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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그라운드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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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작가03
작품등록일 :
2019.04.02 09:55
최근연재일 :
2019.06.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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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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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글자수 :
161,699

작성
19.05.2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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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40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4)

DUMMY

트윈벨스는 2회초에 4번 양종혁과 5번 조권우가 연속으로 안타를 때렸다. 그렇지만 다음 타석에서 강림이 병살타를 치면서 팀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쓰리스타즈도 3회말 투아웃에서 2루수 정영배가 좌익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안타를 때리며 3루까지 나갔지만 다음 타자 홀이 어이없이 진오의 높은 공을 건드리다 파울 플라이를 만들어버리며 선취 득점의 기회를 날렸다. 진오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더그아웃에서 트윈벨스 선수들이 박수를 쳐주며 그를 맞았다.

아직까지 양 팀이 득점을 올리지 못하자 서감독은 초조했다. 더구나 이렇듯 타는 마음에 석유를 끼얹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감독님, 케미컬스가 럭키가이즈를 이겼답니다.”

“그럼 이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건가?”


코치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팽팽한 0의 행진이 끝난 것은 4회였다. 4회초 트윈벨스의 공격에서 원아웃 투 스트라이크 쓰리 볼의 상황에 결정구를 던지던 계연이 그만 동우에게 2루수 옆을 살짝 스치는 중전안타를 얻어맞았다. 첫 타석에서도 안타를 때렸던 종혁이 배트를 연신 붕붕 휘두르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다음 타석에 들어섰다.

계연은 저런 표정을 지었을 때의 종혁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알았다. 올 시즌 전반기까지 그와 한 팀에서 지내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웬만큼 알게 되었으며 그의 현재 컨디션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였다. 타석에 들어선 종혁의 표정으로 보았을 적에 그의 컨디션은 지금 최고였다. 그럴 때 그는 어김없이 큼지막한 안타나 홈런을 때렸다.

계연은 잠시 종혁을 그냥 볼넷으로 걸러 보낼까도 생각해 보았다. 그를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아직 경기 초반인데다 수많은 관중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맞든 안 맞든 승부를 보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종혁은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나는 공들을 침착하게 골라내었다. 그리고 조금 높게 형성되어 들어오는 계연의 3구를 그의 특유의 스윙자세인 만세타법으로 밀어 쳤다. 의외로 잘 맞은 타구는 높이 솟은 다음 그대로 좌측 외야 스탠드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좌익수 스미스는 공이 스탠드의 관중 속에 묻히는 걸 보자 따라가는 걸 포기했다. 깨끗한 투런 홈런이었다. 종혁은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관중들은 어제의 동료에게 차마 아유를 보내진 못했다. 그래도 씁쓸한 표정을 감추진 못했다.


“후, 오늘의 가장 큰 적은 어제의 가장 든든한 동료라더니.”


서감독은 그만 고개를 푹 숙였다.

쓰리스타즈도 이대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4회말 바로 반격에 들어갔다. 2번 타자 유격수 김태군이 안타로 2루까지 진출했다. 뒤이어 강룡도 역시 우측 펜스를 때리는 2루타를 만들었다. 눈 깜짝 사이에 진오는 연속 2루타를 얻어맞고 1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무사에 4번 타자 이성민을 맞이했다. 관중들은 조금 전에 홈팀이 2실점을 하여 리드를 내준 것도 잊고 성민의 역전타나 홈런을 기대하며 일제히 일어나 응원의 함성을 높였다. 진오로서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위기였다.

병호가 서둘러 타임을 걸고 마운드로 올라갔다.


“긴장하지 말고 아까처럼만 해. 이성민이 별거야? 지금 슬럼프라고.”


진오는 입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병호는 그의 엉덩이를 툭 쳐주고는 더는 별다른 지시 없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성민은 관중석의 혜정을 잠시 바라보았다. 혜정은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달성하면 그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이 순간 그에겐 오늘 꼭 홈런을 때려내야 하는 이유가 한국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자긍심과 명예를 떠나 오직 그것뿐이었다.

진오가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재중의 포수 미트를 향해 공을 던졌다. 초구부터 성민이 기다리던 느린 슬라이더였다. 그는 매섭게 배트를 휘둘렀다. 그러나 성민이 때린 공은 그의 기대와는 달리 투수 앞으로 힘없이 굴러갔다. 진오는 가볍게 공을 잡아 1루로 던졌다. 아웃이었다. 성민은 기다리던 제구의 볼을 노렸는데도 힘없이 투수 앞 땅볼에 그치자 안타까움이 온 몸으로 밀려왔다.

진오가 그렇게 간단히 초구에 성민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치밀한 심리전과 계산에 의해서였다. 보통 때의 자신은 초구에 느린 슬라이더를 자주 던진다. 그걸 간파한 성민은 초구에 자신이 예상한 슬라이더가 오면 여지없이 스윙을 할 것이다. 그래서 슬라이더는 슬라이더이지만 낙차 폭을 더욱 크게 한다. 그럼 치더라도 평범한 땅볼에 불과하다. 그게 성민에게 공을 던질 때까지 불과 수 초 동안 진오의 머릿속에 오갔던 생각들이었다.

하지만 성민에게 집중한 나머지 진오도 어제의 동료, 지명타자 김길태에게 불의의 안타를 얻어맞았다. 준영이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잽싸게 잡아 홈 송구를 해보았지만 강룡은 진작에 홈 베이스를 터치하고 득점을 올렸다. 2대 2 동점이었다.

그래도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진오는 더 이상의 실점 없이 4회를 마무리 지었다. 4회초에 내준 실점을 4회말에 바로 만회하자 서감독은 우울했던 기분이 다소 풀리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을 독려했다.


“좋아, 이대로 가는 거야.”


반대로 타자들이 귀중하게 얻은 2점 차 리드를 속절없이 내준 진오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더그아웃 벤치에 주저앉았다. 원래대로라면 오늘 선발이었을 원영이 그의 옆에 앉았다.


“봐라.”


원영은 바짓단을 걷어 올렸다. 그러자 발목을 완전히 덮은 빨간 양말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영을 따라 다른 선수들도 일제히 바짓단을 걷어 올렸다. 모두들 빨간 양말을 신고 있었다.


“힘내라.”


진오는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다고 꼴찌팀 트윈벨스가 미국 메이저리그의 명문팀 보스턴 레드삭스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기분만큼은 자신의 전성기였던 1997년 레드삭스 선수 시절을 느끼게 해주었다. 양키스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그는 팀의 승리를 책임지는 당당한 레드삭스의 일원이었다. 진오는 오늘 다시 그 때로 되돌아가고자 했다.

5회초에 준영이 1타점 적시타를 터트려 트윈벨스는 잠깐 동안 빼앗겼던 리드를 다시 잡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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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화] 피날레 19.06.30 72 3 4쪽
52 [51화] 트윈벨스 종지기들의 후일담 19.06.25 62 0 9쪽
51 [50화] 2007년 슈퍼키즈의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3) 19.06.21 73 2 6쪽
50 [49화] 안녕, 트윈벨스! 19.06.21 76 2 5쪽
49 [48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12) 19.06.16 78 3 7쪽
48 [47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11) 19.06.14 72 4 6쪽
47 [46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10) 19.06.11 75 3 6쪽
46 [45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9) 19.06.09 72 2 7쪽
45 [44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8) 19.06.07 72 2 6쪽
44 [43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7) 19.06.04 78 1 7쪽
43 [42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6) 19.06.02 89 3 7쪽
42 [41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5) 19.05.31 91 1 7쪽
» [40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4) 19.05.28 91 2 7쪽
40 [39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3) 19.05.26 106 2 7쪽
39 [38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2) 19.05.24 108 3 7쪽
38 [37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1) 19.05.21 120 3 7쪽
37 [36화] 고별인사 (2) 19.05.19 119 5 7쪽
36 [35화] 고별인사 (1) 19.05.19 110 3 7쪽
35 [34화] 절망의 17연패 19.05.14 116 3 7쪽
34 [33화] 로버트 레드포드 19.05.12 111 3 7쪽
33 [32화] 진오의 과거 19.05.10 108 3 8쪽
32 [31화] 떠나야만 하는 자들의 비애 (2) 19.05.07 104 4 7쪽
31 [30화] 떠나야만 하는 자들의 비애 (1) 19.05.07 97 4 8쪽
30 [29화] 성민의 프로포즈 19.05.05 126 5 7쪽
29 [28화] 관중 동원을 위한 이벤트들 (2) 19.05.05 96 5 7쪽
28 [27화] 관중 동원을 위한 이벤트들 (1) 19.05.03 115 5 7쪽
27 [26화] 관중들이 보고 싶어하는 경기를 만들어라! 19.05.03 109 5 7쪽
26 [25화] 떠나야 하는 이들의 회한 19.04.30 119 5 7쪽
25 [24화] 트윈벨스 인수를 위한 빅딜 (2) 19.04.30 116 7 7쪽
24 [23화] 트윈벨스 인수를 위한 빅딜 (1) 19.04.28 124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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