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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04.02 01:08
최근연재일 :
2019.05.08 01:04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23,702
추천수 :
283
글자수 :
153,074

작성
19.04.2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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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9
추천
4
글자
12쪽

상단(2)

DUMMY

"아, 아닙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희 상단은 수도 방향에서 내려왔습니다. 수도에서 출발해서, 키르젤 영지까지 도달하는 것을 기본 일정으로 하고 있지요. 중간에 디어란 영지를 들르도록 되어있구요."

"그런데 왜 이곳까지 곧장 오신겁니까?"

"그것이.... 그 부근을 도적단 놈들이 점거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 놈들을 피해서 바로 이쪽으로 향했고, 도적단 놈들은 저희를 추격해 온 것이죠."

"디어란 영지에서 도적단을 그대로 놔뒀단 말입니까?"


디어란 영지는 남작이 지배하는 도시로, 그리 크진 않았다. 그렇다 할지라도 일개 도적단이 부근을 점거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놔둘리 없었다.


"자세한 상황은 저도 잘..."


소설 속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던 사건이 발생했다. 내가 키르엘 영지를 지켜낸 것과 관련이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한 것일까?


고블린들이 영주성에 집착한 것도 그렇고, 소설에서는 묘사되지 않은 사건들이 내 앞에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었다.


디어란 영지에 꼭 들러야하는 이유는 없었지만, 나는 도적들을 물리치고 영지를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사건에 대해 파헤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탁하실게 있는 모양인데.... 함께 디어란 영지로 가달란 겁니까?"

"네. 맞습니다. 사실은.... 제 딸이 영주님께 시집을 갔습니다. 아비된 입장에서 걱정이 되는군요. 큰 도움은 안되시겠지만, 호위 무사들과 포션을 충분히 지원해드리겠습니다. 물론 별도로 보수도 지불해드릴겁니다."


나와 대화를 하는 동안 마음에 안정이 되었는지, 노인은 자신이 바라는 바를 명확하게 요청했다.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어차피 확인해야할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음, 알겠습니다. 우선은 조금 쉬면서 작전을 짜보죠. 여긴 조금 그렇고 적당한 공터로 옮기시죠. 휴식도 취하고, 식사도 좀 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죠."


나의 말에 상단 일행들의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피웅덩이와 살점으로 가득찬 곳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리 없었다. 적어도 이들은 아니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보다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무리한 부탁까지 들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보상은 충분히 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노인은 감사를 표했다. 이윽고, 사람들을 불러모아 짐과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했다. 나도 도와주려 했으나, 모두들 극구 사양했다.


정리가 끝나자, 상단 일행과 나는 옆 공터로 장소를 옮겼다. 내가 돕는 것을 누구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멀뚱히 보고만 있었다.


그 와중에 염라의 정체가 해골이라는 게, 모두에게 드러나서 몇몇 심약한 사람들이 기절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투 중에는 원혼갑에 의해서 로브 안쪽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원혼갑이 해제된 상태에서는 로브만 가지고는 그 정체를 숨길 수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 수도에 있는 네크로맨서들은 대부분 소유한 언데드들에게 전신갑주 같은 것을 장비시켰기 때문에, 실제로 언데드의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이 드물다는 것도 사람들이 놀란 큰 이유였다.


염라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네크로맨서라는 사실도 공개되었다. 나와 염라의 정체로 잠시 소란스러워졌지만, 노인의 빠른 수습으로 상황은 안정되었다.


잠시 후 자리가 정리되고, 식사가 준비되었다. 나는 아까의 노인과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는 노인 외에도 한명이 더 있었는데, 아까의 전투에서 그나마 활약하던 인물이었다.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제 소개도 못했습니다. 저는 라샬 상단의 상단주인 어네스트 라샬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이번 호위 대장인 라이어스입니다."

"라이어스라고 합니다."

"저는 마법사 게릭이라고 합니다."

"전신갑주를 착용하신 덕분에 기사님이신줄 알았는데..... 저렇게 강력한 언데드를 부릴 정도라니. 대단한 수준의 네크로맨서이신 모양입니다."


넌저시 나의 수준을 떠보는 라이어스. 그러나 나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타인이 등급을 묻는 것은 상당한 실례였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어네스트와 라이어스는 아마도 전신갑주를 입은 내 모습을 기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이제보니 어네스트가 곧장 나에게 말을 걸었던 것도, 아마 나를 기사로 착각했기 때문이리라.


"자, 시장하실텐데 우선 식사부터 하시고 이야기를 나눠 보시죠. 다들 피로해하는 관계로 메뉴는 간단하게 준비했습니다만.... 양해부탁드립니다. 이보게들. 얼른 식사를 가져다 주게."


어네스트는 서둘러서 말을 돌렸다. 직접적으로 묻진 않았지만, 내가 불쾌감을 표하기엔 충분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곧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네스트는 내 기분이 상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곧이어 사람들이 우리에게 식사를 가져다 주었고, 식사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상황은 정리될 수 있었다. 식사가 들어오는 와중에도 그들은 내 눈치를 계속 살피는 듯 했다.


이 상황에서 나는 철저한 갑이었고, 그들은 철저한 을이었다. 그런 만큼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고, 실수한 것 같아도 사과를 할 수 없었다. 사과를 하는 것 또한,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딱히 화가 나거나 마음이 불편하진 않았지만, 따로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다. 본격적으로 조건을 맞춰보기 전에, 알아서 굽혀주는 것을 거부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메뉴는 간단하게 스프와 빵 그리고 치즈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네스트는 메뉴가 별거 없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실상은 제법 괜찮은 메뉴였다. 스프에도 고기 덩어리가 충분했고, 빵이나 치즈 역시도 상당히 고급품이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최대한 배려하려는 것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본격적으로 도적단과의 전투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도적단의 규모는 어느정도입니까?"

"대략 100명은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의 강자가 포함되어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라이어스가 면목이 없다는 투로 대답했다.


"지금 상대한 수준이라면 이쪽에서는 어렵지 않게 해결이 가능합니다만.... 적의 수준을 알 수 없으니 제대로 된 작전을 짤 수가 없군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에라도 도적단에 [5]등급이 한 명만 포함되어 있어도 실질적으로 승산이 거의 없었다. [4]등급이 3명만 되도 쉽지 않을 것이고. 제대로 된 전략을 짜기 위해, 우리에겐 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몇 놈 살려둘껄 그랬나봅니다."


아쉽다는 어투로 라이어스가 말했다. 그 말에 슬쩍 나를 쳐다보는 어네스트,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내 눈치를 보는 모습이었다. 듣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나를 탓한다고 볼 수도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음, 이렇게 하시죠. 소수의 인원만 외곽으로 다가가서 몇 놈 잡아오는 겁니다. 100명이 넘는 인원이라면 한 두명 없어지는 것으론 신경쓰지 않을 겁니다. 마침 조금만 지나면 해가 질테니 더 좋은 기회겠군요."

"혹시라도 점호 같은 걸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의 의견에 라이어스는 의문을 제기했다.


"점호를 하더라도 밤에 우리쪽을 찾아나서진 못할 겁니다. 인원이 분산되면 우리 쪽에서는 습격하기가 더 좋겠죠. 비전투원들은 안전한 장소에 숨어있고, 전투 인원들만 도적단 주위에서 장소를 찾아보죠."

"상단주님 충분히 가능성있는 얘깁니다. 설령 적에게 상당한 강자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곧장 우리를 공격하진 않을 테니까요. 정보를 확인해보고 최악의 경우, 도망치면 됩니다."


내 말이 설득력있게 들렸는지, 라이어스는 어네스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라이어스의 말에 한참을 고민하던 어네스트는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알기로는 절대적인 강자라면 적이 부근에 나타나는 순간 알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강자가 있다는 가정하에 여러분이 외곽에서 적을 납치하면, 들키지 않겠습니까?"

"아뇨. 정말 그런 강자가 있다면, 이미 디어란 영지는 함락됐을 겁니다. 그 정도의 강자와 100명의 전투인원을 남작가에서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내 말에 동의하는 지, 라이어스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의 질문이 마지막 의문이었던지, 어네스트 역시 곧 우리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럼 인원을 분리하죠. 비전투 인원들은 짐을 챙겨서 최대한 안전한 곳에 숨어있는 게 좋겠습니다. 라이어스님 전투 가능 인원은 총 몇 명입니까?"

"음, 호위 병력이 저를 포함해서 총 10명 생존한 상태입니다만... 두 명정도는 만약을 위해 비전투 인원쪽에 합류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어네스트님 부근에 조금 좁은 길목 같은게 없습니까? 길목을 제가 막고, 뒤에서 전투 인원들이 활을 쏘면 어떨까 싶은데요."


어네스트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고는 대답했다.


"글쎄요. 제가 이곳 태생이 아니라. 커다란 바위는 몇 개 있긴 합니다만, 멀리 떨어져있습니다."

"바위라... 대략적인 위치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네. 그러죠."


바위의 위치를 숙지한 후, 나는 라이어스에게 물었다.


"들으셨겠지만, 전투 인원들은 활의 사용이 가능한가요?"

"활은 없고, 석궁은 사용가능합니다. 전투 인원은 모두 석궁의 사용법에 대해 훈련을 받은 상태입니다. 다행히 우리 상단은 석궁에 대한 허가를 받은 곳이거든요. 뭐 10개정도 뿐이긴 합니다만, 지금 상태에선 충분하겠죠. 물론 석궁이나 화살도 충분합니다."


적에 대한 정보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다행히도 주변 지물이나 우리 측 전력은 썩 괜찮은 편이었다. 비록 석궁에 특화된 것은 아니겠지만, 석궁의 사용법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전투 인력이라면 보조 전력으로는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어디까지나 주 전력은 나와 염라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라이어스 정도까지만 주 전력에 포함시킬 수 있으리라.


식사 중에 '감정'으로 확인해본 결과 라이어스조차 [3]등급에 불과했고, 그 휘하 인원들은 당연히 그 보다 수준이 아래일 것이다. 인원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난전을 벌이는 것은 희생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어네스트님. 비전투 인원들이 있을만한 곳은 있습니까?"

"적당한 장소는 없습니다만, 최대한 멀찍이 떨어져 있는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병력을 더 뺄 수 도 없으니까요."


굳은 얼굴로 어네스트가 대답했다. 그는 다소 두려움을 느끼는 듯 했지만, 그러한 감정을 이겨내고 단단히 결심한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최대한 키르젤 영지쪽으로 물러나시기 바랍니다. 아니 아예 키르젤영지로 가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제가 그쪽에서 왔습니다만, 딱히 위협적인 대상을 만나진 못했거든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어네스트를 키르젤 영지로 보내고, 나는 라이어스 일행들과 전투를 준비했다. 납치를 하고나면 머지않아 전투가 이어질 것이 뻔했고, 미리 준비를 해놔야 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해서 확인해본 결과, 나머지 일행들은 모두 [1]등급이거나 [2]등급의 전사들이었다. 예상대로의 인원 구성에 나는 처음 생각한 대로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일행들을 이끌고 그나마 가장 큰 바위 부근에 자리를 잡게 했고, 주위에서 큰 바위들을 모아 작은 요새를 만들었다.


라이어스 일행들은 바위를 혼자 들어올리는 나의 힘에 깜짝 놀랐다. 그 후, 일행들의 사기는 단숨에 치솟아 올랐다.


잔혹하지만 압도적이었던 염라.

엄청난 힘을 자랑하는 나.

바위로 만들어져 쉽게 부술 수 없는 바위 요새.


이 세 가지는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승리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3시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오래걸렸네요.


일단은 한 편 올리고,

저녁 먹고 난 다음에 한편 더 쓰도록 하겠습니다.


밤에 다시 뵙겠습니다.(어쩌면 새벽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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