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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작가03
작품등록일 :
2019.04.02 09:55
최근연재일 :
2019.06.30 14:41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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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09
글자수 :
161,699

작성
19.05.10 15:44
조회
108
추천
3
글자
8쪽

[32화] 진오의 과거

DUMMY

마이클은 올 시즌 내내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 준 동료들에게 늘 고마워했다. 그런 그에게 강림은 진실을 얘기하지 않았다. 마이클이 아름다운 기억만 가지고 트윈벨스를, 그리고 한국을 떠나길 바랐다. 그 날 강림이 마이클과 마셨던 소주는 무척이나 썼다.

진오는 아까부터 백 평은 족히 되어 보이는 넓은 일식집의 바에 홀로 앉아 정종을 들이켰다. 맞은편에서 하얀 요리사 가운을 입은 그의 아버지가 초밥을 만들어서 그에게 건네주었다.


“서울 오거든 좀 들러라.”


진오는 퉁명스럽게 아버지의 말을 받았다.


“바빠요.”

“밥은 잘 먹고 다니냐?”

“굶고 다닐까 봐요.”

“팀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면서?”

“신경 쓰지 마세요.”

“받아줄 팀이라도 있는 거야?”


진오는 아무런 대꾸 없이 정종 한 잔을 더 들이켰다.


“갈 데 없으면 여기로 오거라. 어차피 네 거 아니냐?”


진오는 말없이 테이블에 돈을 올려놓고 나갔다. 아버지가 등 뒤에서 저녁 먹고 가라고 소리쳐 불러도 소용없었다.

진오는 쓸쓸히 아버지의 일식집 앞으로 난 길을 걸었다. 목적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벌써 숙소로 돌아가긴 싫었고 그저 시간을 때우고자 함이었다. 앞에서 바쁘게 뛰어오던 행인 하나가 피하지 못하고 그만 진오와 부딪쳤다. 그 바람에 그가 쓰고 있던 야구모가 떨어졌다. 야구모 정중앙에는 빨간색으로 ‘B’라는 마크가 붙어있었다.

행인은 죄송하다는 말만 짧게 남기고 다시 진오가 걸어오던 방향과 반대로 정신없이 뛰어갔다. 기분은 나빴지만 진오는 행인을 나무라지 않고 대신 떨어진 야구모를 주우려 했다. 하지만 난데없이 불어온 바람이 그의 야구모를 길 건너편의 놀이터로 날려 버렸다.

진오는 간신히 길을 건너 놀이터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한 꼬마가 진오의 야구모를 쓰면서 친구들과 놀았다. 그는 잠자코 꼬마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히려 꼬마가 한참을 놀다가 그런 진오를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이 모자 아저씨 거야?”


진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꼬마는 순순히 야구모를 벗어 그에게 건넸다.


“맘에 드니? 가질래?”


꼬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나중에 아빠한테 사달라고 하지 뭐.”


꼬마는 다시 친구들에게 돌아가 놀았다.

진오는 씁쓸한 표정으로 모자 안을 들여다보았다. 모자챙에는 ‘1997. 1.27’이라는 숫자와 함께 멋진 사인이 적혀 있었다.

작년까지 진오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곧장 메이저리그에서 올라간 선수는 LA다저스의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박태호를 제외하면 그가 유일했다.

1997년 1월 입단식에서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진오는 보스턴 레드삭스(Redsoxs)의 단장이 내미는 계약 서류에 사인했다. 사인이 끝나자 단장은 직접 그에게 레드삭스의 유니폼을 입혀 주었다. 진오는 유니폼을 입고 다시 한 번 촬영 포즈를 취했다. 단장은 오늘 날짜와 함께 자신의 사인을 모자챙에 적은 레드삭스 야구모를 그에게 씌웠다. 진오가 레드삭스의 일원이 되었음을 알리는 제스처였다. 단장은 올 시즌 진오의 활약이 어떨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10승은 문제없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나 이런 단장의 바람은 공염불이 되었다.

그 해 4월말에 치러진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경기였다. 오랜 세월동안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두 팀이 올 시즌 처음으로 맞붙는 대결이라 레드삭스의 홈구장인 펜웨이파크에는 수많은 관중들로 가득했다. 진오는 양키스와의 홈 3연전 중 첫 번째 경기의 선발이라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8회초까지 0점으로 틀어막았다.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먼 이국땅에서 온 동양인 투수가 숙적 양키스를 꺾고 완봉승을 거두게 되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진오 역시 현재 자신이 눈부신 피칭을 하고 있다는 걸 인식했다. 아직 투구 수가 100개가 되지 않았기에 충분히 9회까지 막고 완봉승을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들었다. 이러자 진오는 무의식적으로 팔과 다리에 힘을 잔뜩 주었다. 이제 고작 네 타자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VIP석에서는 단장이 흐뭇한 미소로 자신이 계약을 성사시킨 신인 투수의 맹활약을 지켜보았다.

전광판은 레드삭스가 7대 0으로 양키스를 앞서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스코어가 앞서자 관중들과 레드삭스 더그아웃은 신이 났다. 반대로 양키스 더그아웃은 침통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괴로운 얼굴로 앉아있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마이클이었다. 한국으로 건너오기 전까지 그는 양키스의 셋업맨이었다. 그는 레드삭스에게 내준 7점 중 무려 4점을 헌납했다.

진오가 8회말 양키스의 세 번째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공을 던졌다. 여태까지 양키스의 많은 타자들을 삼진으로 잡은 160km 초반의 빠른 직구였다. 그렇지만 이번에 상대하는 타자는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노리고 있었던 공인 마냥 제대로 받아쳐 우익수가 잡아볼 시도도 하지 못하고 우측 펜스를 넘겨 버렸다. 진오의 완봉승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일이 벌어졌다. 진오가 왼쪽 발목을 붙잡은 채 마운드 위를 굴렀다. 투구 동작을 하다 그만 발목을 삐끗한 것이었다. 그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에 무척 괴로워했어도 당시에는 경기를 하면 늘 따라오는 잔부상 정도로만 여겼다. 그건 오산이었다. 부상 치료와 재활훈련으로 시즌의 반을 소비했다. 이후 등판한 세 차례의 선발 경기에서 진오는 전부 5이닝을 넘기지 못하고 강판을 당했다. 그동안 방어율은 무려 10점대로 치솟았다. 마운드에 등판하는 진오의 모습을 보기는 점점 힘들어졌다.

1999년 시즌을 앞두고 진오가 더 이상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없을 거라는 전망이 나돌았다. 그는 작년 말에 웨이버로 공시되며 레드삭스에서 방출을 당했고 메이저리그의 어떤 팀과도 재계약을 맺지 못했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한국으로 입국했다. 당분간 한국에서 머물면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생각이었다. 계속 미국에 머물기를 원한다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야 하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그렇다고 그게 싫어 일본이나 한국 프로야구를 기웃거리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그는 박태호처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게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진오는 씁쓸한 표정으로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비밀리에 입국했기에 그를 반겨주는 사람은 없었다. 작년 이맘때와는 천양지차였다. 양 손에는 꽃다발이 가득했고 사인을 받기 위해 앞길을 가로막는 팬들을 뚫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이 모든 게 지금은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트윈벨스의 단장이 진오의 길을 가로막았다.


“이제라도 받아주면 들어오겠는가?”

“아직도 제가 필요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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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화] 피날레 19.06.30 73 3 4쪽
52 [51화] 트윈벨스 종지기들의 후일담 19.06.25 62 0 9쪽
51 [50화] 2007년 슈퍼키즈의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3) 19.06.21 73 2 6쪽
50 [49화] 안녕, 트윈벨스! 19.06.21 76 2 5쪽
49 [48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12) 19.06.16 78 3 7쪽
48 [47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11) 19.06.14 72 4 6쪽
47 [46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10) 19.06.11 75 3 6쪽
46 [45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9) 19.06.09 73 2 7쪽
45 [44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8) 19.06.07 72 2 6쪽
44 [43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7) 19.06.04 78 1 7쪽
43 [42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6) 19.06.02 89 3 7쪽
42 [41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5) 19.05.31 91 1 7쪽
41 [40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4) 19.05.28 91 2 7쪽
40 [39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3) 19.05.26 106 2 7쪽
39 [38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2) 19.05.24 108 3 7쪽
38 [37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1) 19.05.21 120 3 7쪽
37 [36화] 고별인사 (2) 19.05.19 119 5 7쪽
36 [35화] 고별인사 (1) 19.05.19 110 3 7쪽
35 [34화] 절망의 17연패 19.05.14 117 3 7쪽
34 [33화] 로버트 레드포드 19.05.12 111 3 7쪽
» [32화] 진오의 과거 19.05.10 109 3 8쪽
32 [31화] 떠나야만 하는 자들의 비애 (2) 19.05.07 104 4 7쪽
31 [30화] 떠나야만 하는 자들의 비애 (1) 19.05.07 97 4 8쪽
30 [29화] 성민의 프로포즈 19.05.05 127 5 7쪽
29 [28화] 관중 동원을 위한 이벤트들 (2) 19.05.05 96 5 7쪽
28 [27화] 관중 동원을 위한 이벤트들 (1) 19.05.03 115 5 7쪽
27 [26화] 관중들이 보고 싶어하는 경기를 만들어라! 19.05.03 109 5 7쪽
26 [25화] 떠나야 하는 이들의 회한 19.04.30 119 5 7쪽
25 [24화] 트윈벨스 인수를 위한 빅딜 (2) 19.04.30 116 7 7쪽
24 [23화] 트윈벨스 인수를 위한 빅딜 (1) 19.04.28 124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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