자신은 불법약물류에 관해 그냥 넘어갈 생각이 절대로 없었기 때문에, 설령 지각을 하게되더라도 이번 일을 완전히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었다. 물론 아직 자신이 의심하고있을 뿐이기는 하지만, 이에 관한 정보를 모으는 과정이나 해결하는 과정에서 무력행위가 일어날 것은 뻔해보이는 일이었고, 그런 일에 메아윌을 연류시켜도 될지 판단이 잘 서지않았다.


“일단은 괜찮습니다. 중령님과의 대화에서 살짝 놀랄만한 부분이 있었던 것 뿐입니다.”

“그런가요···”


따라서 일단은 약간의 미소를 지어가며 얼버무렸다. 어디까지나 거짓말은 하지않는 범위에서.

역시나 메아윌은 납득하지못한채 불만스러운 듯 미간을 작게 찡그리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물러나주었다.

아렐은 그녀가 하는 행동의 작은 부분부분에서 이유 모를 따스함을 느꼈고, 최근 사이 피폐해지기만 하는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스레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지못하고 미소지었지만 이역시 그녀딴에는 썩 마음에 들지않았던 듯 볼을 작게 부풀리더니 고개를 휙 돌려버리고는 자러간다는 말을 남기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손을 흔들며 배웅한 그는 윗층에서 문이 조용히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소파에 몸을 깊게 묻었다.


“후···”


복잡해져버렸다.

불이 장작을 먹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을 정리하던 아렐은 한숨이 안나올 수가 없었다.


제국의 변두리에서 마족사냥을 하다가 긴급호출을 받아 본부로 돌아갔더니 나를 비롯한 동료들에게 내려온 것은 여지껏 받아본적이 없었던 유력인사와의 협상임무.

향하는 곳도, 만나는 대상도 모르는채 명령에 따라 준비를 마친 뒤 정해진 행선지는 다름아닌 마왕성.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아 어찌어찌 출발해보니 교도소에서는 만취해버려서 다잡은 벌레놈들을 놓치고 반격까지 당해서 미아신세.

상냥한 여성의 도움을 받아 탈출의 실마리를 잡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겨우 동향의 사람을 발견했다 싶더니만 또다시 등장하는 불법약물의 냄새.


너무나도 변수가 많고, 여기저기서 자신에게 기습을 걸어오는 감각이었다. 아렐은 한손으로 머리를 받쳐가며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헤집어보았지만, 그래봤자 최선의 해결책이 생각날 리도 없었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쳐다보면, 혼란스러워하는 그를 비웃듯이 맑은 밤하늘로부터 아름답게 반짝거리는 별들이 무수했고, 그 아래로 보이는 황폐해진 옆집들의 풍경과 대비되어 적막감만이 더해질 뿐이었다.

괜스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오는 것만같아 오랜만에 느껴보는 짜증이 마음속 깊은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오늘만해도 몇 번째일지 모를 얕은 한숨을 또 한번 내쉰 그는 이리 죽치고 앉아있어봐야 상황이 호전될리도 없겠다는 생각에 이른 취침을 청하기로 했고, 벽난로를 정리해 불을 끈 뒤 2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


“응?”


발밑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재빨리 허리를 숙이고 차갑게 식어가는 마룻바닥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조용··· 하지는 않았다. 건물 전체를 타고 흘러와 전해져 들려오는 윗층의 에넨이나 메아윌이 뒤척이는 소리, 아직 귀가를 마치지않아 길을 서두르고있는 바깥의 통행인들 소리, 그 외에도 도시 어딘가에 있을 하천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를 비롯해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소리들만이 미약하게 그의 귀로 흘러들어왔다.

그 소리들에 이질감은 없었고, 아렐은 자신이 착각했다고 생각해 자세를 정돈하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아무래도의 그의 감각은 착각이 아니었던듯 이상한 소음이 들려왔다. 그것은 예를 들자면··· 여러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일을 하는 것만같은 부산함. 마치 급한사건이 생겨 출동을 서두르는 군인들과 같은···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아렐은 귀를 곧장 땐 뒤 1층을 돌아다녔다. 가능하다면 발소리도 크게내서 2층에 있을 메아윌에게 긴급상황임을 전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밑에 있을 정체불명의 불한당들에게까지 눈치채여질 수 있었기에 되도록 소음을 억제한채 빠르게 걸어다녔다.

기둥 뒤에 숨은 거실의 사각지대, 부엌, 화장실, 욕실, 창고. 아렐이 이 집에 들어와서 얼핏 보았을 때는 전혀 보이지않았던 지하실로 통하는 계단을 찾아 이리저리 확인해보았지만, 그럴듯한 문이나 틈새 등은 보이지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를 몰라 우선 메아윌이라도 보호하기위해 2층으로 올라가려던 그때, 마치 벽을 뚫고올라가기라도 하는듯 아렐의 바로 옆에 있던 벽안에서 무수한 발소리들이 무거운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갔다.


“젠장!”


애초부터 1층이 아닌 2층에 지하실로가는 계단이 있었다는 점을 눈치챈 아렐은 더 생각하기에 앞서 용린갑을 완전가동시켰다.

전신에 장착된 용린갑에서 전에 보지못했던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나오고 파랗게 발광하는 마기회로들이 무서울정도의 마력을 뿜어내기까지 단 1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싶은 마음을 억눌러 정신을 가다듬으며 그 1초를 기다리고, 아렐은 2층을 향해 질주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도중 아렐의 몸이 살짝스친 난관이 압력을 견디지못하고 산산조각 나버렸지만 아렐은 크게 신경쓰지않았다. 오히려 천장을 뚫고올라가지 않았던 점을 칭찬해주었으면 할 정도였다.


폭풍과도 같이 질주해 올라온 2층에는, 이미 복도를 시커먼 남자들이 가득메우고있었고, 몇몇은 에넨이나 메아윌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고있었다. 느닷없이 뛰쳐올라온 아렐에게 놀라며 남자들이 허리에 꽃혀있던 다양한 무기들을 빼들려고했지만, 그 움직임은 아렐에 비해 너무나도 느렸다.


그저 조용히 눈을 번득이며 마치 나무늘보의 행동을 보듯 남자들의 동작을 잠시동안 훑어본 아렐은, 나이프를 뽑지도않고 그들을 무시한채 메아윌의 방을 향했다. 교묘하게 남자들의 몸을 피해가며 물결치듯 움직인 그는 남자들이 무기를 다 뽑았을때는 이미 방안으로 들어와있었다.

어슴푸레한 방안에는 두 명의 복면을 쓴 남자들이 있었다. 복도의 소란에 놀랐는지, 아니면 갑자기 들어온 아렐을 보고 놀랐는지, 재갈을 물린채 양손양발이 묶인 메아윌을 들쳐업다말고 그를 멍하니 쳐다보고있었다.


“메아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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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3장 르윈드 - 25 19.04.30 60 0 13쪽
25 3장 르윈드 - 24 19.04.29 5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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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장 세이럼 - 22 19.04.26 55 0 10쪽
22 2장 세이럼 - 21 19.04.25 57 0 10쪽
21 2장 세이럼 - 20 19.04.24 56 0 9쪽
20 2장 세이럼 - 19 19.04.23 65 0 9쪽
19 2장 세이럼 - 18 19.04.22 67 0 9쪽
18 2장 세이럼 - 17 19.04.20 61 0 19쪽
17 2장 세이럼 - 16 19.04.19 63 0 19쪽
16 2장 세이럼 - 15 19.04.18 97 0 10쪽
15 2장 세이럼 - 14 +1 19.04.17 77 0 18쪽
14 1장 아레아리스 - 13 모닥불 19.04.16 69 0 20쪽
13 1장 아레아리스 - 12 19.04.15 74 0 13쪽
12 1장 아레아리스 - 11 19.04.13 160 0 10쪽
11 1장 아레아리스 - 10 19.04.12 53 0 13쪽
» 1장 아레아리스 - 9 19.04.11 53 0 12쪽
9 1장 아레아리스 - 8 19.04.10 55 0 16쪽
8 1장 아레아리스 - 7 19.04.09 50 0 17쪽
7 1장 아레아리스 - 6 19.04.08 54 0 13쪽
6 1장 아레아리스 - 5 19.04.06 69 0 17쪽
5 1장 아레아리스 - 4 19.04.05 65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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